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원실험 단조박편을 통한 동해 망상동유적 단야 공정의 해석
Interpretation of the Smithing Process of Donghae Mangsangdong Site through Hammerscale of Restoration Experi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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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복원실험에서 수습된 단조박편의 미세조직, 외형적, 성분적 분석을 통해 공정별 단조박편의 특징을 확인하였다. 이를 기반으로 동해 망상동유적 단야로의 조업 특성을 파악하고, 출토 단조박편의 효과적인 분류 방안에 대해 검토해 보고자 하였다.
복원실험 단조박편의 경우 정련, 단련, 성형 공정의 진행에 따라 두께와 직경이 감소하는 외형적 특징 변화를 확인하였다. 미세조직은 Fayalite와 Wüstite로 구성된 Ⅰ형, 조대한 Wüstite가 지배적인 Ⅱ형, 3층 구조의 Ⅲ형으로 구분하였으며 공정이 진행됨에 따라 Ⅱ, Ⅲ형 미세조직이 증가하는 양상이 나타났다. 또한 공정에 따른 광물조성 및 희토류원소 함량의 상대적인 차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동해 망상동유적 단조박편은 Ⅱ, Ⅲ형 미세조직이 88%의 비율을 보여 초기의 정련 공정보다는 단련 및 성형 공정과 같은 중⋅후반 공정 위주의 조업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성분적인 차이는 명확하게 나타나지 않았는데 해당 유적의 공정 범위가 넓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적용이 간편한 입도분리 방식으로 분류한 단조박편의 미세조직 분포를 확인해 본 결과 직경이 감소하면서 Ⅱ, Ⅲ형 미세조직 비율이 높아지는 양상을 보임에 따라 직경이라는 인자를 통한 출토 단조박편의 공정 분류의 가능성을 확인하였다.
Trans Abstract
The characteristics of the hammerscale, by process were confirmed by identifying the microstructure, appearance, and chemical composition characteristics of the hammerscale recovered in the restoration experiment. Based on this, it was attempted to understand the characteristics of the smithing furnace operation at the Mangsangdong site in Donghae, and further examine an effective classification method for the excavated hammerscales.
In the case of the experiment hammer scale, changes in external characteristics were confirmed, with thickness and diameter decreasing as the refining, forging, and shaping processes progressed. According to the change process, the microstructure was divided into type I composed of Fayalite and Wüstite, type II dominated by coarse Wüstite, and type III with a three-layer structure(Hematite-Magnetite-Wüstite). In addition, through analysis of composition, differences in composition appeared as the process progressed, confirming the possibility of classification of hammerscales. Excavated hammer scales were confirmed to have type II, III microstructures at a rate of 88%, it is believed that process of the forging and shaping rather than refining. In addition, differences in composition were not clearly evident, which is considered to be because the scope of process of the Mangsangdong sites was not wide.
As a result of checking the distribution of microstructure by dividing it into 4 mm or more, 2∼4 mm, and 0.5∼2 mm based on diameter of the hammerscale, there was a tendency for the proportion of microstructure of subsequent types to increase as the diameter decreased, confirming the possibility of effective process classification through diameter.
1. 서 론
우리나라 제철유적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제련기술은 직접제련법(direct smelting)이다. 직접제련으로 생성된 철은 대부분 해면철(海綿鐵, sponge iron) 혹은 괴련철(傀鍊鐵, bloomery iron)의 형태로 얻어지며 이는 현대적인 철소재 분류의 관점에서 보면 탄소함량 2% 이하의 강(鋼, steel)으로 볼 수 있다. 탄소함량 2% 이상의 주철(鑄鐵, cast iron)과 달리 강은 녹는점이 높은 대신 전⋅연성이 존재하므로 자연스럽게 단조(鍛造)가공 중심의 단야(鍛冶, smithing) 조업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와 같은 제철 유적의 사례와 철소재의 물리적 특성을 봤을 때, 제련에서 단야로 이어지는 ‘직접제련-단야(direct smelting-smithing)’ 시스템은 과거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철기 생산기술 체계라 할 수 있다.
제련에서 생산된 괴련철부터 최종 생산품인 철기까지 일련의 과정에서 일어나는 소재의 변화 과정을 보면 내부에 존재하는 불순물(슬래그)을 제거해 철의 순도가 높아지는 정련(精鍊, refining), 철소재의 물리적 성질이 개선되는 단련(鍛鍊, forging), 최종적으로 원하는 기형으로 철기를 제작하는 성형(成形, shaping)의 세 단계 공정을 거치게 된다(Lee et al., 2017). 즉, 소재의 상태, 기술 집단, 목적 생산품 등 다양한 조업 여건에 따라 공정이 나뉘고 세부적인 가공 방식은 달라질 수 있지만 전체적인 조업의 진행과정 속에서 철소재는 기본적으로 ‘불순물 제거 → 물성 개선 → 성형’의 과정을 겪는 것이라 볼 수 있다.
과거에 철은 재화(財貨)적 성격에 가까웠기 때문에 조업에 다시 활용되거나 소비지로 유통되는 경우가 많아 생산지에는 거의 남아있지 않으며 일부 출토가 되더라도 대부분 부식되었거나 유물로 분류되어 분석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반면에 제철의 모든 공정에서 부산물로 발생하는 슬래그(滓, slag)는 생산유적에 폐기되었다가 비교적 안정한 상태로 출토된다. 철소재에 비해 직접적인 정보는 아니지만 슬래그는 각 공정의 특징을 간접적으로 반영하기 때문에 해당 유구의 성격 나아가 유적의 제철기술 체계를 해석하는데 도움이 된다.
단야 조업 과정에서도 가열된 철소재를 두드리는 단조 행위의 결과물로 단조 슬래그가 발생하며 그 종류에는 입상재(粒狀滓, spheroidal slag)와 단조박편(鍛造薄片, hammerscale)이 있다. 입상재는 요철을 가진 철소재의 표면 용융물이 방울 형태로 녹아내리거나 단조 과정에서 떨어져 나오며 표면장력에 의해 구상화된 슬래그를 말한다. 단조 박편은 철소재를 대기 중에서 가열, 단조했을 때 표면 산화물이 얇게 박리되며 비산 된 것을 말한다(Osawa, 1999).
입상재와 같은 방울 형태의 슬래그는 제련 공정에서도 발견될 수 있으며 단야 조업에서 수습된 입상재일지라도 그 특성이 공정의 선후관계를 잘 반영하지 못해 해석에 혼동을 줄 여지가 존재한다. 반면에 단조박편은 철소재를 단조 가공하는 과정에서만 생성되는 슬래그로서 단야 조업의 직접적인 증거가 되며 공정의 진행에 따라 두께, 미세조직, 성분적 특징이 유의미한 경향성을 보이는 것으로 확인되어 단야 공정의 세부적인 해석에 도움이 될 것으로 확인되었다(Kwak et al., 2022).
단조박편은 작은 크기로 인해 발굴 현장에서 수습되는 경우가 많지 않았으며 일부 수습된 사례조차 해석의 범위가 제한적인 경우가 많았다. 최근에는 복원실험을 통해 시료의 한계를 극복하고 해석의 방향성을 다각화하려는 연구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Oh et al., 2018; Cho andCho, 2021).
최근 제철유적 조사 사례가 점차 증가하고 시료의 확보가 용이해짐에 따라 실험과 유적의 현상을 비교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2008년에 발굴 조사된 동해 망상동유적은 해안에 1개소의 단야 공방지와 함께 28기의 철(凸)자형 주거지가 확인된 초기 철기시대 생활유적이다. 이 단야 공방지에서 소구경 송풍관 2개를 노 양측에 설치한 직경 약 25 cm로 추정되는 단야로가 확인되었으며 이와 함께 완형재, 입상재, 단조박편 등과 같은 슬래그도 광범위하게 출토되어 그동안 사례가 많지 않았던 4∼5세기 영동지역의 철기 제작의 특징을 알 수 있는 곳으로 의미가 있는 곳이다.
이에 선행 연구인 복원실험 단조박편의 분석 결과(Kwak et al., 2022)를 토대로 동해 망상동유적 출토 단조박편과의 비교검토를 실시하였다. 이를 통해 동해 망상동 유적의 조업 성격을 파악하고 나아가 출토 단조박편 분석에 있어서 효과적이고 접근이 용이한 분석 방안에 대해 모색해보고자 하였다.
2. 연구방법
2.1. 복원실험
충주 칠금동 제철유적 3호 제련로를 모델로 한 2019년의 제련실험에서 생산된 괴련철을 단야 복원실험 재료로 사용하였다. 대부분 탄소함량 2% 이하의 강으로 확인되었으나 초기에 환원되어 침탄 시간이 길었던 노 바닥부분의 철의 경우 일부 2% 이상의 함량을 보이기도 했다(Jungwon National Research Institute of Cultural Heritage, 2021).
기본적인 공정의 분류는 서론에 전술하였던 정련, 단련, 성형의 큰 틀에서 조업을 진행하였으며 각 공정마다 특징을 반영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도록 하였다. 정련에서는 납작한 형태로 눌린 압착 철괴, 단련에서는 반제품(半製品) 성격의 철정(鐵鋌, iron bar, 덩이쇠), 성형에서는 최종 생산품인 철기가 각 공정의 결과물이 되었다. 복원 대상 철정은 충주 탄금대토성 수조유구에서 출토된 철정(Jungwon Cultural Properties Institute, 2009)을 모델로 하였으며 철기는 충주 금릉동유적에서 출토된 환두도(Chungbuk National University Museum, 2007)를 대상으로 하였다(Figure 1).
크게 정련, 단련, 성형의 세 단계로 공정을 구분하였지만 실제 조업 과정은 재료의 상태 혹은 필요에 따라 다음과 같은 세분된 공정이 진행되었다. 소분(小分) 및 가열을 통해 슬래그를 녹여내는 1차 정련(Figure 3A) → 소재를 압착시켜 슬래그를 분리시키는 2차 정련(Figure 3B) → 압착 철괴를 적층하여 붙이는 단접(鍛接, forge welding) 공정이 진행되는 1차 단련(Figure 3C) → 철소재를 반복적으로 접는 접쇠를 통해 물성이 개선된 소재를 얻는 2차 단련(Figure 3D) → 원하는 기형으로 철기를 제작하는 성형(Figure 3E)까지의 과정을 통해 환두도를 제작하였으며 각 공정의 분류 및 진행 모식도를 Figure 2와 같이 정리하였다.
2.2. 동해 망상동유적 단조박편의 수습
조사된 단야로 1기를 중심으로 그리드를 구획하여 다량의 단조 슬래그가 수습되었으며 그 중에서 단조박편이 가장 많이 수습된 9개의 그리드를 대상으로 분석을 진행하였다. 수습된 양이 많아 미세조직 확인 외에도 추가적인 검토를 수행할 수 있었다. 수습된 시료는 Figure 4의 그리드 번호와 동일하게 시료명을 적용하였으며 수습된 단조박편의 사진은 Figure 5와 같다.
2.3. 분석 방법
2.3.1. 시료 분류 및 제원 측정
우선 공정 진행에 따른 단조박편의 외형적 특성의 변화 및 경향성 파악을 위해 공정별로 무작위 선별된 단조박편 100점에 대한 제원 측정을 실시하였다(Figure 6A). 직경의 경우 단조박편의 형태가 완벽한 원형이 아니기 때문에 가장 긴축으로 측정하여 체(sieve)를 통한 입도분리 방식과 상호 호환이 될 수 있도록 하였다.
다음으로는 역으로 단조박편의 외형적 특성에 따라 공정의 선후관계 파악이 가능한지에 대한 적용성 검토를 위해서는 출토 단조박편에 대한 외형적 분류가 필요했다. 이에 다량의 단조박편을 외형적 특성으로 분류하기 위해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은 표준체를 사용한 입도분리가 가장 범용적이고 효과적일 것으로 판단되었다. 각 그리드 별로 수습된 단조박편은 직경 4 mm 이상의 가장 큰 그룹(A), 직경 2∼4 mm의 중간 그룹(B), 분석 가능한 가장 작은 크기인 직경 0.5∼2 mm(C), 무작위로 선별된 그룹(D)의 네 그룹으로 나누어 직경이라는 외형적 특징에 따른 경향성을 파악하고자 하였다(Figure 6B).
2.3.2. 미세조직 관찰
채취한 시료를 epoxy resin으로 마운팅 한 후 sand paper #100∼4,000 및 diamond suspension 1 μm를 단계별로 적용하여 연마하였다. 금속현미경(DM-4000M, Leica, Germany)을 사용하여 시료에 따라 25∼200배율로 관찰하고 촬영(DFC-500, Leica, Germany)하였다. 공정별로 3점 이상의 시편을 채취하여 경향성을 파악하였으며 공정의 특징을 가장 잘 나타내 주는 미세조직으로 제시하였다.
2.3.3. 성분 분석
단조박편 내 광물 조성 분석을 위하여 X-선회절분석기(Empyrean, Panalytical, Netherlands)로 분석하였다. 시료는 분석 요구량의 50배에 해당하는 양을 조분쇄 한 후, #100 이하 입자 크기로 분말화하여 준비하였다. 분석 조건은 40 kV, 40 mA, 2theta 5∼80°, 주사 간격 0.02°, 주사시간 100sec로 설정하였다.
시료의 미량 및 희토류원소의 함량을 확인하고자 유도결합플라즈마질량분석기(ELAN DRC-e, PerkinElmer, America)를 사용하여 원소를 분석하였다. 분석은 총 5회 실시한 후 최대⋅최소값을 제외한 3개의 평균값을 구하였으며 보정은 CTIF 표준샘플(UE13-1 및 UE52-2, Center Technique des Industries de la Fonderie, France)을 사용하였다.
분석 결과가 각 공정의 평균적인 함량치를 대표할 수 있도록 공정별로 분석 요구량 이상의 시료를 분말화하여 샘플링의 오류를 최소화하고자 하였다.
3. 분석결과
3.1. 복원실험 단조박편
3.1.1. 외형적 특성
철소재를 압착하면서 본격적으로 단조박편이 발생하는 2차 정련, 압착된 철소재를 단접하는 1차 단련, 철정을 제작하는 2차 단련의 각 공정에서 선별된 임의의 단조박편 100점에 대해 두께와 직경을 측정하였다.
그 결과 공정 진행에 따른 단조박편 두께는 점점 얇아지는 유의미한 경향성을 보였으며 직경의 경우도 미약한 경향성이긴 하지만 감소하는 추세를 확인할 수 있었다(Figure 7). 이를 통해 단조박편의 두께나 직경과 같은 외형적 특성에 따라서 공정의 선후관계를 파악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하였다.
3.1.2. 미세조직
공정별로 수습된 단조박편에 대해 미세조직을 관찰한 결과 미세조직의 조직 구성과 형태에 따라 다음과 같이 3단계의 미세조직 변화과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정련 공정에서 주로 확인되는 Ⅰ형 미세조직은 회색 Fayalite와 백색 Wüstite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전 공정인 제련 슬래그의 미세조직 양상과 상당히 유사하다. 백색 Wüstite 조직은 수지상 혹은 입상으로 관찰되며 공정 내에서도 후반으로 갈수록 Wüstite가 많아지는 경향을 보인다(Figure 8A∼C). 단련 공정에서 주로 수습된 Ⅱ형 미세조직은 백색의 Wüstite가 점점 조대해지며 대부분의 면적을 차지한 양상이다(Figure 8D). Ⅰ형의 완성 형태로도 볼 수 있는데 이러한 형태의 미세조직이 주로 발생하는 공정이 Ⅰ형과는 차이가 있으며 그 비중도 적지 않기 때문에 별도의 형태로 분류하였다. 성형 공정에서 주로 발생하는 Ⅲ형 미세조직은 상층 Hematite(Fe2O3) + 중층 Magnetite(Fe3O4) + 하층 Wüstite(FeO)의 3층 구조로 산소와 반응정도에 따라 층위가 나뉘는 산화피막 성격의 슬래그로 절대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공정이 진행될수록 얇아지는 경향성을 보인다(Figure 8E~F).
3.1.3. 광물조성
XRD를 통한 공정별 단조박편의 광물 조성 확인 결과 구성 광물은 유사하지만 공정에 따라 intensity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다. 공정이 지날수록 Fayalite는 줄어드는 반면에 Wüstite와 Magnetite는 늘어나는 양상을 확인 할 수 있다(Figure 9). 이는 미세조직의 변화과정과도 동일한 양상으로 공정 진행에 따른 단조박편의 변화를 잘 반영하고 있다(Kwak et al., 2022).
3.1.4. 희토류원소 패턴
제련 원료인 철광석과 공정별 단조박편의 희토류원소 분석값에 대하여 Taylor와 McLennan(1985)이 제시한 Chondrite 초생치로 표준화 한 결과를 나타내었다(Figure 10). 철광석과 단조박편은 공통적으로 란타넘(La)부터 사마륨(Sm)은 부화한 양상을 보이지만 점점 음의 기울기를 보이며 감소하는 양상을 보이고 유로퓸(Eu)에서 크게 결핍되는 양상이다. 또한 가돌리늄(Gd)부터 루테튬(Lu)까지는 큰 증감 없이 완만한 패턴을 보이는 것을 통해 원료 철광석의 희토류원소 패턴이 단조박편에서도 그대로 계승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공정별 단조박편의 희토류원소는(Figure 10B) 모두 유사한 패턴을 보이지만 공정이 지남에 따라 함량이 일정하게 줄어드는 양상으로 보아 공정별 슬래그의 희토류원소 함량에 따른 성분적인 차이를 확인 할 수 있었다. 이는 철소재의 순도가 점점 높아지는 과정에서 친석원소인 희토류원소가 슬래그(또는 단조박편)로 응축되어 빠져나감에 따라 희토류원소가 일정한 비율로 줄어든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 같은 결과를 통해서 단일 계통의 단야 조업 내에서는 단조박편의 희토류원소 패턴에 따른 조업의 상대적인 선후관계를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Kwak et al., 2022).
3.2. 동해 망상동유적 단조박편
3.2.1. 미세조직
동해 망상동유적 단야로에서 그리드 및 직경에 따라 선별된 56점의 미세조직 관찰한 결과 회색 Fayalite와 백색 Wüstite로 구성된 Ⅰ형, 백색의 Wüstite가 점점 조대해지며 대부분의 면적을 차지한 Ⅱ형, Hematite + Magnetite + Wüstite의 3층 구조로 구성된 Ⅲ형의 미세조직이 다양하게 확인되었다(Figure 11).
그리드에 따른 미세조직 분포 양상을 확인해본 결과 유의미한 경향성은 확인되지 않았다. 반면에 그리드 관계없이 모든 단조박편을 직경으로 분류해 미세조직 분포를 확인해본 결과, 미세조직 분포에 유의미한 경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Table 1). 직경 4 mm 이상인 A 그룹에서는 Ⅱ형 7점(58%), Ⅰ형 4점(34%), Ⅲ형 1점(8%)로 Ⅰ,Ⅱ형의 미세조직이 압도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직경 2∼4 mm인 B 그룹에서는 Ⅲ형 13점(65%), Ⅱ형 5점(25%), Ⅰ형 2점(10%)로 Ⅰ, Ⅱ형이 줄어든 양상을 보이며 직경 0.5∼2 mm인 C 그룹에서 이 경향성이 더 강해지며 Ⅲ형 미세조직이 20점(83%)에 이르게 된다(Figure 12). 이는 직경이 작아질수록 초기 형태인 Ⅰ형 미세조직이 감소하고 후기 형태의 미세조직인 Ⅱ, Ⅲ형의 미세조직이 증가하는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3.2.2. 희토류원소 패턴
직경 4 mm 이상의 가장 큰 그룹(A), 직경 2∼4 mm의 중간 그룹(B), 분석 가능한 가장 작은 크기인 직경 0.5∼2 mm(C), 각 그리드의 성격을 반영하도록 무작위로 샘플링 된 그룹(D)로 나누어 ICP-MS 분석을 실시한 결과는 Table 2와 같으며 분석값에 대하여 Taylor와 McLennan(1985)이 제시한 Chondrite 초생치로 표준화 한 결과를 나타내었다.
우선 각 그리드의 성격을 판단할 수 있도록 무작위로 샘플링 된 시료(D 그룹)에 대한 분석 결과를 통해 그리드에 따른 희토류원소 거동의 차이를 알아보고자 하였다. 그 결과 DHM-5 한 곳을 제외하고 희토류원소 패턴은 모두 유사하게 나타났으며 함량의 차이로 공정을 구분 지을 수 있을 만큼의 유의미한 성분적 차이는 확인되지 않았다(Figure 13).
한편 각 그리드에서 직경에 따라 분류된 시료에 대한 희토류원소 거동의 경향성을 확인해보았다. 대부분 분석 요구량 이상의 단조박편을 분말화하여 오차를 최소화 했지만 일부 양이 많지 않은 시료의 경우 단일 개체만 분석되면서 데이터의 차이를 많이 보이는 일부 시료를 제외하고 대부분 시료의 희토류원소 패턴은 유사하게 확인되었다. 또한 직경에 따라서 공정을 구분 지을 수 있을 만큼의 성분적 차이는 확인되지 않았다(Figure 14).
4. 고찰 및 결론
4.1. 공정별 단조박편의 특징과 해석
4.1.1. 미세조직 및 희토류원소
단야 복원실험에서 공정별로 수습된 단조박편의 미세조직 관찰로 다음과 같이 세 가지 형태의 미세조직 발전 양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ⅰ) Ⅰ형: 제련 슬래그의 미세조직 양상과 유사한 회색 Fayalite와 백색 Wüstite로 구성된 미세조직으로 단면 형태는 불규칙하다. 공정이 진행됨에 따라 백색조직이 점점 많아지는 특징을 보인다. ⅱ) Ⅱ형: 백색의 Wüstite 조직이 점점 조대짐에 따라 대부분의 면적을 차지하고 있으며 경계가 모호해지는 상태이다. 철 소재의 표면이 평평해짐에 따라 단조박편도 직선화가 진행된다. ⅲ) Ⅲ형: 산소와 접촉하는 정도에 따라 상층 Hematite(Fe2O3) + 중층 Magnetite(Fe3O4) + 하층 Wüstite(FeO)의 세 층으로 나뉘는 산화피막 성격의 단조박편이다.
이처럼 공정에 따른 단조박편의 주요 미세조직에 대해 알아보았으나 미세조직을 통해 출토 단조박편을 역으로 해석할 때에는 다음과 같이 고려할 부분이 존재한다. 정련 공정의 경우 Ⅰ형, 단련 공정의 경우 Ⅱ형, 성형 공정의 경우 Ⅲ형의 미세조직이 주로 발생하는 양상은 분명하다. 그러나 주요 조직일 뿐 정련 공정에서도 Ⅱ형이 관찰되고, 단련 공정에서도 Ⅰ, Ⅲ형이 관찰되고, 성형 공정에서도 Ⅰ, Ⅱ형이 관찰된다는 점은 배제할 수 없으며, 이는 각 공정의 경계 구간에서 단조박편의 형태를 공유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소재의 불순물 함량, 가열 정도, 가공 방식 등 다양한 조건에 따라서 단조박편의 형태나 미세조직이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소량의 시료에 대한 미세조직을 해석할 경우 공정의 판단에 주의가 필요하다.
실험 단조박편에 대한 공정별 희토류원소 패턴을 확인한 결과 공정이 지남에 따라 동일한 패턴 상에서 함량만 전체적으로 낮아지는 양상을 확인 할 수 있었다(Figure 10B). 이는 일련의 철기 제작 공정 속에서 철은 순도가 높아지고 희토류원소를 포함한 슬래그의 양은 감소하는 과정을 겪게된다. 친석원소인 희토류원소는 조업 과정에서 슬래그(단조박편)를 통해 빠져나오고 그 결과로 감소한 희토류원소의 양을 반영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단조박편의 희토류원소 거동 특성을 통해 원료의 차이 혹은 공정의 선후관계 파악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4.1.2. 외형적 특성을 통한 단조박편의 해석
실험 단조박편에서 공정 진행에 따른 두께 감소 경향이 유의미하게 확인(Figure 7A)되었다는 것은 미세조직이나 성분 분석이 없더라도 단조박편의 두께를 통한 통계적 분류를 통해서 역으로 공정의 선후관계 파악이 가능하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작은 크기의 단조박편을 대상으로 신뢰도를 가질 만큼의 수량을 모두 측정 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이에 단조박편의 또 다른 외형적 특성인 직경을 기준으로 변화 양상을 확인해 본 결과 미약하지만 감소 추세를 확인할 수 있었다(Figure 7B). 이를 출토 단조박편에 적용해 직경에 따른 미세조직 변화, 희토류원소 거동의 경향성을 확보할 수 있다면 두께 측정보다 간편하게 체(sieve)를 통한 입도 분리로 효과적인 공정 분류가 가능할 것으로 보였다. 이를 확인하고자 각 그리드별로 수습된 단조박편에 대해서 직경에 따라 세 그룹(Group A: 4 mm 이상, Group B: 2∼4 mm, Group C 0.5∼2 mm)으로 나누고 그룹별 미세조직, 희토류원소 거동을 살펴보았다.
미세조직 분포의 경우 Group A에서 C로 갈수록 Ⅰ형 미세조직의 비율이 줄고 Ⅱ, Ⅲ형 미세조직의 비율이 높아지는 유의미한 경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Figure 12B∼D). 반면에 희토류원소 거동의 확인 결과 직경에 따른 유의미한 성분차이를 확인 할 수 없었다(Figure 14). 이와 같은 원인에 대해서 직경이라는 특성이 공정의 차이를 구분할 수 있을 정도로 경향성이 명확하지 않았던 것인지 또는 해당 유적의 조업적 특성인지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한 부분이다.
4.2. 동해 망상동유적 단야 공방지의 성격
4.2.1. 미세조직 및 희토류원소
동해 망상동유적 출토 단조박편에 대한 성격을 확인해 보고자 미세조직 관찰을 실시한 결과 Ⅰ, Ⅱ, Ⅲ형의 미세조직이 모두 관찰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편중된 시료선별의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각 그리드마다 직경별로 수습된 단조박편 56점에 대한 미세조직의 분포를 확인해 본 결과 Ⅰ형은 7점으로 12%, Ⅱ형은 15점으로 27%, Ⅲ형은 34점으로 61%인 것으로 확인되었다(Figure 12A). Ⅰ형 미세조직이 12%에 불과하고 Ⅲ형 미세조직이 과반 이상이라는 결과는 적어도 정련이 완료된 철소재를 대상으로 단련, 성형 공정이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그리드와 직경에 따른 희토류원소의 거동 특성 확인 결과 실험 단조박편과 다르게 성분석인 차이가 유의미하게 확인되지 않았다. 이는 구획된 그리드별로 조업환경의 특성이 뚜렷하지 않으므로 위치에 따른 편향성이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볼 수 있으며 위치에 따라 공정을 분리시키지 않고 하나의 단야로를 중심으로 여러 방향에서 조업을 실시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직경에 따라서도 경향성이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보아 성분적 분류가 가능할 정도로 공정 범위가 넓지 않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차후 단일 유적 내에서 복수의 단야로가 확인된다면 단야로별 선후관계나 작업 동선 등과 같은 여러 조업적인 양상을 파악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4.2.2. 조업성격 추정
후반 공정일지라도 그에 선행하는 초반 공정의 슬래그는 일정량 발생할 수 있으나 초반 공정에서 후행하는 슬래그가 발생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 미세조직 관찰 결과 정련 공정에서는 발생하기 어려운 Ⅱ, Ⅲ형의 미세조직이 88%로 높게 확인되는 것으로 보아 정련 공정은 이루어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모든 형태의 미세조직이 관찰되지만 희토류원소 함량의 차이가 크지 않아 공정의 범위 역시 넓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결과를 종합해 보면 정련이 끝난 철소재를 대상으로 단련, 성형 공정이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피열면을 기준으로 노의 직경이 약 25 cm인 작은 규모의 단야로라는 점 역시 후반 공정의 가능성을 높여준다. 노를 제작할 때는 시간, 자원, 인력 등 한정적인 자원 속에서 효율성을 높이려는 의도를 가지고 제작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동해 망상동 단야로와 같은 작은 규모의 노에서 정련되지 않은 소재로 작업을 실시한다면 노 내에 슬래그가 과도하게 축적되어 송풍관이 막히는 등 작업의 효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으므로 슬래그가 많이 발생하지 않는 소재로 조업하는 것이 효율적인 측면에서도 더 좋다고 볼 수 있다.
4.3. 결론
이상 공정과 출처가 명확한 실험 단조박편을 대상으로 공정에 따른 제원, 미세조직, 성분의 변화과정을 선행적으로 확인하였다. 이 결과를 통해서 동해 망상동유적 출토 단조박편에 적용하여 조업의 성격을 파악하고 나아가 출토 단조박편에 대한 효과적인 분류 및 해석 방안에 대해 검토해보았다.
① 동해 망상동유적 단야조업의 성격
미세조직, 희토류원소 분석, 노의 규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동해 망상동유적 단야로의 조업 성격은 불순물이 적은 정련이 완료된 소재를 단련 혹은 성형 가공하던 노로 정련 조업과는 연관성이 낮은 것으로 추정된다.
② 직경을 통한 단조박편의 해석 가능성
출토 단조박편을 외형적 특성으로 간편하게 분류하기 위한 방법으로 측정하기 어려운 두께 대신 직경을 통한 공정 분류의 가능성을 검토하였다.
동해 망상동유적 출토 단조박편에 대한 미세조직 관찰 결과, 직경이 작아짐에 따라 Ⅱ형, Ⅲ형 미세조직의 비율이 점차 높아지는 경향성이 나타나 직경을 통한 공정 분류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만 충분한 수량 확보와 균일한 시료 선별 등을 통해 해석의 신뢰성을 높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직경 분류에 따른 단조박편의 성분적 차이가 유의미하게 확인되지 않았는데 직경이라는 속성으로 공정을 구분하기에는 상관성이 부족한 것인지, 유적 자체의 공정 범위가 좁아 고고학적 분류에 대한 검토가 필요한 것인지에 대한 후속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Acknowledgements
본 연구는 국립중원문화재연구소 ‘중원문화권 제철기술 복원 연구(NRICH-2405-A57F-1)’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으며 시료를 제공해주신 (재)예맥문화재연구원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