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화령전 운한각 단청시편의 교착제 분석
Analysis of Binding Media in Dancheong Sample from Unhangak Hall of Hwaryeongjeon Shrine, Su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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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수원 화령전 운한각의 단청기법 조사를 위해 단청시편의 유기물 성분을 분석하였다. 분석 대상은 운한각 내합 주변의 주홍과 금 단청시편이며, IR과 열분해/GC/MS분석법을 사용하였다. 분석 결과 IR에서는 C-O, C=O, OH에 해당하는 흡수peak가 나타났으나, 아교, 옻, 건성유와는 다른 스펙트럼을 보였다. 온라인메틸화 후 열분해/GC/MS 분석에서 methyl 7-(2,3-dimethoxyphenyl)heptanoate 등 옻에서 기인하는 성분과 nonanedioic acid, dimethyl ester 등 건성유에서 기인하는 성분이 검출되었다. 이로부터 단청에 옻과 건성유가 사용되었을 것으로 추정되었다. 아교 등 동물성 교착제에서 기인할 수 있는 1H-pyrrole, 3-methyl도 소량 검출되었다. 유기물의 탄소연대는 17세기 말∼20세기 초로 나타났다. 단청에서 옻이 검출된 것은 처음으로 문헌상으로만 전해지는 옻칠 단청의 실체를 파악할 수 있는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Trans Abstract
In this study, organic materials in Dancheong specimens were analyzed to establish a Dancheong preparation method in Unhangak Hall of Hwaryeongjeon Shrine, Suwon. IR and pyrolysis/GC/MS were applied to a Zuhong specimen and a gilded one. The IR spectra showed absorption peaks corresponding to C-O, C=O, OH, although they were different from those of animal glue, Asian lacquer, and drying oil. The Pyrolysis/GC/MS after the on-line methylation revealed Asian lacquer-derived components, such as methyl 7-(2,3-dimethoxyphenyl)heptanoate, and drying oil-derived components, such as nonanedioic acid, dimethyl ester. Based on these results, we estimated that Asian lacquer and drying oil were used in the Dancheong preparation. Small amounts of 3-methyl-1H-pyrrole were also detected, which could possibly originate from animal glue. The radiocarbon age of the specimens appeared to be between the late 17th to the early 20th century. This study potentially reports the first case of Asian lacquer detection in a Dancheong specimen in Korea.
1. 서 론
단청은 적색, 황색, 청색, 녹색, 백색, 흑색 등으로 목조 건축물에 무늬와 그림을 그린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 목조 건축 문화재는 장엄, 목재보호, 미적 효과 등을 위해 건물의 내외부를 단청해 왔다. 단청은 적색, 청색 등의 색깔을 내는 안료, 염료 등의 색료와 아교, 기름, 쌀풀, 옻과 같은 교착제를 섞어서 목재에 바름으로써 칠해진다. 하지만, 일제강점기와 산업화를 거치면서 전통 단청의 맥이 끊긴 게 현실이다. 문화재 복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단청의 원래 모습을 찾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국립문화재연구소에서는 전통단청안료의 제조기술 및 품질기준 연구를 수행하면서 현재 남아 있는 목조문화재의 고단청을 과학적 방법으로 조사해 왔다. 조사 결과는 단청을 전통방식으로 되살리기 위한 재료, 기법 복원의 가장 기본적인 자료가 된다. 또한, 남아 있는 단청의 상태로부터 적절한 시공방법과 보존방법 그리고 단청 시공의 개선방법을 찾기 위한 기초자료를 확보할 수 있다.
지금까지 고단청에 대한 조사는 대부분 안료의 성분을 분석하는 데 중점을 두고 이루어져 왔다. 반면, 단청을 시공하는 데 또 하나의 중요한 재료인 교착제에 대한 연구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최근에서야 IR, 열분해/GC/MS, ELISA 등의 방법을 이용하여 교착제를 분석하는 연구가 있었으며(Park et al., 2016; Yu, 2019), 고단청에서 확인된 교착제는 아교, 전분풀이 대부분이었다(Yu, 2019). 한편, 교착제에 따른 단청의 종류는 단칠, 휴동, 휴칠로 나뉜다(Koo, 2018). 단칠은 교착제로 기름과 아교를 사용하며, 휴동은 역청칠이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휴칠은 일본에서 옻칠로 규정하고 있다. 휴칠은 공자묘, 문묘, 해인사 내전의 연자루에 사용되었다고 한다. 이로부터 우리나라에서 단청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아교와 기름을 교착제로 사용하여 칠해진 것 외에 옻칠을 교착제로 사용한 것이 옛날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옻칠을 한 단청으로 청평사 극락전이 있었으나 한국전쟁으로 사라졌다고 한다(Namuwiki, 2021). 한편, 궁궐 편액 단청기법의 하나로 진채 편액, 역청칠 편액과 함께 옻칠 편액이 있다고 하며, 옻칠 편액의 재료로 전칠, 지칠, 매칠 등이 사용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Koo, 2017).
최근 수원 화령전 운한각(Figure 1)의 고단청을 조사하던 중 운한각 내부의 내합 부분에서 채취한 시편의 단면에서 검은색 층위가 관찰되어 단청의 일부가 옻으로 칠해졌을 가능성이 제기되었고, 이에 단청에 옻이 포함되어 있는지 확인이 필요하였다. 수원 화령전은 정조의 어진을 모신 영전으로 1801년에 건립되었다. 그중 운한각은 정면 5칸, 측면 4칸의 팔작지붕의 건물로서 단청이 건물 내외부에 되어 있다. 현재 남아 있는 운한각의 단청은 긋기단청이 원형이며 부분적으로 남아 있는 단청의 흔적은 당시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Lee, 2020). 단청 채색층은 중첩흔이 없어 전면적인 단청 개채는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판단되었다. 또한 전각에 대한 수리가 1934∼1936년, 1949년, 1966년 이루어진 것으로 기록되어 있으나 전면적인 단청 개채 내용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Sim, 2013).
앞에서 제시한 것처럼 지금까지 단청시편에서 교착제 성분을 분석하여 교착제 성분으로 아교, 전분 등이 검출된 것으로 보고된 것은 있으나 옻이 검출된 사례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여러 층위로 되어 있는 단청시편에 대해 시편 전체로서의 교착제 성분 분석은 이루어졌으나 구성 층위별로 교착제 성분을 검출한 사례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 본 연구에서는 화령전 운한각의 단청시편 중 옻이 포함된 것으로 추정되는 시편을 대상으로 교착제 성분을 분석함으로써 옻칠단청의 실체를 확인하고자 하였다. IR 분석, 열분해/GC/MS 분석을 통해 옻의 존재 여부를 확인하였으며, 시편 단면의 층위 관찰과 열분해/GC/MS 분석을 통해 단청의 층위 구성과 층위별 유기물 성분을 파악하였다. 아울러, 시편에 포함된 유기물에 대한 탄소연대측정을 통해 단청 시공 연대에 대한 논의도 간략하게 시도하였다. 이를 통해 옻이 포함된 단청의 실체에 대한 자료를 제공하고자 한다.
2. 재료 및 방법
2.1. 시편, 재료 및 시약
분석에 사용한 시편은 화령전 운한각 내합 외부에 칠해진 표면이 주홍색과 금색인 단청시편이다(Figure 2). 대조군으로 사용한 건조 옻은 강원도 원주산 생칠이며, 불순물을 제거한 후에 유리판에 얇게 발라 22℃, 50%RH 조건에서 30일 동안 건조시킨 도막을 가루로 만들어 분석에 사용하였다. 온라인 열분해/GC/MS 분석에서 유도체화를 위해 사용한 시약은 tetramethylammonium hydroxide solution (25 wt.% in MeOH, Sigma-Aldrich, USA)이다. 단면 관찰을 위해 단청시편을 고정하는 데 사용한 시약은 EpoFix resin (Struers, Denmark)이다.
2.2. 단면 관찰 및 IR 분석
단청시편의 단면 관찰을 위해 시편을 에폭시에 고정한 후 연마하였다. 시편에서 이물질을 제거한 후에 칠해진 면이 수직이 되게 고정틀에 부착한 후 2액형 에폭시 수지인 EpoFix수지를 부어 고정하였다. 고정된 시편을 #1000에서 시작하여 #4000까지의 샌드페이퍼로 평평하게 연마하였다. 연마한 면을 슬라이드 글라스 위에 에폭시 수지를 이용하여 접착한 후 절단기로 1 mm 정도 두께가 되도록 절단하였다. #1000에서 시작하여 #4000까지의 샌드페이퍼를 이용하여 투과광으로 관찰 가능한 두께가 되도록 시편을 연마하였다. 연마된 시편은 Stemi 2000-C 실체현미경(Carl Zeiss, Germany)과 DM 2700 P 편광현미경(Leica, Germany)으로 자연광과 편광 아래에서 관찰하였다.
단청시편의 IR 분석은 ATR (attenuated total reflection)법을 사용하였다. diamond crystal이 구비된 Nicolet iS5 모델(Thermo Fisher Scientific, USA)을 이용하여 분해능 4 cm-1로 4000∼600 cm-1 범위에서 64회 스캔하여 얻었다.
2.3. 열분해/GC/MS분석
열분해장비(pyrolyzer)로는 PY-3030D model (Frontier Lab., Japan)을, 가스크로마토그래프/질량분석기(GC/MS)로는 7890A GC/ 5975C MSD model (Agilent, USA)을 사용하였다. 레퍼런스로 사용한 건조 옻 시료는 약 0.4∼0.5 mg을, 단청시편은 약 3 mg을 취하여 열분해용 컵에 담았다. 여기에 tetramethylammonium hydroxide solution 10 μL를 추가하였다. 열분해용 컵에 담은 시료를 열분해장치 속으로 투입하여 500℃에서 12초 동안 열분해한 후 분해산물을 GC/MS를 통해 온라인으로 분석하였으며, 분석조건은 다음과 같다. 분석컬럼은 DB-1HT 칼럼(100% dimethylpolysiloxane, 30 m×0.25 mm id, 0.10 μm film thickness)을 사용하였고, 50℃에서 3분간 유지한 후 300℃까지 10℃/분의 속도로 승온한 다음 5분간 유지하여 총 33분간 분석하였다. 이동상 기체는 헬륨(0.5 ml/분)을 사용하였으며, 이때 split ratio는 20:1이었다. 검출은 질량분석기(mass-selective detector, MSD)를 사용하였으며, 다음과 같은 질량분석기 조건이 적용되었다. MS transfer line temperature (280℃), MS ion source temperature (230℃), MS quadrupole temperature (150℃), mass range (m/z=33∼550). 데이터의 획득 및 해석은 ChemStation software (Agilent Technologies)를 이용하였으며, 화합물의 규명은 NIST library와 매칭과정을 거쳐 이루어졌다.
2.4. 방사성탄소연대 측정
단청시편에 대한 방사성탄소연대 측정은 Beta Analytic Inc.(Florida, USA)에 의뢰하였다. 시료의 전처리는 산-알칼리-산(acid/alkali/acid)법으로 진행되었다. ‘Conventional radiocarbon age’는 Libby half-life (5568년)를 사용해 계산한 뒤 δ13C에 대해 보정하였다. 이 연대는 가장 가까운 10년으로 반올림하여 radiocarbon years before present (BP age; present=AD 1950)로 나타냈다. BP age를 calendar year로 변환하는 데는 INTCAL20 데이터베이스와 HPD법(High-probability density range method)을 사용하였으며 95.4%와 68.2% 확률이 나타나는 calendar year를 각각 구하였다(Reimer et al., 2020).
3. 연구 결과
3.1. 단면 관찰 및 IR 분석
Figure 3에 주홍색과 금색 단청시편의 단면에 대한 현미경 사진을 나타냈다. 주홍색 시편은 표면부터 아래로 주홍색, 흑색, 흑갈색의 3개 층으로 구분되며, X-ray diffraction (XRD)분석에서 주홍색 층에서 산화철이 검출되어 석간주가 단청 안료로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었다. 금색 시편은 표면부터 금색, 주홍색, 흑색, 흑갈색의 4개 층으로 구분된다. XRD분석에서 금색 층에서는 금이, 주홍색 층에서는 산화철이 검출되었으며, 금색층이 더해진 것을 제외하고는 주홍색 시편과 같은 층위 구조를 보였다.
Figure 4에 ATR법으로 얻은 단청시편(주홍색)의 IR 스펙트럼을 나타냈다. IR은 시편의 표면부분, 시편의 바닥 부분, 시편을 분말화한 것에 대해 각각 얻었다. OH에 해당하는 3200 cm-1에서 넓은 밴드가 나타나고, 1650, 1540, 1440 cm-1 근처에서도 큰 peak이 나타나며, C-O로 추정되는 1000 cm-1 부근의 흡수대 등이 나타났다. 시편의 바닥과 표면의 IR 스펙트럼은 대체적으로 유사하였으나, 표면에서 821, 1318, 1362 cm-1의 예리한 peak이 관찰되는 반면, 바닥에서는 아주 미미하였다. 바닥에서 1537 cm-1 밴드가 나타났으나, 표면에서는 거의 관찰되지 않았다. 분말시료에서는 이들의 중간에 해당하는 스펙트럼이 얻어졌다. 전통 접착재료인 아교, 옻, 황칠, 건성유에 대한 이전 연구결과(Park and Lee, 2017)와 비교했을 때 일치하는 스펙트럼은 없었다. 하지만, 1650∼1400 cm-1 부분은 아교의 특징적인 amide 그룹과, 1640, 1440, 1000 cm-1 부근 흡수대는 출토된 칠과 같이 오랜 시간이 지난 칠의 IR스펙트럼과 유사한 것으로 보인다(Park et al., 2018. 2933, 2854 cm-1에서 약하게 흡수가 관찰되어 유기물의 존재를 알 수 있다. 금색 시편도 주홍색 시편과 유사한 스펙트럼을 보였다.
3.2. 열분해/GC/MS 분석
Figure 5와 Table 1에 주홍색과 금색 단청시편 및 건조 옻의 온라인 메틸화-열분해/GC/MS 크로마토그램과 주요한 peak의 라이브러리 검색결과를 나타냈다.
주홍색과 금색 단청시편의 열분해/GC/MS 크로마토그램과 옻 레퍼런스의 크로마토그램을 비교했을 때 peak크기 차이는 있으나 5∼19분에서 대체로 유사하게 나타났다. 이로부터 단청시편에 옻이 포함되어 있을 것으로 추정되었다. 질량스펙트럼 라이브러리 검색을 통해 시편과 레퍼런스에서 검출되는 성분들을 Table 1에 나타냈다. hexanoic acid, methyl ester(4), 2-octanone(6), undecane(8), octanoic acid, methyl ester(9), 1-dodecene(10), tridecane(13), 1-tetradecene(15), tetradecane(16), pentadecane(19) 등이 5∼19분 사이에서 주홍색 및 금색 시편과 옻 레퍼런스에서 공통적으로 검출되었다. 이 중 탄화수소류인 undecane, 1-dodecene, tridecane, 1-tetradecene, tetradecane, pentadecane은 온라인 메틸화에 상관없이 옻을 열분해했을 때 검출되는 성분들이다(Park and Ahn, 2018). 한편, heptanoic acid, methyl ester(7), nonanoic acid, methyl ester(12), heptanedioic acid, dimethyl ester(14), ocatanedioic acid, dimethyl ester(17), nonanedioic acid, dimethyl ester(20), decanedioic acid, dimethyl ester(22), n-hexadecanoic acid(25), 9-octadecenoic acid (Z)-, methyl ester(27), octadecanoic acid, methyl ester(28), octadecanoic acid(30) 등은 옻 레퍼런스에서는 검출되지 않고 시편에서만 검출되고 있다. 이들은 모두 유기산 성분들로서 건성유에서 기인한 것으로 판단된다(Schilling et al., 2016;Park and Lee, 2017). methyl isopimarate(31), 7-oxodehydroabietic acid, methyl ester(34)는 송진에서 유래하는 물질로 시편에 목재 조각이 일부 포함되어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Scalarone and Chiantore, 2009).
1,2-dimethoxy-3-hexylbenzene(21), 1,2-dimethoxy-3-heptylbenzene(23), 1,2-dimethoxy-3-pentadec-8-enylbenzene(32), 1,2-dimethoxy-3-pentadecylbenzene(33)이 레퍼런스 옻에서 검출되고 있다. 이것들은 우루시올이 열분해됐을 때 나오는 성분들로서 옻이 열화되어 우루시올이 변한 경우에는 그 양이 감소하거나 관찰되지 않는다(Park et al., 2018). 열화된 옻의 marker compound로 catechol의 산화산물인 methyl 6-(2,3-dimethoxyphenyl)hexanoate, methyl 7-(2,3-dimethoxyphenyl)heptanoate, methyl 8-(2,3-dimethoxylphenly) octanoate 등이 알려져 있다(Schilling et al., 2016). 주홍색 시편과 금색시편에서 methyl 7-(2,3-dimethoxyphenyl) heptanoate(26), methyl 8-(2,3-dimethoxylphenly)octanoate(29), 1,2-dimethoxy-3-pentadecylbenzene(33)이 검출된 것으로부터 시편에 옻이 포함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산화되지 않은 우루시올 성분(33)이 검출되는 것으로부터 출토칠기에 비해 열화가 덜 된 상태인 것으로 보인다(Park et al., 2018). 시편에서 아교의 열분해 산물로 알려진 1H-pyrrole, 3-methyl-(1)이 검출되어 아교가 포함되었을 가능성도 있으나(Park, 2015) 여러 열분해 산물 중 하나이고 소량이어서 단정하기는 어렵다.
한편, 시편의 어느 층에 옻이 포함되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주홍색 시편을 아래층으로부터 검갈색 층, 검은색 층, 적색 층으로 구분하여 각각의 층위 시료에 대해 열분해/GC/MS 분석을 하여 크로마토그램을 얻었다(Figure 6). Tridecane(13), 1-tetradecene(15), pentadecane(19), methyl 8-(2,3-dimethoxyphenyl)octanoate(29), 1,2-dimethoxy-3-pentadec-8-enylbenzene(32), 1,2-dimethoxy-3-pentadecylbenzene (33) 등 옻에서 일반적으로 검출되는 성분들이 검은색과 적색 층에서 검출되는 것으로 보아 적색 층과 검은색 층에 옻이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이들 성분과 함께 nonanedioic acid, dimethyl ester(20), hexadecanoic acid, methyl ester(24), octadecanoic acid, methyl ester(28) 등이 검출되는 것으로부터 건성유도 상당량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건성유 성분에 대한 옻 성분의 상대적 비율은 검은색 층에서 더 크게 나타나 검은색 층이 더 많은 옻을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바탕의 검갈색 층에서는 옻 성분은 검출되지 않았으며, 미량의 건성유 관련 성분이 검출되었는데, 시료채취과정에서 위층의 시료가 혼입되어 나타난 것으로 생각된다.
4. 고찰 및 결론
고단청에 대한 과학적 조사는 현미경, XRF, XRD 등을 이용하여 주로 층위별 무기물 안료의 성분을 파악하는 데 중점을 두고 진행되어 왔다. 하지만, 단청을 구현하는 데 있어 또 하나의 중요한 재료인 유기물 교착제에 대한 과학적 분석연구는 거의 없었다. IR이나 열분해/GC/MS 등의 분석방법을 이용하여 단청 시공에 사용된 교착제 성분을 검출하려는 연구가 있었으나 오래된 단청에는 적용되지 못했다(Park et al., 2016). 최근에, 부안 내소사 대웅보전 단청 등의 고단청시편에 IR, 열분해/GC/MS, ELISA 등의 방법을 적용하여 교착제로서 아교, 전분풀 등을 검출한 것이 보고되었다(Yu, 2019).
화령전 운한각 내합의 단청시편에 대해 IR과 열분해/GC/MS법으로 분석한 결과 주홍색과 금색 단청시편에서 우루시올 성분이 검출되어 시편에 옻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검출된 옻 성분 중 우루시올과 함께 산화된 우루시올이 같이 검출되어 옻이 오랜 시간 지나면서 일부 열화가 된 것으로 보인다. 옻 레퍼런스와 시편의 크로마토그램에서 5∼19분대 공통으로 관찰되는 탄화수소 peak들의 크기를 비교했을 때 옻은 시편의 대략 10% 내외로 추정되나 옻 성분의 고분자를 열분해하여 분석하는 열분해/GC/MS의 분석 특성상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하다. 옻과 함께 건성유 성분이 검출되어 단청을 칠할 때 옻과 건성유를 섞어서 쓴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건성유가 검출된 것은 채색층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옻에 섞어 칠함으로써 옻에 광택을 주기 위한 목적으로 쓰였을 가능성도 있다(Webb, 2000). 옻에서 기인하는 peak과 건성유에서 기인하는 peak의 면적비를 볼 때 대략 1:4로 건성유가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단청의 층위는 검갈색의 바탕층, 검은색 층, 석간주를 포함하는 적색 층 등으로 구분할 수 있었으며, 층위별로 시료를 채취하여 열분해/GC/MS로 분석한 결과 검은색 층과 적색 층에서 옻과 건성유 성분이 검출되었다. 이는 단청을 칠할 때 옻과 건성유를 섞어서 검은색 층에 사용했음을 말해 준다. 석간주 층을 칠할 때에도 옻을 섞어서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나 건성유가 검출된 것이 석간주, 옻, 건성유 등을 섞어서 칠한 것인지, 석간주와 옻 등을 섞어서 칠한 후 그 위에 건성유를 도포했는지는 더 정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아교 등 동물성 단백질에서 유래할 수 있는 3-methyl-1H-pyrrole이 검출되어 아교가 사용되었을 가능성도 있으나, 이 성분 하나로 아교의 사용을 단정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알려진 전통단청의 시공법과 그동안 밝혀진 고단청의 교착제 분석결과로부터 아교가 단청시공에 주로 사용되는 교착제임을 감안할 때 아교의 사용 여부를 더 정확하게 알 수 있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한편, 단청시편의 층위별로 유기물을 분석하여 층위별 교착제를 파악한 것은 새로운 시도로서 여러 번 칠하는 단청의 시공기법을 복원할 수 있는 자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단청시편 분석에도 적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번 결과는 단청에서 옻이 검출된 최초의 과학적 분석사례로서 옻칠단청 기법에 대한 실증적 자료로서 의미가 크다. 다만, 단청 교착제의 온전한 실체를 밝히기 위해서는 오래된 단청에서 아교를 확인하는 적절한 방법과 더불어 이들 교착제에 대한 정량이 가능한 분석법을 찾는 등의 연구가 절실하다고 하겠다.
Acknowledgements
본 연구는 국립문화재연구소 문화유산조사연구(R&D) 사업의 일환으로 수행되었으며, 이에 감사한다. 아울러, 현장 조사 및 분석에 적극적으로 협조해 준 수원시 화성 사업소에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