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 미륵사지 납유리판의 역할과 원료의 상관관계 해석
The Role of Lead Glass Plate and Correlation Analysis of Raw Materials in Mireuksa Temple Site, Iks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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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이 연구에서는 익산 미륵사지에서 출토된 납유리판 9점을 대상으로 역할과 의미를 재조명하고, 원료의 상관관계를 규명하였다. 미륵사지에서 유리판은 전 영역에서 출토되었는데, 특히 동원의 금당지와 탑지 주변에서 다수 확인되었다. 납유리의 사용처는 출토위치로 보아 사찰의 상징적인 공간에 부분적으로 깔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다음으로 납유리의 정량분석(ICP system)을 실시한 결과 PbO는 74.2∼79.5 wt.%(평균 76.6 wt.%)로 산출되었는데, 이는 기존 학계에 보고된 미륵사지 납유리 PbO(약 70 wt.%)보다 높은 값을 나타낸다. 한편, 납유리의 동위원소비와 미량 및 희토류원소의 상관관계를 비교한 결과, 백제문화권과 신라문화권은 뚜렷한 구분을 보이고, 동일문화권에서도 일부 다른 산지의 기원을 확인하였다. 이는 납유리를 제작하는 조성비는 일정하게 유지하고, 다양한 루트를 통해 원료를 조달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상의 결과는 고대 유리질 물질의 기술체계를 이해하고 향후 제작기술 재현을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될 것이다.
Trans Abstract
We interpreted the role and meaning of nine lead glass plates excavated from the Mireuksa Temple site in Iksan and investigated their materials. Glass plates were excavated from all areas of the site, especially around Geumdangji and the eastern pagoda. The lead glass was presumed to have been partially installed in the symbolic space of the temple. Quantitative analysis of the lead glass (ICP system) determined that PbO comprised 74.2 to 79.5% wt. of the glass (average 76.6% wt.), which was higher than that reported for the glass in prior studies (approximately 70% wt.). Regarding the correlation between lead isotope ratios and trace elements in the glass, the Baekje and Silla cultures showed clear distinctions, and the origin of other materials was confirmed for each culture. Therefore, a constant composition ratio was maintained when producing lead glass and procuring raw materials through various routes. The above results can provide data for understanding the technical systems regarding ancient glassy materials and reproducing them using future manufacturing technologies.
1. 서 론
푸른색 빛을 띠며 일부 표면에서 무지갯빛이 감돌기도 하는 장신구, 고대 유리를 일컬어서 하는 말이다. 유리질의 이 재료는 가공기술에 따라 부식이 일어나지도 않고 조성방식에 따라 녹는점도 낮아 만들기도 쉽다. 이러한 이유로 이미 역사 속에서 오랫동안 금은보다 귀한 재료로 인식되어 왔으며, 전문가들은 이들의 조성, 성분, 교류, 유통 등을 매우 심도 깊게 연구해왔다(Lee, 1989; Choi et al., 1991; Bang, 1995; Kwon, 2014).
특히 보존과학 분야에서도 1990년대 초반부터 유리의 성분, 형태, 제작기법 등에 대한 폭 넓은 분석 연구가 수행되어 왔으며, 최근에는 한반도 유리의 문화권에 따른 분류체계를 활발히 정립하고 있는 단계이다(Kang et al., 2003; Kim et al., 2007; Kim et al., 2010; Lee et al., 2010; Kim et al., 2011; Park, 2016).
백제의 유리는 성분조성을 기준으로 소다, 포타쉬, 납유리로 나뉜다. 이 가운데 납유리는 부여 쌍북리유적, 익산 미륵사지와 왕궁리유적에서 고루 출토된다. 특히 미륵사지 사리장엄구에서는 납유리뿐만 아니라 소다, 포타쉬 유리 등 다양한 조성의 유리구슬이 고루 확인된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Han, 2017), 백제는 7세기를 기점으로 납유리 제조에 대한 기술체계가 완전히 정립된 것을 짐작할 수 있다(Lee et al., 2010).
지금까지 이뤄진 미륵사지 납유리에 관한 국내 연구는 크게 세 시기로 구분된다. 우선Kang et al.(2003)는 익산 미륵사지 납유리의 제조와 유통이라는 주제로 납 원료의 산지추정을 시도하였고, 일본 납유리와 비교를 통한 유통망을 검토하였다. 분석에 사용한 기기는 SEM-EDS, TIMS로 납은 70∼79 wt.%, 실리카는 20∼28%의 상당히 넓은 조성비를 보였다. 이 연구는 익산 왕궁리유적과의 비교를 통한 관계 연구로 확대시행 되었다.
Kim et al.(2007)는 <왕궁의 공방-유리편>에서 다양한 소주제를 가지고 일본 연구자들과 공동연구를 추진하였다. 특히 익산 왕궁리유적 관련 유리 및 도가니의 납동위원소 분석을 통해 왕궁리유적의 유리 및 도가니와 미륵사지에서 출토된 유리, 도가니, 녹유연목와의 화학적 특성을 비교한 바 있다. 당시 분석에는 pXRF와 일본 벳부대학의 MAR262가 적용되었다.
이후 납유리에 대한 연구는 다양한 변곡점을 맞이하며 구체화의 시기를 맞이한다. 2009년 미륵사지 석탑 해체조사를 진행하면서 사리장엄구가 일괄 출토되었고, 녹색유리판, 유리구슬 등을 분석하게 되었다(National Research Institute of Cultural Heritage, 2014). 또한 2012년에는 청동 유물의 산지추정을 위한 한반도 남부지역 방연석 광산의 납동위원소비 분포도가 만들어지면서 전국의 납광산에 대한 표준화가 이뤄지게 된다(Jeong et al., 2012).
Han and Kim(2015)은 미륵사지 사리공 내에서 출토된 유리를 분석하여 성분특성을 연구한 바 있다. SEM-EDS를 이용하였고, 사리공 내부의 녹색유리판은 납 약 70wt.%, 실리카 30 wt.%로 확인되었다. Han(2017)은 납동위원소비를 이용하여 동북아시아 및 한반도 납동위원소비분포도를 해석하고, 왕궁리유적 납유리 원료산지와 비교하였다.
또한 최근 학계에서는 고대 납유리에 대한 연구가 매우 다각적인 방법으로 진행되고 있다. 복원품 제작을 위한 유리공예로의 접근(Kim, 2019b), 신라 수파형전과 유사성을 비교하는 연구(Kim, 2019a; Lee and Kim, 2020)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본고에서는 고대 납유리 제작기술을 복원하기 위하여 기존의 미륵사지 출토 유리 분석결과를 재검토하고, 이와 함께 이번에 새롭게 납유리판 9점을 분석하여 성분비에 대한 참값의 범위를 설정하였다. 또한 납유리의 역할과 의미를 재조명하기 위하여 기존 자료를 재검토하고, 납유리의 재료과학적 성분 특성 규명을 위하여 정량분석을 실시하였다. 또한 납동위원소 분석을 통해 원료의 상관관계를 검토하였다. 이상의 결과는 고대 유리질 물질의 기술 체계를 이해하고, 향후 납유리 재현실험을 접근하는 기초 자료로 활용될 것이다.
2. 연구방법 및 대상
2.1. 연구방법
유물의 사용과 제작 방식 등에 대한 정확한 판단과 해석을 위해서는 역사 속 상황을 이해할 수 있는 전체적인 시각이 필요하다. 특히 이번 대상과 같이 문헌기록이 많지 않는 경우는 더더욱 그러하다. 본 연구에서는 지금까지 꾸준히 이뤄져 온 미륵사지 기존 연구자료를 확보하여 원데이터를 정리하고, 경향을 구별할 수 있는 비교군 자료로 활용하였다. 또한 납유리판의 역할과 용도를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 출토위치, 관련 유구 등을 검토하였다.
특히 이번에 선별한 납유리편 9점은 정량분석(ICP System,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을 실시하여 주성분, 미량 및 희토류원소를 검출하였고, 다양한 분류기준으로 데이터를 해석하였다. 이때 분석시료는 데이터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육안상 판의 형태를 보이는 대상만 골라서 선정하였고, 표면에서 일부 확인되는 풍화층은 제거하여 납유리 성분함량의 객관성을 높이고자 하였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오창센터에서 보유한 유도결합 플라즈마 시스템(ELAN DRC II, Perkin-Elmer, MA, USA)은 고온의 아르곤 플라즈마(6,000 K, Argon)를 이온원으로 사용한다. 분광기(ICP-AES, Echelle 분광기)로 주성분원소를 분석하고, 질량분석기(ICP-MS, Quardrupole mass filter)로 미량원소와 희토류원소를 각각 분석한다. 동적반응셀(DRC)은 CH4나 NH3 가스를 이용하고, 검출한계는 Be<6 ppt, Co<1 ppt, In <0.2 ppt, U<0.2 ppt, Ca<2 ppt, Fe<0.7 ppt를 각각 가진다.
또한 납동위원소 분석은 열이온화질량분석기(TIMS,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를 이용하였고, 납동위원소비분포도(KOPLID)를 활용하여 분포특성을 확인하였다. 분석을 위한 전처리는 시료를 질산:염산=1:3의 왕수에 밀봉하여 120℃에서 용해하였다. 이때 브로민화수소(HBr) 매질을 이용하여 음이온교환수지로 고순도의 납을 추출하였고, 정적모드(N-20, 4s integration)에서 분석을 진행하였다.
2.2. 연구대상
이번 연구대상인 납유리는 분석이 가능하고 출토위치가 비교적 분명한 자료를 선별하여 진행하였다(Table 1, Figure 1, 2). 납유리는 녹색계열의 판유리편 형태로 판을 제작한 흔적이 뚜렷하며(M2, M4), 일부 노출되어 있는 단면을 통해 판유리 구조도 확인할 수 있다. 미륵사지 판유리는 전체가 하나로 용해되어 동일한 용결, 혹은 소성상태를 보이기도 하지만 M4와 같이 표면층에서 유리의 형태만 잡아주고 내부에는 덜 용해된 흔적이 확인되기도 한다. 전반적으로 표면층에서 무지개빛(M1, M9) 및 백색(M3, M5, M8) 풍화층이 확인되기도 한다. 두께는 7.8∼17.2 mm를 보이는데 일부 납유리는 표면에서 백색의 가루형태를 보이기도 한다. 이는 납 성분이 풍화되어 나타나는 풍화산물에 해당한다.
3. 납유리판의 분석결과
3.1. 납유리판의 성분특성
납유리의 정량분석 결과는 Table 2와 같다. 주성분, 미량, 희토류원소를 기준으로 재분류하였고, 주성분원소는 화합물 변환값을 기재하였다. 미량원소는 1 wt.% 미만대를 기준으로 설정하였고, 희토류원소와 함께 ppm 단위로 표기하였다. 납유리는 PbO 74.2∼79.5 wt.%의 조성범위를 가지며 평균 76.6 wt.%로 확인하였다. SiO2도 20.5∼25.8wt.%로 PbO와 역비례 관계를 보였다(Figure 3).
미량원소는 Cu, Fe, Al, Ca, K 등으로 확인되고 대부분 0.5% 미만으로 검출되는 것으로 보아 별도의 첨가물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유리의 물리화학적 특성이 소량의 첨가물에도 영향을 쉽게 받는다는 점을 고려할 때 상대적 함량 값은 주목할 만하다. 주성분에서 크게 차이를 보이지 않더라도 미량원소에서 명확한 원소별 함량패턴을 보였다. Cu-Ca와 Fe-Mg-Ti-Mn이 이러한 특징을 보이고, 특히 Sn은 M4에서만 확인되었다(Figure 4).
희토류원소는 경희토류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비중을 보이며, 각 원소와 시료를 기준으로 분포 패턴을 분석한 결과, Sc와 Ce에서 변화폭이 가장 크게 검출되었다(Figure 5). 납유리 M1와 M9에서 Sc 함량차이에 따른 다른 패턴 경향이 확인되었다(Figure 6).
납유리는 주성분원소에서 매우 뚜렷한 동일 조성비를 보인다. 그러나 각 시료별 함유하고 있는 미량 및 희토류 원소의 분포패턴을 보면, 서로 경향이 유사한 원소가 보이기도 하고 혹은 부분적인 그룹화의 특성을 보이는 시료로 구분되기도 한다. 이들의 세부특성을 활용하면 동일한 유적에서 나온 납유리이지만 성인에 기인하는 요소는 동일한지 혹은 다른 분류체계를 보이는지 구별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들의 정확한 패턴경향은 고찰에서 다루고자 한다.
3.2. 납유리판의 납동위원소비 분석
납유리 원료의 상관관계 해석을 위해 동위원소 분석을 실시하였다. 우선 이번에 새롭게 진행한 분석결과와 기존에 진행된 미륵사지 납유리의 납동위원소비 분석자료를 Table 3에 정리하였다. 이들의 상관관계는 2012년에 국립문화재연구원에서 발표한 한반도 남부지역 방연석 광산의 납동위원소비 분포도(KOPLID)에 도시하여 비교하였고(Jeong et al., 2012), 자료의 구분을 위해 연구자와 연도를 색깔별로 달리 표기하였다. 이번에 추가로 진행한 분석결과는 Cho and Kim(2022)로 명시하여 구분하였다.
Figure 7은 납유리의 동위원소비 분석데이터를 분포도에 도시한 것으로 두 가지 양상을 보인다. 우선 이번에 진행한 납유리판의 동위원소비는 대부분 Zone4인 경기육괴의 방연석 광산에서 뚜렷이 분포하는 시그널을 보였다. 그리고 일부 시료(M4)는 옥천대와 영남육괴를 가리키는 Zone3에 도시되는 결과도 확인하였다.
한편 기존에 보고된 바 있는 미륵사지 납유리의 납동위원소비 분석자료와 분포양상을 비교하였다. 대부분의 시료에서 Zone4 영역에 표시되는 결과를 보였으며Han and Kim(2015)는 M4와 같이 Zone3에 나타나기도 하지만, 일부 Zone1과 Zone2 혹은 신라문화권 출토 납유리의 동위원소비와 관련된 영역에 표시되기도 한다(Kang et al., 2005; Lee and Kim, 2020).
납동위원소비 광역분포도는 한반도의 모든 방연석광산을 포함하진 않지만 지구조의 원리를 고려한다면 익산미륵사지는 지리학적으로 Zone3의 영역에 포함되어 있으며, Zone4를 인접해 두고 있다. 다만 각 영역이 가리키는 면적은 지체구조를 경계로 나뉘기 때문에 특정한 광산을 지명하는 데 분명한 한계가 있다.
또한 이상의 결과에서 납유리판을 만드는 원료의 조달 방식을 엿볼 수 있다. 미륵사지 납유리판은 Zone4에 해당하는 광산에서 대부분의 원재료를 확보하고, 일부는 더 먼 곳에서 공급받기도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석은 동일한 함량비를 통해 녹색 판유리로 제작된 것을 알 수 있다.
4. 고 찰
4.1. 납유리판의 용도
납유리판은 미륵사지 전역에서 확인되었는데, 특히 동원의 금당지와 탑지 주변에서 다량 출토되었다. 해당 발굴조사 보고서에서는 납유리의 역할에 대한 고찰과 제작 방식에 대한 분석 등이 일부 이루어졌지만(Office of Cultural Properties, 1989), 개별 유리의 정확한 출토 위치와 내용이 충분하게 기록되지 않아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납유리의 형태를 살펴보면, 주로 한쪽 면이 매끄러운 형태로 관찰된다. 매끄러운 면은 사용 면으로 추정되며, 이는 곧 바깥으로 드러나는 면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형태적 특징을 토대로 역할을 추정해보면, 수직으로 세워서 벽면을 장식하는 데 사용되었을 가능성과 수평으로 뉘어서 바닥면을 장식하는 데 사용되었을 가능성으로 구분해볼 수 있다. 유리라는 재료의 특성상 바닥으로 사용하였을 때 하중을 충분히 견디기 어려워 파손의 위험이 크기 때문에 벽면에 사용되었던 것으로 추정되기도 하였지만, 중원 금당지 벽체에서 유리 성분이 확인되지 않아 재검토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Office of Cultural Properties, 1989). 오히려 벽체에서 회칠의 흔적이 확인되어 유리로 벽을 마감하기보다는 그림을 그려 장식성을 확보한 것으로 이해된다.
이와 관련하여 주목할 만한 부분은 납유리판의 출토위치에 대한 기록이다. 납유리판은 동원의 금당지와 탑지 등 사찰의 중요 전각 공간에서 부분적으로 출토되었다. 당시 금당지 바닥에 깔린 녹색의 유리판은 어떤 의미가 있는가에 대한 물음이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이에 대한 해답은 Joo(2014), Kim(2017), Kim(2019a)와 Lee and Kim(2020)에서 찾을 수 있다. 미륵사지 사리공 바닥에는 두께 1 cm의 판유리가 한 매 놓여 있으며 금제구설, 유리 구슬, 진주, 곡옥 등 사리기 이외의 다양한 공양품은 백제만의 독특한 공양 의례를 보여준다(Joo, 2014; Kim, 2017).
사리장엄구는 탑이 부처의 유골인 사리를 모신 일종의 무덤과 같은 성격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Kim, 2017). 중요 전각에서 녹색의 납유리판이 부분적으로 확인되는 이유는 이 또한 부처의 공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신라 사찰에서 녹유전을 통해 자세히 관찰된다. 녹유전의 사용은 주로 부처님의 유리정토세계를 구현하기 위한 것이다. 특히 녹유수파형전은 정토세계 속 유리연못을 나타내기 위한 것으로 해석하기도 한다(Kim, 2019a).
4.2. 납유리의 원료와 발색특성
미륵사지 녹색유리는 PbO 함량이 74.2∼79.5 wt.%를 차지하는 PbO-SiO2계 납유리이다. 이들은 서로 역비례의 조성비를 보이며, 각각 평균 76.6 wt.%와 23.4 wt.%를 나타냈다. 납유리 제작에 사용되는 원료는 방연석과 모래로 정리된다. 일정 비율로 두 재료를 혼합하여 유리를 만드는 것이다. 모래는 일반적으로 규소로 구성되어 있는데, 일부 해안가에 따라서는 탄산칼슘의 영향을 받기도 한다. 미량원소에서 검출되는 원소별 패턴특징을 보아 이번에 새롭게 분석한 납유리판 9점은 규산염광물이 다량 차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납유리에는 Cu, Al, Ba, Ca, Fe, K 등 다양한 미량원소도 함께 검출되었다. 유리를 제작할 때 안정제로서 Al2O3나 CaO를 첨가하는데 Al은 1,000 ppm 전후로 측정되었고, Ca는 207∼532 ppm을 보여 인위적인 첨가는 아닌 것으로 여겨진다. 다만 납유리판 9점 가운데 표면이 매끈한 녹색 유리판 M4와 M7은 Al 함량이 각각 1,295 ppm, 1,191 ppm으로 검출되는 것으로 보아 상당한 영향을 받은 것을 알 수 있다(Figure 1, Table 2).
한편 납유리는 다양한 녹색계열을 띠는데 발색에 영향을 주는 성분을 선별했을 때 Cu, Fe, Mn, Co, Cr로 고려할 수 있다. Table 4는 일반적인 유리의 발색원소를 정리한 것으로 환원과 산화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원소는 Cr이다. 그러나 실제 고대 녹색의 유리를 발색시키기 위한 분석결과를 반영하자면 Cu(970∼3,339 ppm)가 가장 유력하다. 향후 미륵사지 납유리판을 재현할 때, 이번 정량분석의 평균값인 PbO 76.6 wt.%와 SiO2 23.4 wt.%를 주성분으로 제작하고 발색가능한 원소를 대상으로 소성환경, 함량, 색차 등의 테스트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4.3. 백제-신라 유리질물질 성분 비교
앞서 정리한 미륵사지 납유리판의 고유특성을 토대로 경주 사천왕사지 수파형전과 비교분석을 진행하였다. 납유리와 녹유전돌의 유사성에 대한 연구는 이미 여러 차례 언급되어 왔으며(Lee et al., 2011; Kim, 2019a; Lee and Kim, 2020), 기존 연구자료와 비교를 통해 백제문화권과 신라문화권 유리질물질의 성분을 비교하였다.
신라 사천왕사지 출토 유리질물질의 주성분은 PbO 74.1∼75.8 wt.% 범위를 가지며(Kim, 2019a), 미륵사지 납유리와 매우 유사한 정량분석 비율을 나타냈다. 납유리판과 수파형전은 문화권도 다르고 유물의 유형도 다르다. 그러나 출토시기, 육안관찰, 용도의 추정, 화학조성, 출토 위치 등을 고려해보면 오히려 유사한 요소가 더 많다.
특히 유리판을 납 성분으로 만든 것에 대한 의문이 해소되는데, 유리의 형태는 성분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 7세기 백제의 장엄방식이 발전하면서 판의 수요가 증가하고, 형태를 가공하기 쉬운 납 원료를 이용한 것이다(Lee et al., 2011; Joo, 2014). 즉 백제인은 사용용도에 따라 재료와 제작방법을 달리 적용한 것을 알 수 있다(Han and Kim, 2015).
미륵사지 장엄방식은 7세기 전반 중국 수대 사리장엄 방식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그러나 사리기로 사용된 금호와 금동호는 백제적 전통을 따르고 있다. 동시에 이 사리호들의 표면에는 화려한 당초문과 연주환문 등의 새로운 서역계 문양과 어자문(魚子文)기법과 같은 새로운 제 작기법이 사용되어 당시 백제의 장인들이 신구양식을 동시에 수용하여 수준 높은 조형양식을 발전시켰음을 알려준다. 7세기 백제 후기의 문화는 통일신라 및 일본, 중국 당나라 등 고대 동아시아 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Joo, 2014). 미륵사지 납유리판과 사천왕사지의 수파형전도 이러한 맥락 속에서 유사한 유리질물질로 발전하게 된다.
4.4. 납유리 원료의 상관성 검토
납유리와 원료조달 방식에 대한 상관관계를 규명하고자 납유리 분포특성에서 상이한 영역대(Zone3)에 도시되는 값들을 대상으로 주성분-희토류원소를 비교하였다. 206Pb/204Pb와 미량 및 희토류원소를 기준으로 분류하고, Si 소스를 베이스로 하는 Cr/La-Zr/Ti를 비교하였다(Sonia et al., 2019).
우선 Si 소스를 베이스로 하는 Figure 8A에서는 동일문화권에서도 뚜렷한 영역이 확인되지 않았다. 납동위원소비 분석에서 상이한 영역대에 도시된 시료 M4를 미량원소와 비교하였다(Table 2). 206Pb/204Pb와 Sn의 비교를 통해 미륵사지 납유리 원료 공급지는 다른 영역에서 조달한 것을 알 수 있다.
광석광물의 정량분석을 시행하면 Pb는 미량원소의 존재량에 따라 크게 차이를 보인다. 방연석광산에서 확보된 미량원소는 Se, Ag, Bi, Sb이 해당한다(Jeong, 2013). 이 가운데 미륵사지 납유리판은 Sb가 검출되었고, 3.9 ppm으로 가장 낮은 함량치를 보였다(Figure 8C). 이를 동위원소비와 비교해보면 Zone4에서 확인되는 다른 납유리판과는 구별되는 영역에 도시됨을 알 수 있다(Figure 8D).
이러한 특성은 동위원소비와 희토류원소와의 관계에서도 확인된다. 원료의 동질성을 비교할 수 있는 희토류 원소의 지구화학적 특성을 이용한 결과, Sc와 Ce에서 시료가 뚜렷이 구분되었다(Figure 8E, 8F). 미륵사지 납유리판의 PbO 비율은 76 wt.%로 거의 동일하나 미량 및 희토류에서 구분되는 원료의 지화학적 특성을 알 수 있다. 동일권역에서도 원료산지 차이를 보여 원재료 공급은 다양한 루트로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5. 결 론
1. 미륵사지 납유리는 사역 전역에서 확인되며 특히 동원의 금당지와 탑지 주변에서 다량 출토되었다. 녹색계열의 매끄러운 판유리편 형태를 보이고 있으며, 일부 표면층에서 무지개빛 및 백색의 가루형태가 확인되기도 한다. 판유리는 중요 전각 건물지에 부분적으로 깔아두어 부처의 공간을 상징하는 백제의 공양 의례를 상징한다.
2. 미륵사지 납유리는 기존 연구결과와 동일하게 PbO 70 wt.% 이상의 성분범위를 보였다. 향후 재현실험 및 기술제작 복원을 위해 정량분석을 실시한 결과, PbO는 평균 76.6 wt.%로 산출되었다. 육안상 다양한 두께와 표면색을 보이지만 기본적으로 일정한 조성비로 제작하였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이 조성비는 경주 사천왕사지 수파형전과도 동일하다.
3. 미륵사지 납유리의 원료 상관관계를 규명하기 위해 납동위원소를 분석하고 분포도에 도시한 결과, 대부분 납유리는 동일한 영역대에 뚜렷이 분포하는 시그널을 보이지만 이외 영역에 도시되기도 하였다. 즉 원료공급은 다양한 루트를 통해 조달하고, 납유리를 제작하는 조성비는 일정하게 유지한 것을 알 수 있다.
Acknowledgements
이 연구는 2022년 연구과제 백제 후기 능원 학술조사연구와 신라 사찰 학술조사연구 공동연구 일환으로 진행한 프로젝트이며, 연구의 진행과 결과도출에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신 김동하 선생님과 김세희 선생님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