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 론
조선을 비롯한 전통 왕조국가에서는 천문역산학은 제왕의 학문으로 간주되어, 왕조 건국의 정당성을 정치적, 사상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수단으로써 천문학의 정비와 역법이 발달하였으며, 역서의 보급과 정확한 천문관측이 요구되었다(Lee, 2001). 이러한 천문관측의 성과를 모아 만든 것이 천문도이다. 삼국시대 이전 청동기시대의 지석묘, 고구려 및 고려 고분벽화에는 다양한 형태의 별자리를 남기고 있지만, 천문도는 남아있지 않다. 조선 태조 대에 고구려 평양성의 천문도 석각판을 모본으로 천상열차분야지도(天象列次分野之圖)가 제작되었다(Han, 2007).
16세기경부터 중국에서 활동한 로마 가톨릭의 예수회 소속 선교사들은 서양의 과학 등을 중국에 소개하고 천문 관측기구와 천문도를 제작하였다. 1723년에 예수회 소속 선교사인 쾨글러(Ignaz Kögler, 1680-1746)가 작성한 천문도인 황도총성도(黃道總星圖)는, 1741년 청(淸)에 파견된 조선의 사절단 중 관상감 천문학자인 안국린(安國麟)이 천문과 역법에 관련된 도서들과 함께 1742년 조선에 들여왔다. 이를 복각한 것이 1743년 관상감에서 만든 보은 법주사에 소장되어 있는 황도남북양총성도(黃道南北兩總星圖)인 보물 제848호 신법천문도 병풍이다(Ahn, 2013). 이후 기존의 천문도보다 정확한 서양의 천문도가 조선에 도입되었지만, 전통적인 천문도를 일시에 폐기할 수 없어 구법 천문인 천상열차분야지도와 신법 천문도인 황도남북양총성도를 함께 그린 천문도가 만들어졌다. 오늘날 이와 같은 천문도를 신구법천문도(新舊法天文圖)라 부르고 있으며, 대표적인 것은 국립민속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보물 제1318호 천문도(병)(민속 15666, Figure 1)(Ahn, 2013)가 있다.
조선에서 제작된 신구법천문도는 현재까지 국내외에 7점이 알려져 있다(Table 1, Figure 1∼6). 장황형태는 모두 병풍이며, 명칭은 소장처에 따라 제각각이지만 구법 천문인 천상열차분야지도와 신법 천문도인 황도남북양총성도를 함께 그린 도상이 거의 일치하여, 조선시대 관상감에서 공식적인 도상을 기준으로 제작한 것으로 보인다. 여러 소장처의 신구법천문도들은 도설과 성도의 분석 및 문헌 연구를 통해, 신구법천문도는 1766년 이후 어느 시점에 제작되었으며(Ahn, 2013), 도상과 색상에 있어 조금씩 차이가 있어 제작시기는 다른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18세기 중엽에 제작된 휘플과학역사박물관 Korean Astronomical Screen(Needham et al., 1986; Pegg, 2019)는 국립민속박물관 천문도(병)과 도상과 도설이 일치하여 같은 시기에 제작된 동일본으로 확인되었다(National Folk Museum of Korea, 1995).
신구법천문도는 구법천문도 천상열차분야도 황도십이궁십이국분야(天象列次分野圖 黃道十二宮十二國分野), 신법천문도 황도남북양총성도(黃道南北兩總星圖) 그리고 해와 달과 오행성을 그린 칠정도(七政圖)로 구성되어 있다(Figure 7).
본 논문에서는 도설과 성도, 표현 기법, 색상에서의 차이를 보여 제작시기가 다른 것으로 추정되는 국립민속박물관 소장 신구법천문도 2점(천문도(병), 신구법천문도 8폭 병풍)과 일본 국회도서관 소장 황도남북양총성도를 대상으로 칠정도, 황도남북양총성도, 천상열차분야도 황도십이궁십이국분야를 양국의 연구자들이 X선형광분광기 등을 이용하여 각각 채색재료를 분석하고, 분석결과와 선행연구인 신구법천문도의 성도와 도설 연구와 연계하여 제작시기를 추정하고자 한다.
3. 분석 방법
3.1. 디지털현미경
국립민속박물관 소장 신구법천문도 2점의 채색 상태, 안료의 입자, 혼색 여부 등을 확인하기 위하여 디지털현미경(High Performance Multi Digital Microscope, DG-3, Scala, JPN)으로 100배에서 촬영하였으며, 일부는 디지털현미경(Digital Microscope, Z16 APO A, Leica Microsystems, DEU)으로 200배에서 분석을 하였다.
3.2. 휴대형 X-선형광분광기
국립민속박물관 소장 신구법천문도 2점의 안료 성분 분석은 휴대형 X-선형광분광기(Delta Professional, Olympus, USA)로 비파괴 분석하였다. X-ray 튜브 4W Rh, Au anode, 검출기 SSD (Silicon Drift Detector)이며, 전압 40 kV, 콜리메터 직경 3 mm, soil 모드에서 측정하여 X-선형광분광기(XRF) 스펙트럼을 얻었다.
일본 국회도서관 소장 황도남북양총성도는 휴대형 X-선형광분광기(NitonTM XL3t-950S, Thermo Fisher Scientific, USA)를 이용하여 X-ray 튜브 Ag, 검출기 SSD이며, 전압 50 kV, 콜리메터 직경 3 mm, 광물 모드에서 80초간 측정하였다.
3.3. 적외선분광광도계
국립민속박물관 소장 신구법천문도 2점의 안료 화합물은 일부 박락된 채색 분말을 ATR(Attenuated Total Reflectance) 장착 현미경 적외선분광광도계(ATR-FTIR)를 이용하여 분석을 하였다. 채색편(10∼20 µm)을 Ge 크리스털 미러에 올려놓고 적외선분광광도계(Vertex 80 v, Bruker Optics, 독일)의 현미경(Hyperion 1000, Bruker Optics, 독일)에 장착된 ATR을 이용하여 스캔수 64, 해상도 4 cm-1 조건에서 측정하여 ATR-FTIR 스펙트럼을 얻었다.
3.4. 섬유광반사분광계
국립민속박물관 소장 신구법천문도 2점에서 옅은 적색으로 채색된 표면에 대해 반사 스펙트럼은 섬유광반사분광광도계(Fiber Optic Reflectance Spectroscopy, MCS 601 UV-NIR, Carl Zeiss, DEU)를 이용하여 가시광선 및 근적외선 영역(400∼900 nm)에서 99% Spectralon® diffuse reflectance standard로 약 0.3 cm2의 넓이를 측정하여 얻었다. 스펙트럼 데이터 취득 간격은 0.8 nm/pixel이며, 프로브는 텅스텐-할로겐 램프(CLH 500)에서 45°로 빛을 보내는 광섬유 다발 및 산란된 빛을 수직으로 수집하는 광섬유 다발로 구성된 직경 3 cm의 반구형이다.
4. 분석 결과
4.1. 칠정도
국립민속박물관 및 일본 국회도서관 소장 신구법천문도의 칠정도에서 해와 달, 행성은 유사하게 채색되어 있으나, 부분적으로 색상과 표현을 달리하고 있다. 칠정도의 채색에 대한 휴대형 X-선형광분광기(p-XRF) 분석에서 검출된 주요 원소 성분, 광학현미경 이미지 및 p-XRF, 광학현미경, FT-IR, FORS 분석으로부터 추정한 안료는 Table 2와 같다.
지지체는 종이로 p-XRF로 분석하였을 때 칼슘(Ca)과 황(S)이 검출되었으며, 채색 부분의 분석에서도 칼슘과 황이 검출되어 석고(石膏, Gypsum, CaSO4⋅2H2O)를 충전재로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백색은 천문도(병) No. 3, 4, 7, 8, 신구법천문도 8폭 병풍 No. 3, 5, 7, 황도남북양총성도 No. 3, 7의 채색 사용되었다. 천문도(병) No. 7, 8에서는 납, 규소(Si), 마그네슘(Mg)이 모두 검출되었으며, No. 3, 4에서는 납과 규소만 검출되었지만 ATR-FTIR 스펙트럼에서 모두 연분(鉛粉, Lead white, 2PbCO3⋅Pb(OH)2)과 활석(滑石, Talc, Mg3Si4O10(OH)2)으로 동정되어(Figure 8 A), 천문도(병)에서는 백색에 연분과 활석의 혼합안료가 사용되었다. 신구법천문도 8폭 병풍 No. 3, 5, 7은 백색에서 모두 납, 규소, 마그네슘이 검출되어 백색에 연분과 활석의 혼합안료가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Figure 8 B). 그러나 황도 남북양총성도 No. 3, 7에서는 납과 규소가 검출되어 ATR-FTIR 분석을 하지 않아 사용 안료의 확인이 어려워 연분으로 동정하였지만 규소의 검출로 활석이나 백토의 사용을 배제할 수는 없다.
적색은 태양(太陽, No. 2)의 주연감광(周緣減光, 태양을 비롯한 항성을 보았을 때, 그 원반의 중심에서 가장자리로 갈수록 어두워지는 광학적 효과)(Wikipedia, 2020)과 형혹(熒惑, 화성, No. 6)에서 사용되었으며, 수은(Hg)과 황이 검출되어 광물성 천연안료인 주사(朱砂, Cinnabar, HgS) 또는 합성안료인 주(朱, Vermilion, HgS)이며, 천문도(병)과 신구법천문도의 적색 안료 표면의 현미경 관찰에서 불규칙한 안료 입자가 관찰되지 않고 미세한 입자가 보여 합성안료인 주가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Eastaugh et al., 2004). 그러나 황도남북양총성도는 현미경 관찰이 이루어지지 않아 주사나 주에 대한 정확한 동정은 힘들다. 그리고 천문도(병)과 신구법천문도 8폭 병풍 진성(塡星, 토성, No. 4)는 옅은 적색으로 p-XRF 분석에서는 적색 무기안료 성분이 관찰되지 않았다. 그러나 적외선-가시광선 반사스펙트럼과 이차미분스펙트럼으로 안료를 동정할 수 있는 섬유광반사분광기(FORS) 분석에서(Leona and Winter 2001; Cosentino 2014) No. 4는 연지(臙脂) 즉 코치닐(Cochineal, 주성분 Carminic acid, C22H20O13)과 일치하여, 연지(코치닐)과 백색안료 연분과 활석을 혼합하여 채색한 것이다(Figure 9 A∼D). 황도남북양총성도의 전성(塡星, 토성, No. 4), 태백(太白, 금성)의 위상(位相, No. 8)에서도 옅은 적색을 띠지만 적색 안료 성분은 확인되지 않아 유기질 적색 안료가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가장 두드러진 색상의 차이는 세성(歲星, 목성, No. 5)에서 보인다. 천문도(병)의 세성은 거의 박락 및 퇴색되었다. 세성의 현미경 관찰에서 미세한 청색 입자가 백색 안료와 혼합된 옅은 청색을 띠고 있으며, 짙은 청색으로 표현한 대기(大氣) 띠에서는 굵은 안료 입자가 관찰된다. p-XRF 분석에서 세성에서는 납과 규소의 검출되었고, 청색의 대기 띠에서는 구리(Cu)가 주성분으로 검출되었다. 또한 세성의 FORS 스펙트럼과 이차미분스펙트럼은 청화(靑花, 쪽의 색소 성분을 조개껍질가루나 석회에 침전시킨 것)과 유사하여(Figure 10 A, B), 세성은 청화와 연분을 혼합한 옅은 청색으로 채색하였으며, 대기 띠는 석청(石靑, Azurite, 2CuCO3⋅Cu(OH)2)으로 채색하였다. 신구법 천문도 8폭 병풍은 백색으로 채색하였으며 납, 규소이 검출되어 ATR-FTIR 분석(Figure 8)에서 동정되었듯이 연분에 활석을 혼합한 백색 안료로 판단된다. 그러나 황도남북양총성도는 청색으로 채색되었으며, p-XRF 분석에서 납과 함께 규소와 황이 주성분으로 검출되어, 양청(洋靑)인 울트라마린 블루(Ultramarine blue, 3Na2O⋅3Al2O3⋅6SiO2⋅2Na2S)를 채색한 것으로 추정되었다.
흑색은 진성(辰星, 수성, No. 8)을 표현하는데 사용되었으며, 조선시대 흑색 채색에 많이 사용되었던 먹의 성분(그을음, 탄소)은 경원소이기에 p-XRF에서는 검출되지 않는다. 전 세계에서 역사적으로 사용되어온 흑색 안료(아스팔트: 탄화수소, 스피넬: 철, 망간, 아이보리블랙: 탄소, 칼슘, 인)의 여러 무기성분(철, 망간, 인)도 p-XRF에서 검출되지 않아, 송연이나 유연과 같은 그을음으로 만든 먹으로 추정되었다.
4.2. 황도남북양총성도
신법천문도인 황도남북양총성도의 황도 이남 원의 절기 황색 1지점과 황도 이북 원의 눈금띠 황색 1지점의 채색에 사용된 안료는 p-XRF 분석에서 검출된 주원소 성분, 광학현미경 이미지 분석을 통해 추정하였다(Table 3).
황도 이남 원의 절기 황색(No. 10)에서는 천문도(병)과 황도남북양총성도의 p-XRF 분석에서 지지체의 충진제 성분인 칼슘(Ca)과 황(S)이 주로 검출되었고 황색의 안료 성분은 검출되지 않았다. 천문도(병)은 현미경 이미지에서 수지상 형태가 표면에서 덮여있는 것이 관찰되어, 해등(海藤)이라는 식물에서 추출한 수지인 등황(藤黃, Gamboge)이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이로부터 현미경 이미지 분석을 하지 않은 황도남북양총성도의 황색에서도 등황이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옅은 황색으로 채색한 신구법천문도 8폭 병풍에서는 비소(As)와 황의 검출과 함께 안료 입자가 관찰되어 무기안료인 석자황(石雌黃, Orpiment, As2S3)으로 채색된 것이다. 황도 이북원의 눈금띠 황색(No. 11)은 천문도(병)과 신구법천문도 8폭 병풍에서 비소와 황이 검출되었고, 안료 입자가 관찰되어 무기안료인 석자황이 사용되었다. 그러나 황도남북양총성도에서는 지지체의 충진제 성분인 칼슘과 황만 검출되어 황도 이남과 마찬가지로 등황으로 채색한 것으로 추정된다. 같은 황색이라도 등황 추정 채색 부위는 변색이 심하며, 석자황 채색 부위는 황색이 뚜렷하였다.
4.3. 천상열차분야도 황도십이궁십이국분야
각 신구법천문도의 황도십이궁십이국분야에서 천문도(병)과 황도남북양총성도는 동일 위치에서 비슷한 색상으로 채색되어 있지만, 신구법천문도 8폭 병풍에서는 앞의 2점과는 다르게 채색된 부분이 많았으며, 비슷한 색상이라고 하더라도 명도와 채도가 달라 육안 관찰상 같은 채색 재료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천상열차분야도 황도십이궁십이국분야와 별의 채색에 대한 p-XRF 분석에서 검출된 주요 원소 성분, 광학현미경 이미지, ATR-FTIR, FORS 분석으로부터 추정한 안료는 Table 4와 같다.
녹색은 천문도(병) No. 20, 21, 신구법천문도 8폭 병풍 No. 20, 23, 황도남북양총성도 No. 16, 20, 21의 채색에 사용되었다. 천문도(병) No. 20은 p-XRF 분석에서 구리(Cu)와 염소(Cl)가 검출되었고, 현미경 관찰에서 균일한 안료 입자가 관찰되어 합성 무기안료 하엽(荷葉)인 아타카마이트(Atacamite, Cu2Cl(OH)3)로 채색된 것이며(Oh et al., 2020), No. 21은 구리가 주성분이며 불규칙한 안료 입자를 가진 천연 무기안료인 석록(石綠, Malachite, CuCO3⋅Cu(OH)2)이었다(Figure 11). 신구법천문도 8폭 병풍의 No. 20, 23에서는 구리와 비소(As)가 검출되고 균일한 녹색 안료 입자가 관찰되어 구리-비소계 합성 무기안료이며, ATR-FTIR 분석에서 양록(洋綠)인 에메랄드 그린(Emerald green, Cu(C2H3O2)2⋅3Cu(AsO2)2)과 일치하였다(Figure 12A) (OH et al., 2015). 황도남북양총성도의 No. 16, 21에서는 구리와 비소의 검출로 양록, No. 20은 구리와 염소가 검출되어 하엽으로 추정되었다.
청색은 천문도(병) No. 22, 23, 24, 신구법천문도 8폭 병풍 No. 13, 14, 21, 22, 황도남북양총성도 No. 12, 13, 15, 22, 23의 채색에 사용되었다. 천문도(병) No. 22는 구리가 주요 성분이며, 청색 입자에 녹색 입자의 혼합한 것이 관찰되어 구리가 주성분인 석청에 석록을 혼합하여 채색한 것이었다. No. 23은 오염에 의해 어두운 청색을 띠는데 주요 청색 안료 성분(예 석청의 구리)은 검출되지 않았고 백색 안료 성분인 납과 규소만 검출되었지만, 현미경에서는 백색 안료에 부분적으로 청색 안료 흔적이 보여 유기질 청색 안료로 추정되는 청화를 연분과 활석에 혼합하여 채색한 것으로 추정되었다. No. 24는 흑색 원에 주위로 청색을 띠고 있으며 주요 청색 성분이 검출되지 않아 원을 먹으로 그린 후 유기질 청색안료인 청화로 주위를 그린 것으로 추정되었다. 신구법천문도 8폭 병풍 No. 13, 14는 옅은 청색을 띠며 p-XRF 분석에서 규소와 황이, No. 21, 22에서는 규소, 황, 알루미늄이 검출되었고 미세한 안료 입자가 관찰되어 합성 무기질 안료인 양청이 사용되었다. 황도남북양총성도 No. 22, 23은 p-XRF 분석에서 규소, 알루미늄, 황이 납과 함께 주요 성분으로 양청에 연분이 소량 함유된 것임을 알 수 있다. No. 12, 13, 15는 무기질 청색 안료의 성분은 검출되지는 않아 유기질 청색 안료인 청화가 연분과 함께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었으며, 어두운 청색을 띠는 No. 13에서도 p-XRF 분석에서 주요 무기질 안료 성분이 검출되지 않아 먹과 같은 흑색 유기안료가 첨가된 것으로 추정되었다.
적색은 천문도(병) No. 17, 18, 19, 25, 신구법천문도 8폭 병풍 No. 16, 17, 18, 19, 24, 25, 황도남북양총성도 No. 17, 18, 19, 24, 25에서 사용되었다. 농담의 차이는 있지만 천문도(병) No. 18, 19, 25, 신구법천문도 8폭 병풍 No. 17, 18, 19, 24, 25 황도남북양총성도 No. 17, 18, 19, 24, 25는 p-XRF 분석에서 모두 수은과 황이 검출되어, 황화수은(HgS) 안료인 주 또는 주사이다. 천문도(병)과 신구법천문도 8폭 병풍의 안료 입자는 균일하여 주로 판명되었지만, 황도남북양총성도는 현미경으로 안료 입자 관찰이 이루어지지 않아 주 또는 주사의 판정은 어렵다. 천문도(병) No. 17, 신구법천문도 8폭 병풍 No. 16은 옅은 적색을 띠고 있으며 p-XRF 분석에서 납이 주성분으로 검출되었으며 FORS 분석에서 연지(코치닐)로 판명되었다(Figure 13A, B). 천문도(병) No. 18은 색상이 적갈색으로, p-XRF 분석에서 수은, 황과 함께 철이 주성분으로 검출되어, 석간주(산화철)과 주의 혼합 안료였다.
별은 황색 및 금색으로 채색되었다. 천문도(병) No. 26에서는 p-XRF 분석에서 주요 황색 무기 안료 성분(비소, 황)은 검출되지 않았으며, 현미경에서 수지상 형태의 채색이 관찰되어, 유기질 황색 안료인 등황으로 추정되었다. 그러나 신구법천문도 8폭 병풍과 황도남북양총성도 No. 28은 금색으로 p-XRF 분석에서 금과 은이 검출되어 금은 합금이며 현미경 이미지 분석에서 분말이 관찰되어 금은합금분이 채색에 사용된 것이었다. 신구법천문도 8폭 병풍 No. 26의 금은합금 비율은 92 : 8%였다.
백색은 천문도(병) No. 14, 15, 신구법천문도 8폭 병풍 No. 15, 황도남북양총성도 No. 14에서 사용되었다. 천문도(병) No. 14, 15는 표면 오염이 심하지만 표면 오염물이 박락된 부분 밑으로 백색층이 드러났으며 p-XRF 분석에서 납과 규소 등이 주성분으로 ATR-FTIR 분석(Figure 8)에서 동정되었듯이 연분과 활석의 혼합안료였으며, 황도남북양총성도 No. 14는 연분이었다. 흑색은 천문도(병) No. 27, 신구법천문도 8폭 병풍 No. 27, 황도남북양총성도 No. 27이며, p-XRF 분석에서 흑색 안료 성분이 검출되지 않아 탄소가 주성분인 먹으로 추정되었다. 신구법천문도 8폭 병풍 No. 12는 구리, 염소와 함께 납, 규소 등이 검출되었으며, 현미경에서 표면은 흑색이지만 밑층에 녹색이 보여, 하엽(아타카마이트)를 채색 후 그 위에 먹과 연분의 혼합안료를 채색한 것으로 보였다. 천문도(병) No. 12와 13, 16은 오염이 심하여 색상을 확인하기 힘들며, No. 13과 16은 납, 규소, 마그네슘 등이 검출되어 연분과 활석 혼합안료에 미확인 안료를 혼합한 것으로 보이며, No. 12에서는 안료의 확인이 어렵다.
5. 고 찰
국립민속박물관 소장 신구법천문도 2점(천문도(병), 신구법천문도 8폭 병풍)과 일본 국회도서관 소장 신구법천문도 1점(황도남북양총성도)에 대한 채색 재료를 분석하였으며, 색상별 사용된 안료는 Table 4와 같다. 3점은 제작 시기가 다른 것으로 추정되며 일부 표현에서도 차이를 보이고 있다.
5.1. 채색 안료의 사용 시기 비교
천문도(병)에서는 조선에서 널리 사용되어온 석청(남동광), 청화(쪽), 석록(공작석), 하엽(아타카마이트), 주, 석간주(산화철), 연지(코치닐), 등황, 석자황, 연분, 활석 등과 같은 전통적인 유⋅무기질 안료들이 사용되었다. 같은 색상이라도 복수의 안료를 사용하여 채색하였는데, 녹색은 석록, 하엽(Oh et al., 2020), 청색은 석청, 청화, 적색은 주, 석간주, 연지, 황색은 등황, 석자황을 함께 사용하여 색상의 변화를 주었다.
신구법천문도 8폭 병풍과 황도남북양총성도의 안료 분석에서는 19세기 말 서양에서 유입된 합성안료가 청색과 녹색에서 검출되었다. 신구법천문도 8폭 병풍에서는 녹색에 합성 무기안료인 양록(에메랄드 그린), 청색에 합성 무기안료인 양청(울트라마린 블루)가 사용되었지만, 황도남북양총성도에서는 양록과 양록의 사용과 함께 전통적으로 사용되어온 하엽과 청화도 함께 사용되어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Table 5).
합성 울트라마린 블루는 1826년 프랑스의 Jean-Baptiste Guimet에 의해 발견된 안료로(CAMEO, 2020b), 조선에서는 석파산장 현판(1864년)(Moon, 2005), 복개당 일월도(1868년)(Oh, 2010) 등에서 사용이 확인되어, 개항 전 1860년대부터 울트라마린 블루가 채색에 사용되었다. 울트라마린 블루는 서양에서 들어온 청색안료라는 의미로 조선왕조실록에 양청(洋靑)으로 언급되고 있다(The Veritable Records of King Gojong, 1874).
에메랄드 그린은 구리-비소계 안료로 1800년경 발견되어 1814년 독일 Schweinfurt에서 처음 상업적으로 제조된 합성안료이다(CAMEO, 2020a). 이하응초상 와룡관학창의본(1869년)(Moon, 2010), 청룡사 지장시왕도(1874년)(Ro, 2017) 등 1860∼70년대부터 사용예가 보이며 이후 회화, 의궤, 단청 등에서 널리 사용되었다(Shin, 2007; OH et al., 2015). 서양에서 들어온 녹색 안료라는 의미에서 진찬의궤(進饌儀軌, 1877년)에서 처음 양록으로 불리었다(Shin, 2007). 이러한 사실로부터 양청과 양록의 사용은 신구법천문도 제작시기 추정에 하나의 기준이 될 수 있다.
천문도(병)은 조선시대 전통안료만으로 채색되었으며 18세기 중엽에 제작된 휘플과학역사박물관 소장 Korean Astronomical Screen의 도상과 도설이 서로 일치한다는 선행연구로 부터(National Folk Museum of Korea, 1995), 신구법천문도가 제작되기 시작한 18세기 중엽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신구법천문도 8폭 병풍과 황도남북양총성도는 청색과 녹색에 서양에서 유입된 합성 안료가 사용되어 19세기 중엽 이후에 제작되었다.
5.2. 신구법천문도 도상 비교
직접 천체망원경으로 관찰하고 그린 쾨글러의 황도총성도와는 달리 신구법천문도는 황도총성도를 모본으로 모사하였기에, 18세기 중엽 처음 제작된 신구법천문도로 추정되는 휘플과학역사박물관 Korean Astronomical Screen(Needham et al., 1986; Pegg, 2019)과 동일본인 천문도(병)은 모본과 비교해 표현에서 약간 차이를 보이며, 19세기 말로 내려올수록 신구법천문도 8폭 병풍과 황도남북양총성도는 표현에서의 차이가 커졌다.
칠정도에서 태양의 주연감광은 천문도(병)에서는 적색으로 얇게 표현된 반면 신구법천문도 8폭 병풍와 황도남북양총성도는 두껍게 표현되었다. 태음의 바다는 천문도(병)에서는 표현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신구법천문도 8폭 병풍과 황도남북양총성도에서는 바다를 표현하지 않았다. 그리고 세성의 색상은 천문도(병)는 옅은 청색, 황도남북양총성도는 진한 청색으로 채색하였지만, 신구법천문도 8폭 병풍는 백색으로 채색하였다. 또한 세성의 대기 띠는 천문도(병)에서는 가로로 한 개의 줄 표현되어 있지만, 신구법 천문도 8폭 병풍와 황도남북양총성도는 표현하지 않았다. 그리고 진성은 천문도(병)에는 위상이 표현되어 있지만, 신구법천문도 8폭 병풍와 황도남북양총성도에서는 표현되어 있지 않다(Table 5).
신법천문도인 황도남북양총성도의 절기 표현에서도 큰 차이를 보인다. 천문도(병), 황도남북양총성도, Korean Astronomical Screen, 국립중앙박물관 신구법천문도는 모두 원 밖을 향해 절기가 쓰여 있지만, 신구법천문도 8폭 병풍과 K 옥션 신구법천문도는 원 안쪽을 향해 절기가 쓰여 있다(Table 3, 분석 위치 No. 10). 그리고 천상열차분야도 황도십이궁십이국분야의 색상에서도 각 신구법천문도가 서로 조금씩 차이가 있으며, 신구법천문도 8폭 병풍은 다른 신구법천문도에 비해 색상 배치에서 차이가 크다(Table 4). 이러한 사실로부터 신구법천문도 8폭 병풍보다 황도남북양총성도의 제작 시기가 이른 것으로 추정된다.
6. 결 론
18세기 서양의 신법천문도 황도남북양총성도가 조선에 도입되면서 구법 천문인 천상열차분야지도와 함께 그린 신구법천문도 병풍이 18세기 중기 이후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현존하는 신구법천문도는 도설과 성도, 표현 기법에서의 차이를 보여 제작시기가 다른 것으로 추정된다. 그 중 국립민속박물관 소장 신구법천문도 2점(천문도 (병), 신구법천문도 8폭 병풍)과 일본 국회도서관 소장 황도남북양총성도채색 안료의 분석을 통한 제작시기 추정에 대해 다음과 같은 결론을 얻었다.
천문도(병)에서는 조선에서 널리 사용되어오던 석청(남동광), 청화(쪽), 석록(공작석), 하엽(아타카마이트), 주, 석간주(산화철), 연지(코치닐), 등황, 석자황, 연분, 활석 등과 같은 전통적인 유⋅무기질 안료들이 사용되었다.
신구법천문도 8폭 병풍과 황도남북양총성도에서는 청색과 녹색에서 19세기 중엽 이후 서양에서 도입된 무기질 합성안료인 양청(울트라마린 블루)와 양록(에메랄드 그린)이 사용되었다. 황도남북양총성도에서는 녹색에 양록과 하엽, 청색에 양청와 청화가 함께 사용되었지만, 신구법천문도 8폭 병풍에서는 녹색과 청색에 모두 서양의 합성안료가 사용되었다.
신구법천문도의 성도와 도설 연구와 안료 분석결과를 함게 고찰하여 제작시기를 추정한 결과, 조선시대 전통안료만으로 채색된 천문도(병)은 18세기 중엽 이후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며, 휘플과학역사박물관 소장 Korean Astronomical Screen과 동일본으로 18세기 중엽까지 제작시기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 신구법천문도 8폭 병풍과 황도남북양총성도는 청색과 녹색에 서양에서 유입된 합성안료가 사용되어 19세기 중엽 이후에 제작되었다. 그리고 신구법천문도 8폭 병풍은 신구법천문도 초기 제작본과 색상이나 도상에서 천문도(병)과 황도남북양총성도에 비해 점점 차이가 많아져, 전통안료와 서양의 합성안료가 함께 사용된 황도남북양총성도가 신구법천문도 8폭 병풍보다 이른 시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