뼈 콜라겐의 탄소와 질소 안정동위원소에 기록된 6세기대 나주 영동리 고분군 피장자 집단의 식생활 양상
Palaeodietary Reconstruction of 6th Century Naju Yeongdong‐ri People Recorded in Stable Carbon and Nitrogen Isotope Analysis of Human Bone Collag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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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뼈에서 추출된 탄소와 질소 안정동위원소 정보는 과거 사람들의 식생활, 영양상태, 생계경제와 고환경 등을 연구하는데 매우 중요한 자료이다. 본 연구에서는 6세기대 나주 영동리 고분군 제1호분 돌방무덤과 돌덧널무덤에서 출토된 옛사람 뼈 9개체에서 추출된 콜라겐의 안정동위원소 분석을 실시하였다. 탄소와 질소 안정동위원소 결과는 다음과 같다(δ13C= -19.5±0.7‰, δ15N= 9.6±0.7‰, (n=9)). 탄소 안정동위원소 분석 결과 나주 영동리 고분군 피장자 집단은 벼, 보리, 콩 등 C3 작물 위주의 섭취를 하였다고 추정되며, 질소 안정동위원소 값으로부터 동물성 단백질은 주로 육상 동물로부터 얻었다고 추정된다. 이 결과로부터 백제식 무덤 양식을 갖고 영산강유역 토착 세력의 매장 양식이 보이는 피장자 집단의 식생활 양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Trans Abstract
Stable carbon and nitrogen isotope results recorded in human bone reflects palaeodiet, nutrition, subsistence and palaeoenvironment. We analyzed the remains of the Naju Yeongdong-ri people, who live at around 6th century, excavated from stone chambers and stone-lined tombs. The following results of the analysis of stable carbon and nitrogen isotopes were obtained: δ13C= -19.5±0.7‰, δ15N= 9.6±0.7‰, (n=9). The value for stable carbon isotopes indicates that the Naju Yeongdong-ri people had a largely C3-based diet such as rice, barley, and beans. On the other hand, the value for stable nitrogen isotopes reflect the consumption of terrestrial animal protein. This study presents new information on the dietary patterns of the Naju Yeongdong-ri people, whose tombs were similar to the Baekje tomb style and their burial type was much like the one followed by the indigenous people of the Yeongsan river basin.
1. 서 론
옛사람 뼈에는 당시 사람들의 식생활, 유전적 특성, 질 병, 환경 등 다양한 정보가 담겨 있다. 최근 들어 고고학, 체 질인류학, 화학, 생물학 등 다양한 학문 분야에서의 연구를 통해 과거 생활상 복원을 시도하고 있다. 특히 2000년대 들어 주요 국제저널에 안정동위원소 분석 등 골화학 분석 (Bone chemistry) 분야 논문이 체질인류학 분야 등에 비하 여 두배 이상 발표되는 등 양적, 질적으로 크게 성장하였다 (Mays, 2010). 특히 동식물유체, 토기 내 유기잔존물, 식생 활 도구 등 기존 식생활 연구에 활용되었던 간접적인 방법 에 비하여 뼈의 탄소와 질소 안정동위원소 분석은 식료의 섭취에 대한 직접적인 증거를 추적할 수 있다.
뼈 콜라겐이라는 단백질은 다른 조직에 비하여 상대적 으로 보존 상태가 양호하고, 생존 시 신호를 확인할 수 있 는 질 평가지수인 화학 지표가 존재하므로 지난 40여 년 간 지속적으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van Klinken, 1999). 뼈 콜라겐에는 피장자가 생존 시 섭취하였던 식료의 탄소와 질소 안정동위원소 정보가 기록되는데, 그 비율은 시간이 경과하여도 변하지 않기 때문에 섭취한 식료의 종류와 비 중 등을 밝혀낼 수 있다. 탄소 안정동위원소 분석을 통해서 는 C3 식물군(벼, 보리, 밀, 콩 등 δ13C = -34 ~ -22‰)과 C4 식물군(조, 피, 기장, 수수 등 δ13C = -20 ~ -9‰), CAM 식 물군(파인애플 등)의 섭취 여부와 비중 등을 알 수 있다. 질 소 안정동위원소 분석을 통해서는 동물성 단백질의 섭취 비중과 영양 단계, 동물성 단백질의 기원(육상 동물, 해산 어패류 등)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식료가 그 식료를 섭취한 사람의 뼈 콜라겐에 기록될 때 탄소 안정동위원소 는 약 5‰, 질소 안정동위원소는 약 3~5‰ 증가한다고 알 려져 있다(Jim et al., 2004; Shin and Lee, 2009).
2000년대 이후 국내 유적 출토 사람뼈의 안정동위원소 분석을 이용한 식생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특히 삼국시대의 경우 경산 임당 고분군(Shin and Lee, 2009), 김해 예안리 고분군(Choy et al., 2010), 영주 순흥 고분군(Choy et al., 2013), 완주 은하리 석실묘와 당진 우 두리 석곽묘, 석축다장묘(Shin and Lee, 2014), 창녕 송현 동(Jee, 2009) 등 시대별, 계층별, 지역별 분석 사례가 축적 되고 있다.
영산강유역에서는 기원전 3세기에서 2세기경부터 철기 문화가 시작되면서 마한이 형성되었다고 추정된다. 마한 과 관련된 문헌 자료를 살펴보면, 『삼국지』 위서 동이전과 『후한서』 동이열전 한조(韓條)에 기록된 진한(辰韓) 노인 에 관한 기사에서 진나라(기원전 249~207년)의 고역(苦 役)을 피해 한나라에 왔고, 마한에서 동쪽 국경의 땅을 분 할하여 주었다는 내용이 나온다. 또한 『삼국사기』 백제본 기 권 제23시조 온조왕 13년조(기원전 6년)의 마한왕에게 사신을 보내 강역을 정했다는 기록 등을 바탕으로 마한이 늦어도 기원전 3세기에는 형성이 되었으며, 기원전 1세기 경에는 왕을 중심으로 하는 국가체계를 갖추었다고 추정 된다(Choi and Kim, 2005). 그러나 마한의 소멸 시기에 대 해서는 여러 가지 견해가 있다. 특히 4세기부터 6세기까지 의 시기에 영산강유역에서는 4세기 후반에 백제로 편입되 었다는 견해, 마한이 6세기 전반까지 존재하였다는 주장과 4세기 후반부터 6세기 전반까지 백제의 간접 지배 받았다 는 논란 등이 있으나 견해 등이 있으나 기존의 고고 자료와 문헌 자료로 밝혀내는 데에 한계가 있다(Choi, 2017). Choi(2017)는 영산강유역에서 4세기 이후에 마한이 존재 하였다는 근거가 없기 때문에 중부지역의 마한 중심세력 이 백제에 의해 통합되는 순간 마한의 존재가 사라졌다고 해석하였다. 반면 동신대학교 박물관이 2001년 발굴 조사 한 나주 금천면 신가리 당가의 토기 가마를 통해 볼 때 마 한의 존속 시기를 5세기말부터 6세기 초로 추측하는 견해 도 있다(Choi and Kim, 2005).
특히 4세기 후반부터 6세기까지 영산강 유역에 자리 잡 았던 토착세력을 백제와 관련된 지방세력으로 보는 입장 과 마한으로 보는 견해에 대한 논란 역시 계속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4세기 전반부터 6세기 후반까지 차례로 축 조되었다고 추정되는 나주 영동리 고분군 출토 옛사람 뼈 의 경우 당시 피장자 집단의 성격을 규명해 줄 매우 의미있 는 자료이다. 본 연구에서는 나주 영동리 고분 제1호분의 2 호 돌방무덤(석실), 3호 돌방무덤, 4호 돌방무덤과 1호 돌 덧널무덤(석곽)에서 출토된 옛사람 뼈 9개체에 대하여 분 석을 수행하였다. 1호 돌방무덤의 경우 목관에 관못을 사 용하였는데, 이는 백제 묘제의 도입을 의미한다고 추정되 나 2호 돌방무덤과 3호 돌방무덤에서 4명에서 6명의 피장 자를 추가 장법으로 매장하는 등 토착세력의 전통적인 다 장법을 채택한 것이 흥미롭다. 또한 4호 돌방무덤에서는 철제 관모틀, 구리로 만든 청동제 허리띠 고리 등 금속유물 부장품이 출토되었는데, 은제관식 등이 없는 것으로 보아 백제양식의 귀족 또는 관료이나 백제 6품인 나솔보다 아래 계급인 중하위 계급으로 추정된다. 제1호분 유구 내용을 종합해보면, 전통 독무덤의 묘역을 계승한 초기 석실 축조 부터 사비기 석실까지 변화상을 볼 수 있으며, 이는 백제의 지방통치체제에 귀속된 무덤 양식을 보이지만, 영산강유 역 독무덤의 추가장과 전통적인 다장 풍습이 지속되는 등 토착 세력에 의한 실질적인 지배력이 유지되고 있다고 추 정된다(Lee, 2017).
본 연구에서는 6세기대 영산강 유역에서 출토된 나주 영동리 고분군 피장자 집단의 탄소와 질소 안정동위원소 분석을 통하여 당시의 식생활 양상을 파악하고자 한다.
2. 연구 방법
2.1. 연구 재료
본 연구의 대상 유적인 나주 영동리 고분군은 전라남도 나주시 다시면 영동리 813번지 일대에 위치하며(Figure 1), 동신대학교 문화박물관에서 2006년 1차 발굴조사, 2007 년에 2차 발굴조사, 2008년부터 2009년까지 3차 발굴조사 를 시행하였다. 1차와 2차 발굴조사로는 다수의 고분과 고 분 내 석실, 석곽 등 매장시설을 확인하였고, 3차 발굴조사 에서는 노출된 신규 유구의 조사와 층위관계를 중심으로 조사가 이루어졌다(Lee, 2017).
본 연구에 활용된 옛사람 뼈는 모두 9개체이며, KAB0707 의 경우 정강뼈에서, 그 외 8개체는 모두 넙다리뼈에서 시 료를 채취하였다. 나주 영동리 고분군 제1호분의 2호 돌방 무덤 4개체, 3호 돌방무덤 3개체, 4호 돌방무덤 1개체, 1호 돌덧널무덤 1개체이다(Figure 2). 무덤 축조 순서는 2호 돌 방무덤 → 3호 돌방무덤 → 4호 돌방무덤→ 1호 돌덧널무 덤으로 추정되며, 2호 석실과 3호 석실은 비슷한 시기에 축 조되었다고 추정된다. 특히 2호와 3호 돌방무덤에서는 4명 에서 6명의 사람뼈가 출토되었는데, 이는 토착세력의 다장 제 전통이 남아있는 추가장법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4호 돌방무덤의 경우 돌방 중앙에 판석을 세운 칸막이로 2개 실로 구분되어 있으며, 이러한 쌍실구조 역시 전통적인 다 장 풍습을 반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Lee, 2017).
2.2. 분석 방법
본 연구에서는 다음과 같은 과정으로 뼈 콜라겐을 추출 하고, 탄소와 질소 안정동위원소 분석을 수행하였다.
2.2.1. 뼈 콜라겐 추출
뼈를 자른 후 뼈 표면의 물리적인 오염물을 제거하고, 뼈 콜라겐 추출은 변형된 Longin 방법을 이용하여 다음의 세 단계를 거쳤다(van Klinken and Hedges, 1998).
(1) 탈광화작용(demineralization) 단계: 뼈 시료 약 500 mg에 0.5 M 염산 약 10 ml를 넣어 약 24시간 동안 냉장 보 관하며, Vortex Mixer를 이용하여 교반하였다. 탈광화 진 행 상태를 확인하면서 염산을 교체하며, 탈광화가 진행된 후에는 초순수로 3차례 세척하였다.
(2) 젤라틴화(gelatinization) 단계: 탈광화작용 단계 진 행 후 튜브에 있는 상층액을 제거하고 pH 3 HCl을 약 10 ml 넣었다. 75℃에서 48시간 동안 히팅 블록에 넣어 열을 가한 다음 5-8 μm Ezee filter(Elkay Laboratory Products, Ltd.)를 이용하여 여과하였다.
(3) 동결 건조(lyophilization) 단계: 냉동과 동결 건조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정제된 ‘콜라겐’을 얻었다.
2.2.2. 탄소와 질소 안정동위원소 분석
추출된 뼈 콜라겐은 안정동위원소 질량분석기(Delta V Isotope Ratio Mass Spectrometer, Thermo Scientific)에 연결된 자동화된 탄소·질소 원소분석기(carbon and nitrogen elemental analyzer)로 분석하였다(국립문화재연구소 보존 과학연구실 동위원소 분석실). 안정동위원소 비율은 국제 표준시료를 기준으로 측정되는데, 무거운 동위원소와 가 벼운 동위원소의 비율인 δ값을 편차천분율(‰, parts per thousand)로 기록하였다. 식생활 연구에 주로 이용되는 탄 소와 질소 안정동위원소비를 나타내는 수식은 다음과 같다.
분석 정밀도는 ±0.2‰이며, 모든 시료는 2회 분석한 평 균값을 사용하였다. 안정동위원소 분석을 통해 얻은 δ13C 와 δ15N 값 중 ‘콜라겐 질 평가지수(탄소와 질소의 비율 등)’에 합격한 값들만 분석 결과로 활용하며, 뼈 콜라겐의 경우 C/N 비율이 2.9∼3.6 범위에 해당되는 분석값만 사 용한다(van Klinken 1999).
3. 결과 및 고찰
3.1. 탄소와 질소 안정동위원소 분석
나주 영동리 고분군 제1호분에서 출토된 옛사람 뼈 9개 체(KAB0706 ~ KAB0714)의 콜라겐을 성공적으로 추출 되었으며, 탄소와 질소 안정동위원소 분석 후 C/N 값이 모 두 질평가지수(2.9~3.6) 범위 내에 나타나 사용하였다(Table 1, Figure 3). 기존 연구 결과 사람의 뼈 콜라겐은 사람이 섭 취한 식료보다 탄소 안정동위원소 값은 약 5‰, 질소 안정 동위원소 값은 약 3∼5‰ 높으며, 질소 안정동위원소 값은 식물, 초식 동물, 잡식 동물, 육식 동물 등 영양 단계가 올라 갈 때마다 약 3∼5‰ 씩 증가한다고 알려져 있다(Hedges and Reynard, 2007). 나주 영동리 고분군 피장자 9개체의 탄소 안정동위원소 값은 -20.7‰에서 -18.7‰에 분포한다. 탄소 안정동위원소 분석 결과로는 벼, 보리, 콩 등 C3 작물 (-33 ~ -22‰)군 위주의 섭취를 하였다고 추정된다. 이는 6 세기 백제의 세금 기준으로 쌀이 포함되었다는 『주서(周 書)』 「이역전(異域傳)」 기록과 백제시대 유적에서 조, 기 장, 벼, 보리, 밀, 콩, 팥 등의 식물유존체가 출토되었던 양 상으로 보아 이 작물들이 백제시대 기본 작물이었다고 추 정된다(Lee, 2010; Shin and Lee, 2014). 질소 안정동위원 소 값(9.7±0.7‰, n=9)의 경우 8.7‰에서 10.9‰에 분포하 며, 동물성 단백질은 주로 육상 동물로부터 얻었을 가능성 이 높다고 추정된다. 이러한 정황은 문헌 기록인 『삼국사 기』 「백제본기」 온조왕 25년 민가에서 말과 소를 길렀다 는 언급(Shin and Lee, 2014)과 고고자료인 풍납토성 출토 동물뼈(소, 말, 돼지, 사슴 등) 정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Choe et al., 2016). 백제 한성기 왕성급 토성인 풍납토성 197번지 가-2호 수혈 출토 동물뼈 중 야생 동물인 사슴과 돼지, 가축으로 이용되었을 가능성이 높은 소와 말의 탄소 안정동위원소 값에서 차이가 확인되어 이를 바탕으로 가 축 사육 양상을 추정한 바가 있다(Choe et al., 2016).
3.2. 선행 연구 결과와의 비교 분석
최근 삼국시대 국내 유적 출토 옛사람 뼈의 탄소와 질소 안정동위원소 분석 자료가 꾸준히 축적되고 있으며, 선행 연구 사례의 분석 결과와 비교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Figure 4, Table 2). 6세기 중엽 이후로 추정되는 나주 영 동리 고분군 유적 출토 옛사람 뼈 9개체의 탄소와 질소 안 정동위원소 평균값은 각각 δ13C= -19.5±0.7‰와 δ15N= 9.6±0.7‰이다. 나주 영동리 고분군과 비교할 수 있는 유 적은 영산강 유역 최대 규모의 돌방무덤으로 일대의 최고 수장층의 무덤이라 할 수 있는 나주 복암리 정촌 고분이다. 나주 정촌 고분 피장자 1개체의 경우 탄소와 질소 안정동 위원소 값이 각각 -21.5‰와 8.0‰로 조, 기장 등 C4 작물 의 섭취가 거의 없이 주로 C3 작물 위주의 식생활을 하였다 고 추정된다(Shin et al., 2015). 또한 나주 영동리 고분군 피장자 집단의 질소 안정동위원소 평균값보다 1.6‰ 낮은 값을 보였으며, 이는 오히려 신분이 높다고 추정되는 나주 정촌 고분 피장자의 단백질 섭취량과 영양 상태가 나주 영 동리 고분군 피장자 집단보다 낮았다고 추정된다.
이 결과를 6세기대 백제 유적 출토 옛사람 뼈 결과와 비 교하여 살펴보면, 6세기대 백제 석실묘인 완주 은하리 유 적 출토 옛사람 뼈 1개체의 분석 결과는 δ13C= -17.6‰, δ 15N= 8.3‰, 당진 우두리 석실묘 출토 옛사람 뼈 4개체의 분석 결과는 δ13C= -17.9±0.3‰, δ15N= 14.4±2.0‰, 당진 우두리 석축다장묘 출토 옛사람 뼈 5개체의 분석 결과는 δ 13C= -17.5±0.6‰, δ15N= 11.1±1.1‰이다(Shin and Lee, 2014). 탄소 안정동위원소 분석 결과 벼, 보리, 콩 등 C3 작 물을 위주로 섭취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사회적 지위가 가장 높았던 완주 은하리 유적의 피장자는 동물성 시료를 거의 섭취하지 않았고, 상대적으로 사회적 신분이 높은 석실묘 피장자들은 주로 해양성 어패류를 섭취하며, 많은 양의 동물성 식료를 섭취하였다고 추정된다. 이와는 반대로, 상대적으로 신분이 낮은 석축다장묘 피장자들은 동물성 단백질 섭취가 제한적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는 앞서 Shin and Lee(2014)에서 언급되었듯이 『삼국사기』 「백제본기」 법왕대의 기록에서처럼 6세기대 백제에서 불 교의 영향으로 살생금지령이 선포되고 육식을 금했다는 사회상이 반영된 것은 아닌지 조심스럽게 추정해본다.
이 외에도 삼국시대 계층적인 차이를 확인할 수 있는 경 산 임당 고분군의 경우 4세기에서 5세기 전후에 축조되었 다고 추정된다. 당시 사회 최상위층으로 여겨지는 고총군 남성 주피장자 집단은 δ13C= -18.2‰ (n=2), δ15N= 13.2± 0.1‰ (n=2), 순장자 집단은 δ13C= -17.5‰ (n=15), δ15N= 10.0±0.8‰ (n=15)로 남성 주피장자 집단이 순장자 집단 보다 질소 안정동위원소 값에서 한단계 정도의 영양 단계 가 높으며 동물성 단백질 섭취량이 높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창녕 송현동 15호분 순장자 집단의 경우 δ13C= -18.4±0.9‰ (n=4), δ15N= 10.2±1.6‰ (n=4)로 경산 임당 고분군 순장자 집단과 비슷하며(Jee, 2009), 삼국시대 계층, 지역, 성별에 따른 차별적인 식생활 양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4. 결 론
본 연구에서는 6세기 중엽 이후로 추정되는 나주 영동 리 고분군 출토 옛사람의 탄소와 질소 안정동위원소 분석 으로 영산강유역 피장자 집단의 식생활 양상을 밝히고자 하였다. 특히 이 시기는 영산강 유역에 자리 잡았던 세력이 과연 백제와 관련된 지방세력인지, 아니면 마한인지에 대 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지역과 시기이나 문헌 자료나 고 고 자료로 그 실체를 규명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나주 영동 리 고분군 제1호분의 경우 백제의 지방통치에 귀속된 무덤 양식을 보이나 영산강유역 독무덤의 추가장과 전통적인 다장 풍습이 지속되는 등 토착 세력에 의한 실질적인 지배 력이 유지된다고 추정되는 매우 중요한 유적이다. 제1호분 의 무덤축조순서는 2호 돌방무덤 → 3호 돌방무덤 → 4호 돌방무덤→ 1호 돌덧널무덤으로 추정되는데, 2호 돌방무 덤 4개체, 3호 돌방무덤 3개체, 4호 돌방무덤 1개체, 1호 돌덧널무덤 1개체에서 추출된 뼈 콜라겐의 탄소와 질소 안 정동위원소 값은 다음과 같다(δ13C= -19.5±0.7‰, δ15N= 9.7±0.7‰ (n=9)). 탄소 안정동위원소 값의 결과로는 벼, 보리, 콩 등 C3 작물 위주의 섭취를 하였다고 추정되며, 이 는 문헌 자료인 『주서(周書)』 「이역전(異域傳)」에서도 관 련 근거를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질소 안정동위원소 값으로 부터 동물성 단백질은 주로 육상 동물로부터 얻었을 가능 성이 높다고 추정되는데, 이 역시 문헌 자료인 『삼국사기』 「백제본기」 기록과 기존 풍납토성 출토 동물뼈의 분석 사 례로 미루어볼 때 의미 있는 추정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인 근 지역인 나주 정촌 고분군 피장자와 6세기대 백제 석실 묘 피장자 집단의 사례와 비교해볼 때 식료 섭취는 당시 계 층 등 사회상을 많이 반영하고 있으며, 6세기대 영산강유 역 관련 문헌 자료와 고고 자료 외에도 옛사람 뼈의 분석 자료가 축적된다면 당시 피장자 집단의 성격을 규명하는 데 큰 기여를 할 것이라 기대된다.
사 사
본 연구는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 문화유산 조사 연구 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으며, 연구를 위해 옛사 람 뼈 자료를 제공해준 동신대학교 문화박물관에 감사드 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