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연안에서 출수된 고선박 부재와 표류목에 나타난 해양천공동물의 종 식별 및 가해 양상 분석
Species Identification and Attack Patterns Analysis of Marine Borers in Shipwreck Members and Driftwood from the Korean Co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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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본 연구에서는 우리나라 해안에서 발굴된 고선박 부재에서 나타나는 천공 피해 양상을 파악하고 가해하는 생물을 추정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추포해변, 신창리해역, 비인해변에서 채취한 표류목과 신진도해변에 설치한 시험말뚝으로부터 두 종류의 가해 동물을 채집하여 외관 관찰과 DNA 분석을 통해 종 동정을 실시하였다. 이들 표류목과 시험말뚝의 해양천공동물에 의한 피해 양상을 파악하여 기존 출수된 고선박 부재의 피해 양상과 비교 분석하였다. 표류목과 시험말뚝에서 발견된 해양천공동물은 DNA 분석 및 외형 관찰을 통해 배좀벌레조개(Teredo navalis)와 부삽꼬리벌레(Limnoria lignorum)로 확인되었다. T. navalis는 목재의 횡단면에서 섬유 방향을 향해 지름 3-5 mm 정도의 공도를 뚫고 들어갔으며, 길이 7 cm의 목재가 완전히 관통될 정도로 가해하였다. 생성된 공도 내부에는 석회질의 패각이 형성되었다. 일부 표류목에서는 T. navalis에 의한 가해 흔적에서 섬유방향 뿐만 아니라 방향성이 없는 공도도 관찰되었다. L. lignorum은 목재의 표면에서 지름 1 mm 이하의 작은 구멍을 뚫고 갉아먹으며 가해하였다. 고선박 부재의 경우 발굴 당시 개펄에 묻혀있지 않고 바닷물에 노출되었던 상단부 부재에서 T. navalis에 의한 가해 흔적이 주로 나타났다. L. lignorum에 의한 가해 흔적은 고선박의 상단부나 부재의 표면에서 매우 적게 관찰되었는데, 이는 연약해진 피해부가 바닷속에서 해류의 움직임에 의해 마모되어 떨어져 나갔기 때문일 것으로 추정된다.
Trans Abstract
In this study, we aimed to identify the patterns of perforation damage on shipwreck members excavated from the Korean coast and to estimate the organisms responsible. Two types of marine borers were collected from driftwood collected from Chupo Beach, Shinchang-ri Beach, and Biin Beach, and test piles installed at Shinjindo Beach, and species identification was conducted through visual observation and DNA analysis. The damage patterns of marine borers on the driftwood and test piles were identified and compared with the damage patterns of the shipwreck members. The marine borers found in the driftwood and test piles were identified as Teredo navalis and Limnoria lignorum through DNA analysis and visual observation. T. navalis bored 3-5 mm diameter tunnels in the cross-section of the wood towards the fiber direction, and the damage was severe enough to completely penetrate a 7 cm long piece of wood. The tunnels were lined with calcareous material extruded by T. navalis. In some driftwood, fiber-oriented as well as random-directional tunnels were observed in T. navalis damage scars. In shipwreck members, T. navalis damage was primarily seen in the upper members, which were exposed to seawater and not buried in mud on the shore at the time of excavation, where L. lignorum drilled and gnawed small holes of less than 1 mm diameter in the surface of the wood. Very little evidence of damage by L. lignorum was rarely observed on the topsides of shipwrecks or on the surfaces of members, presumably because the fragile damage was worn away by the movement of currents at sea.
1. 서 론
한국의 서해안에서는 1976년 신안선 발굴을 시작으로 2015년 마도4호선까지 14척의 고선박이 발굴되었다. 그 중 신안선과 진도선을 제외한 12척의 고선박은 바닥이 평평한 평저선으로 한국 전통 방식의 선박 형태를 나타내고 있다. 시대별로는 영흥도선이 통일신라시대의 배이며, 마도4호선은 조선시대 배이다. 나머지 10척의 배는 모두 고려시대의 배이다(Kim et al., 2021). 이러한 고선박들은 모두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목포, 태안)에서 관리되고 있으며, 전시 또는 보존처리 및 현장보존 중이다(National Research Institute of Maritime Cultural Heritage, 2021).
해양에서 출수되는 고선박은 침몰 후 발굴되기까지 오랜 시간 바닷속에 잠겨있어 전형적인 수침고목재의 형태로 변형되어 있다. 바다에서는 염수에 잠기고 혐기성 조건이라 육상 환경에서 발생하는 생물학적 분해에 비해 비교적 온전하게 보호되지만, 박테리아나 연부후균 등에 의해 세포 구성 성분이 분해되기도 하며, 해양천공동물에 의해 물리적인 손상도 발생한다. 해양천공동물은 흔히 해양천공충 또는 목선천공충으로도 불리는데, 대표적인 것으로는 배좀벌레조개(Teredo navalis)와 부삽꼬리벌레(Limnoria lignorum)가 있다.1)
배먹이벌레(naval shipworm)로도 알려진 T. navalis는 연안 지역에서 발견되며 물에 잠긴 목재, 말뚝, 유목, 목선의 선체 내부에서 서식한다. 기수역과 외해에서 발견되며 5-35 ppm의 염분을 견딘다. 1-30 °C의 광범위한 온도에 적응하지만, 성장과 번식은 11-25 °C 범위로 제한된다. 성충의 몸은 붉은색을 띠고 길쭉한 벌레 모양이다. 앞부분은 두 개의 삼각형 모양으로 구성된 껍질로 덮여있는데, 이 껍질이 나무를 뚫는 도구 역할을 한다(SeaLifeBase, 2023). 목재의 섬유방향으로 진행하며 지름 7-10 mm 정도로 천공을 한다. 천공된 공도의 내면에는 석회질 관이 만들어지는데, 이 안에 부드럽고 길쭉한 몸체가 들어있다. 몸길이는 목재의 치수 등 조건에 따라 수십 cm에 달하기도 한다. T. navalis가 북유럽 해역에서 최초로 발견된 것은 1731년 네덜란드의 무너진 제방에서 나온 목재조각에서이다(Kramp, 1945). 염도가 낮은 지역에서는 생존이 어려워 발트해 중 독일, 덴마크, 스웨덴 등으로 국한되어 나타난다. 네덜란드 로테르담 항구에서 전나무와 참나무 패널을 노출한 결과, 경도가 낮은 전나무에서 T. navalis의 개체가 더 많고 잘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Paalvast and van der Velde, 2011). T. navalis가 해양수침고목재를 공격하는 경우 목재 내에는 영양원으로 취할 셀룰로오스가 일정량 이상 남아있어야 하는데, 밀도가 100 kg/㎥ 미만으로 낮고 셀룰로오스 함량이 24% 이하인 목재에서는 이들의 공격이 나타나지 않았다(Eriksen et al., 2015, 2017). 나무의 경연(부드럽고 단단함)에 관계없이 가해하지만 녹나무 등 몇몇 나무의 심재는 좋아하지 않는다(Masao and Mitsunori, 2012). 표면에서의 피해는 거의 인정되지 않으며, 공도 하나하나는 독립되어 있다. 인접한 공도와의 경계는 비록 한 장의 종이처럼 얇아지더라도 결코 관통하여 연결되는 일이 없다. 목재가 공도로 채워지면 그대로 전개체가 사멸한다(Shizuo, 1965).
바다나무좀(gribble)이라 불리는 L. lignorum은 몸 길이가 3-4 mm 정도로 매우 작고 목재 표면에 작은 구멍을 뚫고 가해한다. 많은 수의 개체가 존재하면 그들의 공도는 매우 얇은 벽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바닷물의 움직임이나 떠다니는 물체에 의해 손상을 입기 쉽다(Forest Products Laboratory, 2021). L. lignorum은 20세기 중반 크레오소트 처리된 목재의 조기 파손이 관찰되면서 목재를 가해하는 것으로 인식되었다(Menzies, 1951). 유럽 연안에 정착한 L. lignorum은 북대서양 동부와 북해 연안, 북쪽으로는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 남쪽으로는 잉글랜드 남부 뉴턴 페러스 등의 목조 패널 또는 고정된 목조해양 구조물에서 발견된다. 최저 1 ℃, 최고 20 ℃의 온도에서 생존하며, 17 PSU(Practical salinity unit)의 낮은 염분을 견디는 것으로 나타났다(Borges et al., 2014). 삼나무, 소나무 등 무른 나무를 선호하며, 참나무, 떡갈나무 등 딱딱한 나무를 좋아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Masao and Mitsunori, 2012).
일본의 항만공항기술연구소에서는 15종의 목재에 대한 해양천공동물 피해 실험을 진행한 결과, 해양천공동물에 따른 손상 정도는 목재의 경도나 비중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해저에서 토사에 덮인 목재에서는 피해가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나 토사 상부로 노출된 목재에서는 L. lignorum에 의한 손상이 나타났으며, T. navalis에 의한 천공이 관찰되었다(Masao, 2014).
우리나라에서는 해양천공동물과 관련하여, 저서생물 중의 하나인 내서동물로 T. navalis와 L. lignorum이 설명되었으며(Yun and Hong, 1995), 목재를 가해하는 해양천공동물로 소개되고 있는 정도이다(Kim, 1986; Shin and Ahn, 1996). 그러나 국내에서 출수된 고선박 부재 등 수침고목재의 해양천공동물에 의한 열화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진 바가 없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표류목과 고선박을 비롯한 수침목재에서 나타나는 해양천공동물의 가해 흔적을 조사하고, 그 원인이 되는 해양천공동물에 대해 파악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우리나라의 해역에서 출수된 8-14세기의 고선박에 나타난 해양천공동물의 피해 형태와 최근 해양천공동물의 피해를 입은 표류목의 가해 형태를 비교 분석하였다. 또한 확보된 해양천공동물의 종동정을 위한 DNA 분석을 실시하였다.
2. 재료 및 방법
2.1. 피해 목재 및 해양천공동물
2021년 전남 신안군 추포해변, 제주 신창리해역, 충남 서천군 비인해변에서 채취한 표류목과 충남 태안군 신진도 해변에 설치한 시험말뚝으로부터 해양천공동물 생물체 및 목재 시편을 채취하였다. 채취 일자와 수량 등은 Table 1에 나타냈다. 또한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에 전시 중인 신안선, 완도선, 달리도선과 보존처리 중인 십이동 파도선 선수재, 안좌선, 영흥도선, 대부도2호선 등 해양출수 고선박에서 해양천공동물이 가해한 부재를 조사하였다. 고선박의 출수 정보는 Table 2와 같다.
2.2. 목재 수종분석
해양천공동물이 가해한 목재의 수종분석을 실시하였다. 나이테가 1개 이상 포함되도록 하여 횡단면, 방사단면, 접선단면의 시료를 채취하였다. 채취한 시료는 Safranine 1 %(in distilled water)로 염색한 후 Ethyl Alcohol로 단계적 탈수를 진행하였다. 그다음 Xylene으로 투화한 후 Paraplast로 포매하였다. 포매한 시료는 Microtome으로 15-20 ㎛ 두께로 박편하고, 프레파라트를 제작하였다. 광학현미경(ZEISS Axioscope 5, Germany)을 통해 구성 세포를 관찰하고 해부학적 특성을 파악하여 수종을 식별하였다. 고선박 부재의 수종은 각 선박 발굴보고서를 참고하였다.
2.3. 육안 및 현미경 관찰
가해된 목재는 표면에 나타나는 가해 흔적을 관찰하고, 사진 촬영하였다. 일부 목재는 반으로 쪼개어 내부 모습을 관찰하였다. 전시 및 보존처리 중인 고선박은 관찰이 가능한 범위에서 관찰하였다. T. navalis 추정 생물은 육안 관찰을 실시한 후 사진 촬영하였다. L. lignorum 추정 생물은 크기가 매우 작아 실체현미경(Leica M125, Germany)을 통해 관찰하였다.
2.4. X-ray 촬영
목재 내부의 가해 흔적을 확인하기 위해 X-ray 촬영을 실시하였다. X-ray 촬영 장치는 Softex사의 VIX-150(Japan)을 사용하였고, 전압(kV)과 전류량(mA)을 조절하였다. CPA는 목재 내부 상황 관찰 및 촬영 장치의 한계로 반으로 갈라 촬영하였다.
2.5. 해양천공동물 종동정
각각의 생물은 DNA의 손상을 막기 위해 모두 99% 에탄올에 담아 보관하였고, 온전한 DNA를 추출하기 위해 내장을 제거하였다. T. navalis는 신체의 가장자리를 길게 잘라 마쇄봉을 이용해 마쇄하였고 L. lignorum은 머리, 가슴, 복부, 다리를 각각 분리 및 마쇄하여 sampling을 진행하였다. DNA extraction은 Quiazen사의 DNeasy® Blood & Tissue Kit(USA)를 사용하였으며, PCR은 다음 Table 3과 같이 mitochondrial genes (COI) target primer를 사용해 진행하였다. 또한 DNA 분석에 성공한 연구들을 참고하였다(Ronny et al., 2017; Ronny, 2018). 이후, DNA sequencing을 통해 GenBank에 기록된 염기서열과 비교하여 종 동정을 실시하였다.
3. 결과 및 고찰
3.1. 해양천공동물 피해 목재의 수종분석
해양천공동물 피해를 입은 채취 목재의 수종분석 결과와 고선박의 주요 수종은 Table 4와 같다.
추포해변에서 채취한 표류목은 횡단면에서 1-2열의 대관공과 방사상 배열을 하는 원형-타원형의 소관공이 관찰되었다(Figure 1A). 방사단면에서는 동성형 방사조직과 단천공이 관찰되었다(Figure 1B). 접선단면에서 광방사조직과 단열방사조직이 관찰되었다(Figure 1C). 따라서 Quercus 속 Quercus아속 Cerris절(상수리나무류)로 식별하였다.
비인해변과 신창리해역에서 발견된 표류목들은 횡단면에서 가도관과 수직수지구가 관찰되었다(Figure 1D). 방사단면의 방사조직에서 창상형 직교분야벽공과 거치상비후가 관찰되었다(Figure 1E). 접선단면에서 수평수지구가 포함된 방추형방사조직이 관찰되었다(Figure 1F). 이를 종합하여 Pinus속 Pinus아속 Pinus절(이엽소나무류)로 식별하였다.
신진도해변에 설치한 시험말뚝은 소나무 시료를 사용하였다.
고선박을 구성하는 대부분의 목재는 이엽소나무류이다. 고선박에서 나무못인 장삭이나 피삭, 그리고 횡강력을 유지하는 부재인 가룡 등에는 상수리나무류, 느티나무, 밤나무속 등 활엽수재가 사용되었다(Kim et al., 2021).
중국 배인 신안선을 이루는 목재의 해부학적 특징은 이엽소나무류와 같지만, 중국 양자강 남부에서 자생하는 수종인 마미송(Pinus massoniana Lamb.)으로 식별되었다(National Maritime Museum, 2006a).
3.2. 해양천공동물의 동정
추포해변 표류목 내부에서 길쭉한 형태의 해양천공동물 12마리의 생체를 확보하였다. 길이 2-5 cm, 직경 3-5 mm이었다(Figure 2A). 목재의 섬유 방향으로 천공이 진행되었으며, 천공 내부에는 패각이 생성되었다. DNA분석 결과 T. navalis로 동정되었다.
신진도해변 시험말뚝에서 2 mm 내외의 크기의 해양천공동물 5마리의 생체를 확보하였다(Figure 2B). 목재 표면을 갉아먹는 형태로 가해가 진행되었다. DNA 분석을 시도하였으나 실패하였으며, 채취된 샘플의 양이 적어 추가 분석은 실시하지 못하였다. 외형을 관찰한 결과, 둥근 형태의 머리와 1쌍의 짧은 더듬이와 겹눈을 가지며, 가슴 7마디, 배 6마디, 가슴에 다리 7쌍을 가지고 있다.Hideo and Hachiro(1983)가 설명한 L. lignorum의 외형과 비슷한 외형을 나타내고 있어 L. lignorum로 추정하였다.
바다에서 목재를 가해하는 생물은 크게 우럭목과 등각목에 포함된다(Figure 3). 우럭목에는 석공조개과 나무구멍뚫이조개속, 나무속살이조개과 나무속살이조개속, 배좀벌레조개과 배좀벌레조개속, 반키아배좀벌레속이 있고, 등각목에는 부삽꼬리벌레과 부삽꼬리벌레속, 잔벌레과 큰잔벌레속이 있다고 보고되었다(Forest Products Laboratory, 2021). 우리나라에는 부삽꼬리벌레속 작은혹부삽꼬리벌레(L. segnoides)이 해남 지역에 분포하며, 큰잔벌레속 일곱니잔벌레(Sphaeroma. sieboldii)가 충남, 전북, 제주, 경남 지역에 분포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Ministry of Oceans and Fisheries and National Marine Biodiversity Institute of Korea, 2015). 다른 종들은 분포가 확인되지 않았다. 따라서 분포가 확인된 2종에 의한 목재 가해 흔적이 나타날 가능성은 존재한다. 그러나 이번 DNA 분석을 통해 서해안에 T. navalis가 분포하며, 목재를 가해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또한 충남지역에 분포하는 것으로 나타난 일곱니잔벌레(S. sieboldii)는 신진도해변에서 채취한 L. lignorum과 외형이 다르다.
3.3. 해양천공동물에 의한 목재 표면의 가해 형태
3.3.1. 표류목과 시험말뚝
추포해변에서 채취된 상수리나무류 목재(CPA)는 지름 4.5 cm, 길이 7 cm 정도의 원기둥 형상인데, 횡단면에서 지름 3-5 mm 정도의 26개의 원형 구멍이 관찰되었다(Figure 4A). 섬유방향으로 갈라보았을 때 도관요소와 평행한 방향으로 목재를 완전히 관통한 공도가 관찰되었으며, 공도 내에서는 T. navalis와 몸체를 보호하기 위한 석회질의 패각이 관찰되었다(Figure 4B).
신창리해역에서 채취한 표류목(SCA, SCB)에서는 섬유방향으로 진행된 공도 외에도 일정한 방향성이 없이 수직방향 또는 대각선방향으로 진행된 공도 등이 함께 관찰되었다(Figure 5A, 5B). 공도의 직경은 3 mm로 작은 편이며 가해 동물은 발견되지 않았다. 공도에 패각이 형성되어 있어 T. navalis에 의한 가해 흔적으로 추정하였다. 목재 표면에서는 직경 1 mm의 매우 작은 구멍이 발견되었는데, 이는 L. lignorum에 의한 가해 흔적으로 여겨진다.
비인해변에서 채취한 표류목 3점 중 2점(BIA, BIB)에서는 직경 7 mm의 공도가 관찰되었다. 대부분 섬유방향으로 길게 공도가 형성되어 있어 T. navalis의 가해 흔적으로 추정되지만(Figure 6A, 6B), T. navalis의 생체 및 패각이 발견되지 않아 단정할 수 없다. 한편 표류목 BIC에서는 직경 0.5-3 mm의 구멍들과 이들이 이어진 공도가 관찰되었다. 공도의 내부에서는 패각이 관찰됨으로써 T. navalis의 가해 흔적으로 판단하였다(Figure 6C).
신진도해변에 설치한 소나무 시험말뚝은 개흙과 맞닿았던 부분을 중심으로 상부에서 직경 0.7-0.8 mm의 무수히 많은 작은 구멍이 관찰되었다. 일부 방향성이 없는 공도가 관찰되지만, 이는 작은 형태의 구멍이 이어진 것으로 여겨진다. T. navalis의 피해목에서 나타나는 패각도 관찰되지 않았다. 따라서 L. lignorum에 의한 피해 흔적으로 추정하였다(Figure 7A). 해수에 떠다니던 L. lignorum이 소나무 시험말뚝에 정착하여 주기적으로 해수에 노출될 수 있는 부분에서 가해를 시작한 것으로 여겨진다. 목재의 표면이 남아 있는 부분에서의 구멍의 깊이는 3-5 cm 정도이며, 움푹하게 파인 부분(Figure 7A)에서의 구멍의 깊이는 2-3 cm 정도였다. 시험말뚝은 개흙에 박혀있던 바로 윗부분에서 모래시계처럼 움푹하게 파인 모습을 나타내는데, 이는 L. lignorum의 특징적인 가해 흔적이라고 할 수 있다. 많은 수의 L. lignorum이 가해할 때, 이들에 의해 생긴 작은 공도는 해수의 움직임이나 바다에 떠다니는 물체에 의해 쉽게 침식되기 때문이다. 한편 목재의 측면에서는 T. navalis 생체가 관찰되었다(Figure 7B). L. lignorum이 가해한 부분을 통해 목재 내부로 침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엽소나무류와 상수리나무류로 이루어진 목재들의 가해 흔적에서는 주로 T. navalis에 의한 공도가 관찰되었다. 그러나 이엽소나무류 목재에서 관찰되는 L. lignorum의 가해 흔적은 상수리나무류에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하여 Masao(2014)는 T. navalis의 경우 녹나무, 비자나무 등 일부 비선호 수종을 제외한 침엽수, 활엽수의 대부분을 구분 없이 가해하며, L. lignorum은 저비중의 수종을 선호한다고 보고하였다. 또한 비중이 클수록 가해가 적었고, 경도가 증가할수록 가해가 적게 나타났다고 하였다.Paalvast and van der Velde(2011)는 T. navalis가 참나무 보다 전나무에서 더 많은 개체를 보이며, 성장이 더 잘 이루어진 것을 통해 목재의 경도와 관계가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해양천공동물에 의한 목재 가해는 목재의 비중 혹은 경도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3.3.2. 고선박
해양출수 고선박에서는 이엽소나무류로 이루어진 부재에서 해양천공동물에 의한 피해 흔적이 발견되었으며, 주로 T. navalis에 의한 피해가 많이 나타났다. 상수리나무류보다 더 많은 범위를 차지하고 있어 비교적 가해가 쉬웠을 것으로 추정된다. 대부분 가장자리에서 시작되어 섬유방향으로 진행한 흔적이 보이며, 일부 섬유방향에 수직이 되는 방향으로 진행한 흔적도 나타났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에 전시 중인 완도선은 수심 15 m 내외의 바닷속 개펄층에 묻혀 간조 시에만 선체의 상단부가 수면 위로 약간 드러나 있던 상태였다(Bureau of Cultural Property, 1985). 개펄에 덮여있던 바닥 부재인 저판보다 선체 상단부에서 해양천공동물에 의한 피해가 많이 나타났으며, 주로 섬유방향으로 길게 구멍이 뚫려있는 T. navalis에 의한 천공 형태가 나타났다(Figure 8A). 달리 도선은 간조 시 바닷물이 선체로부터 3-10 m까지 물러나는 개펄층에 위치하고 있었다(National Maritime Museum, 1999). 완도선과 비슷한 형태로 외판 상단부에서 T. navalis에 의한 피해가 나타났다(Figure 8B). 중국 선박인 신안선은 평균 수심 20 m의 바닷속 개펄층에 묻혀있는 상태였다(National Maritime Museum, 2006a). 신안선도 비슷한 형태로 하단부 용골 부재에 비해 상단부의 부재인 삼판재에서 T.navalis에 의한 피해가 나타났다(Figure 8C). 3척의 고선박 모두 발굴 당시 외판 상단부 일부가 노출된 상태였으며, 개펄층에 파묻혀 있던 부분은 해양천공동물에 의한 피해가 생기기 어려웠을 것으로 추정된다.Masao (2014)는 해양천공동물에 의한 목재의 천공 피해는 토사에 덮이지 않고 노출된 부분에서 생기는 것을 확인하였다.
현재 보존처리가 진행 중인 십이동파도 선수재는 발굴 당시 본체인 십이동파도선과 함께 수심 16-18 m 바닷속에서 발견되었고, 본체로부터 3 m 떨어진 부분에서 제토작업으로 발견되었다(National Maritime Museum, 2005). 관찰 결과 T. navalis에 의한 피해가 심하게 나타났다. 섬유방향뿐 아니라 여러 방향으로 직경 7-8 mm의 공도가 생성되어 있다(Figure 8D). PEG 함침 후 건조를 진행 중인 안좌선은 바닷물에 잠김과 노출이 반복되는 개펄에 매몰되어 있었으며(National Maritime Museum, 2006b), 완도선 등과 마찬가지로 상단부에 위치하는 외판부재에서 T. navalis에 의한 피해가 섬유방향으로 나타났고, 해당 천공을 PEG가 메우고 있다(Figure 8E). 탈염처리가 진행 중인 영흥도선은 수심 10-15 m의 바닷속에서 선체와 함께 발굴된 철제솥에 의해 생성된 철 부식물이 엉겨 붙은 상태로 발굴되었다(National Research Institute of Maritime Cultural Heritage, 2014). 이러한 응결물을 벗어나 노출된 선체의 바깥 부분 위주로 해양천공동물에 의한 피해가 발견되었다. 일정한 방향성이 없는 형태이며, 공도의 직경이 큰 것과 작은 것이 함께 섞여 있어 T. navalis와 L. lignorum의 피해가 복합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Figure 8F). 대부도2호선은 발굴 당시 육지에서 약 530 m 떨어진 개펄에 덮여있던 상태로 선수와 선수 쪽 외판 일부가 노출된 상태였다(National Research Institute of Maritime Cultural Heritage, 2016). 개펄에 덮여있었기 때문에 저판 부재에서는 해양천공동물에 의한 피해 흔적이 나타나지 않았다(Figure 8G). 외판에서도 피해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다. 외판 최상단에서 떨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목재편 일부에서 섬유방향으로 진행된 T. navalis에 의한 천공이 발견된다(Figure 8H).
공통적으로 고선박 상단부재에서 T. navalis에 의한 5-8 mm 직경의 공도가 생성되어 있으나, 영흥도선을 제외하고 L. lignorum의 흔적은 발견하기 어려웠다. L. lignorum은 주로 목재의 표면을 가해하는데, 연약해진 피해부가 해수 운동에 의해 마모되었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또한 보존처리 과정 중 탈염 및 세척하는 과정에서 조심스럽게 진행하더라도 취약한 표면에서 일부 물리적 탈락이 이루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영흥도선의 경우 철제솥의 영향으로 목재 내부로 부식물이 침투하고 고착되어, 해수의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마모 현상이 더디게 진행되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아직 우리나라 서해안 바닷속에는 마도3⋅4호선이 현장 보존 중이다. 이와 같이 발굴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현장에 보존이 되어야 하는 경우, 해양천공동물에 의한 가해 및 조류 활동에 의한 침식이 발생하는 것은 필연적이다. 따라서 고선박 현장 보존에 적합한 시스템 개발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3.4. 해양천공동물에 의한 목재 내부의 가해 형태
해양천공동물에 의한 목재 내부의 가해 모습을 확인하기 위하여 X-선 촬영을 실시하였다. 목재에서는 표면에 보이는 천공의 형태와 비슷한 모습을 X-선 촬영에서도 확인하였다. 추포해변 목재 CPA는 T. navalis에 의해 섬유방향으로 목재를 관통한 직경 3-5 mm의 공도가 관찰되었으며, 일부 대각선으로 진행된 공도가 관찰되었다(Figure 9A). 신창리해역 목재 SCA와 SCB는 T. navalis에 의한 직경 3-5 mm의 공도가 관찰되었으며, 일정한 방향성이 없는 상태로 관찰되었다. 표면에서 관찰되었던 L. lignorum의 가해 모습은 X-선 촬영으로는 관찰하기 어려웠다(Figure 9B, 9C). 십이동파도 선수재 또한 T. navalis에 의한 일정한 방향성이 없는 직경 7-8 mm의 공도가 생성되어 있다(Figure 9D). T. navalis에 의한 가해는 주로 목재의 섬유방향을 따라 진행하지만, 일정한 방향성 없이 가해가 진행되는 것도 확인되었다.
4. 결 론
해양에서 출수된 고선박을 포함한 수침고목재는 담수에서 출수되거나 땅속에서 출토된 고목재와 유사하게 오랜 시간 동안 연부후균과 세균에 의해 느리게 열화된다. 세균에 의해 심하게 열화된 경우 셀룰로오스가 풍부한 세포벽의 2차벽은 거의 분해되어 없어지지만, 상대적으로 리그닌이 풍부한 중간층(middle lamella)은 남게 되어 세포의 형태만 간신히 유지한다. 또한 연부후균에 의해 침해받는 경우, 침엽수재는 세포벽의 2차벽에 셀룰로오스의 섬유 주향에 따른 나선형의 공동이 발생하고, 활엽수재는 확산 형태의 세포벽 분해가 발생한다. 심하게 연분해가 일어나면 2차벽 전체가 분해되고 중간층만 남을 수도 있다. 그런데 해양의 수침고목재에서는 육상의 수침고목재와 달리 해양천공동물에 의한 천공이라는 물리적인 피해가 발생한다. 해양출수된 고선박과 표류목에서 해양천공동물에 의한 피해 흔적을 확인하고, 피해를 입은 목재의 수종분석을 실시하였다. 또한, 기존에 알려진 해양천공동물과 일치하는지 확인하기 위하여 목재 내부에서 발견된 생물체의 종 동정을 실시하였다.
DNA 분석을 통해 목재에 섬유방향으로 공도를 만드는 해양천공동물은 T. navalis임을 확인하였다. 그러나 표면을 가해한 L. lignorum은 DNA분석에 실패하였지만, 형태학적 분석을 통해 L. lignorum으로 추정하였다.
대부분 목재에서 T. navalis에 의한 피해가 관찰되었다. 횡단면 상에서 구멍이 여러 개 관찰되었으며, 섬유방향으로 길게 공도가 이루어져 있었다. 목재의 크기에 따라 공도의 지름의 크기도 달라졌으며, 작은 크기의 목재에서는 공도의 지름도 작게 관찰되었다. 일부 대각선이나 섬유방향에 수직으로 나타나는 것도 관찰되었다.
이엽소나무류 목재에서 L. lignorum으로 추정되는 해양천공동물에 의한 피해도 관찰되었다. 목재의 표면에 방향성 없이 1-3 mm정도 직경의 공도가 관찰되며, 이 부분에서 내부로 침입한 T. navalis도 관찰되었다. 고선박에서도 이엽소나무류로 이루어진 부재에서 관찰되었다.
고선박에서 저판과 외판을 비교하였을 때, 저판은 해양천공동물에 의한 피해는 거의 발견되지 않고, 외판도 상단부 부재에서 관찰되었다. 이는 발굴 당시 고선박의 상단부를 제외한 나머지가 개흙에 묻혀있어 가해가 어려웠을 것으로 추정된다.
수중에서 출수되는 환경에 따라 고선박 부재의 상태가 달라진다. 고선박 부재는 진균에 의한 피해는 없지만 세균에 의한 느린 침식을 받는다. 그러나 매장 환경에 따라 해양천공동물의 피해를 크게 받을 수 있다. 본 연구를 통해 해양에서 출수되는 고선박을 포함한 수침고목재에서 해양천공동물인 T. navalis와 L. lignorum에 의한 피해 양상을 확인하였다. 이러한 피해로 인해 목재에 다량의 공도가 뚫려있어 물리적으로도 매우 취약한 상태이므로, 부재의 상태에 따른 보존처리 방법이 강구되어야 한다. 또한 현장 보존이 이루어지는 고선박에 대해서는 추가 침해를 막기 위한 적절한 보호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
Notes
Ministry of Oceans and Fisheries and National Marine Biodiversity Institute of Korea(2023)의 자료에 의하면 Teredo navalis는 배좀벌레조개속 배좀벌레조개로 명명되어있으며, Limnoria 속은 부삽꼬리벌레속으로 명명되어 있으나 lignorum 종의 국명은 미정인 상태이다. Limnoria ignorum은 편의상 부삽꼬리벌레로 표기하였으나, 표기의 통일성을 위해서 이하 학명인 T. navalis와 L. lignorum으로 표기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