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 금릉동 쇠저울유적 출토 고려시대 유병의 유기물 분석
Organic Residues Analysis of Oil Bottle of Goryeo Dynasty Excavated from the Soejeoul Site, Geumneung-dong, Chungj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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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유기잔존물(organic residues)은 동물이나 식물에서 유래된 생체분자(biomolecule)의 일부분으로 최근 과학적 분석을 통해 옛사람들의 생활모습 복원에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본 연구에서는 충주 금릉동 쇠저울유적에서 출토된 고려시대 청자 유병의 내부 유기물을 규명하고자 과학적 분석을 수행하였다. 적외선 분광기(FT-IR)와 기체 크로마토그래프-질량 분석기(GC-MS)를 이용하여 분석한 결과 유병 내 유기물은 식물에서 유래된 기름(oil)으로 확인되었다. 특히 GC-MS 분석 결과에서 다가 불포화 지방산과 식물성 스테롤이 검출되었고 참깨 종자에서 확인되는 세사민(sesamin) 성분이 검출되었다. 세사민은 리그난(lignan) 계열의 항산화물질로 참깨의 특성 성분이다. 따라서 고려시대 유병 내부에 담겨 있던 유기물은 참깨와 관련된 물질로, 참깨유가 보관되었던 것으로 추정되었다.
Trans Abstract
Organic residues are substances derived from diverse natural sources. Recent scientific analysis of organic residues has yielded important information in restoring the lifestyles of ancient peoples. In this study, the organic material contained within the celadon oil bottle of the Goryeo dynasty, excavated from the Soejoul site in Geumneung-dong, Chungju, was analyzed using Fourier-transform infrared spectroscopy (FT-IR) and gas chromatograph-mass spectrometer (GC-MS). The results showed that the organic materials in the bottle were plant-derived oils. In particular, polyunsaturated fatty acids and phytosterols were detected using GC-MS analysis. Sesamin components were also identified. Sesamin, which is a characteristic component of sesame seeds, is a lignan and an antioxidant. As the organic residues in the oil bottle were derived from sesame seeds, it is presumed that sesame oil was stored in the bottle.
1. 서 론
고고자료에 잔존하는 유기물은 동물이나 식물에서 유래된 물질로 옛사람 뼈나 동물뼈, 식물 잔존물 등을 포함한 고생물유체, 지류, 직물, 목재, 염료에 이르기까지 그 종류가 광범위하다. 최근 수십 년간 과학장비의 발달과 고고자료에서 발견된 생체분자의 과학적 분석이 진행되면서 다양한 고대 생활 정보가 축적되고 있다(Colombini and Modugno, 2009).
유기물은 생체를 구성하는 물질로 주된 성분인 단백질, 탄수화물, 지질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중에서 지질은 구조 특성상 유기용매에 잘 녹고 물에는 잘 녹지 않는 소수성(hydrophobic)을 띠는 물질이다. 따라서 고고자료에 남아 있는 지질은 분해되지 않고 오랜 시간 동안 안정한 상태로 남아 있는 것이 확인된다(Craig et al., 2007). 유물에서 확인되는 지질 관련된 물질로는 지방과 기름(fat and oil), 천연수지(natural resin), 밀랍(wax) 등이 있으며 다양한 용도와 형태로 고고자료에 잔존하게 된다. 지방과 기름은 주로 식생활과 관련된 동식물에서 기인하는 물질로 과거 조리활동에서 발생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토기 내 잔존유기물을 분석하여 옛사람들의 식생활 습관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Craig et al., 2012; Kang et al., 2013; Kwak and Shin, 2019). 식자원에서 확인되는 특성인자(biomarker)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동물과 식물의 유래성분을 나타내는 지표인자로 활용되어 과거 식자원에 대한 정보를 규명하는 데 큰 지표가 되고 있다(Roffet-Salque et al., 2016). 또한 탄화물이나 유기잔존물에 대한 탄소와 질소 안정동위원소 분석으로 식량자원의 기원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Craig et al., 2012).
식물에서 유래하는 천연수지는 육안으로 확인되는 유기물 중 하나이다. 천연수지는 도구를 제작하는 물질로서 가공되거나 수지 자체로 보관된 상태로 발견된다. 특히 도료와 접착제로 사용된 옻칠에 대한 연구 결과는 꾸준히 보고되고 있다. 원삼국시대 고분인 경산 임당고분에서 출토된 환두대도 칼집에서 건성유와 함께 옻칠이 확인되었고 파손된 대형옹에 사용된 접착제 역시 옻에서 유래된 물질로 보고되었다(Park et al., 2018; Cho et al., 2010). 또한 고대 화살촉 연결부위에 남아 있던 유기잔존물의 분석을 통해 소나무과 수지를 비롯한 다양한 천연수지로 제작한 접착제를 확인한 연구결과도 발표되었다(Helwig et al., 2021).
이외에도 토양 내 잔존하는 유기물의 분석을 통해 분변성 생화학 지표인자를 검출하여 저장고가 아닌 화장실 유구의 가능성을 제시하거나(Woo and Yun, 2018) 용기 표면에 남아 있는 유기물의 주성분 확인으로 용기의 용도를 추정해볼 수 있다(Lee and Yun, 2007). 이처럼 고고자료에 남아 있는 유기잔존물의 과학적 분석은 다양한 방면에 활용되어 옛사람들의 생활모습을 추정할 수 있는 유의미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본 연구에서는 고려시대 토광묘에서 출토된 유병 내 유기물의 특성을 확인하기 위하여 FT-IR과 GC-MS로 분석하였다. 이를 통해 유병에서 확인되는 유기물의 종류 규명에 대한 기초 자료를 제시하고자 한다.
2. 분석대상 및 방법
2.1. 분석대상
충주 금릉동 쇠저울유적은 (재)중원문화재연구원에서 발굴 조사한 충주 동부외곽 순환도로(금릉공원) 개설구간 내 유적으로 충주 읍성에서 북쪽으로 약 1.5 km 떨어진 지점에 위치한다(Jungwon Cultural Properties Institute, 2021). 원삼국시대에서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대의 유적이 분포하고 있으며 이 중 고려시대 토광묘 59호에서 백자 철화당초문 반구병, 청자 발, 청동 숟가락, 동전 6점, 철제가위, 은곳 등과 함께 청자 유병이 출토되었다(Figure 1). 보존처리 과정에서 청자 유병 내부에 유기물이 확인되어 과학적 분석을 수행하였다. 청자 유병은 높이가 6.3 cm, 입지름은 2.6 cm, 굽지름은 4.6 cm 이다. 유병 내 유기물은 갈색으로 상층부는 고체, 바닥면은 액체 상태로 확인되었고 바닥면에서 시료를 채취하였다(Figure 2).
또한 청자 유병 내 유기물의 특성을 확인하고자 대조군으로 참깨유, 들깨유, 유채유, 대두유, 아마인유 등 기름 5종을 선정하여 시료와 동일한 방법으로 분석하였다.
2.2. 적외선 분광 분석(FT-IR)
유기물의 종류를 확인하기 위해 적외선 분광기(FT-IR, Nicolet iS5, Thermo Fisher Scientific, USA)를 이용하여 분석하였다. 적외선 분광법은 유기물을 구성하는 화합물에 대한 정보를 간편하고 빠르게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다. 유기물의 IR 분석은 다이아몬드 크리스탈(diamond crystal)을 장착하여 감쇠전반사(attenuated total reflection, ATR) 방식으로 진행하였다. 특별한 시료전처리 없이 분해능 4 cm-1, 스캔횟수 32회로 4000∼600 cm-1 범위를 측정하였다.
2.3. 기체 크로마토그래피-질량 분석(GC-MS)
유병 내 유기물은 기체 크로마토그래피-질량 분석법(GC-MS, gas chromatography-spectrometry)으로 분석하였다. 전지질 추출 및 유도체화물 생성은 Evershed(2008)의 연구에서 제안된 방법을 개선하여 사용하였다. 또한 본 연구에서 사용된 모든 유기용매는 HPLC급을 사용하였다.
2.3.1. 전지질 추출
유병 내 유기물 약 4 mg을 취하여 10 mL 뚜껑 달린 시험관에 넣고 디클로로메탄(dichloromethane)과 메탄올(methanol) 혼합용액(2:1, v/v) 2 mL를 넣은 다음 초음파기(Powersonic 420, Hwashin Tech, KOR)를 이용하여 15분간 추출하였다. 이때 유기물이 모두 용매에 분산되어 1회만 추출하였다. 추출한 용액은 미세 불순물을 제거하기 위해 0.22 µm 멤브레인 필터(membrane filter, PTFE)를 이용하여 여과한 후 잔류 용매는 질소가스로 완전히 건조시켜 전지질을 획득하였다.
2.3.2. 유도체화
추출한 전지질을 기체 크로마토그래프-질량 분석기로 분석하기 위해서는 휘발성의 비극성 유도체로 전환시켜야 한다. 본 실험에서는 시료의 휘발성 및 열 안정성 등을 증가시킬 수 있도록 실릴화(silylation) 반응과 메틸화(methylation) 반응을 각각 진행하였다.
실릴화 반응은 TMS(trimethylsily) 유도체 시약인 1% trimethylchlorosilane(TMCS)을 함유하는 N,O-Bis(trimethylsilyl) trifluoroacetamide(BSTFA, Sigma Aldrich, USA)를 사용하였다. 추출한 전지질 중 일부를 시험관에 넣고 질소가스로 건조 후 TMS 유도체 시약을 50 uL를 첨가한 후 70℃에서 40분간 반응시켰다. 유도체화 반응이 끝난 후 질소가스로 과량의 유도체 시약을 건조한 후 헥산(hexane)에 녹여 GC-MS 분석용 시료를 제조하였다.
지방산 메틸에스터화(fatty acid methyl ester, FAME) 반응을 위하여 농축시킨 전지질 중 일부를 시험관에 넣고 0.5 M NaOH(90% MeOH) 2 mL를 넣고 70℃에서 1시간 동안 가수분해하였다. 실온으로 식힌 후 유리된 지방산을 헥산으로 3회 추출하였다. 질소가스로 용매를 모두 건조시킨 후 BF3–methanol(14%, v/v) 용액 200 uL를 넣고 75℃에서 1시간 동안 반응시켰다. 디클로로메탄과 3차 증류수를 넣어 지방산 유도체화물(FAME)을 추출하였다. 지방산유도체화물은 질소가스로 건조 후 헥산에 녹여 GC-MS 분석용 시료를 제조하였다.
2.3.3. 기체 크로마토그래프-질량 분석기(GC-MS)
위의 과정을 통해 제작된 유도체화 시료는 질량분석기(mass spectrometer, Agilent 6890N, Agilent, USA)가 결합된 기체 크로마토그래프(gas chromatograph, Agilent 5973, Agilent, USA)를 이용하여 성분분석을 수행하였다. 각 피크의 면적은 Chemstation 소프트웨어(Hewlett-Packard, Agilent, USA)를 사용하여 총지방산에 대한 면적 백분율(area %)을 계산하였다. 칼럼은 HP-5MS(Agilent J&B, USA)를 사용하였으며 분석조건은 다음과 같다(Table 1). 분석을 통해 얻은 데이터의 해석은 Willy library와의 매칭을 통해 이루어졌다.
3. 결과 및 고찰
3.1. IR 분석 결과
유병 내 유기물(No. 1)의 적외선 스펙트럼은 Figure 3과 같다. 스펙트럼을 보면 메틸렌기(CH2)의 비대칭과 대칭 신축진동밴드(stretching)가 2920 cm-1, 2851 cm-1에서 강하게 나타나며 굽힘진동밴드(bending)는 1463 cm-1에서 함께 확인되었다. 메틸기(CH3)의 비대칭 신축진동밴드는 2954 cm-1에서 약하게 나타나고 굽힘진동밴드는 1436 cm-1과 1377 cm-1에서 약하게 나타나고 있다. 또한 카르보닐기(>C=O)에 의한 신축진동밴드가 1708 cm-1에서 강하게 나타나며 C-O 신축진동밴드가 1246 cm-1, 1175 cm-1에서 약하게 나타나고 있다.
유병 내 유기물의 특성을 확인하기 위한 참깨유, 들깨유, 유채유, 아마인유, 대두유 등 대조군 기름의 분석결과는 Figure 4와 같다. 식물성 유지의 IR 스펙트럼에서는 카보닐기(>C=O)에 의한 신축진동밴드가 약 1740 cm-1에서 강하게 나타나며 C-O 신축진동밴드 1240 cm-1, 1160 cm-1, 1100 cm-1 중에서 1160 cm-1의 피크가 강하게 나타나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또한 C-H 결합에 따른 신축진동밴드도 3000∼2850 cm-1에서 나타나고 있다. 식물성 기름의 IR 스펙트럼은 모두 카보닐기(>C=O)와 C-H 결합을 가지고 있어 작용기 영역의 스텍트럼은 비슷하게 보이며, 지문 영역 역시 유사하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유지의 종류를 규명하기 어려운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결과를 정리하면 유병 내 유기물의 적외선 스펙트럼은 대조군 기름의 적외선 스펙트럼과 유사한 결과를 보이고 있으나 C=O 흡수 위치가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일반적으로 신선한 유지는 트라이아실글리세롤(triacylglycerol)로 구성되어 있으나 산화에 민감하여 세 개의 지방산(fatty acid)으로 가수분해된다(Whang and Kim, 2002). 이는 카보닐기의 종류에 따른 C=O 신축진동밴드의 이동현상이 발생한 것으로 지방산 함량이 높은 유지(oil)에서 나타나는 패턴으로 확인되었다(Derrick et al., 1999). 따라서 유병 내 유기물은 가수분해가 진행된 식물성 유지 관련 물질로 판단하였다.
3.2. GC-MS 분석 결과
유병 내 유기물의 GC-MS 분석 결과 지방산(fatty acid)과 스테롤(sterol) 성분이 주성분으로 검출되었다(Figure 5). 지방산으로는 긴사슬 포화 지방산(C16:0∼C24:0)이 높은 함량으로 검출되었고 단일 불포화 지방산(C16:0∼C24:0)과 다가 불포화 지방산(C18:2)도 함께 확인되었다. 일반적으로 불포화 지방산은 식물성 기름에 높은 함량으로 존재하며 포화 지방산에 비해 융점이 낮은 특성을 지닌다. 스테롤은 식물 유래의 스테롤인 캠페스테롤(campesterol, 42.730분), 스티그마스테롤(stigmasterol, 43.794분)과 스티그마스테롤 산화물로 추정되는 stigmastan-3,5-diene (41.048분) 등이 확인되었다.
TMS 유도체 시료의 분석 결과에서는 리그난 성분인 세사민(sesamin, 41.706분)이 검출되었다(Figure 6). 또한 대조군 기름인 참깨유의 GC-MS 결과에서도 세사민이 확인되었다(Figure 7). 세사민은 참깨(Sesamum indicum L.) 종자에서 분리되는 항산화물질로 참깨 유전자원에서 검출되는 주된 특성 성분이다(Kim et al., 2014).
유병 내 유기물의 지방산 특성을 확인하기 위해 대조군 기름의 지방산 조성을 분석하여 Table 2에 나타내었다. 이를 바탕으로 주된 지방산 성분 패턴을 비교하였다(Figure 8). 유병 내 유기물은 hexadecanoic acid (C16:O), octadecanoic acid (C18:0), octadecenoic acid (C18:1)의 함량이 높은 특징을 보인다. 참깨유는 octadecenoic acid (C18:1)와 octadecadienoic acid (C18:2)의 함량이 높고 들깨유와 아마인유는 octadecatrienoic acid (C18:3)의 함량이 높은 패턴으로 확인되었다. 유채유는 octadecenoic acid (C18:1)의 함량이 높고 대두유는 octadecadienoic acid (18:2)의 함량이 높아 서로 다른 패턴으로 확인되었다.
식물성 기름의 지방산 조성을 보면 포화 지방산의 함량은 낮고 불포화 지방산의 함량이 높은 특징을 보인다. 유병 내 유기물에서는 불포화 지방산이 검출되었으나 포화 지방산의 함량이 높다. 이와 같은 결과는 유기물이 오랜 시간 매장되어 있는 동안 불포화 지방산이 포화 지방산으로 산화되어 나타난 현상으로 추정된다. 불포화 지방산은 이중 결합 옆에 붙어 있는 탄소인 알릴 탄소(allylic carbon)가 약한 C-H 결합을 가져서 안정한 알릴(allylic) 라디칼과 과산화물을 형성하는데, 이 과정이 유지의 산패를 유도한다. 포화 지방산은 이러한 알릴성 결합이 없어 공기 산화에 반응이 느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Smith, 2015). 추후 산화에 따른 식물성 유지의 지방산 조성의 패턴 변화 양상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세사민과 캠페스테롤 및 스티그마스테롤의 검출이 참깨 유래 물질의 존재를 확인하는 데 중요한 지표 역할을 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3.3. 고 찰
충주 금릉동 쇠저울유적에서 출토된 고려시대 청자 유병의 내부 유기물을 규명하고자 과학적 분석을 수행하였다. 유병 내 유기물은 적외선 분광 분석(FT-IR) 결과에서 대조군 식물성 기름의 IR 스펙트럼과 유사한 결과를 보임으로서 식물에서 유래된 기름으로 유추할 수 있었다. 또한 기체 크로마토그래프-질량 분석(GC-MS) 결과 다가 불포화 지방산과 식물성 스테롤이 검출되었고 참깨 종자에서 확인되는 세사민(sesamin) 성분이 검출되었다. 지방산 조성의 패턴 비교 결과 신선한 식물성 기름의 지방산은 불포화 지방산의 함량이 높지만 유병 내부 유기물의 지방산은 포화 지방산의 함량이 높아 기름의 종류를 판별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식물성 스테롤 검출과 더불어 참깨 종자 관련 특성성분이자 항산화물질인 세사민의 검출은 고려시대 유병 내부에 담겨 있던 유기물이 참깨와 관련된 물질임을 추정할 수 있는 결정적 증거자료이다.
참깨(Sesamum indicum L.; Sesame; 芝麻, 胡麻)는 참깨과(Pedalidaceae)에 속하는 1년생 초본식물이다. 참깨는 열대 아프리카의 사바나 지역을 원산지로 보고 있으며, 기원전 3000년 이전에 이미 나일강 유역에서 재배되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중국에서는 황하문명(기원전 3000년경) 시대에 탄화된 참깨가 출토되어, 서역의 실크로드가 개설되기 이전에 참깨가 전파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Bedigian and Harlan, 1986).
우리나라의 참깨 관련 기록은 1123년 고려 중기 송나라 사절로 왔던 서긍이 저술한 고려도경(高麗圖經)에 호마(胡麻)가 나타나는데 고려에서 재배되는 농산물로 언급되어 있다(Institute for the translation of korean classics, 1977). 조선시대 세종실록지리지(世宗實錄地理志)에 경기, 광주목, 충청도, 경상도, 전라도, 평안도 등에서 지마(芝麻), 지마유(芝麻油)가 부세(賦稅)로 기록되어 있다(Institute for the translation of Korean classics, 1972).
이처럼 참깨는 진임(眞荏), 호마(胡麻), 지마(芝麻)로 불리며 약재나 음식뿐 아니라 등불의 원료로 사용된 기록도 확인되고 있는 것으로 보아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Institute for the translation of Korean classics, 2017; Song, 1997). 참깨유에 대한 과학적 분석으로는 국립전주박물관이 소장 중인 조선시대 백자장군 내 유기물의 GC-MS 분석을 통해 참깨의 특성 성분인 세사민류 성분이 확인되어 참깨유 보관 가능성이 확인된 연구 사례가 있다(Lee and Yun, 2007).
본 연구 결과로 볼 때 고려시대 유병 내부에 참깨유가 보관되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되지만 다른 기름도 함께 보관되었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어 향후 이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4. 결 론
충주 쇠부리유적에서 출토된 고려시대 청자 유병은 내부에 참깨유가 보관되었던 것으로 확인되었다. 내부 유기물의 지방산 조성은 불포화 지방산이 산화되어 포화 지방산의 함량이 높아진 것으로 판단되며 초기 지방산 조성의 확인은 어려우나 참깨의 특성 성분인 세사민과 식물성 스테롤류가 검출되어 참깨유 유래 물질로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연구는 과학적 분석을 통해 고려시대 청자 유병에 참깨 유래 물질이 보관되어 있었던 것을 확인한 첫 사례로 볼 수 있다.
향후 다양한 유지의 산화에 따른 지방산 조성 변화에 대한 분석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여겨지며, 유기잔존물에 대한 과학적 분석이 앞으로도 과거 생활 문화를 밝히는데 유용하게 활용되길 기대한다.
Acknowledgements
본 논문은 국립문화재연구소(RNICH-2105-A53F-1)의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으며, (재)중앙문화재연구원이 발간한 충주 동부외곽 순환도로(금릉공원) 개설구간 내 忠州金陵洞 쇠저울遺蹟에 수록된 저자의 「충주 금릉동 쇠저울유적 출토 유기물 분석결과」 약보고서를 바탕으로 재구성하였다. 연구의 기반이 되는 시료 관련 자료를 협조해주신 (재)중앙문화재연구원에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