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나전국화넝쿨무늬합의 제작기법 연구
A Study on the Manufacturing Technique of Goryeo Lacquered B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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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X-선을 이용한 비파괴 조사와, 현미경 조사를 통해 고려 나전국화넝쿨무늬합(고려나전합)의 구조와 제작기법을 확인하고, 보존상태를 파악하였다. 조사결과, 고려 나전국화넝쿨무늬합은 침엽수재를 바탕재료로 사용하였으며, 목재 위에는 직물을 바른 뒤에 옻칠을 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합의 구조는 판재를 반화형으로 가공한 뒤에 측면에 목재를 덧붙여서 제작하였고, 측벽으로 사용한 부재는 일정한 간격으로 칼집을 내어서 곡선형으로 가공하기 용이하게 만든 것으로 확인되었다. 나전의 가공은 주름질을 사용하였으며, 대모장식에는 복채기법이 사용되었다. 금속선은 단선과 착선이 사용되었다.
Trans Abstract
In this paper, we present a nondestructive analysis using X-ray and microscopic investigation to detect the structure, manufacturing technique and preservation status of the Goryeo lacquered box Inlaid with Mother-of-pearl Chrysanthemum and Scroll Design (Goryeo Lacquered Box). We confirm that the Goryeo Lacquered Box consists of the soft wood as the basic material. The soft wood was coated with textile and then lacquered. The box structure of the Goryeo Lacquered Box was formed of wooden boards with wood plants added to the side, after processing into a trefoil-shaped. The wooden sides of the Goryeo Lacquered Box were cut at regular intervals for easier processing into a curved shape. Moter-of-pearl, tortoiseshell, and metal wire were used to decorate the surface. mother-of pearl was the cutting processing, and tortoiseshell was used for back coloring. The metal line was constructed using one line and twist line.
1. 서 론
나전칠기(螺鈿漆器)란 칠기의 표면에 자개를 이용하여 장식한 칠기를 말한다. 나전기법은 중국의 당대(唐代)에 성행했으며, 그것이 한국과 일본에 전해졌을 것으로 보고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이른 시기의 칠기는 B.C 3C 유적인 충남 아성리에서 발견된 칠편이며, 창원 다호리에서도 다수의 칠기가 출토되어 오래전부터 칠공예가 성행하였음을 알 수 있다(Gimhae National Museum, 2019). 나전 기법이 본격적으로 활성화되고 융성한 시기는 고려시대인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11C 고려 문종 때 나전기를 선물로 보냈다는 기록 등을 통해서도 확인 할 수 있다(Kwon, 2007). 특히 고려나전칠기는 나전을 세밀하게 가공하여 회화적인 표현을 하고, 대모(玳瑁)와 금속선을 사용하여 장식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장식기법은 조선후기로 갈수록 쇠퇴하게 되는데, 조선의 나전칠기는 나전의 문양이 커지고, 칠의 두께도 매우 얇아진다. 그래서 현재까지 고려나전칠기가 칠공예 역사상 최고의 정수로 여겨지고 있다.
현존하는 고려나전칠기는 전 세계적으로 단 20여점 인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국내에 온전한 상태로 존재하는 것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나전대모칠국화넝쿨무늬불자와 고려나전경함(국보 제1975호) 등 단 2점뿐이었다. 그러나 2019년 문화재청의 노력으로 고려 나전국화넝쿨무늬합이 한국으로 환수되면서 국내에서 소장하고 있는 고려나전칠기가 추가되었다. 이번에 환수된 고려 나전국화넝쿨무늬합과 동일한 반화형 형태의 고려나전칠기는 전 세계에 3점뿐이었으며, 이 중 하나가 국내로 환수된 것이다.
국립문화재연구소 문화재보존과학센터에서는 2019년 문화재청에서 환수한 고려 나전국화넝쿨무늬합(이하 고려나전합)을 과학적인 방법으로 조사하여 제작기법과 보존상태를 확인하였다.
2. 연구대상 및 방법
2.1. 연구대상
연구대상은 2019년에 국내로 환수한 고려 나전국화넝쿨무늬합(이하 고려나전합) 1점이다(Figure 1A∼C), (Yonhap news agency, 2020). 이 고려나전합의 형태는 반화형(半花形)이고, 모자합(母子合)의 자합(子合)에 해당되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모자합이란 하나의 큰 합속에 작은 크기의 합이 여러개 들어가 있는 형태를 말한다(Figure 1D). 크기는 100 × 60 × 42 mm이며, 뚜껑과 몸체로 구성되어 있다. 뚜껑 천판의 모서리는 경사지도록 만들었고, 몸체에는 반턱을 만들어서 뚜껑과 결합 되도록 하였다. 표면에는 국화넝쿨문과 연주문(連珠文)이 연속적으로 장식되어 있다. 특히 뚜껑 천판의 중앙에는 꽃잎이 6개인 보상화문(寶相華文)이 장식되어 있고, 경사진 부분에는 톱늬형의 연주문이 장식되어 있어 화려함을 더하고 있다. 국화넝쿨문의 줄기와 각 문양의 경계선, 합의 모서리 부분에는 금속선을 감입하여 장식성을 높였다.
2.2. 연구방법
나전칠기합의 제작기법과 구조, 보존상태를 파악하기 위하여 육안으로 관찰하여 기록하고 사진촬영(Mark Ⅲ, Canon, JPN)하였다. 정교하게 가공된 나전과 대모 등은 현미경(Leica, DVM6, DEU)을 통해서 확대 관찰하고 사진촬영하였다. 또한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던 내부구조와 제작기법을 확인하기 위하여 X-선 투과조사(Softex, M-150, JPN)를 실시하고, 디지털 엑스레이 영상촬영(X-ray Computed Radiography, CR)과 소프트웨어(General Electric, Rhythm RT&Rhythm Review, DEU)를 사용해서 이미지를 확인하였다. 또한 X-선 단층촬영을(SEC, X-eye 7000PCT, KOR) 하여 내부 구조를 면밀하게 관찰하였다.
3. 연구 결과
X-선 투과조사를 통해서 고려나전합의 바탕재료와 구조, 육안으로 관찰되지 않는 결손부 등을 파악할 수 있었다(Figure 2). 또한 현미경조사를 통해서 장식 재료의 가공 흔적 등을 확인 할 수 있었다.
3.1. 바탕재료 및 구조
3.1.1. 바탕재료
X-선 투과조사 결과, 나전합의 바닥판과 천판에서 공통적으로 일정한 간격을 갖는 평행한 무늬가 확인되었다(Figure 3A, 3B). Figure 3A, 3B에서 보이는 붉은색 평행선과 화살표를 자세히 관찰하면, 평행한 선들이 규칙적으로 배열되어 있는 것이 보인다. 이러한 무늬는 목재를 정목 방향으로 제재했을 때 나타나는 목리(木理)와 유사하다. 목리란 목재를 구성하고 있는 세포가 재면에 나타난 상태를 의미한다(Kwon et al., 2019). 연륜이 뚜렷하고 간격이 일정한 목재를 정목판으로 제재하게 되면, 일정한 간격으로 평행한 목리가 나타나게 된다. 특히 이런 형태의 목리는 전나무와 같이 연륜의 폭이 좁게 생성되는 침엽수재에서 쉽게 관찰 할 수 있다(Figure 3C). 침엽수재는 활엽수재에 비하여 목재를 구성하고 있는 세포의 종류가 적고, 방사조직이 육안으로 잘 드러나지 않아 표면에 연륜이 뚜렷하게 관찰된다. 또한 칠표면이 박락된 부분에서 드러나는 바탕재료의 색상은 목재의 재면의 색상과 유사하다. 이를 통해 고려나전합의 바탕재료로 칩엽수재를 사용한 것을 알 수 있었다.
또한 평행한 목리 이외에도 직각으로 교차되어 있는 무늬를 관찰 할 수 있었다(Figure 4). 이 교차무늬는 전체적으로 간격이 일정하였으며, 뚜껑과 몸체 모두에서 확인 할 수 있었다. 이러한 교차무늬는 실의 경사와 위사 배열에 따라 나타나는 직물의 직조문과 일치한다. 이 교차무늬는 연속적으로 나타났으며, 일부에서는 교차무늬가 자연스럽게 휘어져 있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 이렇게 휘어진 형태는 목재 위에 직물을 붙이는 과정에서 장력이 발생하여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직조문은 CT를 이용한 3차원 이미지에서 더욱 명확하게 관찰되었다(Figure 5A). 이를 통해 목재 위에는 직물을 바르고, 그 위에 칠을 한 것을 알 수 있었다. 고려나전합을 구성하고 있는 목재와 직물의 구조 모식도는 Figure 5B와 같다. 실제로 현대의 나전칠기의 제작과정에서는 목재 위에 삼베, 무명, 모시 등을 발라서 목재의 수축과 변형을 방지하고 내구성을 높이고 있다. 또한 뚜껑과 몸체의 중앙 내부에서 금속편이 존재하는 것이 보였다(Figure 6-화살표). 이 부분은 육안으로는 관찰되지 않으며, 촉감으로도 느껴지지 않지만 X-선 투과조사를 통해서 확인 할 수 있었다. 이러한 금속은 일본 케이슌인(桂春院)에서 소장하고 있는 고려나전합의 조사과정에서도 관찰된 바가 있다(Kyuhai, 2010). 그러나 아직까지 이 금속편의 역할이나 용도는 밝혀진 바가 없으며, 향후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
3.1.2. 구조 및 형태
X-선 조사를 통해서 뚜껑과 몸체의 판재와 측벽 사이에 검정색으로 보이는 공간이 있는 것을 확인하였다. 이는 바닥판과 측벽사이에 미세한 빈공간이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를 통해 고려나전합은 목재를 일체형으로 가공하지 않고 각각의 부재를 접합하여 제작한 것임을 알 수 있었다. 뚜껑과 몸체의 구조방식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었으며, 나무못과 같은 결구 재료가 사용된 흔적은 관찰되지 않았다.
먼저 뚜껑의 구조를 자세히 살펴본 결과 천판과 측벽 사이에 검정색으로 보이는 빈공간이 한개 있었다(Figure 7). 이러한 빈공간은 X-선 단층촬영 및 CR조사 결과에서도 확인 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뚜껑은 천판과 경사진 모서리 부분을 일체형으로 가공한 뒤에 측면에 1개의 부재를 붙여서 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몸체의 X-선 투과 사진을 자세히 살펴보면, 수평하게 나타나는 목리가 바닥판 전체에 나타나지 않는다(Figure 8A-적색선). 또한 목리가 끝나는 부분의 바로 옆으로 검정색으로 보이는 빈공간이 2개인 것으로 확인되었다(Figure 8B-화살표). 이것은 반화형으로 가공한 바닥판의 옆면에 3개의 부재가 붙어있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다. 몸체는 뚜껑과 결합하기 위한 반턱이 존재하기 때문에, 뚜껑보다 더 많은 부재가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총 3개의 부재 중 1개는 최외곽에 있는 측벽부재이며, 측벽의 안쪽에 존재하는 2개의 부재는 반턱을 만들기 위한 부재이다. X-선 CT로 몸체의 측면을 조사한 결과를 살펴보면 바닥판과 안쪽의 반턱부재 사이에 작은 빈공간이 존재하는 것을 알 수 있다(Figure 9A). 이는 안쪽에 있는 반턱부재의 길이가 짧아 끝부분이 바닥판에 완전히 닿지 않고 끼워져 있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다. 이러한 빈공간의 존재는 CT에서 측정한 복셀(voxel)값의 비교 결과에서도 확인 할 수 있었다(Figure 9B). 복셀(voxel)은 체적 요소이며, 3차원 공간에서 정규 격자 단위의 값을 나타낸다.
동일 선상에 위치한 바닥판, 빈공간, 측벽의 복셀값을 측정한 결과, 바닥판과 측벽에서 나타나는 복셀값은 30111로 같았으며, 빈공간의 복셀값은 28340으로 분명하게 차이가 났다. 이러한 결과를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예상한 고려나전합의 구조는 Figure 10B와 같다. Figure 10B에서 측벽 부재는 초록색으로, 반턱 부재는 하늘색으로 구별하여 표시하였다.
또한 측면에 사용된 부재들 중 만곡이 심한 부분을 자세히 관찰하면 일정한 간격으로 각이 져 있는 것이 보인다(Figure 11A). 이러한 형태는 특히 양쪽의 곡선면에서 두드러지게 관찰된다. 이는 일자형태의 목재를 쉽게 구부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일정한 간격으로 칼집을 낸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이러한 결과를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곡선가공법을 추정한 결과는 Figure11B와 같다.
3.2. 표면 장식재료 및 제작기법
고려나전합에는 나전과 대모, 금속선이 표면의 장식재료로 사용되었다.
3.2.1. 나전
나전이란 나선형의 껍질을 가지는 패류를 가리키는 동시에 장식에 쓰이는 각종 패류를 총칭한다(NRICH, 2006). 나전은 주로 국화의 꽃잎, 넝쿨문의 이파리와 연주문에 사용되었다(Figure 12A, 12C). 나전의 색상을 자세히 관찰해보면 주로 청색빛과 붉은빛을 많이 띠는 편이었다. 나전칠기에 주로 사용되는 패각류에는 전복류, 소라류, 진주패류 등이 있으며, 이들 패각은 종류와 주산지에 따라서 색상과 두께가 조금씩 차이가 난다. 이 중 전복류에 속하는 패각들이 대체적으로 푸른빛과 붉은빛을 띤다. 전복류는 전 세계에 약 90여 종이 있으며, 한국에서 서식하는 전복류는 대개 은은한 청색을 띠는 편이다. 특히 한국의 남해 연안에서 서식하는 전복패류는 푸르고 붉은 색상이 강한편이다(Kwon, 2007).
현미경을 통해서 나전의 가공 흔적을 관찰한 결과, 꽃잎과 넝쿨문의 외곽선이 매우 불균일한 상태이었다(Figure 12B). 이를 통해서 나전은 주름질법으로 가공하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주름질은 나전의 가공방법 중 하나이며, 나전을 계획된 문양대로 오려내는 가공방법을 말한다(Kwon, 2007). 현대에는 실톱을 이용하여 나전을 오리는 방법이 사용되지만, 실톱이 개발되기 이전에는 자개를 식초 등에 가열시켜 유연한 상태로 만든 뒤에 바늘이나 송곳 같은 뾰족한 도구로 일정한 간격으로 구멍을 뚫은 뒤에 오려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Kwon, 2007).
3.2.2. 대모
대모는 바다거북의 등껍질을 얇게 연마한 재료를 말한다. 대모는 뚜껑의 보상화문과, 국화넝쿨문의 꽃술, 뚜껑의 톱니형 연주문 사이의 ‘ㅅ’형 장식문에 사용되었다(Figure 13).
특히 국화의 꽃술부분에 사용된 대모에는 적색과 노란색으로 채색이 되어 있었고, 보상화문에서는 적색안료가 사용된 흔적을 관찰 할 수 있었다(Figure 13A-화살표). 이처럼 대모의 뒷면에 채색하는 기법을 ‘대모복채법(玳瑁伏彩法)’이라고 한다. 얇게 가공한 대모는 투명성이 높아 뒷면에 안료를 채색하면, 앞면에서 색상이 그대로 나타나게 된다. 이러한 복채기법은 당대(唐代) 나전에서 적지 않게 발견되며, 고려나전칠기에서도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Kwon, 2007).
X-선 투과사진에서 적색으로 복채(伏彩)된 대모장식은 주변보다 투과성이 낮아 흰색으로 나타났다. 또한 대모가 나전에 비하여 X-선에 대한 투과성이 높은 것으로 확인되었다(Figure 14).
3.2.3. 금속선
칠기의 표면에 금속선을 갑입하여 장식하는 것은 고려시대 나전칠기에서 나타나는 특색 중 하나이다. 금속선의 재료는 은, 구리, 황동 등 일정하지 않으며, 형태는 철사 모양의 단선과 두 줄의 단선을 새끼줄 모양으로 꼬은 착선(縒線)의 두 형식으로 나눌 수 있다(Kown, 2007).
고려나전합에서 관찰되는 금속선의 형태는 단선과 착선 두 가지이다. 단선은 주로 국화넝쿨무늬의 줄기에 사용되었고(Figure 15A-화살표), 뚜껑 보상화문의 외곽선과, 연주문의 경계부에도 사용되었다. 착선은 대부분 모서리 부분에 사용되었다(Figure 15B-화살표). 특히 천판의 모서리 부분에는 착선을 이중으로 사용하여 장식효과를 더 높였다(Figure 15A-삼각형).
뚜껑에 사용된 금속선 중 국화넝쿨문 및 보상화문에 사용된 단선을 제외하고, 나머지 것들은 공통적으로 우측의 상단부에서 끝부분을 확인하였다(Figure 16A). 이를 통해서 1개의 금속선을 반화형으로 구부려서 목재 표면에 감입한 것을 알 수 있었다. 몸체에 감입된 금속선 중 상단에 감입된 금속선은 우측면에서 끝단을 확인하였고, 하단에 감입된 금속선은 좌측에서 끝단을 확인 할 수 있었다(Figure 16B). 이러한 금속선의 사용은 장식성을 높여주고, 내구성을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착선의 꼬임방향은 오른쪽 방향과 왼쪽 방향이 모두 확인되었다.
3.3. 보존상태
육안으로 보존상태를 관찰한 결과, 나전과 대모 등의 표면 장식재료와 칠의 일부가 탈락되어 있었고(Figure 17A∼C), 일부 자개는 모양과 두께가 주변과 다른 등 수리한 흔적이 나타나는 것도 있었다(Figure 17D∼F). 자개의 표면에는 갈색 오염물이 덮여 있는 부분도 있었다. 특히 국화문의 꽃술 등 대모복채기법이 사용된 부분의 탈락이 많은 편이었다. 이를 통해 복채기법에 사용된 안료나 접착제가 내구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전 및 대모가 탈락한 부분의 표면 색상은 대부분 검정색을 띠거나 밝은 갈색을 띠었다.
표면에 감입된 금속선 중 단선은 대부분 검은색으로 변색되어, 칠표면과 쉽게 구별되지 않았으나 방사선 조사를 통해서 살펴본 결과 탈락된 부분이 많은 편이었다(Figure 17F-화살표). 금속선이 탈락된 부분의 높이는 주변에 비하여 낮은 편이었다(Figure 17G).
바닥면과 내면 등 나전 장식이 없는 곳의 표면은 스크래치와 균열이 관찰되었고(Figure 17H), 모서리 부분에는 칠층이 박락되어 목심이 드러나는 부분도 있었다. 또한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는 내부균열이 존재하는 것이 확인되었다(Figure 17I). 내부균열은, 바탕재료인 목재의 눈을 메우거나 직물을 바를 때 사용된 접착용 재료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4. 결론 및 고찰
지금까지 X-선 조사와 현미경을 이용한 비파괴 조사를 통해서 고려 나전국화넝쿨무늬합(고려나전합)의 바탕재료와 제작기법, 보존상태를 파악하였다.
조사결과 고려나전합은 침엽수재를 바탕재료로 사용하였으며, 목재 위에는 직물을 바르고 칠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목재 위에 직물을 바르게 되면 목재의 수축과 변형을 방지 할 수 있다. 이러한 제작기법은 현대의 나전칠기의 제작과정에서도 사용되고 있으며, 주로 삼베를 사용하고 있다.
목재의 구조는 침엽수 판재를 반화형으로 가공한 뒤에 측면에 부재를 붙여서 합의 형태로 제작하였다. 뚜껑과 몸체에 사용된 측면부재의 개수가 달랐으며, 뚜껑은 측면에 1개의 부재를 붙였고, 몸체에는 뚜껑과 결합되기 위한 반턱이 존재하기 때문에 총 3개의 부재를 붙여서 제작하였다. 또한 측면에 사용된 부재에는 일정한 간격으로 칼집을 내어 쉽게 곡선형으로 가공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을 알 수 있었다.
표면에는 나전, 대모, 금속선을 사용하여 장식하였다. 나전은 청색과 붉은색을 띠는 것을 통해 전복류 패각을 사용했을 가능성이 높으며, 가공방식은 뾰족한 도구를 이용하여 모양을 오려내는 주름질 기법을 사용하였다. 국화문의 꽃술 등에 사용된 대모에는 복채기법이 사용되었다. 금속선은 단선과 단선 2개를 꼬아서 만든 착선을 사용하였다.
이러한 장식 재료와 기법은 고려시대에 제작된 것으로 알려진 ‘나전대모칠국화넝쿨무늬불자(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나전대모국화넝쿨문모자합(미국케트로폴리탄미술관 소장)’, ‘나전대모국화넝쿨문염주합(나라국립박물관 보관)’ 등에서도 관찰된다. 위 유물들은 공통적으로 나전과 대모, 금속선을 사용하여 국화넝쿨문을 표현하였으며, 대모에는 적색과 황색을 이용한 복채기법을 사용하였다.
보존상태를 관찰한 결과 나전, 대모, 금속선 등이 탈락한 부분이 존재하였으며, 특히 나전에 비하여 대모복채기법이 적용된 부분의 탈락 현상이 많은 편이었다. 표면에 감입된 여러 금속선 중에서는 넝쿨문의 줄기로 사용된 단선의 탈락이 많은 편이었다. 이를 통해 제작에 사용된 재료 및 기법에 따라 내구성에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일부 나전편은 모양 및 두께가 주변과 달라 수리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장시간 보관해 오면서 훼손된 부분을 수리한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의 조사를 통해서 고려나전합의 바탕재료와 구조를 면밀하게 관찰할 수 있었다. 특히 육안으로 관찰하기 어려웠던 목재의 내부 구조를 파악하여 제작기법을 파악하였고, 장식에 사용된 재료와 기법에 따라서 내구성에 차이가 있음을 확인하였다. 이러한 조사결과는 향후 고려나전칠기의 연구와 보존관리에 중요한 참고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Acknowledgements
본 연구는 국립문화재연구소 문화유산조사연구(R&D) 사업의 일환으로 수행되었으며, 이에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