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유산의 현색(顯色) 기록화를 위한 디지털 색재현 연구
A Study on Digital Color Reproduction for Recording Color Appearance of Cultural Herit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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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문화유산의 현색(顯色)은 제작기법 해석, 보존처리 활용, 상태 모니터링의 중요한 기초자료이다. 이 연구에서는 권응수 초상을 대상으로 디지털 색관리시스템 기반 색재현 과정을 체계적으로 정립하고, 문화유산 기록 및 보존에 적합한 현색 활용방안을 제안하였다. 전체적인 색재현 과정은 촬영 환경 세팅, 색기준차트 측정, 디지털 사진 촬영, 색보정, 색공간 설정 순으로 진행되었다. 연구 결과, 사진기 제조사 프로파일이 적용된 디지털 이미지는 현색과 비교하여 평균 Δ10.1의 색차를 보인 반면, 디지털 색재현 이미지는 평균 Δ1.1의 색차를 보여 현색과 거의 유사한 것을 알 수 있다. 이 결과는 디지털 사진 촬영 환경과 조건을 최적화했더라도 디지털 사진기 제조사의 보정 알고리즘에 의존할 경우 대상 문화유산의 현색 기록에 어려움이 있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문화유산은 RAW 이미지 기반의 색보정 및 색공간 설정을 통해 디지털 색재현이 필요하며, 이는 현색 기록화를 위해 매우 중요한 과정이다. 또한 디지털 색재현을 통한 현색 기록은 문화유산의 보존상태 평가와 보존처리 및 복원의 중요한 기초자료가 될 수 있으며, 퇴색 및 변색 현상의 모니터링을 위한 기준 데이터로 활용성이 높을 것으로 판단된다.
Trans Abstract
The color appearance of cultural heritage are essential factors for manufacturing technique interpretation, conservation treatment usage, and condition monitoring. Therefore, this study systematically established color reproduction procedures based on the digital color management system for the portrait of Gwon Eungsu. Moreover, various application strategies for recording and conserving the cultural heritage were proposed. Overall color reproduction processes were conducted in the following order: photography condition setting, standard color measurements, digital photography, color correction, and color space creation. Therefore, compared with the color appearance, the digital image applied to a camera maker profile indicated an average color difference of Δ10.1. However, the digital reproduction result based on the color management system exhibits an average color difference of Δ1.1, which is close to the color appearance. This means that although digital photography conditions are optimized, recording the color appearance is difficult when relying on the correction algorithm developed by the camera maker. Therefore, the digital color reproduction of cultural heritage is required through color correction and color space creation based on the raw digital image, which is a crucial process for documenting the color appearance. Additionally, the recording of color appearance through digital color reproduction is important for condition evaluation, conservation treatment, and restoration of cultural heritage. Furthermore, standard data of imaging analysis are available for discoloration monitoring.
1. 서 론
디지털 사진 촬영은 전자기파 중 가시광 영역의 파장을 이미지 센서가 기록하는 기술이다. 디지털 사진은 문화유산의 형태(Yun et al., 2009), 상태(An et al., 2010), 색상(Park et al., 2018) 등 다양한 보존 정보들을 포함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이차적인 영상처리를 통해 다양한 비가시적 정보를 생산할 수 있어 기록화 방법으로 매우 유용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디지털 사진은 피사체를 예술적으로 표현하거나 시간의 변화 및 공간적 특징을 기록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로 인해 디지털 사진의 가장 궁극적인 목적인 색상에 대한 정확한 표현과 재현은 상대적으로 중요하게 인식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 문화유산의 현색(顯色)을 디지털로 기록하고 재현하기 위해서는 촬영자가 주변 환경, 사진촬영 조건, 영상처리 방법 등을 종합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현색에 대한 절대적 기준이 정립된다면 문화유산의 제작기법 해석, 재료 특성, 보존상태 평가, 고색처리 활용, 보존처리 전⋅후 비교에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
문화유산의 현색 기록에 보편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방법은 분광측색계를 이용한 색도 분석이다(Možina et al., 2019; Vujcic et al., 2019; Castaldo et al., 2020). 이는 고유 색상에 따라 달라지는 빛의 흡수 및 반사도를 측정하는 방법으로, 정확도가 매우 높은 장점이 있다. 그러나 측정범위가 좁고, 대상에 직접 접촉해야 하며, 표면의 곡률이 심할 경우 빛이 차폐되지 않아 오차율이 증가하는 단점이 있다(Choi et al., 2007). 또한 ‘점(占)’적 개념의 데이터 획득이 이루어지고 정확한 분석 위치를 알 수 없어 측색 재현성과 모니터링 활용성이 떨어지는 한계가 있다.
이러한 분광측색계의 단점을 보완하고 대면적의 색 분석 및 현색 기록을 위해 산업 분야에서는 디지털 색관리시스템(color management system, CMS)이 널리 사용되고 있다. 특히 디지털 색관리시스템은 사진(Kim a nd Lee, 2008), 인쇄물(Choi, 2008), 디스플레이(Kyung et al., 2011)등의 색재현 정확도 연구에 적용되고 있다. 그러나 문화유산의 경우 현색 기록 및 재현이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연구는 아직까지 활발히 진행되고 있지 않다.
따라서 이 연구에서는 디지털 색관리시스템을 이용하여 문화유산의 현색을 기록하고,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영상분석을 수행하였다. 특히 현색 기록 및 보존처리가 필요한 회화, 지류, 벽화 문화유산에 디지털 색관리시스템을 적용할 수 있도록 색재현 과정을 체계적으로 정립하였고, 문화유산 기록 및 보존에 적합한 활용방안을 제안하였다.
2. 연구대상
권응수는 임진왜란 초기에 영천성 전투를 승리로 이끌고, 전쟁이 끝날 때까지 큰 전공을 세운 인물이다(Kim, 2012). 이에 따라 선무공신 2등에 책록되었으며, 초상화는 이때 공신도감에서 하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초상화 속의 권응수는 무신을 상징하는 호랑이 흉배가 부착된 흑단령을 입고 있으며, 사모와 흑화를 착용하고 있는 것으로 볼 때 공신초상화의 전형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Lee and Kim, 2019). 권응수 초상은 영정, 선무공신교서, 병풍, 장검 등 다른 유품들과 함께 보물로 일괄 지정되어 있다.
권응수 초상화는 제작된 지 약 400년이 경과되면서 변색 및 퇴색이 진행되고 있고, 안료가 박락되는 문제점이 관찰된다. 또한 초상화 무릎 하부에는 가로 방향의 접힌 흔적이 나타난다. 육안관찰로 파악하기 어려운 초상화의 보존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근적외선 및 자외선 반사 촬영을 진행하였다. 이 결과, 근적외선 촬영 결과는 가시광 이미지와 형태적으로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러나 자외선 촬영 이미지를 보면, 얼굴에 5개소 이상의 흑색 반점 형태가 관찰되는데, 이는 제작과정 또는 후대에 덧칠한 흔적으로 추정된다(Figure 1).
3. 연구방법
3.1. 색재현 이론
카메라, 모니터, 휴대폰 등의 디지털 디스플레이 장치는 RGB, CMYK, HSL 등과 같은 다양한 색공간을 통해 영상을 출력한다. 이는 동일 이미지더라도 개별 장치에 적합한 색공간을 사용함에 따라 색상의 표현 방법과 수치가 달라짐을 의미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색관리시스템을 이용한 색재현 과정이 필요하다(Cho et al., 2004).
색재현에 있어 가장 중요한 단계는 장치독립적 색공간을 기반으로 색역과 색특성을 반영한 보정이다(Cho et al., 2008). 장치독립적 색공간은 국제조명위원회(International Commission on Illumination)의 CIE L
ab를 사용하고 있고, 이는 사람의 시각과 유사하기 때문에 국제적인 표준 색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Smith and Guild, 1931). CIE Lab는 보색 관계인 적색-녹색도 및 청색-황색도와 밝기 차이인 명도를 3차원 좌표로 나타내며, 기준색과 측정색의 차이를 색차(ΔE*)로 표현한다. 이 색차를 산출하는 방식은 최초로 1976년도에 3차원 유클리드 공간 계산식의ΔE*ab가 사용된 것이 시작이다.
그러나 이 방법은 시각인지 차이와 계산된 색차 사이의 오차가 일부 발생하였는데, 이는 CIE Lab가 사람의 시각과 완벽히 일치하는 색공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CIE는 실험을 통해 사람의 인지 색차를 보정하는 과정을 진행하여 1994년도에 ΔE*94를, 이후 2000년도에 ΔE*00의 색차식을 제안하였다. 이 연구에서는 시각인지와 가장 유사한 색차식인 ΔE*00을 이용하여 영상분석을 진행하였다.
3.2. 사용장비 및 소프트웨어
이 연구에서는 문화유산의 현색 기록화 방법을 제안하기 위해 권응수 초상을 대상으로 색재현 과정을 정립하였고, 각 과정에 대한 객관성과 신뢰도를 높이는 방법을 고안하였다. 기준색 구축에 사용된 색기준차트는 140개의 색 패치를 가지고 있는 X-rite 사의 Color Checker Digital SG이다. 또한 색기준차트를 측정하기 위해 색재현 전용으로 사용되는 분광측색계(i1Pro2, X-rite, USA)를 이용하여 각각의 패치를 측정하였다. 이 측색계는 Φ3.5 mm의 측정 면적을 갖고, 파장 범위는 380-730 nm이다. 측색 조건은 그래픽 아트 이미지를 위한 분광광도 측정과 측색 계산 방식인 ISO 13655:2017을 이용하였다.
권응수 초상화의 디지털 사진은 50메가픽셀(MP)의 일안반사식 사진기(5DS, Canon, JPN)와 50 mm 표준단렌즈(EF 50 mm F1.8 STM, Cannon, JPN)로 촬영되었고, 5,500K의 색온도를 갖는 순간광 조명(HD 600, FOMEX, KOR)이 이용되었다. 또한 디지털 색재현 과정에는 이미지 보정(Lightroom, Adobe, USA)과 프로파일 생성 및 적용(i1Profiler, X-rite, USA)에 적합한 소프트웨어가 사용되었으며, 기준색과의 색차 비교에는 BabelColor 사의 PatchTool이 활용되었다.
3.3. 환경설정 및 이미지 획득
디지털 사진을 이용하여 권응수 초상의 현색을 기록하기 위해서는 기준색 설정이 우선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CMS 전용 분광측색계를 이용하여 140개의 개별 색 패치를 각각 3회씩 측정하여 평균값을 산출하였다(Table 1). 이때 측정 조건은 D50 밝기의 광원으로 설정하였으며, 2° 표준관찰자 함수를 적용하였다. 이 결과를 통해 보정 기준이 되는 각 패치의 CIE Lab의 값을 기준색으로 구축하였다.
디지털 이미지 획득 과정에 있어 촬영 환경은 현색 취득에 영향을 미치므로 색온도, 연색지수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Choe, 2021). 피사체의 색을 기록하는 디지털 사진의 경우 CIE가 규정한 표준광원을 이용해야 하는데, 이 연구에서는 표준광원 D50과 유사한 파장 및 색온도를 가진 순간 조명을 권응수 초상 양쪽에 설치하였다. 여기서 D50은 정오의 태양광선을 대표하는 국제 표준광원이다. 사용된 인공조명이 태양광과 얼마나 가까운가를 나타내는 연색지수(color rendering index, Ra)는 96이 산출되었고, 이는 1A의 연색지수 등급으로 태양광과 아주 가까운 정도를 의미한다. 연색지수뿐만 아니라 조명의 색 표현 신뢰도를 측정한 결과, 99개의 표본에 평균 95% 이상을보였다(Figure 2).
권응수 초상의 디지털 이미지는 사람의 시야각과 비슷하고 왜곡이 적은 50 mm 표준 단렌즈와 중형급 사진기로 획득하였다. 또한 산란광을 막기 위해 렌즈 후드를 장착하였고, ISO 100의 감도로 촬영하였다. 특히 권응수 초상에 배경 흐림 효과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리개는 F11으로 설정하였고, 조명의 광량이 충분하여 1/100초로 셔터 속도를 고정하였다. 또한 인위적인 흔들림을 최소화 하기 위해 컴퓨터와 사진기를 연동한 유선 촬영을 수행하였고, 색기준차트 유⋅무에 따라 각각 한 장씩 촬영하였다.
4. 디지털 색재현 과정 및 결과
4.1. 디지털 사진기 프로파일의 색재현도 분석
일반적으로 디지털 사진기는 빛의 세기를 기록하며, 이를 RAW 포맷으로 저장한다. 이러한 RAW 포맷을 이미지로 변환하기 위해서는 색 프로파일을 적용해야 한다. 색 프로파일은 개별적으로 제작하거나 디지털 사진기 제조사에서 제공하는 것을 이용하는데, RAW 포맷에 어떤 프로파일이 적용되는지에 따라 디지털 이미지의 색감은 달라진다(Hong, 2007). 이 연구에서는 사진기 제조사에서 제공한 프로파일의 색재현도를 파악하기 위해 분광측색계 색도와 정량적으로 비교하였다.
이 결과, 제조사 사진기 프로파일이 적용된 색은 분광측색계 기준색에 비해 채도가 낮은 특징을 보였다. 전체적으로 최소 Δ2.4에서 최대 Δ19.4 범위의 색차가 산출되었고, 평균 색차는 Δ10.1로 계산되었다(Figure 3). 전체적인 표준편차는 Δ4.1로, 명확한 정규분포를 보이지 않고 Δ5-6과 Δ10-15 사이의 색차에 비교적 높은 빈도수를 나타내는 것을 알 수 있다. 최적의 환경조건에서 촬영했음에도 불구하고 제조사 프로파일을 적용한 디지털 이미지는 권응수 초상의 현색 기록화에는 한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4.2. 디지털 색보정 과정 정립
앞의 결과에서도 살펴보았듯이 사진기 제조사에서 제공하는 색 프로파일은 문화유산의 현색 기록 및 재현에 적합하지 않다. 따라서 이 연구에서는 색기준차트와 분광측색계 결과를 기반으로 디지털 색보정 과정을 진행하였다. 먼저 디스플레이 조건에 따라 달라지는 색 표현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모니터 교정을 수행하였다(An and Zhu, 2008; Park and Har, 2008; Cho, 2015). 먼저 주변 환경의 휘도를 측정하고, 이 값을 전용소프트웨어에 입력하여 모니터 밝기를 맞추었다. 그런 다음 측색계로 모니터 상태를 분석하고 보정하여 최적의 색 출력 조건을 설정하였다.
모니터 교정을 통해 색재현 환경 구축이 완료되면 RAW 포맷의 디지털 이미지를 대상으로 노출, 색온도, 명도, 색상 및 렌즈 왜곡을 순차적으로 보정하였다. 이 중 노출은 명도 50에 가깝고 채도 0인 중성 회색 패치의 CIE Lab를 기준으로 보정하였다. 또한 디지털 사진기는 광원에 따라 백색을 기준으로 색온도를 인식하는데(Lee et al., 2012), 밝기 차이에 대한 색 표현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중성 회색 패치를 이용하여 색온도를 보정하였다.
그런 다음 색기준차트 가장자리의 무채색 패치들을 이용하여 이미지의 밝기인 명도를 보정하였다. 이때 각 패치의 L값과 유사하게 보정하고, a와 b는 유채색 패치 약 80개를 이용하여 보정하였다. 이렇게 완료된 이미지는 50 mm 표준단렌즈의 구면수차를 적용하여 렌즈와 이미지 센서 사이의 왜곡을 개선하였다(Figure 4).
4.3. 디지털 색공간 설정
모든 디지털 이미지는 고유의 색 영역인 색공간을 가지고 있다. 특히 입⋅출력 장치에 따라 동일한 RGB와 CMYK 색 수치를 갖더라도 색공간에 따라 다른 색으로 출력될 수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제컬러협회(International Color Consortium, ICC)는 일관적으로 나타낼 수 있는 색공간 설정을 권고하고 있다. 색공간 설정은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한 색을 사람의 시각적 인지력에 가깝게 보정하는 방법으로, 디지털 환경에서 같은 색을 출력하기 위해서 수행된다.
색 보정이 완료된 이미지를 디지털 환경에서 활용하기 위해서는 RGB로 출력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이때 디지털 색공간 설정이 필요하다(Figure 5). 이 연구에서는 보정된 색기준차트를 RGB 신호에 최적화될 수 있도록 백색점과 흑색점을 기반으로 색공간을 생성하였다(Figure 6). 마지막으로 이렇게 생성된 색공간에 색기준차트와 권응수 초상을 적용하여 색관리가 가능한 디지털 이미지를 완성하였다.
4.4. 권응수 초상의 색재현 결과
이 연구에서는 분광측색계로 측정된 기준색과 권응수 초상과 함께 촬영된 색기준차트의 색재현 정확도를 분석하였다. 이 결과, 검은색 색재현 결과에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전체적으로 색의 일치도가 매우 높으며, 앞의 디지털 사진기 프로파일 결과와 비교할 때 확연히 좋아진 것을 알 수 있다. 색재현 이미지의 색차는 Δ0.1-Δ6.0 사이에 분포하고 있으며, 평균 Δ1.1의 색차가 산출되었다(Figure 7). 이 결과는 디지털 사진기 프로필의 색차에 비해 약 10배 정도 개선된 수치이다. 특히 정규분포도를 보면, Δ1.5이상에서 낮은 빈도수의 높은 색차들이 확인되지만, 전반적으로 앞의 사진기 프로파일의 색차 분포와 달리 Δ0.5를 중심으로 정규분포를 나타냈다. 또한 표준편차 역시 Δ1.1로 4배 이상 양호한 수치를 보였다.
따라서 색재현이 완료된 프로파일을 색기준차트가 없는 권응수 초상 이미지에 동기화하여 최종 디지털 이미지를 완성하였다. 색재현이 완료된 권응수 초상의 디지털 이미지를 보면, 전체적으로 채도가 높아지고 밝기가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특히 초상의 배경에 주로 사용된 황색의 채도가 확연한 변화를 나타냈으며, 색이 가장 다양한 흉배부는 색온도가 낮아지는 특징이 확인되었다. 또한 뒤가 높고 앞이 낮은 2단의 흑사모를 보면, 디지털 사진기 프로파일 이미지에서는 낮은 채도로 인해 거의 동일 색상으로 보이지만, 색재현 이미지에서는 앞⋅뒤의 색의 차이가 확연히 드러남을 알 수 있다(Figure 8).
이러한 디지털 색재현 결과의 유효성을 검증하기 위해 분광측색계를 이용한 직접 측색과 교차비교를 수행하였다. 분석 영역은 권응수 초상에서 가장 많은 색 분포를 보여주는 흉배부이며, 지점은 임의적으로 10지점을 선정하였다(Figure 9a). 분광측색계의 측정 조건은 D50의 표준광원으로 설정하였으며, 데이터 취득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측색계를 초상화에 최대한 밀착시켜 CIE Lab를 획득하였다(Figure 9b).
한편 색재현 이미지의 간접 측색 결과는 분광측색계와 동일한 영역인 직경 3.5 mm 내 240개 픽셀의 평균 값을 이용하였다(Figure 9c). 직접 및 간접 측색의 색차를 비교한 결과, 두 방법은 평균 Δ2.6(Δ1.8-3.8)의 색차가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Table 2). 이 색차 중 Δ1.1 정도는 디지털 색재현 결과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차로 판단된다. 또한 Δ1.5는 분광측색계의 위치 재현성, 초상화의 표면 요철 및 빛 반사도 등 측정 환경에 따른 불확실성 오차가 반영된 것으로 추정된다(Figure 10).
5. 문화유산의 현색 기록화 가치
이 연구에서 제안한 색재현 과정은 크게 촬영환경 세팅, 색기준차트 측정, 디지털 사진 촬영, 색보정, 색공간 설정으로 진행된다. 먼저 연색도, 광원파장, 색온도, 휘도 등의 측정치를 바탕으로 촬영 환경을 세팅한다. 이후 분광측색계로 색기준차트의 절대색을 기록하고, D50의 색온도 및 파장이 유사한 광원을 이용하여 디지털 사진을 촬영한다. 이때 색기준차트의 유무에 따라 각각 한 장씩의 RAW 이미지를 획득한다. 그런 다음 색기준차트를 이용하여 RWA 이미지의 노출, 색온도, 명도, 색도 등 일련의 색보정을 수행하고, 이 프로파일을 대상 문화유산에 동기화하여 맞춤형 색공간을 생성한다(Figure 11). 이러한 수동형 색관리 과정은 분광측색계를 이용한 색기준차트 측정, 측색된 정량 수치 기반의 140개 색 패치 보정, 전용 색공간 생성 등에서 일반적으로 많이 활용되는 소프트웨어 의존적 자동색관리시스템과 비교할 때 높은 색재현률을 갖는 것이 큰 특징이다.
이 연구에서는 권응수 초상을 대상으로 디지털 색재현을 수행하였고, 이를 사진기 제조사 프로파일이 적용된 디지털 이미지와 비교하여 현색 기록화로서의 가치를 고찰하였다. Figure 12의 색차 비교 그래프를 보면, 디지털 사진기와 색재현 이미지의 색차는 Δ0.23-Δ18.85의 범위에서 평균 Δ9.0으로 산출되었다. 정성적으로는 높은 채도를 갖는 색 패치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였으며, 특히 상대적으로 청색 계열에서 약 Δ10 이상의 높은 색차를 나타냈다. 이 결과는 디지털 사진 촬영 환경과 조건을 최적화했더라도 디지털 사진기 제조사의 보정 알고리즘에 의존할 경우 대상 문화유산의 현색 기록에 어려움이 있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문화유산의 디지털 색재현을 위해서는 RAW 이미지 기반의 색보정 및 색공간 설정이 필요하며, 이는 현색 기록화로서 매우 중요한 과정이라고 판단된다.
색차에 대한 사람의 인지 정도에 대해서는 국내외적으로 다양한 기준이 통용되고 있으며, 대표적으로 일본 전색공업주식회사(Nippon Denshoku Industries)와 미국국립표준국(National Bureau of Standards, NBS)에서 제시하고 있는 색차 인지 기준이 널리 사용되고 있다(Table 3). 두 기준에 따르면 제조사 프로파일이 적용된 디지털 사진기 이미지는 Δ10.1의 색차를 나타냈는데, 이는 일본 전색공업주식회사 기준으로 먼셀컬러차트의 다른 색을 의미하며, NBS 기준으로는 극히 두드러진 색 변화로 분류된다. 이에 반해 색재현 결과의 Δ1.1은 일본 전색공업주식회사 기준으로 색 샘플을 나란히 놓아야만 색차를 인지할 수 있을 정도이고, NBS 기준으로는 미약한 색변화에 해당된다. 색재현 결과가 평균 Δ1.1의 낮은 색차를 보였더라도 환경 균질성, 이미지 센서 성능, 촬영 조건에 따라 색차를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색재현 결과의 고도화를 위한 추가적인 연구도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현재 국내외적으로 문화유산의 디지털 기록화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고, 문화재청은 관련 매뉴얼을 배포하여 기록화 수준을 고도화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Cultural Heritage Administration, 2013; 2018). 그러나 이 자료들에는 사진촬영 방법에 대한 가이드만이 명시되어 있을 뿐 현색 기록을 위한 지침이 없는 실정이다. 회화, 벽화, 단청 등 우리나라에는 색 보존이 필요한 문화유산이 매우 많으며, 이들 문화유산들은 다양한 자연적 및 인위적 환경에 노출되어 변색 및 퇴색되고 있다. 문화유산의 원형 보존과 모니터링이 중요한 시점에서 디지털 색재현을 통한 현색 기록은 보존상태 평가와 보존처리 및 복원의 중요한 기초자료가 될 수 있으므로 전체적인 디지털 기록화 과정에 반영될 필요가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색재현이 완료된 디지털 이미지는 각 픽셀마다 고유의 색 정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를 빅데이터 분석과 연계하여 통계 분석 한다면 채색문화유산의 변색 및 퇴색 분석에 적극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
이번 권응수 초상의 디지털 색재현 연구는 현재 색을 분광측색계 수준으로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하였다. 이 결과는 현재 시점의 기록화 자료이기 때문에 보존상태 모니터링의 기준이 될 수 있으며, 보존처리 및 복제까지 확대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사료된다. 다만 입체 형상이 두드러진 문화유산은 그림자로 인해 현색 기록이 어렵고, 반사도가 심한 경우 색 포화 현상이 발생할 수 있어 이에 대한 현색 신뢰도 확보와 한계를 명확히 제시하는 연구가 추가적으로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 연구에서는 일본 전색공업주식회사와 미국 NBS에서 제시한 색차 기준을 적용하였다. 그러나 이들 기준은 산업 분야에 최적화되어 있으므로 향후 문화유산 색상정보에 대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맞춤형 색차 기준을 마련하는 연구가 진행되었으면 한다.
6. 결 론
1. 권응수 초상을 대상으로 디지털 사진기 제조사에서 제공한 프로파일의 색재현도를 파악하기 위해 분광측색계 색도와 정량적으로 비교하였다. 이 결과, 최소 Δ2.4에서 최대 Δ19.4의 범위의 색차가 산출되었고, 평균색차는 Δ10.1로 계산되었다. 최적의 환경조건에서 촬영했음에도 불구하고 제조사 프로파일을 적용한 디지털 이미지는 문화유산의 현색 기록화에는 한계가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2. 디지털 색재현 과정은 크게 촬영환경 세팅, 색기준 차트 측정, 색보정, 색공간 생성으로 진행되었다. 연색도, 광원파장, 색온도, 휘도 등 측정치를 바탕으로 촬영 조건을 설정하였고, D50과 유사한 광원을 사용하여 디지털 사진을 촬영하였다. 그런 다음 RAW 이미지를 이용하여 노출, 색온도, 명도, 색도 등 일련의 색보정 과정을 진행하였고, 맞춤형 색공간 설정을 통해 색재현을 완료하였다.
3. 색재현이 완료된 권응수 초상은 전체적으로 색의 일치도가 매우 높았으며, 평균 색차는 Δ1.1(Δ0.1-Δ6.0)로 산출되었다. 이 결과는 디지털 사진기 프로필 색차보다 약 10배 정도 개선된 수치이다. 특히 초상화는 색재현 전에 비해 전체적으로 채도가 높아지고 밝기가 감소한 경향을 보였으며, 흑사모의 경우 앞뒤 색의 차이가 확연히 드러났다.
4. 색차에 대한 사람의 인지 정도는 일본 전색공업주식회사와 미국 NBS에서 제시하고 있는 기준이 널리 사용되고 있다. 두 기준에 따르면 제조사 프로파일이 적용된 디지털 사진기 이미지는 다른 색 또는 두드러진 색 변화로 분류되었다. 그러나 디지털 색재현 결과는 일본 전색공업주식회사의 분류표에 의하면 색 샘플을 나란히 놓아야만 인지되는 색으로, NBS 기준으로는 미약한 색 변화에 해당되었다.
5. 현재 국내외적으로 문화유산의 디지털 기록화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지만, 현재 구체적인 현색 기록을 위한 지침이 부족한 실정이다. 따라서 색재현을 통한 현색 기록은 문화유산의 디지털 기록화 과정에 반영되어 원형 보존과 모니터링의 기초자료로 적극 활용될 필요가 있다. 특히 이번에 구축한 권응수 초상의 디지털 색재현 결과는 현재 시점의 기록화 자료이기 때문에 향후 변색 및 퇴색을 모니터링하기 위한 기준 데이터가 될 수 있으며, 보존처리 및 복제까지 확대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Acknowledgements
이 연구는 문화재청 2021-2022년 문화유산 원형기록 통합 DB 구축 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연구임을 명기하며, 위 기관의 행정 및 재정적 지원에 감사드린다. 또한 조사에 적극적으로 지원해준 국립진주박물관에게도 깊이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