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 선운사 영산전 「습득도」벽화의 제작 기법 특성 연구
Manufacturing Technique Characteristics of the 「Shide (monk)」 Mural Painting in Yeongsanjeon Hall, Seonunsa Temple, Goch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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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본 연구에서는 고창 선운사 영산전 「습득도」벽화에 대한 제작 기법 특성을 파악하기 위해 현미경조사, SEM-EDS, XRD, 입도분석, FT-IR, 아이오딘 정색반응을 통한 분석을 실시하였다. 연구 결과, 「습득도」벽화는 벽체의 구성이나 사용된 채색 안료 등의 재질 특성에 있어 현재까지 연구된 조선시대 사찰벽화의 제작 양식을 반영하고 있다. 하지만 중벽층이 확인되지 않고, 채색층 아래로 다수의 바탕칠층이 존재하는 점은 선운사 영산전 「습득도」벽화에서만 확인할 수 있는 특징적인 제작 기법으로 확인된다. 특히 마감층 표면에 탄수화물계 접착 성분이 피복되고 그 위로 조립질로 구성된 층위가 미장된 기법은 선행 연구된 사찰벽화 바탕칠 조성 경향과는 상이한 특징으로 판단된다. 금번 선운사 영산전 「습득도」 벽화가 갖는 제작 기법적 특징에 대한 연구 결과는 향후 영산전 벽화의 보존처리 방향 수립 및 장기적인 보존방안을 마련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 또한 조선 후기 사찰벽화의 제작 기법 특징과 보존관리 연구에 있어 중요한 자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한다.
Trans Abstract
In this study, in order to understand the manufacturing technique characteristics of the 「Shide (monk)」 mural painting in Yeongsanjeon Hall, Seonunsa Temple, Gochang, we conducted microscopic, SEM-EDS, XRD, particle size analysis, FT-IR, and starch-iodine reactions. As a result of the study, the 「Shide (monk)」 mural painting reflects the manufacturing style of Joseon Dynasty temple murals that have been studied to date, in terms of the composition of the wall and the material characteristics, such as the pigments used. However, the fact that the middle layer has not been confirmed and that there are multiple ground layers below the painting layer is confirmed by the unique manufacturing technique that can only be found in the 「Shide (monk)」 mural painting in Yeongsanjeon Hall, Seonunsa Temple. In particular, the technique in which the surface of the finishing layer is coated with a carbohydrate-based adhesive component and a coarse-grained layer is plastered on top of it is considered to be a different characteristic from the composition trend of the Buddhist mural painting previously studied. It is believed that the results of this research on the manufacturing techniques and characteristics of the 「Shide (monk)」 mural painting can contribute to establishing a direction for conservation treatment of murals in Yeongsanjeon and preparing long-term conservation plans. It is also hoped that it will provide important materials for research into the characteristics of the manufacturing techniques and conservation management of murals inspected during the late Joseon Dynasty.
1. 서 론
우리나라 사찰벽화는 대부분 조선시대에 제작된 것으로, 주로 토벽(土壁) 위에 채색한 방식으로 조성되었다. 벽화는 자연으로부터 얻어지는 다양한 유⋅무기 성분의 재료를 사용하여 복합적인 층위로 구성되어 있으며, 토양을 기반으로 벽체가 조성되어 연질 및 다공성의 특징을 지니고 있다. 벽화는 층위 별로 사용된 재료 차이로 인해 물성이 다르게 나타나며, 벽화가 외기에 노출되어 있어 환경 조건과 상호작용하여 물리적 변화가 발생된다. 따라서 채색층과 벽체 재질에 관한 연구는 벽화 보존계획 수립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며, 올바른 보존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벽화 재료 특성에 관한 검증과 이를 토대로 하는 제작 기법 규명이 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국내 사찰벽화를 대상으로 한 재료 특성 연구는 무위사 극락전 내벽사면벽화에 대한 연구(Chae et al., 2006)를 시작으로, 안동 봉정사 영산회상벽화(Jeong and Han, 2008), 김제 금산사 미륵전 외벽화(Han et al., 2012), 김천 직지사 명부전 벽화(Lee et al., 2012) 등을 대상으로 연구가 이루어졌다. 이후 다양한 벽화를 대상으로 연구들이 수행되었으며, 2013년에는 조선시대 사찰벽화의 토벽체를 구성하는 재질의 특성을 파악하고 제작 기술에 관한 경향성을 제시하는 연구가 발표되었다(Lee, 2013). 이후 최근까지도 사찰벽화의 재료 특성에 기반하여 제작 기법을 규명하고 보존방안을 제시하는 연구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추세이다(Lee et al., 2018; Lee et al., 2021, Lee et al., 2022, Yu et al., 2022, Yu et al., 2023).
고창 선운사 영산전 「습득도」 벽화는 현재 선운사 성보박물관 내 수장고에 소장되어 있다. 영산전 내부에 있는 벽화보다 이전에 제작된 양식으로서, 「선운사영산전 성조시주록서(1821년)」의 기록을 통해 1713년 중층 각황전(覺皇殿)에서 1821년 영산전으로 개축될 때 이탈된 벽화로 알려져 있다(Cultural heritage administration and Research institute of sungbo cultural heritage, 2013). 「습득도」 벽화는 수장고 내 보관 시점은 명확하지 않으나 벽화가 건물로부터 분리되어 목재 프레임으로 보호되어 있으며, 벽체에 대한 보강 처리도 이루어진 상태로 확인된다. 최근 「습득도」 벽화에 발생된 손상으로 인해 보존처리를 위한 재료 특성과 제작 기법에 대한 정보가 필요한 실정이다(Figure 1).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고창 선운사 영산전 「습득도」 벽화를 구성하는 벽체 및 채색층에 대한 과학적 분석을 통해 벽화 보존처리를 위한 자료를 제공하고 한국 사찰벽화 보존 관리를 위한 학술적 정보를 마련하고자 한다.
2. 연구방법
고창 선운사 영산전 「습득도」 벽화의 재질 특성 및 제작 기법 규명을 위해 벽화의 파손 부위 및 수습된 시편을 중심으로 분석 조사를 수행하였다(Table 1, 2).
먼저, 디지털 카메라(G15, Canon, JPN; TG6, Oylmpus, JPN)를 이용하여 벽화 구조 현황을 파악하였다. 벽체 파손 부위를 중심으로 벽체의 층위와 구성요소를 확인하고 각 두께를 측정하였다.그리고 마감층 위로 조성된 바탕칠 과 함께 주요 도상을 중심으로 채색상태를 확인하였다.
다음으로 「습득도」 벽화에서 수습된 시편의 과학적 분석을 통해 벽화 구성 재료의 특성을 파악하였다. 실체현미경(Axio Zoom V16, Carl Zeiss, DEU)을 통해 시료의 표면 및 단면에 대한 확대 관찰을 수행하고, 벽화 층위 별 상태, 두께, 입자 크기, 첨가물 혼합 상태 등을 분석하였다. 고분해능 전계방사형 주사전자현미경 및 에너지 분산형 X선 분광계(SEM-EDS, JSM-7610F, JEOL, JPN)를 활용하여 미세조직 및 화학성분을 검출하였다. 선명하고 대조적인 이미지를 얻기 위해 백금(Pt)으로 코팅한 후 후방 산란 전자 이미지(BSE) 분석을 함께 실시하였다. 벽체를 구성하는 광물의 결정 구조를 분석하기 위하여 X-선 회절분석기(XRD, D2Phaser, Bruker, DEU)를 활용하였다. 분석 조건은 X선 튜브 가속전압 40 kv, 전류는 15 mA, Scanning angle(2θ)는 3∼90°, Scanning step은 0.02°, Scanning speed 는 2°/min으로 측정을 수행하였다. X선 회절 패턴으로부터의 광물 동정은 Rigaku 사의 peak matching 소프트웨어 PDXL을 이용하여 ICDD(International Centre for Diffraction Data) 카드와 비교를 통해 수행하였다. 그리고 벽체를 구성하는 토양의 입도 분포비를 파악하고자 스테인레스 표준체(Testing sieve, JIS Z 8801, JPN)를 사용한 습식 체가름 입도 분석을 진행하였다. 한국공업규격(KS)에서 정한 입 도 분석 시험(KS F 2302)법을 참고하여 건조된 시료를 증류수에 분산시킨 후 입도 분석을 수행하였다. 미농무부(USDA) 및 국제토양학회(ISSS) 기준에 따라 체에 잔류된 시료의 무게를 측정하여 입자 크기 분류에 따라 백분율로 나타내었다.
마지막으로 「습득도」 벽화의 바탕칠층을 구성하는 재료를 추정하기 위해 푸리에 변환 적외선 분광기(FT-IR, Cary 610/660, Agilent Technologies, United stated)를 사용하여 분석을 수행하였다. 분석은 KBr-mode로 하여 4000 cm-1에서 400 cm-1 범위로 진행하였다. 분해능 4 cm-1, 16회 스캔하여 측정하였다. 이후 물질 동정은 Know It All software(Agilent Technologies, USA)와 Sadtler 데이터 베이스 library를 통해 수행하였다. 추가적으로 바탕칠층을 구성하는 재료로서 전분풀의 사용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하여 아이오딘(0.05% mol/L Iodine solution)을 사용한 정색 반응 실험을 실시하였다.
3. 연구결과
3.1. 벽화 구조
선운사 영산전 「습득도」 벽화는 눌외와 설외를 새끼줄로 엮어 골조를 구성하고 흙벽을 조성한 후 채색하였다. 벽체는 약 100 mm의 두께로 확인되며, 크게 초벽과 마감벽의 2개 층위로 구분된다. 마감층 위로는 바탕칠층, 채색층이 관찰된다(Figure 2).
벽체의 초벽층은 외가지를 기점으로 약 48 mm∼59 mm 내외의 두께를 가지며, 마감층 박락 부위를 통해 벽체 표면이 고르게 미장된 상태가 드러났다. 초벽층은 입자가 고운 토양과 모래가 혼합된 상태로 확인되며, 백색 또는 회색 계통의 입자가 섞여 있다. 그리고 약 5∼6 mm 길이로 절단된 형태의 초본류 형태의 섬유질이 혼합된 상태로 나타난다. 마감층은 최소 10 mm에서 최대 15 mm의 두께로 평활도 높게 조성되어 있으며, 초벽층에 비해 입자 크기가 다양한 모래가 혼합된 상태로 보인다(Figure 2A, B).
벽화 바탕칠층은 마감층 위로 조성되어 있으며, 총 3개 형태(G1, G2, G3)로 구분된다(Figure 2C). G1은 마감층 바로 위에 관찰되는 층으로서 흑색 도막이 약 0.2 mm 정도의 두께로 확인된다. G2는 흑색 도막 위에 조성된 층으로서 조립사 크기 모래 입자가 얇게 발려진 양상이다. 해당 층위는 모래 알갱이가 박락되어 표면 요철이 두드러지는 것으로 확인된다(Figure 2D, E). 마지막으로 G3은 모래층 위로 녹색의 칠이 채색된 층위로서, 그림이 그려지기 전 매끄러운 화면을 조성하기 위해 마련한 층위인 것으로 판단된다. 「습득도」 벽화는 적색, 녹색, 백색, 주황 계열 등 약 7종 색상을 사용하여, 소나무 가지에 습득이 걸터앉은 모습을 그렸으며 녹색 바탕칠층인 G3 위에 채색되었다.
3.2. 벽화 재질 특성
3.2.1. 벽체
「습득도」 벽화의 초벽층은 미세한 크기의 토양 입자들이 응집체를 이루고 있으며, 토양 입자에 비해 알갱이가 큰 회색 및 백색의 입자가 혼재된 양상이 관찰되었다(Figure 3A). 그리고 토양과 함께 짚여물로 추정되는 섬유질이 혼합되어있는 상태로 나타났다(Figure 3B). 초벽층의 미세조직 관찰 및 화학성분을 분석한 결과, 실트 이하 크기의 토양으로 추정되는 판상의 다각형 입자들이 주를 이루었으며(Figure 3C, D), 규소(Si), 알루미늄(Al) 등이 주요 화학성분으로 검출되었다(Figure 3F). 초벽층 주 구성 광물은 석영(Quartz), 일라이트(Illite), 회장석(Anorthite), 정장석(Orthoclase)으로 동정되었다(Figure 3E). 초벽층에 혼합된 회색 및 백색의 무기 입자에 대한 결정상을 분석한 결과, 정장석(Orthoclase)으로 확인되었다(Figure 4).
마감층은 초벽층에 비해 입자 크기가 다양한 토양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다량의 모래 알갱이가 혼합된 상태로 관찰된다(Figure 5A, B). 마감층에 대한 미세조직 관찰 및 화학성분을 분석한 결과, 모래 알갱이로 보이는 각형 입자에 실트 및 점토 입자로 추정되는 미세한 크기의 판형 입자들이 응집된 양상이 확인된다(Figure 5C, D). 주요 화학 성분은 규소(Si), 알루미늄(Al)으로 분석되었으며(Figure 5F), 광물 결정상 구조 분석을 통해 석영(Quartz)과 조장석(Albite), 회장석(Anorthite)이 검출되었다(Figure 5E).
초벽층과 마감층을 구성하는 토양 입자의 분포비는 Table 3, Figure 6과 같다. 초벽층에 사용된 광물 입자의 크기는 극조립사가 약 0.67%, 조립사 약 0.9%, 중립사 약 1.68%, 세립사 약 8.87%, 극세립사 약 13.92%, 실트 이하 약 73.96%로 확인되었다. 마감층에 사용된 광물 입자의 크기는 극조립사가 약 9.5%, 조립사 약 19%, 중립사 13.57%, 세립사 약 10.86%, 극세립사 약 24.89%, 실트이하 약 22.17%의 분포도를 보인다. 초벽층은 중립사 이상의 분포도가 약 3.25%, 세립사 이하 입자 크기의 분포도가 약 96.75%로 구분되었다. 그 중 실트 이하 크기를 갖는 입자 분포도가 약 73.96%로 분석되어, 초벽층은 미세토양을 중심으로 조성된 것으로 파악된다. 마감층은 중립사 이상이 약 42.08%, 세립사 이하가 약 57.92%로 구분되었다. 마감층을 구성하는 토양은 초벽층에 비해 모래질 입자의 구성 비율이 높고 양호한 분급을 갖는 것으로 파악된다.
3.2.2. 바탕칠층
「습득도」 벽화에서 확인되는 바탕칠은 앞서 기술한 바와 같이 흑색 도막으로 관찰되는 G1, 그 위로 조성된 모래층 G2, 마지막으로 조성된 녹색층인 G3으로 구분되었다. 각 층위에 대한 분석 결과, G1은 구성하는 무기 입자의 형태가 마감층을 구성하는 토양 응집체와 유사한 것으로 관찰된다. 실체현미경 관찰을 통해 약 150∼200 μm의 두께로 측정되었으며 토양으로 보이는 무기 입자들이 착색되어 어두운 색상을 나타내는 것으로 확인된다(Figure 7A). 해당 부위에 대한 미세조직 관찰 결과, 토양 광물 입자에 풀과 같은 유기물이 피복된 형태가 확인된다(Figure 7B). 입자 표면에 피복된 물질은 규소(Si), 알루미늄(Al), 철(Fe) 등이 검출되었으며, 토양을 구성하는 성분 외에는 별다른 물질은 확인되지 않는다. G1에 대한 FT-IR 스펙트럼 분석 결과, 1035 cm-1 부근에서 C-O기의 강한 피크가 확인되었으며, 500 cm-1에서 1000 cm-1 사이의 지문 영역에서 여러 스펙트럼이 나타났다. 그 외 1626 cm-1 부근 및 3430 cm-1, 3620 cm-1, 3693 cm-1 등에서 약한 피크가 검출되었다(Figure 7C). 아이오딘 정색 반응 실험 결과, G1에서 보라색을 띠는 발색이 나타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Figure 7D). 이는 녹말 내 아밀로펙틴 성분의 영향으로 나타나는 결과로서, G1의 구성 물질이 녹말을 함유한 것으로 볼 수 있다.
G2는 약 341∼576 μm 크기의 모래 입자로 이루어져 있다(Figure 8). 따라서 G2는 중립질부터 조립질에 속하는 모래를 사용하여 조성되었으며, 초벽층을 구성하는 토양에 비해 굵은 입자 크기의 토양들이 분포되어 있는 상태로 파악되었다.
G3은 옅은 녹색의 입자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약 192∼368 μm 두께를 갖는 것으로 측정되었다. 화학성분 분석을 통해 해당 층위는 규소(Si), 알루미늄(Al), 철(Fe), 마그네슘(Mg)이 주성분으로 확인되었다(Figure 8D).
3.2.3. 채색층
벽화의 바탕칠층 위로 채색된 층위는 최소 36 μm 이상 최대 337 μm 이하 범위의 두께로 조사되었다. 각 시료에 대한 분석 결과, P1의 채색층은 적색의 단일 층위로 확인되며 주 원소로 납(Pb)과 수은(Hg), 황(S)이 검출되었다(Figure 9). P2의 채색층은 단면 조사를 통해 중첩된 채색 층위가 확인되었다. 녹색 바탕칠 위로 적갈색 채색이 이루어졌으며 그 위로 주황색 채색층이 조성된 상태가 확인된다. 주황색의 층위는 납(Pb)이 주요 화학성분으로 검출되었으며 인(P)이 함께 분석되었다(Figure 10). 적갈색 채색층은 알루미나(Al), 규소(Si), 철(Fe)이 주 원소로 검출되었다(Figure 10). P3 시료는 녹색의 단일 채색 층위로 관찰되며, 채색층의 두께가 최소 201.2 μm 이상 최대 463 μm 이하 범위로 측정되어 다른 채색 시료에 비해 두꺼운 양상으로 파악되었다. 녹색 채색 층위는 구리(Cu)와 염소(Cl)가 주성분으로 검출되었다(Figure 11). P4 채색층은 백색의 단일 채색 층위로서 납(Pb) 성분이 주 원소로 검출되었다(Figure 12).
4. 고 찰
고창 선운사 영산전 「습득도」 벽화의 구조 및 재질에 대한 과학적 분석을 실시하여 벽화 제작 기법 특성을 파악하였다. 「습득도」 벽화는 나뭇가지를 새끼줄로 엮어 골조를 구성하고 황토와 모래를 혼합한 반죽을 사용하여 <초벽층>-<마감층> 두 차례의 미장을 통해 벽체를 제작하였다. 벽체는 층위의 기능적 역할에 따라 재료 배합조건을 다르게 조성한 것으로 확인된다.
초벽층을 구성하는 토양은 세립사 이하 크기를 갖는 입자의 분포가 약 97%, 중립사 이상 크기 입자가 약 3%로 확인되며 그 중 실트 이하 크기 입자의 분포가 약 74%로 나타났다. 그리고 짚여물 등 섬유질을 첨가하여 제작된 것으로 파악된다. 마감층은 중립사 이상 크기 입자 분포가 약 42%, 세립사 이하 입자가 약 58%로 나타났으며, 초벽층 위 약 10∼15 mm의 두께로 확인되었다.
벽화의 각 층위를 구성하는 입자에 대한 미세조직 및 화학성분 분석결과, 판상의 결정상 응집체와 규소(Si)와 알루미늄(Al) 등 일반적인 토양에서 확인되는 성분이 검출되었다. 또한 석영과 장석류 계통의 광물 결정상이 동정되어 초벽층 및 마감층을 구성하는 주재료는 암석에서 기인하는 풍화토와 모래 등이 사용된 것으로 볼 수 있으며, 선행된 사찰벽화 벽체 재질 특성 분석결과와 유사한 범위에 속하는 것으로 보인다(Lee, 2016; Lee et al., 2018; Yu et al., 2023).
그러나 분석 결과에 따른 몇 가지 특징적인 요소에 의하면, 「습득도」 벽화의 벽체 층위 구성상태는 조선시대 사찰벽화에서 확인되는 일반적인 양식에서 벗어나는 특징을 보인다. 기존 연구된 결과에 의하면, 조선시대 전 적인 시기에 걸쳐 제작된 사찰벽화 구조에서는 초벽층 – 중벽층 – 마감층 순으로 벽체 층위가 구성되는 특징을 보이며, 마감층 두께는 5 mm 내외로서 대부분 10 mm를 넘지 않는다(Lee et al., 2018). 그러나 선운사 영산전 「습득도」 벽화에서는 초벽층 위로 중벽층 없이 다소 두꺼운 두께의 마감층이 제작되어 있다. 이는 선운사 영산전 「습득도」 벽화 벽체의 층위는 다른 사찰벽화의 구조와 비교할 때 간소화된 공정으로 제작되었음을 나타낸다. 벽체 층위 구성이 간소화될 경우 벽체 미장 마감이 미흡해지거나 강도와 내구성이 감소할 수 있다. 또한 마감층 두께의 증가는 하중으로 인한 층간 분리 손상을 가중시킬 수 있어 벽체에 물리적 손상이 발생하게 되면 이는 취약한 요소로 작용될 수 있다.
「습득도」 벽화 벽체를 이루는 토양은 세립사 이하 입자의 분포가 높으며, 마감층은 초벽층에 비해 중립사 이상의 입자 함량이 높은 경향을 보인다. 이는 벽화를 지지하는 역할을 하는 층위의 경우 세립사 이하 크기의 입자 분포가 높고, 마감층이 다른 층위에 비해 중립사 이상 입자 함량이 다소 높게 나타난다는 선행 연구와 유사한 경향으로 확인된다(Lee, 2016). 사찰벽화의 벽체는 층위별로 기능을 달리하기 때문에 토양 혼합비의 차이가 있으며, 층위별로 입자 크기별 함량이 다르게 나타나는 경향을 확인할 수 있다. 초벽층이 입자가 큰 모래에 비해 세립사 이하 크기 입자의 함량이 높은 것은 벽체 강도의 발현을 위해 실트질 토양의 배합비를 높이는 방식의 기능적 측면에서 해석될 수 있다. 마감층에 중립사의 분포함량이 높은 것은 표면의 평활도를 높이며 미립자 간 응력에 따른 수축과 균열을 방지할 수 있는 제작 조건이 고려된 것으로 판단된다(Lee, 2016). 그리고 초벽층은 흙반죽 내 짚여물 등 섬유질을 혼합하였으나, 마감층 내 섬유질은 극히 드물게 확인되어 의도적으로 혼합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명확하지 않다.
「습득도」 벽화의 제작 양식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특징은 바탕칠층이 총 3개의 복합적인 요소들로 확인된 점이다. 마감층 상단에 조성된 G1은 모래로 구성된 층위를 피복한 상태이며, 해당 표면의 흑색 물질은 탄수화물계 성분으로 확인되었다. 흑색으로서 존재하는 요인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고찰이 필요하나, G1에서 나타나는 710 cm-1 미만의 흡수 스펙트럼은 피라노스(Pyranose) 고리 구조에 해당하며(Tourtelot et al., 2023), 1000-1100 cm-1 사이의 흡수 스펙트럼은 전분풀에서 유래하는 것으로 판단된다(Yang et al., 2009). 그리고 778 cm-1 흡수 스펙트럼은 석영의 특징적인 피크로 확인된다(Yang et al., 2009). G1의 FT-IR 스펙트럼은 선행 연구 결과와 비교하여 전분풀에서 유래하는 특징적인 피크와 유사한 경향을 보이는 것으로 확인된다.
G1에서 검출된 탄수화물계 성분은 아이오딘 정색반응 및 그간 연구된 결과와 비교하여 전분풀로 추정되었다. 전분풀은 고대 이집트, 그리스, 중국 등에서 벽체 및 채색 조성 시 매제로서 사용되었으며(Yang et al., 2009), 우리나라 또한 사찰벽화와 단청에서 사용된 사례가 보고된다(Jeong, 2008; Yu, 2019). 벽화 제작 시 사용된 전분풀은 일반적으로 재료와 혼합을 통해 벽체의 내구성을 증가시키거나 채색 안료를 고착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적용되었다. 단일 층위를 구성하는 재료로서 전분풀의 사용은 보고된 바 없으며, 대부분 구성 물질 간의 결합력을 향상하는 목적으로 사용되었다. 이는 G1이 별도로 조성된 단일 층위가 아니라 마감층에 모래로 구성된 층위인 G2를 조성하는 과정에서 사용된 전분풀이 침투된 것으로 추정된다.
G2는 조립사 크기의 모래 구성되어 있으며 비교적 균일한 입자 분포를 갖는 것으로 관찰되었다. 마감층을 구성하는 입자 분포에 비해 굵은 입자로 조성된 것으로 판단된다. 세립질 함량이 낮은 조건의 층위는 입자 간결합 력을 감소시켜 밀착성이 저하될 수 있으므로 물리적 손상에 취약한 요소로서 작용할 수 있다. 또한 조립질 크기의 모래로 구성된 바탕칠층은 상대적으로 요철이 많아 평활도가 떨어지는 조건이 되며, 바탕칠층의 평활도가 불량하면 안정적인 채색 작업을 어렵게 한다. 마지막으로 조성된 G3은 채색 바로 전 단계로서 뇌록을 사용하여 칠하였다. 해당 층위는 일반적인 사찰벽화에서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양상으로 확인된다.
적색, 주황색, 녹색, 백색의 4가지 색상의 시료를 통해 벽화 채색에 사용된 안료를 추정하였다. 적색 채색은 납(Pb)과 수은(Hg), 황(S)이 주원소로 검출되어 연단과 황화수은 계통 안료를 혼합한 것으로 판단된다. 주황색 채색은 적갈색 채색 후 주황색 채색이 이루어진 것으로 확인되었다. 적갈색 채색은 알루미늄(Al), 규소(Si), 철(Fe)이 주 원소로 검출되어 토양성 안료인 주토(Red ocher)를 사용하였을 것으로 생각되며, 그 위로 납(Pb)과 인(P)이 함께 분석되어 연단의 사용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하였다. 녹색 채색은 구리(Cu)와 염소(Cl)가 주성분으로 나타나 녹염동광이, 백색 채색의 경우 납(Pb)이 검출되어 연백을 활용하여 채색하였을 것으로 파악된다. 벽화 도상 채색 시 사용된 안료 추정 결과, 의복에 사용된 적색은 연단과 황화수은 계통 안료를 혼합하여 채색하였으며, 습득 도상의 피부 표현과 허리끈에서 확인되는 백색은 연백을 사용한 것으로 판단된다. 그리고 소나무의 녹색에는 녹염동광의 사용이 추정되며, 벽화 외곽 테두리의 주황색은 주토와 연단이 중첩되어 채색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토대로 벽화 채색 시 사용된 안료와 기법들은 현재까지 조사된 조선시대 사찰벽화에 쓰인 안료의 범주 및 제작 양식과 유사한 것으로 파악된다(Yu et al., 2023).
5. 결 론
고창 선운사 영산전 「습득도」 벽화의 구조 및 재질에 대한 과학적 분석을 실시하여 벽체와 채색층에서 나타나는 주요 특성을 파악할 수 있었다. 연구 결과를 종합하여 「습득도」 벽화의 제작 기술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고창 선운사 영산전 「습득도」 벽화는 외가지를 새끼줄로 엮어 골조를 구성하고, 토양과 섬유 보강제 등을 혼합하여 초벽층과 마감층 두 개 층위의 벽체를 제작하였다. 초벽층은 실트 이하 크기의 풍화토에 섬유질이 혼합되어 조성되었다. 마감층은 초벽층에 비해 중립질 이상 비율이 높고 입자 크기가 다양한 모래가 주를 이루며, 섬유질은 극히 드물게 확인된다.
2. 벽체 위로 조성된 바탕칠층은 복합적인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마감층 표면을 피복하고 있는 탄수화물계 접착 성분 위로 조립사 크기 모래로 구성된 층위 그리고 토양성 광물 안료로 마감한 층위가 조성되어 있다. 도상에 사용된 채색 안료는 주요 화학성분에 따라 황화수은 계통 안료, 연단, 연백, 주토, 녹염동광 등으로 추정되었으며, 중첩하거나 혼합하여 채색한 기법을 확인 가능하였다. 이와 같은 토벽체 제작 양식과 채색기법은 현재까지 연구된 조선시대 사찰벽화의 제작양식 범주에 포함되는 것으로 사료된다.
3. 그러나 벽체가 두 층위로 구성되어 있으며, 마감층이 두께감 있게 조성되고 섬유질이 드물게 확인되는 점, 그리고 채색층을 마련하기 위한 다수의 바탕칠층이 존재하는 부분은 선운사 영산전 벽화에서만 확인할 수 있는 특징적인 요소이다. 특히 바탕칠의 경우, 선행 연구된 사찰벽화 바탕칠 조성 경향과는 상이한 특징으로서 G1과 G2 같은 양상의 바탕칠은 보고된 사례가 없다.
4. 채색 전 최종적으로 미장하는 단계에서 조립질 모래가 높은 경향은 18세기 후반∼19세기의 벽화들에서 나타나는 특징적 요소로 「습득도」 벽화에서 나타나는 경향과 상호연계하여 비교할 필요가 있다.
금번 선운사 영산전 「습득도」 벽화가 갖는 제작 기법에 대한 연구 결과를 통해, 선행 연구된 사찰벽화 제작 기법에서 나타나지 않는 특징적인 요소를 확인할 수 있었다. 마감층 표면에서 검출되는 전분풀과 조립질 크기 모래로 구성된 바탕칠층은 선운사 영산전 벽화의 제작 기법적 특징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전분풀의 사용이 벽제 층위 간 결합력을 높이기 위해 사용된 것으로 판단되어, 기존 벽체 조성 방식과 다른 점으로 볼 수 있다. 본 연구 결과는 향후 영산전 벽화의 보존처리 방향 수립 및 장기적인 보존방안을 마련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 그리고 조선 후기 사찰벽화의 제작 기법 특징과 보존 관리 연구에 있어 중요한 자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