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실록상자의 재질분석과 보존처리
Material Analysis and Conservation Treatment of The Annals of Joseon Dynasty Storage B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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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인 조선왕조실록상자(고적 25247)에 사용된 목재의 수종식별과 칠층의 특징을 관찰하고, 보존처리 과정 및 결과를 소개 위하여 본 연구를 실시하였다. 조사결과 실록상자의 제작에는 피나무과의 피나무속(Tilia spp.)의 목재가 사용되었다. 표면의 칠기법은 목재 위에 골회를 칠하고 닥나무속(Broussonetia spp.) 인피섬유로 제작한 한지를 덧바른 뒤 다시 토회칠, 흑칠, 정제옻칠, 흑칠 순서로 제작하였다. 보존처리 전 실록상자의 상태는 짜임이 벌어지 고, 칠이 벗겨져 있었으며 장석이나 족대 등 일부 부재가 사라진 상태이었다. 이러한 손상부위는 아교 및 토회로 강화처리 하여 안정적인 상태가 되도록 수리하였고, 결실부는 수종분석 결과와 남아있는 부재의 형태를 바탕으로 최대한 원형에 가깝게 복원하였다. 이를 통해 실록상자의 기초적인 제작방법을 파악할 수 있었다.
Trans Abstract
Studies were conducted on manufacturing techniques by applying microscopy and conservation treatments on the annals of Joseon dynasty storage box at the National Museum of Korea. The results revealed that lime tree wood(Tilla spp.) was used to make the annals of Joseon dynasty storage box. Lacquering techniques were used to coat the box with a layer of lacquer and bone ash and then cover it with traditional Korean paper. After being covered with traditional Korean paper, more layers were applied in the following sequence: mud ashes, black lacquer, pure lacquer, and black lacquer. Before conservation treatments, some components and lacquer layers were missing in addition wood joint were loose. Therefore, conservation and restoration should be conducted based on the identified wood and by observing the shape of the remaining components.
1. 서 론
조선왕조실록상자는 조선왕조에서 제작한 실록(實錄) 을 보관하던 함을 말한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완 성된 실록은 나무함에 봉안하였고, 봉안한 함은 사고에서 보관하였다. 조선왕조실록은 역사적, 기록학적 가치를 인 정받아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었고, 그 명성에 알맞게 과학적 보존을 위한 조사 및 연구가 많이 진행되고 있다 (Kyujanggak Institute for Korean Studies, 2011). 반면 실 록상자는 오랜 시간동안 실록을 보관하고 이동하는 과정 에서 많은 손상이 일어났지만 실록에 비하여 중요성이 인 식되지 않아, 체계적인 관리와 보존이 이뤄지지 않았다. 실 제로 2011년도에 규장각한국학연구원에서 실시한 실록상 자의 수리복원 사업을 살펴보면, 보존처리 전의 실록상자 의 상태는 목재, 칠, 장석 등이 대부분 손상되어 온전한 상 태로 남아 있는 것들이 거의 없었다. 이와 마찬가지로 국립 중앙박물관에 소장된 실록상자의 보존처리 전 상태도 훼 손이 심한 편이었다. 실록을 보관해온 실록상자 역시 중요 한 역사적 자료로서 제작기법과 보존처리에 관한 연구가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본 연구에서는 국립중앙박물관 소장의 조선왕조실록상 자(고적 25247)의 제작에 사용된 목재의 종류와 칠기법을 현미경으로 조사하여 제작기법을 살펴보았으며, 보존처리 과정을 간략하게 소개하였다.
2. 연구대상 및 방법
2.1. 연구대상
조사대상은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 중 하나인 실록상 자(고적 25247)이다. 조선왕조실록의 편찬 시기는 1413년 부터 1865년까지이며, 본 실록상자에 봉안되어 있던 실록 의 종류는 파악할 수 없었다. 다만 1616년 이후에 제작된 선조(宣祖)실록상자(K976, 국립중앙박물관소장)와 함께 보관되어 왔고, 두 실록상자의 형태가 매우 유사하여 비슷 한 시기에 제작되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크 기는 64×40×42 cm이고 전체적인 색상은 검은색이다. 앞· 뒷널과 측널은 사개짜임을 하였고, 천판과 지판은 대나무 못으로 고정하였다. 상자의 입구에는 뚜껑을 안정적으로 받치기 위한 받침대가 존재하였다. 상자의 바닥에는 일자 형태의 족대가 달려 있었다. 상자와 뚜껑 내부에는 만(卍) 자 무늬가 새겨진 능화지가 붙여져 있었다. 앞바탕은 모서 리가 굴곡이진 형태인 약과형(藥菓形)이었고 뚜껑과 상자 를 연결하는 경첩의 모양은 고리형이었다. 양쪽 측면에 달 려있는 들쇠의 모양은 활형이며, 배목으로 고정되어 있었 다. 각 면마다 모서리가 둥근 직사각형의 감잡이가 3개씩 부착되어 있었다(Figure 1).
2.2. 연구 방법
2.2.1. 수종
상자에서 탈락한 시편을 이용하였다. 목재조직을 명확 하게 관찰하기 위하여 시편을 사프라닌(Safranin) wt 1% (in Ethanol) 용액으로 염색하였다. 염색된 시편을 면도날 을 이용하여 박편으로 제작한 후 현미경(DMLP, Leica, Japan)으로 관찰하였으며, 세포의 특징을 사진촬영(Mark II 5D, Canon, Japan) 하였다.
2.2.2. 칠층
탈락된 옻칠 시편을 에폭시 수지(EPO-TEK®)에 함침 시켜 고정시켰다. 경화가 끝난 시편의 한쪽 면을 연마하여 슬라이드 글라스에 부착하고, 반대편을 다이아몬드 커터 로 절단하였다. 절단면의 두께를 20 μm이하가 되도록 연 마한 후 현미경(DMLP, Leica, Japan)으로 관찰하였다.
2.2.3. 섬유층
칠층 내에 존재하는 섬유층을 자세히 관찰하기 위하여 칠편에 붙어있는 섬유를 분리하여 물에 침지시킨 후, 100℃ 에서 가열하여 해리 시켰다. 해리가 된 섬유는 Safranin wt 1%(in Ethanol)용액과 C-stain 용액을 이용하여 형태와 정 색반응을 현미경(DMLP, Leica, Japan)으로 관찰하고 사진 촬영(Mark II 5D, Canon, Japan) 하였다.
3. 연구 결과
3.1. 수종
실록상자에 사용된 목재는 피나무과(Tiliaceae)의 피나 무속(Tilia spp.)이었다.
횡단면상에서 도관이 연륜전체에 분포하는 산공재인 것을 알 수 있었다. 관공은 대부분 2-3개가 붙어있는 복합 관공이었으며, 축방향유조직은 짧은 접선상이었다(Figure 2A). 관공의 모양은 각이진 것이 많았다(Figure 2D). 접선 단면상에서 관찰되는 방사조직의 열수는 1-4열이며, 방사 조직이 압착한 형태로 존재하였다(Figure 2B, arrow). 방 사단면상에서 방사조직은 평복세포로만 이루어진 동성형 이다(Figure 2C, arrow). 천공의 모양은 단천공이며 도관 상호간벽공은 교호상이었다. 또한 도관내벽에 나선비후가 뚜렷하게 관찰된다(Figure 2E, arrow).
이와 같은 특징을 근거로 피나무과의 피나무속으로 식 별하였다.
3.2. 칠층
현미경으로 칠층을 관찰한 결과 총 6개의 층이 확인 되 었고 전체 두께는 약 456 μm이었다(Figure 3A, 3C). 아래 에서부터 골회(骨灰)칠, 한지, 토회(土灰)칠, 흑칠, 옻칠, 흑 칠 순으로 존재 하였다. 목재 바로 위에 칠해진 골회층의 두께는 약 190 μm이었으며, 검정색과 갈색 빛을 띠는 골분 입자를 관찰 할 수 있었다. 골분 입자들의 크기는 최대 221 μm, 최소 6 μm로 대체적으로 불균일한 편이고, 각진 형태 이었다. 골분층 위에는 두께가 30-40 μm인 흰색층이 존재 하였다. 이 흰색층은 가느다란 선형태의 섬유로 이루어져 있었다(Figure 3B). 섬유층 위에는 약 191 μm 두께의 토회 층이 존재하였다. 토회층에 포함된 입자의 크기는 골회층 에 비하여 작은 편이었다. 섬유층과 토회층은 편광으로 관 찰 하였을 때 주변 보다 밝게 나타났다(Figure 3D). 토회층 위에는 매우 얇은 검정색 칠층이 관찰 되었으며, 그 위에는 불순물이 포함되지 않은 정제된 옻칠층이 확인되었다. 이 옻칠층 위에는 다시 검정색 칠이 칠해져 있었다. 검정색 칠 층의 입자는 매우 미세하여 현미경상으로도 뚜렷하게 관 찰 되지 않았다. 이를 통해 물질을 태워서 발생한 연매(煉 煤)를 옻칠과 혼합하여 사용한 것으로 판단된다.
3.3. 섬유층
칠층 내에 존재하는 섬유를 현미경으로 관찰한 결과 유 세포나 도관요소들은 존재하지 않았고 섬유세포로만 이루 어져 있었다(Figure 4). 섬유의 폭은 평균 15 μm이었고, 섬 유의 끝모양은 대체적으로 둥근 편이었으나(Figure 4E) 포 크형도 관찰 되었다(Figure 4C). 또한 섬유의 표면을 감싸고 있는 투명막이 관찰되었으며(Figure 4B), Cross-Marking 과 Dislocation(Figure 4A, 4D)을 관찰 할 수 있었다. 이러한 특징은 닥나무 인피섬유의 특징과 일치한다(Lee, 2006). C 염색약을 이용한 정색반응에서는 적갈색을 나타났다(Figure 4F, 4G). 이를 통해서 칠층 내 섬유는 닥나무(Broussonetia kazinoki)의 인피섬유를 원료로 제작한 한지인 것을 알 수 있었다.
4. 보존처리
4.1. 처리전 상태
표면에 전체적으로 스크래치가 많이 존재하였다. 전면 과 측면의 표면에는 미상의 접착제를 사용하여 흰색 종이 를 붙였던 흔적이 보였다(Figure 5A, 5C). 표면에 남아있 는 종이와 접착제의 상태를 통해 후대에 붙여진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측널을 연결한 짜임은 목재가 수축변형 되면서 벌어져 있는 상태였고(Figure 5D), 이 부분의 칠은 대부분 탈락하여 목재의 표면이 드러났다(Figure 5B, 5C). 뚜껑 받침턱은 앞널 쪽의 부재가 절반가량 결실된 상태였다 (Figure 5F). 장석표면에는 모두 붉은색 부식화합물이 고 착되어 있었고, 결구를 강화시키기 위하여 부착한 감잡이 의 일부는 휘어져 있거나 못이 빠진 상태 이었다. 후면의 고리모양 경첩은 고리와 몸체를 연결해주는 원형의 바탕 장식이 각각 1개씩 결실되고 배목이 빠지면서 뚜껑과 상자 가 분리된 상태였다(Figure 5B). 우측면에 존재하는 활모 양의 걸쇠는 결실되었고 배목만 남아 있었다(Figure 5C). 바닥면은 대부분 칠이 벗겨져 있었으며, 일자형태의 족대 는 결실되어 흔적만 남아 있었다(Figure 5E). 함의 내부에는 부착된 지류는 얼룩과 먼지로 오염이 심하였고, 접착력이 약해져 내부에서 종이가 들떠 있는 상태였다(Figure 5F).
4.2. 칠층 강화처리 및 세척
들떠있는 칠들의 박락을 막기 위하여 칠층을 목재위에 접착하는 작업을 가장 먼저 실시하였다. 접착제는 아교(wt 30% in Water)를 사용하였고, 접착이 견고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전기인두와 웨이트를 사용하였다.
칠층의 접착이 완료된 후에는 표면의 오염물질을 제거 하였다. 측면에 붙어있던 미상의 접착제와 종이는 Ethyl acetate 를 이용하여 제거하였으며, 이외의 오염물질은 Ethanol 수 용액(wt 50%)으로 세척하였다.
함 내부에 부착되어 있던 종이는 이물질이 심하게 고착 되어 있고, 들떠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분리하여 세척하였 다. 목재표면으로부터 안전하게 분리하기 위하여 충분히 가습을 하여 풀 성분을 녹인 뒤에 천천히 떼어냈다. 가습과 정에서 자연스럽게 오염물질이 제거되는 효과가 있었으며, 완전히 분리된 종이는 건조 후에 건식세척하여 다시 부착 시켰다.
4.3. 복원
4.3.1. 목재 및 칠층의 복원
목재가 수축되면서 벌어진 짜임 부분은 아교를 바른 뒤 클램프를 이용하여 밀착시켜 주었다(Figure 6). 밀착 후에 도 벌어져 있는 부분은 아교와 목분을 혼합한 복원제를 사 용하여 메워주었다. 결실된 앞널의 뚜껑받침대와, 족대는 수종분석 결과를 토대로 피나무를 이용하여 복원하였다. 복원된 족대의 크기는 20×390×15 mm이며, 형태가 유사 한 실록상자(K976,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Figure 8)의 족 대의 크기(20×320×15 mm)를 참고하여 제작하였다. 복원 한 족대의 표면에는 토회칠을 한 뒤, 카본블랙 안료를 섞은 옻칠로 색맞춤 하였다.
칠이 완전히 박락되어 표면이 드러나는 부분은 토회칠 을 하여 복원하였다. 토회칠은 원래의 칠면의 두께와 일치 할 때까지 반복적으로 칠하였다(Figure 7). 복원이 완료된 후에는 옻칠과 카본블랙으로 색맞춤 하였다.
5. 고찰 및 결론
본 연구에서는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된 실록상자(고 적 25247)의 목재와 칠층을 현미경을 통해서 관찰하여 제 작기법을 파악하고 보존처리과정을 소개하였다.
실록상자에 사용된 목재는 피나무과의 피나무속(Tilia spp.)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피나무속의 목재는 가볍고 수 축성이 적은 성질을 갖고 있다. 이러한 성질 때문에 소반과 장롱의 판재로 사용되었고, 정교한 조각품이나 악기재료 로도 많이 쓰였다(Park, 1982). 현재까지 조선왕조실록상 자에 사용된 것으로 밝혀진 목재는 버드나무, 소나무, 피나 무 등이 있다(Kyujanggak Institute for Korean Studies, 2014). 공통적으로 이들 목재는 재질이 가볍고 가공성이 좋은 편인데 이러한 성질은 여러 권의 실록을 보관하고 이 동하는데 적합하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에 자라고 있 는 피나무속은 약 10여종이며, 대표적인 수종으로는 피나 무, 찰피나무, 염주나무 등이 있다(Kwon et al., 2014).
칠기법은 골회와, 한지, 토회 등을 사용하여 총 6회를 칠 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먼저 골회를 칠하였고, 그 위에 한지, 토회, 흑칠, 옻칠, 흑칠의 순서로 칠하였다. 흑칠에 사 용된 안료는 현미경상에서 입자가 뚜렷하게 확인되지 않 았기 때문에 연매(煉煤)를 사용한 것으로 판단된다. 연매 는 물질이 연소할 때 발생하는 검정색 물질로, 옻칠공예에 서 검정색 안료로 자주 쓰인다.
칠층에 사용된 한지의 섬유형태를 관찰한 결과, Dislocation 과 Cross-marking, 투명막 등을 확인 할 수 있었고, C염색 약을 이용한 정색반응에서도 적갈색을 나타내어 닥나무 (Broussonetia kazinoki) 섬유로 제작한 것임을 알 수 있었 다. 특히 하지층에 한지와 골분을 사용한 것은 일반적인 옻 칠공예품보다 특별하게 제작되었다는 것을 증명한다.
이러한 제작기법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또 다른 실록상자인 K976(크기 63×33×40 cm)의 제작기 법과 상당히 유사하다. K976은 선조실록상자로 알려져 있 으며, 두 개의 실록상자는 전체적인 크기가 비슷하고 피나 무를 사용한 것도 같다. 또한 앞바탕과 경첩 등 장석의 모 양이 같다. 다만 칠기법에서 고적 25247은 마지막에 흑칠 을 1번 더 하여, 총 5개의 칠층으로 확인된 K976과 차이가 난다(Lee et al., 2014). 이를 통해 규격이 비슷한 실록상자 는 대체적으로 제작기법이 유사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보존처리 전 실록상자는 옻칠과 목재, 장석 등이 손상되 었고, 외면과 내부의 오염도 심한 편이였다. 이러한 오염물 질을 가능한 만큼 제거 하였다. 손상된 옻칠층은 아교를 사 용하여 안정화 시켰고, 토분과 옻칠을 사용하여 복원하였 다. 결실된 목부재와 장석은 원형에 가깝도록 복원하였다. 이번 보존처리과정에서는 실록상자에 뚜껑받침대가 존재 하는 것이 확인 되었는데, 선조실록상자(K976)에는 존재 하지 않았다(Lee et al., 2014). 이러한 차이는 부재가 파손 된 상태에서 복원되지 않고 방치되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 인다. 따라서 올바른 보존처리를 위해서 현존하는 실록상 자의 구조를 보다 정확하게 관찰하고, 그에 따른 제작기법 과 재료를 상세하게 파악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현존하는 실록상자의 형태가 규격화 되지 않고 다양하기 때문에, 이를 분류하여 연구할 필요성이 있다. 이 러한 의미에서 본 연구에서 파악한 제작기법은 향후 실록 상자를 연구하고 보존처리 하는 과정에 매우 중요한 기초 자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