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분 함유 옻의 경화 특성으로 본 골분의 역할
Study on the Function of Bone Powder in the Drying of Asian Lacquer Containing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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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옻은 우리나라에서 옛날부터 도료와 접착제로 사용되어 왔다. 옻에 골분을 첨가해 사용하기도 했는데, 대체로 순수한 옻층보다 골분 함유 옻층이 두껍다. 두꺼운 옻층에 골분이 혼합되어 있는 이유에 대해 골분 함유 옻의 경화특성 관찰을 통해 고찰한 연구는 지금까지 없었다. 여기서는 유리판 사이에서 옻을 자연 경화시켜 옻과 골분 함유 옻의 경화현상을 비교함으로써 골분이 옻의 경화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았다. 옻만 있는 시료는 일정 두께 이상 경화가 어려웠고 시료의 안쪽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경화가 일어나지 않았다. 반면, 골분 함유 옻 시료는 순수 옻에 비해 경화가 빨랐으며, 시료의 안쪽까지도 경화가 진행되었다. 골분의 회화 여부, 골분의 크기 및 함량도 옻의 경화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미경 관찰에서 옻과 달리 골분 함유 옻에 빈 공간이 산재해 있고 바깥표면에 틈새가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로부터 옻에 포함된 골분이 옻층 내부와 외부를 연결하는 공기 통로 형성을 도와 옻의 경화를 촉진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Trans Abstract
Asian lacquer has been used as a paint and adhesive since ancient times in Korea. Bone powder was often added to lacquer, and the lacquer layer containing bone powder is usually thicker than the pure lacquer layer. The reason for using bone powder in a thick lacquer layer has not been studied through experiments until now. In this study, the effect of bone powder on the drying of lacquer was investigated by comparing the curing behavior of lacquer and bone powder-containing lacquer by naturally curing lacquer between glass plates. The sample with lacquer only was difficult to dry over a certain thickness, and the inside of the sample did not dry even after a long time. On the other hand, the lacquer samples containing bone powder cured faster than pure lacquer, and the drying progressed even to the inside of the sample. It was found that calcination, size and amount of bone powder also had an effect on drying of lacquer. In microscopic observation, it could be seen that, unlike lacquer, voids existed here and there in the lacquer containing bone powder and there were crevices on the outer layer. From this, it is presumed that bone powder contained in lacquer helps to form an air passage connecting the inside and outside of the lacquer layer and promotes the drying of lacquer.
1. 서 론
옻은 접착력과 도막 형성 특성이 있으면서 방수성, 방부성, 내산성 등도 있어 우리나라에서 예로부터 공예품, 목제품, 무기, 목관, 부장품, 생활용품 등에 사용해 왔다. 그 결과 옻을 사용한 다양한 유물이 출토되어 왔는데, BCE 3세기로 추정되는 충남 아산 남성리 석관묘 유적에서 발견된 칠편(National Museum of Korea, 1977), BCE 1∼CE 3에 형성된 창원 다호리 유적에서 출토된 옻칠칼집(칠초), 칠기원형두, 칠기방형두, 통형칠기, 칠기붓, 칠기부채 등의 다양한 칠기 유물(National Museum of Korea, 2012), 칠기칼집, 파문원형칠기, 통형칠기 등 광주 신창동 저습지 출토 칠기 유물(Gwangju National Museum, 1997) 등을 들 수 있다(Cho and Jeong, 2024). 칠을 포함한 유물에서 옻층은 한 개인 경우도 있지만 대개 여러 개의 층으로 구성되어 있다(Kim, 2007). 각각의 옻층은 옻으로만 구성되기도 하지만, 골분, 안료, 토분, 목탄, 그을음 등을 포함하기도 한다. 옻층에 비해 첨가물이 포함된 층이 대체로 두꺼운데, 옻으로만 구성된 층이 두께가 수∼수십 μm로 제한적이지만, 골분을 포함하는 경우는 200 μm의 두께도 관찰되고 있다.
단순한 옻 도막 대신 골분을 함유한 도막층으로 구성된 칠기 시료를 분석한 사례는 다음과 같다. 이용희는 조선시대 나전칠기 수리 결과를 정리했다(Yi, 1996). 수리복원과정에서 칠도막단면의 현미경조사결과 수리대상 나전칠기들의 칠기법은 대부분 심바르기 없이 곧바로 골해를 두껍게 바르고 그 위에 다시 2∼3차례에 걸쳐 옻을 얇게 올린 것으로 조사되었다. 골분을 사용한 이유에 대하여 다공질 재료인 골분이 칠의 침투가 용이하고 칠도막에 적당한 탄성을 부여하는 특성 때문인 것으로 추정하였다. 김경수 등은 현미경과 SEM-EDS로 낙랑칠기 7점의 칠기법을 조사하여 골분을 관찰하였으며(Kim et al., 2003), 이용희 등은 고려시대 이전 제작된 출토 고대칠기를 조사하면서 현미경 조사를 통해 골분이 들어 있다고 보고하였다(Yi and Seo, 2010). Miyakoshi Tetsuo 등은 조선 중기후기 용문나전어피함, 나전함, 나전경상에서 칼슘(Ca), 인(P)을 SEM-EDX로 확인하였고, 크로스섹션에서 골분을 확인하였다(Miyakoshi et al., 2013). 정지연 등은 협저아미타불의 칠층에 골분을 포함한 회칠이 사용된 것을 관찰하였는데, 골분 사용이유로 가볍고 견고하며 많은 기공층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한 번에 두껍게 회칠층을 올려도 주름이 생기지 않고 빨리 경화되는 장점을 골분이 가지기 때문이라고 추정하였다(Jeong and Motoya, 2014). 아울러, 휴식록(髹飾錄, 黃成 저)에서 회칠층(灰漆層) 관련 기록을 언급하면서 예로부터 회칠의 혼합재료로 뼈를 태워 가루로 만들어 칠에 혼합하는 기법이 사용되었음도 보고하고 있다. 최석찬 등은 조선시대 후기의 창(spear), 지팡이, 철검, 부채, 장(chest, 장롱)과 모란문나전칠기 사각함의 칠편을 IR, SEM 등으로 분석하여 창, 지팡이, 모란문나전칠기 사각함의 바탕칠에 골분이 사용된 것을 확인하였다(Choi et al., 2011). 박정혜 등은 나전포류수금문향상 칠편, 파주금파리 출토 칠편, 고려시대 칠 장식궤 칠편의 칠도막에 대한 현미경 관찰 결과 나전포류수금문향상, 고려시대 칠장식궤 칠편에서 골분을 포함한 칠층이 관찰되었다고 보고하였다(Park and Yi, 2013). 최근에는 부여 대조사 석조미륵보살입상(보물 제217호)의 불안을 해체하여 보존처리하는 과정에서 불안의 주변을 감싸고 있는 옻 기반 접착제가 발견되었는데, 옻 접착제의 두께는 두꺼운 것이 1 cm 정도로 흔히 관찰되는 옻 도막보다 매우 두꺼웠다. 성분 분석 결과 옻 외에 골분이 함유되어 있으며 성분비는 유기물(옻 포함):골분 = 4:5 정도인 것으로 밝혀졌다(Park and Lee, 2019). 장은정 등은 옻에 토분, 목분, 목탄분, 와분, 쌀풀을 첨가하여 칠기 하지층 복원제로 적용할 수 있는 충전제의 특성을 비교하였는데, 토분의 비율이 많아질수록 옻의 건조 속도는 빠르고 충전제의 연마가 쉬워지며 충격에 약해지고 표면의 균열도 심해진다고 하였다(Jang et al., 2015).
하지만, 두꺼운 옻층에 골분이 혼합되어 있는 이유에 대해 골분 함유 옻의 경화과정 실험을 통해 고찰한 연구는 지금까지 없었다. 여기서는 골분을 함유한 옻의 시간에 따른 변화를 육안으로 관찰하고 순수한 옻의 변화와 비교 검토하였으며, 경화된 골분함유 옻의 내부구조를 현미경으로 관찰하여 골분이 옻의 경화에 미치는 영향을 추정하였다. 회화(灰化) 전후 골분을 비교함으로써 회화에 따른 옻의 경화현상도 관찰하였고, 골분의 함량, 골분의 크기가 옻의 경화현상에 미치는 영향도 검토하였다. 이로부터 골분의 특성이 어떻게 옻의 경화특성에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하고자 하였다.
2. 실 험
2.1. 재료
골분은 예나 지금이나 주변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돼지뼈를 사용하여 만들었다. 돼지갈비뼈에서 살점을 모두 제거한 후 햇빛에 말려서 사용하였다. 말린 뼈를 막자사발에서 빻아 분말로 만들었다. 회화 골분은 말린 뼈를 600℃에서 18시간 동안 회화한(calcination) 후 막자사발에서 빻아 만들었다. 회화 온도와 시간은 회화온도에 따른 골분의 구조를 밝힌 논문을 참고하여 정하였다(Figueiredo et al., 2010). 골분은 크기에 따른 경화현상을 파악하기 위해 체로 쳐서 45 μm 이하, 45∼100 μm, 100∼500 μm로 구분하였다. 옻은 강원도 원주에서 재배하는 옻나무에서 생산한 생칠을 불순물을 제거한 후 사용하였다.
2.2. 시편의 제작
골분과 옻 혼합시료는 골분의 회화 여부, 골분의 크기, 골분의 비율 등을 변수로 하여 제조하였다. 회화 골분의 크기는 45 μm 이하, 45∼100 μm, 100∼500 μm로 구분하였으며 생골분의 크기는 100∼500 μm였다. 골분의 비율(무게 비)은 옻:골분 = 10:0, 9:1, 8:2, 7:3, 6:4, 5:5, 4:6, 3:7로 하여 시료를 제조하였다. 골분과 옻을 무게를 재서 종이컵에 담고 나무막대를 이용하여 잘 섞어 주었다. 적당량의 혼합시료를 깨끗한 슬라이드글라스 위에 옮긴 후 커버글라스로 덮었다. 이 때 시료가 일정한 두께를 유지하도록 커버글라스를 슬라이드글라스 위에 놓은 후 그 사이에 시료를 놓고 커버글라스로 살며시 덮었다. 이렇게 함으로써 직경 5 mm 가량의 원형 시편 모양을 얻을 수 있었다. 옻의 경우에도 동일한 방법으로 두께(커버글라스 1개)를 유지하여 시편을 제작하였다.
2.3. 시편의 관찰
제작된 시편은 상온과 상습(25℃ 내외, 70%RH 내외)에서 경화가 이루어지도록 했다. 여기서는 옻이 검은색으로 변화된 상태를 옻의 경화로 보았다. 옻과 골분 함유 옻의 시간에 따른 경화과정은 육안으로 관찰하고 디지털 카메라로 기록하였다. 골분 함유 옻의 경화 후 단면 관찰은 현미경(Nikon Eclipse Ni, Nikon, JPN)을 사용하였고, 커버글라스를 벗긴 후 silicon carbide 800/2400, 1200/4000으로 시편을 연마하여 관찰하였다. 테두리가 경화된 옻 시편의 표면 관찰은 커버글라스가 있는 상태에서 현미경으로 관찰하였다.
3. 결과 및 토론
3.1. 시간에 따른 옻의 경화
Figure 1에 시간 경과에 따른 옻의 변화를 사진으로 보였다. 바깥 부분은 1일만 경과하더라도 검정색 테두리를 형성하면서 경화가 되는 것으로 관찰되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검정색 테두리는 두꺼워졌다. 시료의 안쪽은 10일까지 검정색으로의 변화가 보이지 않다가 그 이후에 검정색 테두리가 안쪽으로 열리며 바깥과의 새로운 경계를 형성하면서 경화가 일어났다. 하지만, 28일이 지난 후에도 경화가 완전하게 일어나지 않았으며, 46일 경과 후에도 색깔은 검은색으로 짙어졌으나 실제 유리판을 제거했을 때 안쪽은 여전히 진득한 상태로 남아 있었다. 옻 시료의 반경은 시간이 지나면서 감소하다가 15일 이후에는 테두리에 오목한 틈이 생기면서 테두리의 둥근모양이 파괴되었다.
검은색 테두리는 시간의 경과와 함께 두께가 증가하였는데, Figure 2에 시간에 따른 테두리 두께의 변화를 그래프로 나타냈다.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두께가 증가하다가 7일 이후에는 두께 증가가 크게 없이 일정하였다. 이 두께는 반복 시료(4반복)에서 대략 33∼52 μm 범위의 값을 유지했는데, 옻만으로 칠을 할 경우에 얻을 수 있는 최대 도막두께와 관련되는 것으로 판단된다. 시료 제작 후 10일이 지난 후에는 Figure 1에서 보는 것처럼 테두리의 변형이 일어났는데 옻만으로 두껍게 칠을 하는 경우 칠도막의 변형(주름 생성)이 나타나는 것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두꺼운 칠도막을 얻기 위해서는 옻을 두껍게 도포하여 오랜 시간 건조를 하는 것보다 얇게 도포하고 건조하는 과정을 반복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할 수 있다.
28일 경과한 옻 시료의 커버글라스 제거 전 투과광 하에서 얻은 현미경 사진을 Figure 3에 나타냈다. 바깥에 검은색 테두리가 형성되어 있으며, 안쪽은 적갈색으로 안과 밖의 경계가 명확하게 나타났다. 적갈색 내부를 자세히 살펴봤을 때 격자나 좁쌀무늬 형태로 덩어리가 형성되어 있는 것도 관찰되었다. 옻 시료의 단면을 관찰하기 위해 커버글라스를 열었을 때 내부의 황색물질은 여전히 진득한 상태였으며, 테두리의 검은색 부분도 경화가 충분히 진행되지 않아 말랑말랑한 상태였다. 이는 테두리의 검은색으로 경화된 물질이 내부와 외부를 차단하여 옻의 경화에 필요한 공기와 수분의 이동을 막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3.2. 시간에 따른 골분 함유 옻의 경화
Figure 4에 시간의 경과에 따른 골분함유 옻의 변화모습을 나타냈다. 여기서 골분은 회화한 골분으로 크기는 100 < φ< 500 μm이며, 옻과 골분의 비는 6:4(w/w)이다.
골분함유 옻은 옻과 마찬가지로 바깥부분부터 경화가 일어났다. 바깥에 둥근 테두리를 형성하며 경화가 일어나다가 점차 내부로 확대되는 모습을 보인다. 모든 방향에서 균일한 경화가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불규칙하게 경화가 일어났다. 2일이 지나면서 직경 약 5mm 디스크 모양의 시료가 안쪽까지 모두 검게 경화하였다. 같은 시간 동안 옻이 바깥에 검은색 테두리만 형성하고 있는 것(Figure 1)과 비교하여 경화 속도가 매우 빠름을 알 수 있다.
경화된 골분 함유 옻의 수평단면을 Figure 5에 나타냈다. Figure 5(a)는 시료의 높이 방향 가운데 부분 단면(슬라이드글라스와 커버글라스 사이 단면)의 현미경 사진이다. 밝은 색의 골분 덩어리와 그 주변을 어두운 색의 옻이 둘러싸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바깥 테두리 안쪽에는 곳곳에 빈 공간들이 보이고 있으며 테두리는 빈 틈 없이 치밀한 조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관찰된다. Figure 5(b)는 이를 확대한 사진이다. 밝은 색의 골분 덩어리 안에 canal과 lacuna에 해당하는 크고 작은 검은색 점들이 관찰된다. Figure 5(c)는 테두리 부분에 해당하는 현미경 사진이다. 안쪽에 비해 빈 공간은 관찰되지 않는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매끈한 단면이 아니라 움푹 패인 부분들이 눈에 띤다. 즉, 구멍들이 옻층의 여기저기에 형성되어 있는 것으로 관찰된다. 구멍들은 투과광 하에서도 관찰이 된다(Figure 5(d)). 테두리를 따라 검정색 띠가 형성이 되어 있는데, 곳곳에 검정색 띠가 옅어진 부분이 있고(표시) 그 부분은 안쪽의 빈 공간 때문에 생긴 투명한 부분(흰색)과 연결되어 있다(표시).
3.3. 골분의 회화(calcination)가 옻의 경화에 미치는 영향
실험에 사용한 골분은 돼지뼈이다. 돼지뼈는 뼈조직과 그 사이를 메우는 콜라겐으로 구성되어 있다. 뼈조직은 수백μm 크기에 해당하는 canal, 수μm 크기에 해당하는 lacuna로 구성된다. 골분은 회화와 함께 콜라겐이 사라지게 되며 그에 따라 50 μm 내외와 0.1 μm 내외에 집중된 pore를 형성한다(Figueiredo et al., 2010). 이렇게 pore가 생성되는 회화가 옻의 경화에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기 위해 회화 전과 후의 골분을 대상으로 경화현상을 관찰하였다. 회화 전후 골분의 크기는 100∼500 μm이며, 골분과 옻의 비율은 4:6(w/w)이다. 시료 제작 후 0, 1, 3, 6, 15일 경과에 따라 관찰한 사진은 Figure 6과 같다.
시료를 제작한 직후에 생골분 혼합시료의 경우 신선한 옻 색깔에 해당하는 연갈색이고 회화골분 혼합시료의 경우 회색에 가깝다. 1일이 경과한 후에는 두 경우 모두 색깔이 밝아졌으며 특히 회화골분의 경우 일부에서는 다시 옻 색깔이 나타나고 일부는 검정색으로 변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옻과 골분을 혼합하는 동안 옻의 경화가 표면에서 빠르게 일어나 색이 어두워졌다가 경화된 옻이 경화되지 않은 옻과 분리되면서 생기는 현상으로 볼 수 있으나 추가적인 관찰과 분석이 필요하다. 3일 경과 후에 회화골분은 경화가 전체적으로 진행되었으나 생골분은 경화가 테두리 부분을 제외하고는 진행되지 않았다. 6일 경과 후 회화골분은 모두 경화가 되었으나 생골분은 여전히 테두리 부분만 경화가 진행되었고, 15일이 경과한 후에도 유사하였다. 이로부터 회화가 옻의 경화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으며, 이는 회화와 함께 생성된 pore가 외부와의 공기통로 형성을 도와 옻의 경화를 촉진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3.4. 골분 크기 및 함량에 따른 옻의 경화 특성
골분의 크기가 옻의 경화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골분의 크기가 각각 φ< 45 μm, 45 < φ< 100 μm, 100 < φ< 500 μm인 골분함유 옻 시료를 제작하였다(Figure 7). 골분의 크기가 φ< 100 μm일 때는 15일이 경과하더라도 시료 내부까지 경화가 일어나지 않았다. 100 < φ< 500 μm에서 옻의 경화가 빠르게 진행되었는데, 3일이 경과했을 때 전체적으로 옻의 경화가 일어났다. 이는 골분의 크기가 옻의 경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말해준다. 옻과 골분이 혼합되면 외부의 공기뿐 아니라 골분의 pore에 들어 있는 공기도 옻의 경화반응에 참여할 것이다. 같은 질량에 대해 골분의 크기가 작아질 경우 pore의 부피가 줄어든다. pore에 담겨 있는 공기의 양도 감소하여 옻의 경화속도가 느려지고 옻의 경화와 함께 수반되는 옻의 부피 수축량도 감소한다. 3.2절에서 골분 함유 옻 시료의 단면 현미경 관찰결과로부터 골분이 경화된 옻 내부의 pore 형성과 외부와의 공기통로 형성을 가능하게 하는 것으로 추정되었다. 따라서, 공기가 유입될 수 있는 빈틈이 형성되기 어려워 내부의 옻이 경화되는데 필요한 공기가 외부로부터 공급되지 않아 옻이 내부까지 경화가 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명확한 기작을 규명하기 위해서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옻과 골분의 구성비율에 따른 옻의 경화 양상을 Figure 8에 나타냈다.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골분의 함량이 증가할수록 경화 속도가 빨라졌다. 옻만 있을 때는 테두리만 검게 경화가 되었고 내부까지의 경화는 25일 경과 후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골분 함량이 40%인 시료(직경 6.2 mm)는 3일 경과 후에, 30%인 시료(직경 5.9 mm)는 5일 경과 후에 내부까지 경화가 일어났다. 10%, 20% 시료는 시간이 경과하면서 테두리 부분이 안쪽으로 확장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으나 25일까지도 내부까지 경화가 일어나지는 않았다. 한편, 골분의 비중이 50% 이상(옻:골분 = 5:5, 4:6, 3:7)에서는 옻과 골분을 섞는 도중에 전체적으로 검게 경화가 일어났다. 이러한 관찰 결과는 골분이 옻의 경화를 촉진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 주고 있다. 하지만 그 것의 역할이 외부와의 공기통로를 형성하게 하는 것인지 골분의 기공에 포함된 공기인지는 확인이 어렵다. 다만, 골분 함량이 30%와 40%인 시료에서 옻의 경화가 균질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시작 지점이 형성되는 것으로부터 외부와의 공기통로 형성에 골분이 역할을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공기통로 형성이 용이하게 시작된 지점부터 외부 공기와의 접촉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짐으로써 경화가 진행되는 것으로 보인다.
4. 고찰 및 결론
골분은 칠기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상칠 작업에 앞서 바탕재 표면의 요철이나 직물심의 눈매를 메워 칠면을 평활하게 하기 위해 토분, 목탄분 등과 함께 옻과 섞어 바르는 것으로 골해, 골회, 고래라고 한다. 즉, 충전제로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다. 고분자 재료에서 충전제는 고분자 재료의 강도, 탄성, 유연성 등의 물성이나 성형 가공성 등의 개선을 목적으로 고분자와 배합하여 사용하는 무기물 또는 유기물을 말한다. 하지만, 본 연구에서 관찰한 결과 옻에서 골분의 역할은 이러한 충전제로서의 역할로 끝나지 않는다. 옻의 경화를 촉진하여 옻이 옻층의 깊이 방향으로 경화가 가능하게 함으로써 경화된 두꺼운 옻층을 얻을 수 있게 한다. 이러한 옻의 역할은 그 동안 행해진 칠기 유물의 도막 분석 결과에서도 확인된다. 경주 방내리 고분에서 출토된 붉은색 칠편은 칠층이 3개층으로 41 μm이나 골분을 포함하는 밑층은 200 μm로 훨씬 두껍다(Kim, 2007). 조선시대 나전칠기함, 나전칠기상자 등의 칠편도 골분을 포함하는 하지층과 2∼3개의 상도층으로 이루어졌는데 칠도막 전체 두께가 640 μm, 460 μm로 매우 두껍다(Yi, 1996). 낙랑칠기에서도 칠반(367 μm, 211μm), 칠이배(450 μm, 480μm) 등 골분을 포함하는 바탕칠의 두께가 두껍다(National Museum of Korea, 2012).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의 칠기시편을 현미경과 SEM-EDS로 분석한 연구결과에서도 200 μm이상의 두께를 가지는 옻칠층에서는 1개의 경우를 제외하고 모두 골분이 검출되었다(Choi, 2012). 대조사 불안의 유기물(옻 포함)과 골분의 조성이 유기물:골분 = 4:5(w/w)으로 비교적 높은 골분 함유량을 나타낸 것도(Park and Lee, 2019) 불안에 옻을 바를 때 빠른 경화가 필요했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 반면 옻칠층이나 흑색안료, 작은 이물질을 포함하는 옻칠층의 두께는 5∼60 μm로 골분이 들어 있는 옻층에 비해 얇다(Kim, 2007). 경산 임당 유적 출토 칠기 유물에서도 1개 칠층의 두께가 15∼27 μm, 2개 칠층의 두께가 20∼55 μm, 3개 칠층의 두께가 30 μm로 관찰되고 있다(Lee and Han, 2017). 앞에서 본 것처럼 순수한 옻의 경화 두께가 10일 경과 후에도 33∼52 μm인 것과 대체로 부합하는 도막 분석 결과이다. 골분이 포함된 옻층에서 점토광물 등 토분 성분이 검출되기도 하는데, 충진제로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흙만을 사용하지 않고 골분을 사용한 것도 골분의 경화 보조 특성을 이용하기 위한 것으로 추정된다. 생골분에 비해 회화골분에서 옻의 경화가 빠른 것으로부터 회화에 따라 형성된 pore가 옻의 경화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알 수 있었으며 골분입자의 크기도 옻의 경화에 영향을 미쳤다. 회화골분이 포함되었을 때 경화가 빨라지는 이유는 골분에 형성된 pore가 공기 저장소 역할을 해 옻의 경화가 내부에서도 쉽게 일어 날 수 있게 하고, 그렇게 경화된 옻이 수축하면서 생긴 빈틈과 골분의 pore가 외부에서 옻층 내부로의 공기통로를 형성해 옻의 경화에 필요한 공기를 공급하기 때문인 것으로 사료된다.
Acknowledgements
본 연구는 국립문화유산연구원 문화유산조사연구(R&D) 사업의 일환으로 수행되었으며, 이에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