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협옹주 출토 화장품(갈색 고체) 성분 분석 및 재현연구
Component Analysis and Reproduction of a Brown Solid Cosmetic Excavated from Tomb of Princess Hwahye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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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본 연구에서는 화협옹주 회곽함에서 출토된 화장품 중 갈색 고체 잔여물이 나타난 화장품을 중점으로 연구를 진행하였다. 이 화장품은 1752년 부장된 회곽함 안의 청화백자합에서 출토되었다. 국립고궁박물관에서는 유물분석과 문헌조사를 진행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출토화장품의 원재료와 제조법을 추정하여 크림 형태의 화장품재현을 시도하였다. 이후 출토품과 유사한 열화 양상을 확인하기 위하여 고온, 자외선, 이산화탄소 조건에서 열화를 시행하였다. 이에 따른 변화와 화장품으로써의 효과를 확인하고자 과학적 분석과 기능성 평가를 진행하였다. 유지류가 높은 비율로 혼합된 재현품에서는 고온열화가 진행됨에 따라 색차값이 약 32 차이가 나타났고, O-H 결합과 C=C 결합에서 화학적 변화가 발생하여 유지류 산화가 발생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자외선 열화를 통해서는 pH 값이 노출 시간에 따라 산성화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재현품의 기능성 평가로 진행한 차폐율은 현대 화장품의 차폐 기준치보다 낮게 나타났다.
Trans Abstract
This study focused on analyzing solid brown cosmetic residues that were excavated from the tomb of the Hwahyeop princess. The cosmetics had been buried in 1752 in Cheonghwa Baekja (small porcelain jars) within a Huigwakham (a stone box sealed with lime). A literature search and chemical analyses of the relics were conducted at the National Palace Museum of Korea. Based on the results of these analyses, raw materials and manufacturing methods for reproduction of the cosmetic were selected and then cream-form cosmetics were prepared. Ag ing tests using heat, ultraviolet (UV) radiation, and CO<sub>2</sub> were carried out to emulate the deterioration of the excavated cosmetics. Further chemical analyses and functionality tests were performed to evaluate changes from the tests and the effect as a cosmetic. As heat aging progressed, among the reproduced cosmetics, the one which has a high proposition of oil showed a color difference value of 32; the oxidation of oils involved chemical changes in O-H and C=C groups. As the cosmetic cream deteriorated under UV aging, the pH value became acidic. The result of the functional coverage test of the reproduced cosmetic cream was lower than the standard coverage ratio of modern cosmetics.
1. 서 론
2015년 경기도 남양주시 삼패동 화협옹주(和協翁主, 1733∼1752)묘의 회곽함에서 화장구들과 더불어 청화백 자합이 출토되었으며 내부에는 화장품으로 추정되는 물질이 발견되었다. 12건의 화장품 용기 중 9건에서 고체 및 액체상태의 물질이 확인되었으며 그중 갈색 색상의 고체 잔존물로는 유물번호 HC1, HC2, HC3, HC5, HC10, 이외에 백색분, 적색분이 확인되었다. 2017년부터 국립고궁 박물관에서는 화협옹주묘 출토유물에 대한 보존처리, 화장 용기에 관한 연구와 발견된 내용물에 대한 분석을 진행하였고, 조선 시대 문헌 자료와 당시 중국과 일본의 유사사례를 조사하여 천연재료를 수집하고 제조방법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였다. 이 과정에서 HC9, HC10, HC12의 재현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Chung, 2019; Kim, 2019).
이처럼 고대부터 신상을 단장하며 심미적, 사회적, 문화적, 종교적으로 이용되고 식물, 동물, 광물 등 천연재료로부터 제조되어 사용된 화장품은(Choi, 2003) 부장품이나 유적지에서 출토된다. 이때 화장품을 보관한 용기와 함께 화장품 잔존물이 열화가 진행된 형태로 용기 내부에 남아있기도 한다. 이와 유사한 연구로는 출토된 로마 시대 크림 유물을 분석하고 동물 유지류와 전분을 희석하여 재현한 연구가 있고(Evershd et al., 2004), 납, 구리 등 광물성 물질과 식물성 기름을 희석한 고대 이집트 눈화장 유물에 대한 문헌 조사와 원재료에 대한 독성평가를 진행한 연구가 있다(Hardy et al. 2006). 이 외에도 화장품 유물은 다양한 환경조건에서 열화된 상태로 출토되어 정밀한 분석연구뿐만 아니라 원재료와 제조방법에 관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Rinechini et al., 2011; Lee et al., 2020).
본 연구에서는 2017년부터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진행한 화협옹주묘 출토유물 중 화장품 용기에서 발견된 갈색 고체 잔존물에 대한 분석연구를 바탕으로 원재료를 추정하여 화장품 유물 HC10을 재현하였다. 또한 재현품에 고온, 자외선, 이산화탄소 가속 열화 실험을 시행하여 실제 유물에서 나타났을 열화 양상을 파악하고자 열화를 통해 나타나는 특성과 이화학적 구조변화를 분석하고 재현품과 현대 화장품의 기능성을 비교하였다.
2. 연구방법
2.1. 출토화장품 분석
출토화장품 HC10이 보관된 하나의 화장품 용기 안에서는 흑색, 은백색 금속 조각, 갈색 고체 등 다양한 색상과 형태를 띠는 내용물이 보관되어 있었다(Figure 1). 또한, 열화가 많이 진행되어 이전 내용물의 정확한 형태를 확인할 수 없었다. 이에 내용물의 상태에 따라 무기물 분석은 X선 형광분석기(M4 Tornado, DER), X선 회절분석기(EMPYREAN, PANalytical Co., NED)를 이용하여 40 kV/40 mA, 5°∼80° 2-theta 구간에서 0.02° 2-theta, 400 sec의 조건으로 분석하였다. 유기물 분석은 ATR이 부착된 적외선 분광분석기(iS5, Thermo Scientific, USA)를 resolution 4 cm-1, scan range 4,000∼500 cm-1, sample scan number 32 scan 조건으로 분석을 시행하였다(National Cultural Properties Research Institute, 2017; Kim, 2019).
2.2. 출토화장품 재현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밀랍, 유지류, 연백, 활석을 갈색 고체 재현품 제작 원료로 선정하였다. 선행된 과학적 분석을 통해서는 유지류 종류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워, 「규합총서(閨閤叢書)」, 「여용국전(女容國傳)」, 「향약집성방(鄕藥集成方)」등 조선시대 화장품 재료 및 제법에 관한 문헌자료를 참고하여 검은깨유, 현미유, 호호바유, 동백유, 피마자유 등의 유지류(천연오일, 박채연네이처연구소, KOR) 5종을 선정하여 재현품을 제작하였다. 그 중 피마자유와 동백유를 사용한 재현품은 백색을 띠었고 검은깨유, 현미유, 호호바유를 사용한 재현품은 황색을 띠었다. 출토화장품 HC10에 연백을 사용하였다는 가정에 따라 HC10이 백색을 띠는 화장품이라고 추정하여 최종적으로 재현품에는 피마자유와 동백유를 선정하여 사용하였다. 또한, HC10 출토품의 점성 정도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워, 밀랍의 경우 첨가 함량이 높을수록 제형을 단단하게 만든다는 특징을 참고하여 6 g, 1.2 g 비율로 세분화하여 본 연구의 분석 및 열화 시편으로 사용하였다(Table 2). 재현품의 제조방법은 선정된 유지류를 교반조건 300 rpm, 60 ± 5℃에서 가열하고 계량된 연백(고급연백, ㈜가일전통안료, KOR)과 활석(KC-3000, 코츠캠, KOR)을 혼합하는 순서로 이루어졌다. 이후 고체상태의 밀랍(천연밀랍, 벌이랑꿀이랑, KOR)을 60 ± 5℃에서 가열하여 액체상태로 용해한 뒤 유지류 혼합물에 첨가하여 약 1분간 교반하였다. 모든 제작과정에서 온도는 60 ± 5℃를 유지하였다(Table 3).
2.3. 재현 화장품의 인공열화
2.3.1. 고온 조건
화협옹주묘의 화장구들이 회곽함에서 출토됨에 따라 회곽 형성 시 약 101∼130.8℃ 이상의 고온 발생 후 온도가 100℃ 이상 75∼156.7분 동안 유지된다는 연구를 참고하여(Seoul National University Industrial-Academic Cooperation Group, 2011), 출토 화장구는 상대적으로 높은 온도에 상당 기간 노출되었을 것이다. 또한, 이러한 노출 환경이 밀랍과 유지분으로 제조되었을 갈색 고체 출토품의 분리 층 발생 요인으로 추정하였고 밀랍의 녹는점이 60℃라는 것을 참고하여 본 연구에서는 재현품의 고온 열화 온도를 60℃(WOF-155, Daiha scientific, KOR)로 설정하였다. 실험 시편은 슬라이드글라스에 세로 40 mm, 가로 20 mm로 필름 어플리케이터(YBA 2, Yoshimitsu, JPN)를 이용하여 일정한 넓이와 두께로 도포하였다. 672시간 동안 열화를 진행하였고 168시간 간격으로 시료 일부를 채취하여 분석을 수행하였다.
2.3.2. 매장환경 조건
토양은 지구생태계를 위해 이산화탄소를 축적한다. 국내에서는 토양의 이산화탄소 농도를 측정하는 연구가 발달하고 있지만(Lee et al., 2010), 매장환경의 토양 대기, 이산화탄소 농도 측정에 관한 연구는 미비하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매장환경 대기 중에 이산화탄소가 존재하였을 것으로 가정하였지만, 이산화탄소의 정확한 농도는 판단하기 어려워 데시게이터 내부를 진공으로 설정한 후 이산화탄소 가스(760 mmHG)를 주입하는 조건으로 설정하였다. 추가적으로 온도조건 24 ± 2℃, 황산칼륨포화용액을 이용하여 상대습도 95 ± 2%로 유지하여 본 연구를 진행하였다. 실험은 672시간 동안 열화를 진행하였고 168시간 간격으로 시료 일부를 채취하여 분석을 수행하였다(Lee et al., 2020).
2.3.3. 자외선 조건
자외선 조사 장치는 자체 제작한 길이 500 mm, 폭 300 mm, 높이 300 mm의 아크릴 상자에 315 nm∼400 nm의 자외선을 방사하는 UV lamp (자외선 경화용 램프, Sankyo, UVA)를 장착하여 제조하였다. 시료는 자외선 램프(6W, 4개)로 부터 약 25 cm 거리에 위치시켰으며, 자외선 이외의 조건은 인위적으로 조절하지 않았다. 온⋅습도는 따로 조절하지 않았으나, 실험 기간 동안 모니터링한 결과 온도 20 ± 2℃, 상대습도 40 ± 10%의 조건에서 유지되었다. 슬라이드글라스에 세로 40 mm, 가로 20 mm로 일정한 넓이와 두께로 도포한 시편을 사용하여 1,512시간 동안 열화를 진행하였고 168시간 간격으로 시료 일부를 채취하여 분석을 수행하였다.
2.4. 재현 화장품 분석
2.4.1. 특성분석
재현품의 열화를 통해 나타나는 색 변화와 화학적 특성 변화를 확인하고자 하였다. 이산화탄소 조건과 자외선 인공 열화의 색도평가는 분광측색계(Coloramte, Scinco, KOR)를 사용하여 측정하였다. 고온 열화 시료의 경우, 슬라이드글라스를 이용하여 색상을 측정하는데 한계가 있어 색상 제어 패치(Color control patch, TIFFEN, USA)와 디지털카메라(100D, Canon, JPN)를 이용하여 촬영하고 Photoshop CS6 program을 이용하여 보정작업을 했다. 이후 스포이드 기능을 사용하여 L*a*b* 측정값을 비교하였다. 열화 전 재현품과 열화 후 재현품의 색도 차는 아래 L*a*b* 수식에 따라 색차를 산출하였다.
재현품의 pH 변화는 pH 미터기(Orion Versastar, Thermo Scentific, USA)를 이용하여 측정하였다. pH는 증류수(distilled water) 10 mL에 재현품을 침적시켜 약 24시간 동안 용출시킨 용액을 채취하여 분석을 진행하였다.
2.4.2. 적외선분광분석
화학적 분자구조 변화를 확인하고자 ATR이 부착된 적외선분광분석기(Alpha, Brucker Optics, GER)을 이용하였고 실험 조건은 resolution 4 cm-1, scan range 4,000∼600 cm-1, sample scan number 24 조건에서 분석을 진행하였다. 이후 열화 시간에 따라 변화되는 C-O (ester group) 결합을 확인하고자 I1119/1097을 이용하여 흡광도의 Identity ratio를 파악하였다(Han et al., 2020).
2.4.3. 재현 화장품 기능성 평가
이번 연구의 재현품에 연백이 함유됨에 따라 기능성 평가로 메이크업 기능 중 주요 속성인 발색력(커버력)인 차폐율을 중점으로 평가를 진행하였다. 현대 화장품의 파운데이션 역할로 사용하였을 것으로 가정하여 연백 비율이 높은 재현품 4종 LC3, LCJ3, DC3, DCJ3과 L사 파운데이션 2종의 차폐율을 비교하였다. 평가 전, 불균한 혼합상태인 재현품은 삼단롤을 이용하여 2회 milling 작업으로 분산 혼합하였다. 흑백면이 인쇄되고 침투성이 낮은 재질의 측정지 한쪽 끝에 재현품을 일정량 올리고 필름 어플리케이터를 이용하여 60 ㎛로 필름 막을 형성시키고 상온에서 30분간 건조하였다. 이후 색차계(MINOLTA, CR-300, USA)를 이용하여 백면과 흑면의 L* (명도) 값을 측정하고 차폐율을 비교하였다.
3. 연구결과 및 고찰
3.1. 출토화장품 분석
출토화장품 HC10은 열화가 진행되어 정확한 성분 분석에는 한계가 있었지만, X선 회절 분석으로 C-H, Ce, Q, Sn, Pb 성분을 확인하여 일부 유기물, 백연석, 석영, 주석, 납 등의 광물질 성분을 확인할 수 있었다(Figure 2). 출토 화장품 HC10의 화장품 용기 안에 흑색, 은백색 금속 조각, 갈색 고체의 내용물이 보관되어 적외선 분광분석기를 통해 흑색, 은백색 금속 조각, 갈색 고체를 각각 분석하였다. 갈색고체 부분을 분석한 Figure 3에서는 3500 cm-1 구간에서 aliphatic C-H stretching vibration peak를 확인할 수 있었으며, 2900 cm-1 구간에서는 asymmetric, 2800 cm-1 구간에서는 symmetric을 특징적으로 확인할 수 있어, 밀랍에서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피크값을 확인할 수 있었다(National Cultural Properties Research Institute, 2017).
이 외에 흑색, 은백색 금속 조각을 분석한 결과, 갈색고체에서 확인된 C-H 결합의 흡광도는 낮게 나타났고, 1382 cm-1, 1051 cm-1, 838 cm-1, 677 cm-1 이 특징적으로 나타났다(Figure 4). 이를 통해 출토화장품 HC10은 유기화합물과 광물질 성분의 혼합으로 제조된 형태인 것을 추측할 수 있었다(Kim, 2019).
3.2. 재현 화장품 특성분석
육안으로 관찰하였을 때 고온환경에서 열화를 진행한 시편에서 가장 큰 색 변화가 관찰되었고 단면을 관찰하였을 때 분리 층이 발생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열화 시편 중 연백 함량이 높은 LC3, LCJ3, DC3, DCJ3의 고온 시편에서는 672시간 열화 후, 거친 입자가 나타나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자외선 열화에서는 미비한 색 변화가 관찰되었고 이산화탄소 열화 시편에서는 눈에 띄는 변화는 관찰되지 않았다(Table 4). 0시간(대조군), 336시간의 고온 및 자외선 열화, 연백 함량이 높은 LC3, LCJ3, DC3, DCJ3 재현품의 L*, a*, b* 색도 변화를 비교한 결과, 고온 열화에서 L*값 약 30, b*값 약 10이 증가하였다. 밀랍 비율이 적은 LC1은 밀랍 함량이 높은 DC1 재현품 대비 색차값이 약 32가 높았다. 연백 비율이 높은 DC3 재현품은 연백 비율이 낮은 DC1 재현품 대비 색차가 약 35 차이가 나타났다(Table 5). 추가적으로 미비한 색 변화가 관찰되었던 자외선 열화 시편을 대상으로 pH를 측정한 결과, 모든 시편에서 약 pH 2∼3 이 낮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Figure 5).
3.3. 재현 화장품 적외선 분광분석
가속 열화 조건에 따라 대상 시료의 열화 특성을 파악하기 위해 적외선 분광분석을 실시한 결과, 피마자유와 동백유 원재료의 피크값 사이에서는 큰 차이가 없었으나 원재료만을 비교하였을 때 피마자유에서만 1219 cm-1, 1266 cm-1, C-O 결합의 1042 cm-1가 추가적으로 확인되었다(Figure 6).
대조군과 이산화탄소 열화를 진행한 시료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시료에서 C-H stretching of aliphatic 이 나타나는 3012 cm-1 피크값이 낮아지고 970 cm-1 부근에서 약한 피크 값이 생성되는 것이 확인되었다. 이 구간과 유사하게 유지류와 연백을 혼합하여 건조 또는 가열시키는 과정에서 3008~3011 cm-1 피크값이 감소함으로써 C-H non-conjugated cis double bond가 non-conjugated trans double bond로 변형된 것을 의미하며, 970 cm-1 부근에서는 약한 피크 값이 생성됨으로써 conjugated trans double band로 변형된다는 연구들이 보고되었다(Berg, 2002; De Viguerie et al., 2016; Meilunas et al., 1990; Rohman et al., 2013). 이에 식물성 기름이었던 피마자유와 동백유가 고온열화와 자외선 열화를 통해 Lipid 분자의 화학적 변화로 유지류 열화가 발생하였을 것으로 사료된다.
밀랍의 희석비율이 낮은 LC1 재현품에서는 cis-CH= CH out of plane bending이 나타나는 구간 722∼725 cm-1에서 흡광도 값이 낮아지는 것을 확인하였다(Figure 7). 열화된 밀랍지에 대한 선행연구의 적외선 분광분석 결과에서는 특징적으로 밀랍의 열화를 판단할 수 없다는 결과가 있었다(Lattuati-Derieux et al., 2009). 또한 725 cm-1 구간의 흡광도가 유지류 산화에 따라 낮아진다는 결과를 통해서(Rohman et al., 2013), 722∼725 cm-1 구간에서는 밀랍의 열화가 나타났다고 판단하기보다는 혼합된 유지류가 산화되어 변화가 나타난 것으로 사료된다.
연백의 함량이 높았던 재현품에서 이산화탄소 열화를 제외한 고온열화와 자외선 열화에서는 O-H이 존재하는 3532 cm-1 의 피크값이 낮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와 유사한 연구로 유지류와 연백을 60℃로 가열하여 혼합하였을때 3500∼3340 cm-1 구간에서 O-H 피크값이 생성되었다가 건조시키는 시간이 길어짐에 따라 피크값이 낮아져 수소가 점차 제거되는 현상이 나타난다는 연구를 통해(De Viguerie et al., 2016), 이 구간에서는 산화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판단된다.
연백과 유지류를 희석시킨 안료에서는 1460∼1000 cm-1 흡광도 값이 전체적으로 높게 나타나는데, 전시환경에 노출되는 시간에 따라 이 구간의 흡광도 값이 낮아진다는 연구가 있다(Weerd et al., 2005). 연백 함유량이 높은 DC3, DCJ3 재현품에서는 1500∼1300 cm-1 흡광도 값이 전체적으로 높아졌다. 자외선 열화를 진행한 후 이 구간의 흡광도 값이 전체적으로 낮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에 자외선 노출에 따라 연백에서 화학적 변화가 발생한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DCJ3의 모든 열화 조건에서 연백의 특징적인 피크값 1393 cm-1 과 680 cm-1의 흡광도 값이 낮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Figure 8).
피마자유를 희석하여 제조하고 고온에서 열화시킨 재현품의 1533 cm-1 파장대에서는 약한 피크값이지만 새로운 피크값이 생성되었다. 예부터 서양의 화가들은 유지류와 연백을 희석하여 회화작품에 이용하였는데, 현대에 접어들어 빛, 온도 등에 오랜시간 동안 노출된 기본연백 2PbCO3⋅Pb(OH)2과 유지류가 반응하여 납 비누(Lead soap)가 발생하고 회화작품에 들뜸, 일어남 등의 손상이 발생하였다(De Viguerie et al., 2016). 이는 본 연구의 재현품에 사용된 원재료와 유사한 재료를 사용하였고 새로운 피크값이 나타난 구간이 유사하여 유사한 화학반응이 나타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납과 유지류가 열화됨에 따라 lead carboxylate 작용이 발생하였을 것으로 판단된다.
추가적으로 노출시간이 길어짐에 따라 유지류 피크값이 명백하게 대비되면서 변화하는 흡광도 C-O (ester group) 결합 1119 cm-1과 1097 cm-1값의 비율을 계산한 결과, 336 시간 동안 고온열화를 진행한 값에서 모두 0.90 이하의 값으로 낮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Figure 9). C-O 결합 작용의 비율을 비교한 선행연구에서는 동백유에 함유된 불순물 정도를 분석하기 위해 본 연구와 같은 계산 식을 사용하였고 불순물이 유지류에 많이 함유될수록 흡광도 I1119/I1096 비율이 낮아져 평균적으로 1.0 이하로 나타났다(Han et al., 2020). 이번 연구에서는 열화시킨 모든 재현품에서 1.0 이하의 값이 나타나 열화됨에 따라 유지류에 불순물이 증가하였다는 것을 판단할 수 있었다. 이외에 이번 연구에서는 유지류의 열화 시간에 따라서 변화 정도를 비교하여 뚜렷한 결과값이 나타나 유지류의 열화 정도를 상대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
3.4. 재현 화장품 기능성 평가
본 연구 재현품의 기능성 평가로 진행한 차폐율은 LC3 73.7%, LCJ3 58.8%, DC3 77.5%, DCJ3 77.9%로 나타났다. L사의 파운데이션 중 낮은 차폐율 제품은 평균적으로 87.0%, 높은 차폐율 제품은 99.1%이다. 이를 통해 재현품의 차폐율이 현대 화장품의 차폐율에 충족하지 못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4. 결 론
화협옹주묘에서 출토된 화장품을 분석한 선행연구 결과를 통해 이번 연구에서는 화장품을 재현하고 다양한 열화조건에 노출시킴으로써 나타나는 변화양상을 확인하였다.
이번 재현연구를 통해 고온 열화를 시행한 재현품 중 연백의 함량이 높고 유지류 함량이 높았던 재현품 LC3, LCJ3의 색차 변화가 약 32, DC3, DCJ3의 색차 변화가 약 38로 높은 색 변화가 발생하였다. 이를 통해 갈색고체 색상을 띠는 HC10 출토유물과 유사하게 색상이 변화할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연구실험 이후, 일부 재현품은 실온(20℃, 49%) 데시게이터에서 약 300일 이상 보관하였다. 보관되었던 모든 재현품은 건조가 완전히 이루어져 크림형이었던 제형은 고체로 변화하였다. 비록 완벽하게 출토화장품 유물을 재현하지는 못했지만, 재현품의 열화산물을 통해 유물의 형태 변화를 추정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성능평가 결과, 제조된 재현품의 기능이 현대 파운데이션 대비 차폐율이 낮았다. 자외선으로 열화시킨 재현품에서 색 변화는 미비하였지만, 화학적 반응을 통해 성분이 변화하고 혼합된 유지의 산화 현상이 발생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번 연구결과를 통하여 자외선으로 인해 잔존물의 화학적 변화 가능성을 확인하였으므로 출토화장품 및 잔존물에 대해 출토 후 보존에서의 자외선 환경 노출에 유의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
본 연구가 향후 화협옹주묘 출토화장품의 재현⋅복원 및 조선시대 여인들의 생활사 복원의 선행 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Acknowledgements
본 연구는 2018년 국립고궁박물간 화엽옹주묘 출토화장품 분석 및 재현연구 학술용역의 일환으로 수행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