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황룡사 남쪽담장 외곽 정비사업부지 내 유적 출토 토제용범의 재료 특성과 제작기술 해석
Material Characteristics and Manufacturing Techniques Interpretation for the Casting Molds from the Silla Urban Site of Hwangnyongsa in Gyeongju,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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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이 연구에서는 신라 통일기 경주 황룡사 남쪽담장 외곽 정비사업부지 내 유적에서 출토된 토제용범의 재료 특성을 조사하고 당시 제작기술을 해석하고자 하였다. 토제용범은 청동제 유물을 제작하기 위한 사형주조범으로 판단되며 두꺼운 기벽을 형성하고, 내범과 외범으로 구분된다. 용범 단면은 태토 위에 미사가 얇게 도포된 층위구조를 보이는데, 이 미사층은 주조 시 청동기물과 맞닿는 면으로 외범은 내면에, 내범은 외면에 분포한다. 용범의 태토는 미정질 기질에 이중모드의 입도 분포를 보이는 세립질 광물을 다량 포함한다. 또한 선형의 긴 공극이 두드러지게 관찰되는데, 비짐으로 첨가된 볍씨 껍질이 소성 시 탄화되어 형성된 것으로 판단된다. 미사층은 태토층과 구성광물이 유사하나 식물비짐이 없고 분급이 양호한 초세립질 석영과 장석으로 구성된 미사로 확인된다. 따라서 토제용범은 토양에 볍씨 껍질과 광물을 혼합한 태토로 기형을 만든 후, 미사를 표면에 도포하여 제작된 것으로 생각되며, 1,000℃ 이하의 열을 경험하였을 것으로 생각된다. 용범은 청동 주조 시 통기성과 내열성을 확보하고, 기물을 용범에서 쉽게 이탈시키기 위해 층위별로 재료를 다르게 선택하여 제작한 것으로 판단된다.
Trans Abstract
This study investigates the material characteristics of casting molds found at the Silla urban site of Hwangnyongsa in Gyeongju to interpret manufacturing techniques of casting mold for bronze used in the Unified Silla period. The casting molds appear to be earthen molds for bronze-making, with a thick ceramic wall and are classified into inner and outer mold types. The molds show a layered structure, with a silt layer thinly applied to the earthen mold surface. This layer comes into contact with melted metal during bronze manufacturing and is located on the outside of inner molds and inside of outer molds. The paste layer exhibits fine-grained texture with a bimodal structure. Thin section analysis reveals planar voids in the paste, which were made by the carbonization of rice husks used as a temper during the firing process. The silt layer is mainly composed of very fine-grained quartz and feldspars without clay and plant tempers. It is estimated that the casting molds were made by mixing soil with tempers of minerals and rice husks, applying a silt layer to the surface of the molds, and experiencing temperatures below 1,000℃. Overall, the selection of different raw materials for each layer of the molds is connected with efficiency to ensure the permeability and thermal resistance during the casting process and easy release of the bronze object from the molds.
1. 서 론
경주 황룡사 남쪽담장 외곽 정비사업부지 내 유적은 신라 왕경 핵심유적에 대한 복원 및 정비사업 일환으로 2015년부터 조사되었으며, 최근 3차 학술조사에서 청동공방지로 추정되는 유구가 발견되었다. 청동공방지는 소규모 형태로 나타났고, 그 주변에는 청동유물과 토제용범 등 주조 관련 유물이 출토되었다.
경주지역은 동천동, 서부동, 황남동 등에 17개소의 고대 청동공방지가 분포하고, 특히 동천동 일대는 청동공방이 대규모 관영공방체제로 운영된 것으로 조사되었다. 청동공방지 연구는 주조 과정, 운영주체의 변천, 청동제품의 공급과 수급을 통한 중앙과 지방의 교류, 더 나아가 중국, 일본과의 국제교류 등 고대 문화 해석에 기여하고 있다(Cha, 2005; Jeon, 2014).
고대 금속유물의 주조기술 해석은 공방유적 학술조사와 출토유물에 대한 과학적 분석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자연과학적 분석은 금속유물과 슬래그의 금속학적 연구를 중심으로 실시되었고, 주조 관련 도구인 도가니를 대상으로 분석을 진행한 바 있다. 이 연구들은 대부분 도가니 내부 용융물질을 검토하였으며(Lee et al., 2010; 2020; 2021a), 도가니의 재료 특성을 밝혀 주조기술과 원료 산지를 해석하였다(Kim et al., 2010a; 2011).
최근에는 주조기술 복원실험으로 문제점을 파악하고 개선하는 실험연구로 발전하고 있다. 이 복원실험을 통해 주조공정 뿐만 아니라 용범, 탕구, 도가니 등 생산도구의 재료적 특성까지 다각적인 측면에서 주조기술을 검토할 필요성이 제기되었다(Yun et al., 2012; 2020, Yun, 2013; Kim, 2018; Han and Kwak, 2020; Park et al., 2022).
용범(鎔范, casting mold)은 주물 형태를 만드는 거푸집으로 크게 석제용범과 토제용범으로 구분된다. 용범에 대한 과학적 분석은 석제용범의 재질특성과 산지해석이 주로 실시되었다(Lee et al., 2005; 2021b). 토제용범 분석사례는 대규모 청동공방지인 경주 동천동유적 출토품 분석 결과가 보고된 바 있으나 거의 전무한 상황이다(Son and Yang, 2013). 따라서 이 연구에서는 경주 황룡사 남쪽담장 외곽 정비사업부지 내 유적에서 수습한 토제용범의 물리적, 광물학적 및 화학적 특성을 조사하였다. 이 결과를 토대로 토제용범의 재료적 특성과 제작기술을 해석하고 청동주조 과정에서 용범의 기능적 역할을 검토하고자 한다.
2. 연구 대상 및 방법
2.1. 연구대상
분석대상 토제용범이 출토된 경주 황룡사 남쪽담장 외곽 정비사업부지 내 유적은 황룡사 남쪽담장 및 남문지와 인접한다(Figure 1A). 이 유적의 1⋅2차 학술조사에서 황룡사 대지조성층, 동궁과 연결되는 동서도로, 분황사와 연결되는 남북도로, 배수로를 갖춘 남쪽 광장, 방내 소로, 가옥군 등이 조사되어 황룡사 남문지 외곽 도시의 구조와 성격, 변화양상 등을 밝힌 바 있다(Foundation of Silla Cultural Heritage Research Institute, 2018; 2020). 3차 학술 조사 구역은 황룡사 남문지로부터 남쪽으로 100 m 떨어진 곳에 위치하며, 1⋅2차 조사에서 확인된 남북도로와 가옥군이 연결되어 있다. 또한 신라방 내 소로, 청동공방지 등 통일신라 고대 도시 관련 유구가 추가적으로 확인되었다(Foundation of Silla Cultural Heritage Research Institute, 2022).
청동공방지는 3차 학술조사 구역의 남북도로에서 동쪽으로 13 m 떨어진 지점에 위치한다(Figure 1A). 청동공방지 추정 유구는 부정형 수혈이 군집한 형태로 토제용범과 도가니 편이 흩어져 분포한 상태이다(Figure 1B, 1C). 또한 청동공방지 일대에서 청동유물과 석제용범 등 주조 관련 유물이 출토되었다(Foundation of Silla Cultural Heritage Research Institute, 2022).
분석대상은 청동공방지와 그 주변에서 수습된 토제용범 파편 5점이다(Table 1). 토제용범은 전체 형태를 추정하기 어려우나 외범과 내범으로 분류된다. 용범은 연질로 황갈색 내지 적갈색의 색조를 띠며, 태토는 광물입자를 다수 포함한다. mold2∼5 시료는 한쪽 면이 매끄럽게 표면처리된 상태이며, 토제용범 태토와는 색상과 입도가 다른 미사(微砂, silt)가 도포되어 있다(Figure 1D). 이 미사층은 내범 외면과 외범 내면에 분포한다. mold1 시료는 미사층이 관찰되지 않으나 청동슬래그가 융착된 상태이다.
내범인 mold3 시료의 기벽 두께는 10.6∼13.8 mm로 외범에 비해 얇고, 측면이 완만한 곡선 형태를 보여 저부로 추정된다. mold2와 mold4 시료는 태토를 덧붙인 흔적이 관찰된다. 한편 mold5 시료는 탕구로 기벽 두께가 15.7∼40.1 mm로 넓게 분포하고, 태토 단면은 짙은 회색을 보 인다.
2.2. 연구방법
이 연구에서는 토제용범의 재료 특성을 조사하고자 물리적, 광물학적 및 화학적 특성 분석을 실시하였다. 물리적 특성 분석은 X-선 단층촬영, 휴대용 현미경 관찰, 색도 측정을 실시하였다. X-선 단층촬영(X-eye 7000, SEC, KOR)은 전압 130∼150 kV, 전류 0.8 mA, 노출시간 1초당 1°씩 720° 회전 조건으로 실시하고, VX3D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내부 구조를 관찰하였다. 토제용범 표면과 단면 정밀관찰은 휴대용 현미경(AM73915MZT, Dino-lite, TWN)을 활용하였다. 태토 색상은 먼셀 컬러 차트를 기준으로 분류하고, 정량적인 데이터는 분광측색계(CM-600d, Konica Minolta, JPN)로 측정하였다.
광물학적 특성 분석은 전암대자율 측정, X-선 회절분석, 실체 및 편광현미경 관찰을 실시하였다. 전암대자율(SM-30, ZH Instruments, CZE)은 10회씩 측정 후 평균값을 사용하였다. 용범의 주구성광물은 각 층위별로 시료를 소량 채취한 후 X-선 회절분석(Empyrean, Panalytical, NLD) 하여 동정하였다. 분석은 40 kV, 40 mA, 5∼60°, 2θ, scan speed 0.026°/s 조건에서 실시하였다. 또한 토제용범을 에폭시수지로 고착하여 연마한 단면을 실체현미경(HR-5000E, Hirox, JPN)으로 관찰하고, 박편을 제작하여 편광현미경(ECLIPSE LV100NPOL, Nikon, JPN)으로 토제 용범의 구성광물, 공극의 분포를 관찰하였다.
한편 화학적 특성은 주사전자현미경(JSM-IT300, Jeol, JPN) 후방산란전자(Back scatter electron, BSE) 영상모드에서 단면의 미세조직을 관찰하고, 에너지분산형 분광기(X-MAXN, Oxford, GBR)로 층위별 구성원소를 분석하여 비교하였다. 시료는 탄소로 코팅하여 전도성을 부여하고 고진공모드, 전압 20 kV, 작동거리 10 mm 조건에서 정성 분석과 매핑을 실시하였다.
3. 분석결과
3.1. 물리적 특성
3.1.1. X-선 단층촬영
토제용범의 내부 단면구조와 기공분포를 조사하고자 mold1과 mold5 시료를 대상으로 X-선 단층촬영을 실시하였다. mold1 시료에 부착된 청동슬래그는 밀도가 크고 투과도가 낮아 태토와 명확한 명암 차이를 보인다. 슬래그는 토제용범 내부까지 깊이 침투하지 않고 표면에 부착되어 있으며, 태토는 거친 조직을 나타내는데 작은 광물입자와 긴 형태의 기공이 다수 관찰된다(Figure 2).
탕구로 추정되는 mold5 시료는 입구가 직립하다가 외반하는 구조를 보인다. 토제용범 내부에는 미사층이 확인되는데, 일부만 잔존하는 것으로 보인다. 태토층과 미사층은 층위별 기공분포가 다르게 나타나며, 미사층은 태토층에 비해 기공이 적고 치밀도가 높다.
3.1.2. 표면 관찰
육안관찰에서 표면에 따라 색상과 기질이 다르게 나타나 토제용범의 표면을 세부 관찰하였다. 태토층은 황갈색 내지 적갈색 기질에 유백색, 흑색, 적갈색의 광물입자를 포함한다. 또한 길쭉한 형태의 유기물 흔적이 다수 관찰되는데(Figure 3), 일부는 압흔 형태로, 일부는 탄화된 상태로 산출되고 있으며 그 형태로 판단할 때 볍씨 껍질로 추정된다(Ahn, 2009; Korea National Arboretum, 2011). 이들은 토제용범 제작과정에서 첨가된 식물로 추정되며 소성되면서 탄화되거나 흔적만 남은 것으로 보인다.
또한 외범은 내면에, 내범은 외면에서 미사로 구성된 층이 관찰된다. 미사층은 토제용범 태토와 달리 회색계열 색상을 나타내고 상당히 정선된 상태로 매끄럽게 표면처리된 상태이다. 그리고 유기물 흔적이 관찰되지 않아 태토와 재료 특성이 다르게 나타난다.
3.1.3. 색도분석
토제품 색상은 원료성분, 소성온도와 소성환경에 영향을 받는다(Rice, 2005). 토제용범의 태토는 황갈색과 적갈색을 띠고, 미사층은 대체로 회색계열 색상을 보여 층위별로 색상 차이가 나타난다. 분광측색계로 색도를 측정한 결과, 태토층은 L* 40.06∼53.42, a* 7.77∼17.88, b* 17.69∼24.64 범위에 비교적 넓게 분포한다. 미사층은 토제용범 태토층보다 명도는 높고, 채도는 낮은 경향을 보인다(Figure 4). 내범인 mold3의 미사층은 보다 짙은 회색을 띠고 있다.
3.2. 광물학적 특성
3.2.1. 전암대자율 분포
전암대자율은 자화강도를 측정하는 암석학적 연구방법으로, 자철석의 함량과 정의 상관관계를 가지며, 석조 문화재와 토기⋅기와 등 토제품의 산지해석에 활용되고 있다. 토제용범의 자화강도를 측정하기 위해 시료마다 10회씩 전암대자율을 측정하였다. 토제용범의 평균 대자율 값을 살펴보면, mold1은 1.08(×10-3 SI unit)로 가장 낮고, mold2는 2.92(×10-3 SI unit)로 가장 높게 나타나 시료마다 근소한 차이가 확인된다. 그러나 연구대상 토제용범의 전암대자율 측정값은 1.02∼2.99(×10-3 SI unit)로 대체로 자철석 계열로 확인되고 전체적으로 거의 유사한 범위에 도시된다(Figure 5).
3.2.2. X-선 회절분석
토제용범 태토층과 미사층의 광물조성을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소성온도를 추정하고자 X-선 회절분석을 실시하였다. 분석결과, 토제용범 태토는 석영(Quartz), 사장석(Plagioclase), 알칼리장석(K-feldspar)이 주 구성광물로 동정되었으며, 각섬석(Amphibole)과 운모(Mica)도 일부시료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검출되었다(Figure 6). mold2 시료에서는 적철석(Hematite)의 회절선이 관찰되었다.
미사층의 기본 광물조성은 토제용범 태토와 유사하나 회절강도가 다르게 나타난다. 미사층의 각섬석과 운모의 회절강도는 매우 낮은 경향을 보이는 반면, 석영과 알칼리장석의 검출 강도는 태토보다 높게 나타나 재료 특성이 태토와는 다르게 나타난다. 토제용범은 대체로 운모와 각섬석이 검출되고, 고온광물이 생성되거나 광물의 상전이가 관찰되지 않아 1,000℃ 이하의 열을 경험하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mold1은 운모 회절선이 나타나지 않아 다소 높은 온도를 경험했을 가능성이 있다.
3.2.3. 실체 및 편광현미경 관찰
토제용범의 층위별 기질, 광물, 기공형태를 비교하고자 용범의 단면을 실체현미경과 편광현미경으로 관찰하였다. 토제용범 단면은 태토층과 미사층으로 구분되고, 태토는 대체로 황갈색 기질을 보이나 mold3과 mold5 시료는 미사층과 인접한 부분이 짙은 회색 색상을 보인다(Figure 7A). mold4 시료는 태토를 덧대어 제작한 것으로 추정되는 흔적이 관찰되는데 편광현미경 관찰에서 광물 분포와 함량이 유사하여 동일한 태토를 사용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미사층은 시료에 따라 두께와 색상이 다른 양상을 보인다. 내범인 mold3 시료는 미사층이 1 mm 이내로 얇게 분포하나, 외범인 다른 시료들은 대략 2 mm 정도로 미사층이 두텁게 관찰된다.
편광현미경 관찰 결과, 태토층은 은미정질 기질에 세립의 석영, 장석류, 각섬석 등을 다량 포함한다. 광물입자는 대체로 0.2 mm 내외 크기를 보이며, 0.5 mm 정도의 풍화된 석영과 장석류도 부분적으로 관찰된다(Figure 7B). 또한 기질 사이에 볍씨 껍질이 탄화되어 형성된 길고 두꺼운 공극이 특징적이다.
한편 미사층은 미정질 광물로 구성되어 있으며, 긴 공극이 관찰되지 않아 용범 태토층과 뚜렷하게 구분된다. 미정질 광물은 대체로 초세립질 석영과 장석(0.1 mm 이하)으로 확인되며, 국제토양학회의 토양 분류법에 의하면 모래(sand)와 점토(clay)의 중간 단계에 해당하는 0.002∼0.02 mm의 입자지름을 갖는 미사(silt)로 확인된다. 이 미사층은 청동주조 기물과 접촉하는 부분으로 청동기물을 매끄럽게 제작함과 동시에 주조 후 쉽게 분리하는 기능을 하였을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토제용범을 구성하는 태토층과 미사층은 각각 광물의 입도와 조성, 공극형태 등에서 명확한 미세조직의 차이가 나타난다.
3.3. 화학적 특성
토제용범의 화학성분을 층위별로 비교하고자 단면을 주사전자현미경(SEM)으로 관찰하고, 에너지분산형 분광기(EDS)로 정성분석하였다. 성분분석은 층위별로 영역을 지정하여 실시하였다.
후방산란전자(BSE) 이미지는 전자빔을 시료에 주사했을 때 방출하는 후방산란전자 신호를 이미지로 변환한 것으로, 후방산란전자의 양은 분석시료 구성원소의 원자번호와 비례하여 후방산란전자 이미지 명암은 시료의 화학조성을 반영한다. 후방산란전자 영상모드로 단면을 관찰한 결과, 토제용범을 구성하는 태토층과 미사층은 명암 차이가 확인되어 층위별로 화학조성이 다를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태토에는 선형 공극이 분포하는데, 이는 식물 비짐이 탄화되어 공극을 형성한 것으로 후방산란전자 이미지에서 어둡게 관찰된다.
토제용범의 화학조성을 살펴보면, 태토는 Si 53.9∼69.9 oxide%, Al 13.6∼22.5 oxide%, Fe 5.1∼9.6 oxide%로 비교적 넓은 범위에 걸쳐 나타나고, 미사층은 Si 70.3∼79.7 oxide%, Al 10.0∼16.1 oxide%, Fe 2.4∼5.8 oxide% 범위를 보여 층위별로 원소 함량이 다르게 나타난다(Table 2). 태토는 미사층에 비해 Si은 낮고 Al, Fe는 높은 함량을 보여, 점토화 정도가 높은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Mg, Ca 함량은 태토층에서 높게 나타나는데, 이는 X-선 회절분석과 편광현미경 관찰에서 확인된 바와 같이 각섬석과 사장석의 영향으로 해석된다. 한편 mold2와 mold5의 태토층은 P 함량이 3.7∼8.1 oxide%로 다른 시료에 비해 상당히 높게 검출되었다.
4. 고 찰
4.1. 토제용범의 재료 특성
경주지역에서 토제용범은 동천동 696-2번지, 681-1번지, 764-2번지, 789-10번지 등 여러 유적에서 발견되었고, 대접(盌), 접시(皿), 합(盒)의 청동그릇 주조에 사용하였을 것으로 추정된다(Cha, 2005; Jeon, 2014). 고대 주조기술을 파악하기 위해 주조 관련 도구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나 토제용범에 대한 과학적 분석 사례는 상당히 부족한 편이다.
이 연구에서는 신라 왕경지역에서 출토된 신라 통일기 토제용범의 재료 특성을 조사하였다. 분석대상 토제용범은 적갈색 내지 황갈색의 기질 색상을 보이는 연질로 최소 10 mm에서부터 40 mm 이상 기벽까지 다양한 기벽 두께가 확인된다. 미사층은 청동기물과 접촉하는 면으로 회색계열 색조를 보이며 매끄럽게 정면된 상태이다. 주 구성광물은 초세립질 석영과 장석이고, 상당히 정선된 입도로 도포되어 있다. 토제용범의 단면은 태토층과 미사층으로 구분된 층위구조를 보인다.
태토층의 미세조직을 관찰한 결과, 세립의 석영, 장석, 각섬석 등을 포함하고, 기질 내 철산화물도 관찰된다. 또한 탄화된 볍씨 껍질로 인한 긴 선형공극이 기질 내에 다수 분포한다. 특히 볍씨 껍질 조직이 태토에 잘 남아있고, 주사전자현미경 관찰결과에서도 미세조직을 관찰할 수 있었다(Figure 8A). 토제용범은 세립질 광물입자를 포함한 태토에 볍씨 껍질을 비짐물질로 혼입하여 제작하였을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mold2와 mold5 시료에서는 P 함량이 비교적 높게 검출되었는데, 이는 태토 내 부분적으로 존재하는 황색 집적물의 영향으로 생각된다. mold5의 황색 집적물을 주사전자현미경으로 분석한 결과(Figure 8B), 구형 응집체(aggregate) 형태를 이루고 있으며 후방산란전자 이미지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균열이 확인된다. 주성분은 P이며, Fe과 Ca을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X-선 회절분석 결과에서 P을 포함하는 광물이 동정되지 않아 결정도가 낮은 화합물로 생각된다.
이러한 결과를 종합하면 용범 태토에 뼈[수산화인회석(hydroxyapatite), Ca10(PO4)6(OH)2] 풍화산물이 포함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며, 용범이 소성되고 매장기간 동안 풍화를 겪으면서 산성토양 환경에서 Ca이 Fe 등의 원소로 치환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실제 이탈리아 동북부에서 출토된 청동기시대 토제품에서 태토에 포함된 뼈가 매장환경에서 풍화를 겪으면서 남철석[vivianite, (Fe3(PO4)2⋅8H2O)]과 미트리다타이트[mitridatite, (Ca2Fe3(PO4)3O2⋅3H2O)]로 변질된 사례가 있다(Maritan and Mazzoli, 2004).
한편 미사층은 내범은 외면에서, 외범은 내면에서 관찰되며, 최대 2 mm 정도의 두께로 확인된다. 편광현미경 관찰 결과, 점토광물이 거의 없고 입도가 양호한 초세립질 석영과 장석으로 구성된 미사로 판단된다. 화학조성을 살펴보면 Si가 대략 70 oxide% 이상으로 높은 함량을 보이고, SEM-EDS 매핑 결과, 미사층에서 Si 함량이 높고, Al 함량이 낮게 나타나 토제범 태토와 명확하게 구분된다. 층위별 태토의 점토화 정도를 비교하고자 Al, Fe 원소에 대한 Si 비를 상관도에 도시하였다(Figure 8C). 그 결과, 용범 태토가 미사층보다 점토화 정도가 높아 층위별로 재료를 다르게 선택하였을 것으로 생각된다.
토제용범은 층위별 광물조성이 전반적으로 유사하게 나타나지만 화학조성이 비교적 상이한 분포를 보인다. 태토와 달리 미사층은 석영과 장석류를 주 구성광물로 하는 세립질 광물을 채취하고 수비하여 재료를 준비하였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토제용범은 층위별로 광물의 입도, 주구성광물 함량 등 재료 특성이 다소 다르게 나타나며, 이는 용범 기능을 고려하여 층위별로 재료를 상이하게 선별하였을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 동주시대 용범도 미사 사용이 확인되며, 뼛가루, 석고 같은 물질을 혼합하기도 하였다. 또한 표면에 잔존한 코팅된 물질을 통해 왁스, 동물성 지방이 이형제로 사용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Wang et al., 2023).
4.2. 토제용범의 구조와 제작기술
경주 황룡사 남쪽담장 정비사업부지 내 유적 청동공방지에서 출토된 용범은 청동유물과 함께 출토되었다. 이뿐 아니라 mold1 시료는 청동슬래그가 융착되어 있고, mold3 시료는 미사층 상단부에서 Sn, Pb과 같이 청동 관련 금속이 소량 검출되어 용범이 실제 청동주조에 사용하였을 것으로 판단된다(Table 3). 따라서 mlod3 시료는 태토층과 미사층, 금속용융물 잔존층으로 층위가 나뉜다. 이와 같이 토제용범과 표면에서 Pb, Sn 등 금속 관련 성분이 검출된 사례는 러시아 Kruglaya Dolina 유적과 중국 Houma 유적 출토품에서도 확인된다(Zhushchikhovskaya and Buravlev, 2021; Wang et al., 2023).
토제용범의 광물조성을 기준으로 소성온도를 해석하였다. 태토는 석영, 알칼리장석, 사장석으로 구성광물이 유사하게 동정되었고, mold1 시료를 제외한 나머지 시료들은 각섬석과 운모 회절선이 동정되었다. 이에 분석대상 토제용범은 운모 회절선이 대부분 관찰되어 1,000℃ 이하의 비교적 낮은 온도를 경험한 것으로 추정된다. mold1 시료에서는 운모 회절선이 관찰되지 않아 1,000℃ 전후의 온도를 경험하였을 가능성이 있다. 높은 온도에서 토제용범을 소성할 경우 고온광물 생성, 구성광물 상전이, 공극 재배치가 발생하면서 태토 기질은 치밀해진다. 따라서 고온의 쇳물을 용범에 부을 때 열기 방출이 원활해야 하므로 통기성 확보 목적으로 비교적 낮은 온도에서 토제용범을 소성하였을 것으로 해석된다.
용범은 금속용융물을 부어 청동제품을 제작하는 거푸집으로 주조 시 갑작스런 고온으로 인해 터지지 않고 냉각 후에는 기물이 잘 분리되어야 한다. 토제용범의 제작 기술은 재료 특성과 관련 있으며, 주조품의 완성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보고된 바 있다(Han and Kwak, 2020). 분석대상 토제용범은 세립질 광물을 포함한 태토에 볍씨 껍질을 혼입하여 기형을 만들고 기물과 접촉면은 균일한 입도의 미사로 피복한 후 1,000℃ 이하에서 소성하여 제작하였을 것으로 생각된다.
일반적으로 토기 제작 시 비짐물질을 첨가하기도 하는데, 비짐물질로는 광물, 식물, 유기물, 토기분쇄물(grog) 등으로 다양하다. 비짐물질의 수급환경과 토기 기능에 따라 비짐물질을 선택하여 제작한다(Rice, 2005). 토제용범은 광물입자와 볍씨 껍질을 비짐물질로 첨가하여 제작하였다. 이는 건조와 소성과정에서 수축으로 인한 형태 변화를 방지하는 역할을 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광물비짐은 제작 시 점토의 가소성을 낮춰 성형을 용이하게 하고 작업 편리성을 높인다(Kim et al., 2010b; Kim and Chung, 2014). 또한 볍씨 껍질과 같은 식물비짐은 소성 후에 탄화되어 길고 두꺼운 기공을 남긴다. 용범 태토 단면에서 확인된 긴 공극은 식물비짐인 볍씨 껍질의 흔적으로 판단되며, 이 공극은 통기성을 높여 주조 시 갑작스런 고온에 의한 토제용범의 파괴를 방지할 수 있으며, 외부로 열기를 방출하는 역할을 하였을 것이다(Yun et al., 2020).
또한 청동기물과 직접 접촉하는 면에는 초세립질 석영과 장석을 다수 포함하는 미사층이 형성되어 있다. 이는 주조면을 매끄럽게 조정하기 위해 정선된 석영과 장석입자를 토제용범 표면에 도포하였을 것으로 생각된다. 점토광물 함량을 낮추고, 내열성이 우수한 석영과 장석을 주로 사용하여 고온에도 기물에 융착되지 않고 기물을 잘 제거할 수 있도록 하였다. 주물의 주성분인 Cu의 용융온도는 약 1,083℃이고 Sn을 10% 내외로 첨가하면 1,000℃ 전후의 온도까지 용융온도가 내려간다(Scott, 1992).
따라서 점토광물이 청동주물에 접촉한다면, 열에 의해 점토광물이 변형되어 청동기물에 고착될 가능성이 높지만, 석영과 장석은 청동주물의 용융온도에서 광물학적 변화가 나타나지 않으므로 분리재로써 유용하게 활용되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용범은 고온으로 태토가 치밀해지기 전에 소성을 완료하고 식물 등 비짐물질을 첨가하여 기공을 형성하게 하였고, 이를 통해 청동주조 시 발생하는 열을 방출하여 통기성과 내열성을 확보하였을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토제용범은 사용목적에 적합한 재료, 층위 구성, 소성온도를 선택하여 제작하였을 것으로 해석된다.
5. 결 론
경주 황룡사 남쪽담장 외곽 정비사업부지 내 유적에서 청동공방지 추정 유구가 조사되었다. 토제용범은 파편으로 수습되었고, 내범과 외범으로 분류된다. 토제용범 한쪽 표면에는 미사로 구성된 얇은 층이 표면처리된 상태로 외범은 내면에, 내범은 외면에 분포한다. 미사층은 분급이 양호한 초세립질 석영과 장석을 주성분으로 구성되어 있고, 주조 시 청동기물 표면을 매끄럽게 하기 위해서 정선된 광물입자를 선별하여 도포하였을 것으로 해석된다.
토제용범 태토는 미정질 기질에 석영, 장석, 각섬석의 세립질 광물을 다량 포함한다. 또한 기질 내 비짐물질로 첨가된 볍씨 껍질이 탄화되어 형성된 긴 공극이 다수 관찰된다. 이렇게 형성된 공극은 청동 주조 시 통기성을 확보하였을 것으로 해석된다. 내범과 외범은 석영, 장석류, 각섬석 등으로 구성되어 동일한 광물조성을 보이나 내범은 단면관찰에서 외면부의 기질 색상이 회색계열로 나타나 청동제작 시 소성환경 차이가 부분적으로 다르게 반영된 것으로 생각된다.
토제용범 단면은 태토층과 미사층으로 구성되며, 층위별로 광물입자와 기공 분포가 차이를 보인다. 토제용범은 일차적으로 세립질 광물을 포함한 태토에 0.5 mm 내외의 광물입자와 볍씨 껍질을 비짐물질로 첨가하여 기형을 형성하고, 그 위에 초세립질 석영과 장석입자를 도포하여 1,000℃ 이하의 낮은 온도에서 소성하여 제작하였을 것으로 해석된다. 일부 용범의 표면에 청동슬래그가 융착되어 있고, 미사층에는 미량의 청동 관련 원소가 검출되어 실제 주조에 사용되었던 것으로 확인하였다. 이 연구에서는 분석대상 용범시료의 수량이 적어 해석에 한계가 있으나 향후 청동기 제작과정에서 토제용범의 재료와 기술 해석을 위한 기초자료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Acknowledgements
이 연구는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원 문화유산조사연구(R&D)사업의 지원으로 이루어졌으며, 연구 시료를 제공해 주신 (재)신라문화유산연구원 조성윤선생님과 결과 해석에 도움을 주신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안소현선 생님께 감사드립니다.
아울러 이 연구는 (재)신라문화유산연구원에서 발간한 경주 황룡사 광장과 도시Ⅲ -가옥1-부록에 수록된 「경주 황룡사 청동공방지 출토유물의 재료적 특성 분석」원고 일부를 수정 및 보완하여 재구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