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화령전 운한각 단청에 사용된 채색 안료의 특성 분석
A Study on Painting Characteristics by Analysis of Pigments Used in Unhangak Hall Dancheong in Hwaryeongjeon Shrine, Su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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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수원 화령전 운한각에 사용된 단청안료의 특성을 파악하기 위해 현장에서 확대현미경 조사, 비파괴 성분분석을 실시하였다. 또한 현장에서 수습한 채색시편을 X-선 회절분석, 편광현미경 및 주사전자현미경 분석을 실시하였다. 운한각 내부를 구역별로 나누고 안료특성을 조사한 결과, 적색 안료는 주사, 장단, 석간주(산화철, 주토), 황색안료는 자황, 금과 유기안료인 등황의 사용이 확인되었다. 녹색안료는 하엽, 석록, 뇌록, 삼록, 크롬그린, 청색안료는 석청, 회청의 사용이 확인되었다. 백색 안료는 백토, 연백, 호분 또는 백악이 사용되었고 흑색은 먹이 사용되었다. 운한각의 단청안료는 일부 보수에 의해 뇌록 색상에서 현대안료인 크롬그린이 확인되었으나 이를 제외하고 대부분 전통안료가 사용되었다. 운한각에 사용된 단청안료는 주사와 하엽의 사용량이 일반적인 전통 건축물에 비해 높은 편이다. 또한 정칸과 내합과 같이 주요 배례공간을 중심으로 석청, 회청, 석록, 주사, 자황, 금, 하엽 등과 같은 고가 안료가 집중적으로 사용된 점이 특징적이다. 단면분석 결과, 채색 안료는 발색도와 채색 효율을 높이기 위해 대부분 백토, 연백, 호분 및 백악을 사용하여 백색 바탕칠을 하였다.
Trans Abstract
A microscopy investigation has been performed together with non-destructive component analysis to verify properties of pigments used in Unhangak Hall Dancheong in Hwaryeongjeon Shrine, Suwon. In addition, X-ray diffraction analysis, polarization microscopy, and scanning electron microscopy analyses were performed on the pigment specimens collected at the site. Dividing the Unhangak interior into areas and performing pigment property analyses has confirmed that the pigments Jusa, Jangdan, and Sukganju (iron oxide, red ocher) have been used for red colors. Jahwang, Gold, and Gamboge (organic pigments) have been used for yellows, the pigments Hayeob, Seokrok, Neorok, Samrok, and Chrome green have been used for greens, and Seogcheong and Heocheong have been used for blues. Baekto, Yeonbaek, Hobun, and Chalk have been used for whites, and Meog has been used for black. The inclusion of Chrome green (a modern pigment) among the pigments used to produce the Dancheong of Unhangak Hall has been confirmed. With this one exception, traditional pigments have been used. One unique property of the dancheong decorating Unhangak Hall include the use of higher than ordinary proportions of Jusa and Hayeob than is ordinarily found in traditional buildings. Another distinction is that expensive pigments including Seogcheong, Heocheong, Seokrok, Jusa, Jahwang, Gold, and Hayeob have been intensively used in worship spaces including the center compartment (Jeongkan) and Nae-hap. These pigments have been used over a coating of white primer (mostly Baekto, Yeonbaek, Hobun or Chalk) to improve choromaticity and color vibrance.
1. 서 론
진전(眞殿)과 영전(影殿)은 왕의 초상인 어진을 봉안하고 제사를 지내는 길례용 건물이다(Suwan Hwaseong Management Office, 2020). 조선시대 어진을 봉안하던 곳으로는 궁궐 내 진전인 선원전과 도성 및 각 지역에 산재해 있는 영전이 있다. 조선시대에 많은 영전 건물이 있었지만 현재 남아 있는 건물로는 전주의 경기전, 수원의 화령전이 있다. 수원 화령전은 정조의 어진을 봉안하고 제사를 지내던 곳으로 정조 승하 이듬해인 1801년에 건립되었다. 20세기에 들어 정조 어진이 서울로 이봉되면서 영전 본래의 기능을 잃었지만 건립 이래 원 위치에서 조선 후기 영전 건축의 형태가 잘 유지되고 있으며 역사적, 건축적, 학술적 가치를 인정받아 1963년 사적으로 지정되었고 2019년에는 운한각⋅복도각⋅이안청이 보물로 지정되었다.
최근 운한각⋅복도각⋅이안청이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되면서 보수 정비 계획 수립을 위해 인문, 건축, 회화 보존 분야 등 다각적인 기초조사가 진행되었다. 이를 통해 영전의 건축적 특징뿐 아니라 건축물의 단청, 건물 내부 의례용 기물에 대한 고유의 특징이 확인되었다. 특히 단청 조사에서 화령전의 정전인 운한각은 색긋기 단청이 적용된 것으로 확인되었다(Suwan Hwaseong Management Office, 2021a). 이는 현존하는 진전과 영전 건물이 모로단청 이상인 점에 비하면 절제된 형식으로 다른 영전 건물에서 볼 수 없는 특징이다(Suwan Hwaseong Management Office, 2020). 수원 화령전은 본격적인 보수 정비에 앞서 단청 문양의 복원과 함께 단청에 사용된 안료, 교착제 등 재료에 대한 과학적 조사 및 분석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우리나라는 전통 건축의 단청 복원을 위해 현장에서 단청 문양의 모사와 함께 안료에 대한 과학적 조사가 진행되었는데 2012년 문화재청에서 진행한 중요 목조문화재 단청 기록화사업 기초조사를 시작으로 활성화되었다(Cultural Heritage Administration 2012; 2013; 2014a; 2014b; 2015). 그러나 안료에 대한 분석이 주로 문화재 현장에서 비파괴 분석으로 이루어져 사용된 안료를 명확하게 규명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최근에는 비파괴 성분 분석을 토대로 광물분석을 실시하여 안료를 동정하고 채색층을 현미경으로 분석하는 등 안료에 대한 분석이 점차 정밀화 되고 있다(Han et al., 2014; Hwang et al., 2020). 한편 이러한 연구는 대부분 사찰 및 궁궐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수원 화령전과 같은 영전 건축물에 사용된 단청안료에 대한 과학적 분석 연구는 전무한 실정이다.
이 연구에서는 수원 화령전 운한각을 대상으로 단청안료의 보존현황을 파악하고 성분분석을 통해 사용된 안료를 파악하였다. 특히 운한각 내에서 어진을 봉안한 내합을 중심으로 채색층 단면분석을 실시하여 채색층위와 조채현황을 파악하였다. 이를 통해 수원 화령전뿐 아니라 조선시대 영전 건축을 복원하는 데 과학적 근거자료를 확보하고자 하였다.
2. 연구 대상 및 방법
2.1. 연구대상
수원 화령전은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신풍로에 위치한 것으로 화성행궁의 북쪽에 위치하고 있다(Figure 1A). 현재 사적으로 지정된 수원 화령전은 정조가 승하한 뒤 어진을 모신 영전건축으로 1801년에 건립되었다. 화령전 내에는 운한각, 복도각, 이안청, 재실, 향대청과 전사청, 어정, 그 밖에 내삼문과 외삼문 등 다양한 건축물이 있다(Figure 1B). 이 중 운한각⋅복도각⋅이안청 세 건물은 화령전의 중심 건축군으로, 운한각과 이안청이 복도각으로 연결되어 ‘ㄷ’ 자형 구성을 보인다.
화령전의 정전인 운한각은 정면 5칸, 측면 4칸의 단층으로 팔작지붕의 익공계 건물이다. 정면 3칸은 정칸으로 정칸 중앙 안쪽에 합자를 두고 좌우 맨 끝은 협칸으로 익실이 마련되어 있다. 내합 하부와 익실에 온돌을 설치한 점 등이 다른 영전 건축에서 보기 드문 특이한 건축요소이다(Figure 1C). 이와 같이 화령전은 조선시대 영전 건축물의 전통을 계승하면서 화령전만의 고유한 특색을 충실하게 간직한 공간구성을 보인다. 또한 『화령전응행절목』 기록을 통해 당시 궁궐, 화성축성 등 당대 주요 관영건축 공사에 참여한 장인의 숙련된 기술이 적용된 것을 알 수 있다(Kim et al., 2005).
수원 화령전의 운한각⋅복도각⋅이안청 세 건축물은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되면서 보수정비 계획을 위한 기초조사로 단청조사를 실시하였다. 전각에 대한 수리 관련 기록을 살펴본 결과, 전각의 수리와 구조 변경에 따른 단청수리가 일부 확인되나 전면적인 단청 개채는 확인되지 않았다. 단청 보존현황에 대한 현장조사를 실시한 결과, 외부 단청은 상당부분 퇴락된 상태로 일부 부재에서만 안료와 문양의 흔적이 확인 가능하였다. 내부 단청은 탈락 및 변색이 보이지만 대체로 당초 단청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운한각은 내부에 정조 어진을 봉안한 내합의 단청에서 교착제로 옻이 사용된 것으로 확인되었다(Park et al., 2021). 조선시대 영건의궤 등 기록에서 옻칠 관련 내용은 다수 확인되나 분석을 통해 밝혀진 사례는 드문 것으로 매우 중요한 자료라 할 수 있다.
이 연구에서는 수원 화령전 운한각 단청에 사용된 안료의 종류와 특성을 파악하기 위해 운한각 내합을 중심으로 구역별로 5구역을 나누어 조사를 실시하였다(Figure 2A, 2B). 현장에서 단청 수리기술자와 함께 색상별 채색 안료 상태가 비교적 잘 남아 있고 채색층의 중첩이 최소화된 단청 색상을 중심으로 분석지점을 선정하였다. 분석지점은 운한각 내합의 안쪽 및 바깥쪽 33지점, 내합 좌측 3지점, 내합 우측 20지점, 내합 전면 정칸 13지점, 운한각 외부 전면 퇴칸의 단청 10점으로 총 79지점을 대상으로 과학적 조사를 실시하였다. 특히 교착제로 옻을 사용한 옻칠단청이 적용된 운한각 내합을 중심으로 주요 색상별 6지점에 대해서는 성분분석과 함께 단면분석을 실시하여 안료의 혼합 사용 및 채색층위 등을 파악하고 채색특성을 고찰하였다.
2.2. 연구방법
2.2.1. 안료 성분분석
수원 화령전 운한각 단청에 사용된 안료의 특성을 파악하기 위해 현장에서 모든 분석 지점을 대상으로 확대현미경 조사, 비파괴 성분분석을 실시하였다. 현미경조사는 채색층의 확대관찰을 위해 디지털현미경을 이용하여 표면조사를 실시하였다. 장비는 일본 Scalar사의 DG-3을 이용하였으며 채색층의 표면을 50배, 100배, 200배율로 관찰 및 촬영하였다. 성분분석은 Gun-type의 X-선 형광분석기(p-XRF)를 사용하였으며 장비는 미국 Olympus사의 Innov-X DELTA를 이용하였다. 운용조건은 X-ray tube 전압 15∼40 kV(중원소 40 kV, 경원소 15 kV), 전류 10∼50 μA이며, 측정모드는 geo, soil 모드를 병행하여 분석하였다. 분석면적은 직경 약 10 mm, 측정시간은 60 sec로 하였다.
현장에서 실시한 비파괴 성분분석의 한계점을 보안하기 위하여 조사 중 박락되거나 들뜬 채색층에 한해 보다 정밀한 분석을 위하여 시료를 수습하였다. 수습한 채색시편에 대해서는 현장에서 실시한 조사 결과를 토대로 실체 현미경을 이용하여 단청 층위나 상부 채색층의 색상을 파악하였다. 이를 위해 독일 Zeiss사의 Stemi 2000C를 사용하였다, 현미경 관찰 후 안료의 구성성분 및 결정구조 분석을 위해 X-선 회절분석(XRD)을 실시하였다. 분석장비는 Panalytical사의 Empyrean을 이용하였고 분석 시 X-선관 전압과 전류는 각각 40 kV, 15 mA, 연속스캔 방식과 스캔범위는 5∼60 。 이다. 분석 후 물질동정은 High Score Plus 매칭프로그램을 이용하였다.
2.2.2. 채색층 단면분석
수원 화령전 운한각 단청에 사용된 안료는 현장에서 비파괴 X-선 형광분석을 진행하고 실내에서 X-선 회절분석을 실시하여 성분을 파악하였다. 그러나 성분분석은 안료에 포함된 성분 값이 모두 검출되므로 채색 안료의 중첩이나 혼합 채색 등의 현황을 면밀히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채색층 단면분석을 병행하였다.
단면분석은 내합에 사용된 주요 채색시편 6점을 대상으로 실시하였다. 채색시편의 채색 층위를 현장조사 결과와 현미경 조사를 통해 파악한 후 단면 관찰을 위해 박편을 제작하였다. 박편 제작과정은 다음과 같은 순서로 실시하였다. 먼저 수습한 안료 시편은 부서지기 쉬우므로 시편을 Epofix 수지로 1차 강화처리를 하였다. 이때 표면 채색층의 위치가 바뀌지 않도록 하였다. 충분히 강화된 시편은 마운팅 홀더에 1차로 에폭시를 부어 틀을 만든 후 최종적으로 층위 확인 후 수평에 맞게 놓고 2차로 에폭시를 부어 고정하였다.
고정된 시편을 마이크로톰으로 수직되게 절단하고, 절단된 시편을 샌드페이퍼 #1000에서 #4000까지 평평하게 연마한 후 알루미나 파우더 0.3 μm까지 폴리싱하였다. 채색시편의 경우 내수성이 약한 아교 등 교착제가 결실되는 것을 고려하여 물과의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연마과정에서 물 대신 루브리컨트(DP-Lubricant Blue, Struers, Denmark)를 사용하였다. 연마된 시편은 슬라이드글라스에 부착시킨 후 절단 및 연마를 통해 박편을 제작하였다.
제작된 박편시편은 채색층 단면 관찰을 통해 안료를 구성하는 원료광물의 특성을 파악하기 위해 편광현미경으로 관찰하였다. 사용된 편광현미경은 독일 Leica사의 DM 2700P이다. 또한 안료 채색층 단면의 미세조직과 층위별 원소 분포를 확인하기 위해 주사전자현미경(SEM-EDS) 분석을 실시하였다. 분석 장비는 에너지 분산형 성분분석기(Energy Dispersive Spectrometer, X-MAXN, Oxford)가 장착된 일본 Jeol사의 JSM-IT300이다. 분석시료는 백금(Pt)으로 10 mA, 45초동안 코팅하였고 분석조건은 20 kV, Probe Current 60, Working Distance는 10 mm로 맞추어 실시하였다.
3. 연구결과
3.1. 안료 성분분석
수원 화령전 운한각에서 조사한 단청 색은 적색, 황색, 녹색, 청색, 백색, 흑색으로 구분되며 주요 색상은 14종이다(Table 1). 적색안료는 운한각 내부에 광범위하고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다. 주로 내합 안쪽 반자, 바깥쪽 창호궁판 여의두문, 여모판 외에 운한각 정칸 반자, 협칸에 위치한 퇴량, 보아지, 첨자 등의 부재 배면에 위치한 것으로 주홍(JH), 장단(JD), 육색(YS), 석간주(SG), 다자(DJ) 색상으로 구분하여 조사하였다. 주홍(1-62, 1-60), 육색(4-26, 3-21), 석간주(1-50, 2-55)는 운한각 내부 위치에 따라 채색층의 색감에 차이를 보였고 특히 주홍은 정칸 반자틀에 집중적으로 많은 양이 적용되었다.
황색안료는 주로 내합 안쪽 마루 난간, 내합 및 정칸 반자 소란대, 내합 바깥쪽 여모판에 위치한 것으로 황(H), 금(G)으로 분류된다. 황은 마루 난간(1-85)과 반자 부재(1-12)에 적용된 채색층의 색감에서 차이를 보였다. 금은 내합 바깥쪽 여모판에서만 확인된다(1-61). 녹색안료는 적색안료와 함께 사용량이 많은 것으로 운한각 내합의 창호, 낙양 장식, 정칸 반자에서 확인된다. 그 외에 양쪽 협칸의 화반, 퇴량, 창방, 머름청판, 창호 등에 사용되었으며 하엽(HY), 삼록(SR) 뇌록(NR)으로 구분된다. 이 중 하엽은 주로 정칸 반자널에 가칠되어 방대한 양이 사용된 것을 알 수 있다(4-7). 삼록은 내합(1-91)과 협칸의 퇴량(3-18)에 사용된 채색층의 색감에 차이를 보였다. 뇌록은 주로 협칸과 운한각 외부 퇴칸에서 확인되었으며 협칸의 장연에 가칠된 뇌록은 부재 위치는 같으나 본래 단청(3-3)과 개채된 곳(3-4)의 색상에서 차이를 보였다.
청색안료는 내합에서만 확인되며 삼청(SC)과 청(C)으로 구분된다(1-93, 1-94). 백색안료는 분(B)으로 내합의 여모판과 마루 밑칠(1-88)에서 주로 확인된다. 정칸의 대량 배면, 협칸의 퇴량 등에서 분선과 매화점으로 적용되었으나 매우 적은 범위이다. 흑색안료는 먹(M)으로 정칸 및 협칸의 퇴량에 먹선으로 주로 사용되었다(4-29).
수원 화령전 운한각에 사용된 안료의 성분 특성을 파악하기 위해 주요 구성원소 및 광물을 분석하였다(Table 2). 적색계열의 단청 색상은 주홍, 장단, 육색, 석간주, 다자 등 5종이 조사되었다. 주요 발색원료는 진사(cinnabar), 산화납(minium), 주토(red ocher), 산화철(hematite)이 확인되었다. 따라서 적색안료는 주사, 장단, 원료물질이 크게 2개로 분류되는 석간주가 발색 안료로 사용된 것을 알 수 있다. 주홍과 장단이 채색되는 부분에서는 부위에 따라 진사, 장단, 석간주 등의 안료가 단독으로 각각 사용되거나 진사와 장단 안료를 혼합하여 사용하였다. 육색은 장단, 석간주의 단일채색과 진사와 연백 또는 진사와 장단에 연백을 혼합 채색하여 사용하였다. 석간주는 크게 주토와 산화철로 사용 원료가 구분되었고 일부에서는 석간주에 주사를 혼합 채색하여 사용하였다. 다자는 채색층 위에 먹이 칠해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수원 화령전 운한각은 주사(cinabar)안료의 사용빈도가 다른 사찰 및 궁궐 등의 전통 목조건축물에 비해 높은 편이다.
황색계열의 단청 색상은 황과 금의 2종이 조사되었다. 주요 발색원료는 웅황(orpiment) 및 금(gold)과 유기안료인 등황(gamboge)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황색안료는 자황, 금, 등황이 발색 안료로 사용된 것을 알 수 있다. 유기안료인 등황이 확인된 곳은 주로 내합 및 정칸의 반자 소란대 부분이며 백색안료인 연백이 함께 동정되는 것으로 연백이 바탕칠로 사용된 것을 알 수 있다. 내합 안쪽 난간 돌란대에 칠해진 황색은 자황(orpiment)이 동정되며 호분 또는 백악(calcite)이 바탕칠로 사용된 것을 알 수 있다. 금은 내합 바깥쪽 주칠 위 여모판에서 연백안료를 바탕으로 칠하고 금을 올렸으나 여모판 장식부분에서는 금과 자황을 혼합 채색하여 사용하였다.
녹색계열의 단청 색상은 하엽, 삼록, 뇌록 등 3종이 조사되었다. 주요 발색원료는 염기성 염화동(atacamite), 공작석(malachite), 물루아이트(moolooite), 셀라도나이트(celadonite), 크롬그린(chrome green)이 확인되었다. 따라서 녹색안료는 하엽, 석록, 삼록, 뇌록과 현대안료인 크롬그린이 발색 안료로 사용된 것을 알 수 있다. 하엽은 주로 염기성 염화동으로 이루어진 원료물질로 단독으로 채색되었으며 특히 정칸의 반자널에 많은 양이 집중적으로 사용되었다. 석록은 내합의 낙양장식에서만 소량 사용이 확인되고 삼록은 물루아이트 등 녹색을 띠는 구리화합물질에 연백을 혼합 채색하여 사용하였다. 뇌록 색상은 내합, 정칸에서 확인되지 않으며 협칸이나 외부에서 주로 확인된다. 일부 개칠된 부재에서 크롬그린이 동정되어 현대안료가 확인되었으나 그 외 모든 지점에서 셀라도나이트가 원료인 전통 뇌록안료가 사용된 것을 알 수 있다.
청색계열의 단청 색상은 청, 삼청 등 2종이 조사되었다. 주요 발색원료는 스몰트(smalt)와 남동석(azurite)이 확인되었다. 따라서 청색안료는 석청, 회청이 발색안료로 사용된 것을 알 수 있다. 석청과 회청안료는 내합의 낙양 장식에서만 확인된다. 성분분석 결과, 납산화물(anglesite)이 함께 동정되는 것으로 채색 시편의 단면분석을 통해 성분검출 요인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였다.
백색의 단청 색상은 분 1종이며 주요 발색원료로 석영, 장석류, 운모 등 다양한 광물 종으로 이루어진 백토(white soil), 산화납(white lead), 탄산칼슘(calcite)이 확인된다. 이를 통해 백색안료는 백토, 연백, 호분 또는 백악이 발색안료로 사용된 것을 알 수 있다. 호분 또는 백악은 내합 안쪽 난간 머름 지대목의 밑칠에서만 확인되고 그 외는 연백과 백토가 주로 사용된 것을 알 수 있다. 흑색의 단청 색상은 먹 1종이다. 주요 발색원료는 특징적인 무기질 성분이 나오지 않고 비정질 결정을 갖는 흑색 입자로 먹이 사용된 것으로 판단된다.
3.2. 채색층 단면분석
수원 화령전 운한각은 내합에 주사, 자황, 금, 하엽, 석록, 삼청, 회청 등 당시 고가 안료의 사용이 집중되는 특징을 보인다. 따라서 내합에 사용된 적색(주홍), 황색(황, 금), 녹색(하엽, 삼록), 청색(청) 안료의 채색시편 총 6점을 대표시료로 선정하고 단면분석을 통해 채색 층위 및 기법을 파악하고자 하였다.
3.2.1. 적색안료
적색안료인 주홍의 채색시편(1-74)은 운한각 내합 바깥쪽 창호 궁판 테두리에서 채취하였다. 편광현미경으로 채색시편의 단면을 관찰한 결과, 하부층으로부터 백색층, 녹색층, 적색층, 흑갈색층으로 4개의 층위로 구분되었다(Table 3). 이는 주사전자현미경의 BSE 이미지에서도 같은 결과를 볼 수 있다. 각 층의 원소분포를 확인한 결과 백색층은 Si, Al이 주로 검출되어 토양 또는 백토를 사용한 것으로 판단되었다. 녹색층은 Cu, Cl가 주로 검출되어 염기성 염화동이 원료인 하엽을 사용하였다. 적색층의 경우 Hg, S, Pb이 우세한 것으로 주사와 장단을 혼합하여 채색한 것을 알 수 있다. 최상부층은 흑갈색층을 나타내는 철산화물로 2차 생성물로 추정된다. 이를 통해 운한각 내합 바깥쪽 창호 궁판 테두리에 사용된 주홍은 바탕칠로 백토를 사용하고 하엽으로 가칠한 후 주사안료로 채색한 것으로 판단된다.
3.2.2. 황색안료
황색안료인 황의 채색시편(1-85)은 운한각 내합 안쪽 마루 난간 돌란대에서 채취하였다. 편광현미경으로 채색 시편의 단면을 관찰한 결과, 하부층으로부터 백색층, 적색층, 백색층, 황색층으로 4개의 층위로 구분되었다(Table 4). 이는 주사전자현미경의 BSE 이미지에서도 같은 결과를 볼 수 있다.
각 층의 원소 분포를 확인한 결과, 최하부층인 백색층은 Si, Al, K이 주로 검출되어 백토를 사용한 것을 알 수 있다. 하부층 위의 적색층은 Hg, S, Pb이 주로 검출되어 진사와 연단을 혼합하여 채색하였다. 세 번째 층인 백색층은 Ca 원소가 우세하게 검출되어 호분 또는 백악을, 최상부층인 황색층의 경우 As, S이 우세한 것으로 자황을 사용하였다. 이는 크게는 두 개의 채색층이 중첩된 것으로 판단되나 실제 개채되었는지는 수리내역 및 단청 장인의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확실한 건 진사 또는 자황과 같은 고가의 안료 사용에 있어 백색 바탕칠을 적용하였고 이때 사용된 안료는 백토와 호분 또는 백악임을 알 수 있다.
금의 채색시편(1-61)은 운한각 내합 바깥쪽 여모판의 주홍색 위 금칠 부분에서 채취하였다. 편광 현미경으로 채색시편의 단면을 관찰한 결과, 하부층으로부터 바탕층, 흑색층, 적색층, 황색층, 금박층으로 5개의 층위로 구분되었다(Table 5). 이는 주사전자현미경의 BSE 이미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각 층의 원소 분포를 확인한 결과, 최하부층인 바탕층은 Si, Al, K이 주로 검출되어 토양을 사용한 것을 알 수 있으나 발색이 백색을 띠지 않아 백토 안료를 사용하였다고 판단하기 어렵다. 하부층 위의 흑색층은 탄소(C)만 검출되는 특징을 보인다. 세 번째 층인 적색층의 경우 일정한 두께를 보이는 특징을 보이며 주로 Fe, C가 검출되어 산화철을 원료로 한 석간주가 사용되었다.
흑색층과 적색층의 경우Park et al.(2021)에 의해 열분해 GC-MC 분석을 실시한 결과, 옻칠이 사용된 것으로 확인된 부분이다. 특히 흑색층은 옻 성분이 높은 것으로 교착제로 사용된 옻칠 부분은 실체현미경에서 갈색을 띠고(Figure 3A), 편광현미경의 개방니콜상에서 흑색을 띠고 직교니콜상에서 등방성(소광)을 보인다(Figure 3B, 3C). 따라서 안료 채색시편을 박편으로 제작하여 광학적 특성을 관찰하면 구성광물뿐 아니라 교착제 확인도 가능하여 보다 심도 있는 연구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
황색층은 Pb, S 원소가 우세하게 검출되어 연백을 사용하였으며 황색층 상부로 Au 성분을 띠는 금박층이 확인된다. 이를 통해 금과 같은 귀금속을 이용한 곳의 채색도 연백을 사용한 백색 바탕칠이 적용된 것을 알 수 있다.
3.2.3. 녹색안료
녹색안료인 하엽의 채색시편(1-68)은 운한각 내합 바깥쪽 낙양 장식에서 채취하였다. 편광현미경으로 채색시편의 단면을 관찰한 결과, 하부층으로부터 백색층, 청색층, 2개의 녹색층으로 4개의 층위로 구분되었으나 주사전자현미경 분석 결과, 7개의 층으로 확인되었다(Table 6).
각 층의 원소 분포를 확인한 결과, 최하부층인 백색층은 Si, Al, K이 주로 검출되어 백토를 사용하였으며 백토층 상부에 Pb, S이 우세한 연백을 사용한 층이 확인된다. 청색층은 Cu, Si, K 성분이 주로 검출되며 Cu는 청색층 전체적으로 분포하는 반면 Si, K 원소는 상부에 집중되어 분포하는 것으로 보아 청색층 하부에는 Cu 성분이 우세한 석청을 사용하였으며 그 상부에 회청을 사용하였다. 녹색안료 채색층에 청색층이 확인되는 것은 녹색과 청색 채색층이 중첩된 곳에서 채취한 것에 기인한 결과로 판단된다.
녹색층은 현미경상 2개의 층으로 확인되나 원소분포 결과, 3개의 층이 분포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녹색층의 하단부는 Cu, Pb 원소가 우세하여 연백에 물루아이트(moolooite)와 같은 구리 산화물을 혼합 채색한 삼록을 사용한 것으로 판단된다. 그 위에 Cu만 분포하는 석록을 소량 사용하였고 그다음 Cu, Cl 원소가 우세한 층으로 두껍게 하엽의 사용이 확인되었다.
녹색안료의 채색층을 보다 명확하게 확인하기 위해 같은 위치의 낙양장식에서 채취한 삼록색 채색시편(1-91)을 단면 분석하였다. 편광현미경 관찰 결과, 하부층으로부터 백색층, 녹색층으로 2개의 층위로 구분되었으나 주사전자현미경에서 녹색층이 3개의 층으로 확인되었다(Table 7).
각 층의 원소 분포를 확인한 결과 최하부층인 바탕층은 Si, Al, K이 주로 검출되어 백토를 사용하였으며 백토층 상부에 Pb, S, Cu가 우세한 것으로 연백에 구리화합물이 혼합 채색한 삼록이 확인된다. 최상부에 있는 녹색층은 Cu가 우세한 층으로 석록의 사용이 확인되었다. 이를 통해 내합 낙양장식에 사용된 녹색 안료는 바탕칠을 백토로 하고 삼록 위에 석록, 석록 위에 하엽을 칠하여 3빛으로 배색한 것을 알 수 있다.
3.2.4. 청색안료
청색안료인 청의 채색시편 시료(1-94)는 내합 바깥쪽 낙양 장식에서 채취하였다. 편광현미경으로 채색 시편의 단면을 관찰한 결과, 하부층으로부터 백색층, 2개의 청색층으로 3개의 층위로 구분되었으나 주사전자현미경 분석 결과, 4개의 층으로 확인되었다(Table 8).
각 층의 원소 분포를 확인한 결과, 편광현미경상에서 확인된 백색층이 2개로 구분되었다. 백색층의 최하부층은 Si, Al, K이 주로 검출되어 백토가 확인되었다. 백색층 상부는 Si, Mg, Pb, S이 검출되는 것으로 Mg, Si가 우세한 활석과 Pb, S이 우세한 연백을 혼합 채색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는 앞서 성분분석에서도 청색안료 표면 성분분석과 광물분석 시 납산화물이 확인되는 점과 같은 결과이다. 실제 현장조사 시 육안상 청색이 3빛인 점, 초빛에서 청색을 미약하게 나타내는 점을 통해 활석 및 연백과 같은 백색안료에 쪽을 혼합 채색한 것으로 추정되나 정확한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으로 유기분석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백색층 위의 청색층은 Cu가 우세하여 석청이 사용된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그 상부 청색층은 Si, K, As 원소가 우세하여 회청을 사용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를 통해 청색안료는 바탕칠을 백토로 하고 연백과 활석, 쪽을 사용하여 초빛을 칠한 후 석청과 회청을 올려 3빛으로 배색한 것으로 녹색안료와 맞춘 것으로 추정된다.
4. 고찰 및 결론
수원 화령전 운한각 단청안료를 성분 분석한 결과, 적색안료는 주사, 장단, 석간주(산화철, 주토)가 주요 발색 안료로 확인되었다. 또한 색감을 위해 주사와 장단을 혼합하거나 각각의 발색안료를 연백과 혼합 채색한 것을 알 수 있다. 황색안료는 자황, 금과 유기안료인 등황이 주료 발색안료로 사용되었다. 자황과 등황은 각각 호분 또는 백악, 연백과 같은 백색안료를 사용하여 밑칠 후 채색하였다. 녹색안료는 하엽, 석록, 뇌록, 삼록, 크롬그린이 주요 발색안료로 사용되었다. 대부분 단일성분인 반면 삼록은 구리산화물(moolooite)과 연백을 혼합 채색한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크롬그린은 현대안료로 운한각 부재 중 보수에 따른 개칠된 부위에서 확인되었다.
청색안료는 석청, 회청, 쪽이 주요 발색안료로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청색안료 사용 시 발색도를 높이기 위해 하부층은 백토, 활석 및 연백으로 백색 바탕칠을 한 것을 알 수 있다. 백색안료는 백토, 연백, 호분 또는 백악이 주요 안료로 사용되었다. 백색안료는 주로 분선이나 매화점에 채색안료로 사용하기보다 채색안료의 발색도를 높이기 위한 바탕칠 안료, 색감을 위한 조색안료로 주로 사용되었다. 흑색안료는 유기안료인 먹이 사용되었다.
운한각에 사용된 안료는 일부 보수에 의해 개칠된 뇌록 색상에서 크롬그린의 현대안료가 확인되었으나 이를 제외하고 모두 전통적으로 사용된 천연 및 인공 합성안료가 사용되었다. 특히 운한각은 사찰과 같은 일반적인 전통 목조건축물에 비해 주사와 하엽의 사용량이 많은 편이며 정칸인 중앙 3칸에 주로 사용되었다. 또한 정칸에서도 정조의 어진이 안치되어 있는 내합에서 석청, 회청, 석록, 주사, 자황과 같은 고가 안료가 집중적으로 사용된 것이 특징이다.
실제 『화성성역의궤』에 기록된 사용안료의 가격을 살펴본 결과, 삼청, 이청, 석록, 당주홍, 등황, 석자황, 하엽 등은 매우 고가에 해당하였다. 기록에 의하면 장단이 7錢인 반면, 당주홍은 5兩, 하엽은 2兩 7錢을 나타냈다. 당시 10錢이 1兩인 점을 감안하면 주사에 해당하는 당주홍은 장단에 비해 약 7배, 하엽은 장단에 비해 약 4배 가격인 것을 알 수 있다(Suwon Hwaseong Management Office, 2021a). 이를 통해 운한각 내부 건축물 단청 시, 익실인 협칸에 정칸과 내합에 의도적으로 고급안료를 적용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는 운한각 내부에서도 배례공간인 정칸과 내합, 익실인 협칸의 공간을 나누어 위계를 구분하고 이에 맞는 안료를 사용한 것으로 판단된다.
단청 채색층의 단면을 분석한 결과, 내합에 사용된 청색(석청, 회청), 녹색(석록, 하엽), 황색(자황, 등황, 금)의 고가 안료는 대부분 백토, 연백, 호분 또는 백악과 같은 백색안료를 바탕칠 안료로 사용한 것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은 백색 바탕칠은 모두 안료의 발색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은폐력이 약하더라도 발색을 좋게 하기 위해 사용한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채색 회수를 줄이는 효과도 있어 고가 안료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채색기법으로 사료된다. 이와 같은 분석 결과는 수원 화령전 운한각 단청 복원뿐만 아니라 조선 후기 관영건축의 단청재료 및 기술에 대한 실체를 확인할 수 있는 과학적 기초자료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Acknowledgements
본 연구는 국립문화재연구원 문화유산조사연구(R&D) 사업의 일환으로 수행되었다. 또한 본 연구의 현장 조사의 도움을 주신 수원시 화성사업소에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