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비교와 분석에 의한 『자비도량참법집해(慈悲道場懺法集解)』 이본 조사: 청주 고인쇄박물관 소장 보물 목판본에 선행하는 금속활자본의 발견
A Study on A Newly Discovered Print of Jabidoryangchambeopjiphae (慈悲道場懺法集解) through Image Comparison and Analysis: Discovery of Metal-type Print Prior to Cheongju Early Printing Museum’s Woodblock Pr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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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청주 고인쇄박물관이 소장하는 목판본 『자비도량참법집해(慈悲道場懺法集解)』는 금속활자본을 번각한 목판의 인본(印本)으로 2010년 6월 28일 대한민국의 보물로 지정되었다. 목판본의 조판 형식, 글자의 모양 및 크기 등의 비교를 통하여 이 책의 저본(底本)이 된 금속활자본의 존재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직지(直指)』를 인쇄하는 데 사용된 ‘흥덕사자(興德寺字)’로 추정된다는 선행 연구가 있다. 이 책을 통해 고려 후기에 『직지』 외에 또 다른 금속활자본이 존재했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나마 확인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로 평가되고 있다. 본 연구에서는 공인박물관이 소장하던 판본의 소유권이 개인 소장자로 넘어가면서 청주 고인쇄박물관 소장 번각 목판본과의 면밀한 이미지 비교 및 분석을 통하여 새롭게 조사한 판본의 광곽이 번각 목판본에 비해서 길이 방향으로 2.1∼5.6% 긴 것으로 측정됨에 따라서 고려말에 금속활자로 인쇄된 금속활자본으로 판명되었다. 목판본의 광곽의 세로방향의 길이가 금속활자본에 비해서 짧아진 것은 목판을 판각할 때보다 목판인쇄를 실시할 당시에 목판의 건조로 인하여 목판이 세로방향으로 수축한 결과로 설명된다. 또한 이제까지 알려진 바와는 다르게 『직지』를 인쇄하는 데 사용되었다는 ‘흥덕사자’와는 다른 활자로 인쇄되었으며 활자의 완성도가 낮은 점과 천태종(天台宗) 승려 조구(祖丘, 1310년대 후반-1395)가 조선 태조 원년(1392)에 선교도총섭(禪敎都摠攝), 태조 3년(1394)에 국사(國師)로 책봉되었던 것으로 보아 인쇄 시기도 『직지』가 인쇄된 1377년보다 이른 것으로 판단된다. 고려시대 금속활자 인쇄술의 보급과 기술적 완성도를 높여가는 과정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자료이다.
Trans Abstract
The woodblock-printed book Jabidoryangchambeopjiphae (慈悲道場懺法集解), owned by the Cheongju Early Printing Museum, is a reprint of a metal-type book. It was designated as a Korean treasure on June 28, 2010. A comparison of the typesetting, shape, and size of the characters in the reprinted woodblock version revealed that the Heungdeoksa metal type (興德寺字)’ used for printing Jikji (直指) was also used for printing the metal-type version of this book. This book is considered a valuable resource that indirectly confirms the existence of other metal-type books, in addition to Jikji, during the late Goryeo Dynasty. In this study, a detailed analysis was conducted as the ownership of the newly discovered version was transferred from the Gongin museum to a private collector. Careful image comparison and analysis showed that the width of the newly investigated version was 2.1%–5.6% longer in the longitudinal direction than that of the recarved woodblock print in the Cheongju Early Printing Museum. Accordingly, the private collector’s version was determined to be a metal-type book printed during the late Goryeo Dynasty. The reduced length in the woodblock print compared to that in the original metal-type print is the result of the directional woodblock shrinkage, which occurred as the wood lost moisture over time from carving to printing. The printing date of the private collector’s version is judged to be earlier than 1377, the year Jikji was printed. The private collector’s version is crucial for understanding the propagation of metal-type printing, considering technological advances during the Goryeo Dynasty.
1. 서 론
고려와 조선에서는 수많은 책자가 간행되었다. 대량으로 간행하는 경우에는 목판을 만들어 인쇄하였고 소량으로 긴급을 요하는 책자를 필사에 의한 오류 없이 간행하기 위해서는 금속활자로 인쇄하였다. 금속활자로 인쇄한 책자를 각 지방의 감영(監營), 서원(書院) 또는 사찰(寺刹)에 보내어 목판으로 다시 새겨 인쇄하여 보급하는 방법이 일반적이었다(Shin, 2021; Encyclopedia of Korean Culture, 2024a).
2001년 9월 4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白雲和尙抄錄佛祖直指心體要節)』(이하 『직지(直指)』로 약칭)은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본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UNESCO, 2024, Cheongju Early Printing Museum, 2024). 『직지』보다 이른 시기에 인쇄된 금속활자본에 관한 기록은 이규보(李奎報, 1168-1241)의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에 따르면 1234년에 『상정고금예문(詳定古今禮文)』 28부가 인쇄되었다고 기록되어 있다(Sohn, 1959; Sohn, 1971; Cheon, 1993a; Cheon, 1993b; Ok, 2013). 그 이후에 금속활자로 인쇄된 것 중에서 가장 오래된 것으로 기록이 남아있는 것으로는 1920년대부터 『남명천화상송증도가(南明泉和尙頌證道歌)』도 거론되었다(Park, 1988; Park, 2020a; Park, 2020b). 그러나 그 책의 말미(末尾)에 적혀 있는 금속활자로 인쇄되었다는 내용과는 다르게 발견된 판본의 다수가 목판본임이 밝혀지면서 금속활자본은 전해지지 않고 목판본만 남아있다는 것이 정설이 되어 있었다. 1980년대에도 여러 가지 판본 중에서 한 권(구 안동본(安東本), 현공인본(空印本))은 1239년에 인쇄된 금속활자본일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으며(Park, 1988; Oh, 1988) 최근의 연구로 세계적으로 인정받기에 이르렀다(Yoo and Kim, 2021; Yoo, 2022a; Yoo, 2022b; Yoo, 2022c; Yoo, 2022d; Yoo, 2023a; Yoo, 2023b; American Printing History Association, 2024; Yoo and Yun, 2024).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인 금속활자본 『직지』는 하권만 전해지고 있으며 현재 프랑스 국립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다. 『직지』도 금속활자로 인쇄된 1377년의 다음 해인 1378년에 여주(驪州) 취암사(鷲巖寺)에서 목판으로 인쇄된 것이 전해지고 있으나 금속활자본을 번각한 것은 아니고 목판 판각용으로 판하본(版下本)을 따로 만들어 목판으로 인쇄한 것이다. 청주 고인쇄박물관에는 『직지』와 비슷한 시기인 1377년 전후에 『직지』를 인쇄할 때 사용된 금속활자라고 하는 흥덕사자(興德寺字)로 인쇄된 책을 저본(底本)으로 목판을 번각하여 인쇄한 『자비도량참법집해(慈悲道場懺法集解)』가 소장되어 있으며 2010년 대한민국 보물로 지정되었다(Lee, 2012; Korea Heritage Service, 2024).
최근에 공인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던 『자비도량참법집해』가 개인 소장자로 소유권이 이전되면서 자세하게 조사할 기회를 얻게 되었다. 청주고인쇄박물관이 소장하는 목판본 『자비도량참법집해』와의 이미지 비교 및 분석을 통하여 고려시대 인쇄 문화와 기술에 관해 매우 의미 있는 결과를 얻게 되어 소개한다.
2. 연구 대상 및 연구 방법
2.1. 연구대상: 『자비도량참법집해』
문화재청(현 국가유산청)은 2010년 6월 28일에 『자비도량참법집해』 번각 목판본을 보물로 지정하였다. 국가 유산청에서는 보물로 지정을 예고하면서 다음과 같이 유산을 설명하고 있다(Newswire, 2010).
“이번에 보물로 지정 예고된 『자비도량참법집해(慈悲道場懺法集解)』는 활자본을 번각한 목판의 인본(印本)이며 조판의 형식, 글자의 모양 및 크기 등을 비교하여 볼 때 이 책의 저본이 된 활자는 『직지(直指)』를 찍은 ‘흥덕사자(興德寺字)’로 추정되었다. 비록 고려 후기에 찍은 바탕본(금속활자본)은 전하지 않지만, 이 책을 통해 고려 후기에 『직지』 외에 또 다른 금속활자본의 존재 사실을 확인할 수 있어, 간접적이나마 우리나라 금속활자 인쇄의 계통을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이다.
현재 이 책은 동일한 판본이 공인박물관에 1부가 소장되어 있을 뿐 매우 희귀한 전적이다. 때문에 이 책은 우리나라 고려후기의 금속활자 인쇄본 연구에 필수적인 자료이며, 또한 불교학의 교학적(敎學的) 연구에서도 매우 중요한 문헌적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하여 보존할 가치가 충분한 것으로 평가되었다.”
2010년 『자비도량참법집해』를 보물로 지정할 당시에 공인박물관이 소장하는 다른 한 부의 판본을 함께 조사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러한 이유로 『자비도량참법집해』 공인본의 소유권 이전과 더불어 새 소장자에게 협조를 구하여 오랜 숙제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자비도량참법집해』 개인 소장본은 2권 1책으로, 오침안정법(五針眼訂法)으로 제책(製冊)되어 있으며 개장(改裝)되어 있었다. 책의 크기는 세로 29.2 cm, 가로 17.3 cm로 측정되었다(Figure 1). 비교 대상인 청주 고인쇄박물관이 소장하는 보물 『자비도량참법집해』와 마찬가지로 간기가 적혀 있지는 않으나 보물에는 권상(卷上) 1장이 낙장이나 개인 소장본은 모든 장이 완전한 상태로 남아있어 이번 조사의 의미가 매우 크다.
2.2. 연구 방법: 서지사항 조사와 이미지 비교⋅분석
본 연구에서는 『자비도량참법집해』 개인 소장본의 실측과 서지사항 조사와 더불어 표지를 포함하여 모든 장의 고해상도(5,662 x 4,530화소 = 25.6 M 화소) 정밀 디지털 사진 촬영을 실시하였다. 모든 장의 광곽(匡郭)의 크기, 판심(版心), 판심제(版心題), 어미(魚尾) 등을 조사하고 기록하였다. 사진상의 축척 또는 해상도는 0.06 mm/화소이다. 사진 촬영에는 SONY ILCE-7R 카메라를 사용하였으며 초점거리 50 mm 표준렌즈를 사용하였다.
또한 청주 고인쇄박물관 소장 보물 『자비도량참법집해』의 공개된 이미지 중에서 서책의 내용에 해당하는 4장의 고해상도 이미지와 본 연구의 조사 대상인 개인 소장본의 이미지를 비교⋅분석하였다(Korea Heritage Service, 2024; Encyclopedia of Korean Culture, 2024b). 상세한 이미지의 실측, 비교, 분석에는 문화유산, 서지학, 예술 분야의 이미지 분석에서도 활용사례가 많이 소개되는 PicMan(WaferMasters, Inc., California, U.S.A.)을 사용하였다(Kim et al., 2019; Yoo and Yoo, 2021; Chua et al., 2022; Yoo et al., 2022; Yoo and Yoo, 2022, Eom and Lee, 2023).
3. 결 과
3.1. 개인 소장본과 보물 목판본 『자비도량참법집해』
청주 고인쇄박물관 소장 보물 목판본 『자비도량참법집해』의 본문 이미지 중에서 고해상도 이미지가 공개된 것은 권상(卷上) 제2장 전엽(3쪽), 권상 제43장 후엽(86쪽), 권하(卷下) 제1장 전엽(1쪽) 및 권하 제44장 후엽(88쪽)의 4장이다(Korea Heritage Service, 2024; Encyclopedia of Korean Culture, 2024a; Encyclopedia of Korean Culture, 2024b). 본 연구에서는 이 4쪽의 이미지 비교⋅분석 결과를 중심으로 소개한다. 국가유산청에서 제공하는 목판본 『자비도량참법집해』의 사진도 고해상도(5616 x 3744화소 = 21.0 M 화소)로 0.12 mm/화소의 해상도에 해당한다. 비교 대상의 개인 소장본 『자비도량참법집해』의 해상도가 2배 정도 높다. 해상도가 다른 두 이미지를 비교할 경우, 낮은 해상도의 이미지에 의해서 측정 정밀도가 결정되므로 본 연구에서는 0.12 mm의 오차범위 내에서 이미지 비교 분석이 가능하다.
우선 Figure 2에 개인 소장본과 보물 『자비도량참법집해』의 마지막 인쇄면인 권하 제44장 후엽(88쪽)의 이미지의 축척을 동일하게 하여 비교하여 정리한 결과를 소개하였다. 이미지 비교에 필요한 인쇄영역의 해상도를 확보와 지면의 제약을 고려하여 사진상의 스케일 바(scale bar)를 제외하고 인쇄 면의 이미지만을 추출하여 비교하였다. 두 가지 판본의 광곽 높이와 폭의 차이를 비교하기 쉽도록 왼쪽 위에는 개인 소장본의 이미지를, 오른쪽 위와 왼쪽 아래에는 청주 고인쇄박물관이 소장하는 보물인 목판본 『자비도량참법집해』의 이미지에 광곽의 가로 및 세로방향으로 빨간색의 직선을 그어 두 판본의 차이를 이해하기 쉽게 하였다.

A combined image of two different prints of page 88 (last printed page) from the volume 2 of Jabidoryangchambeopjiphae book for image comparisons: A personal collection under investigation (top left), Korean treasure woodblock print in Cheongju Early Printing Museum (top right and bottom left). Width and height of the printed area are highlighted using red straight lines for easy comparisons.
개인 소장본과 청주고인쇄박물관 소장본 모두 가로 방향의 광곽의 폭은 동일한 것이 확인된다. 그러나 광곽의 세로방향의 폭은 개인 소장본이 청주고인쇄박물관 소장 목판본보다 큰 것으로 나타났다. 만약, 두 판본이 동일한 목판으로 인쇄된 것이라면 두 판본 모두 가로 및 세로방향의 크기가 오차범위 내에서 같아야 한다. 인쇄영역의 세로방향 길이가 긴 개인 소장본을 기준으로 청주 고인쇄 박물관 소장본의 세로방향 인쇄영역의 길이 차이는 무려 5.0%에 달한다. 인쇄영역의 가로 방향의 폭은 같게 유지 된 것과 내용과 구성이 동일한 것과 보물 『자비도량참법집해』가 번각 목판본이라는 사실에 비추어 보면 이번에 조사한 개인 소장본은 금속활자로 인쇄된 판본일 가능성이 있다.
나머지 세 쪽의 이미지도 같은 방법으로 개인 소장본과 보물 목판본 『자비도량참법집해』를 비교하였다. 모든 이미지에서 인쇄된 영역의 수평 방향의 폭은 오차범위 내에서 일치하였으나 수직 방향의 길이는 2.1%에서 5.6%까지의 차이가 나타났다. 금속활자본으로 추정되는 개인 소장본의 인쇄영역의 길이가 보물로 지정된 목판본보다 길다. 이것은 두 가지 판본의 인쇄 방법의 차이에 기인한 계통적인 특징으로 추정된다. 신정엽은 “조선시대 번각본의 간행 양상과 판각 현상 분석”이라는 그의 박사논문에서 『신간유역가삼장문섭고부(新刊類編歷擧三場文選古賦)』 등 11권의 조선시대 금속활자본과 번각 목판본의 반곽 크기를 조사하여 모든 번각 목판본의 세로 길이가 줄어들었으며 축소된 세로 길이의 범위는 책마다 다르나 0.6 cm∼2.8 cm의 범위였다고 보고하였다(Shin, 2021). Figure 3에 앞서 소개한 권상 제2장 전엽(3쪽)의 이미지를 포함하여 권상 제43장 후엽(86쪽), 권하 제1장 전엽(1쪽) 및 권하 제44장 후엽(88쪽)의 4장의 이미지를 정리하여 소개하였다.

A combined image of two different prints of four pages from the two volumes of two books of Jabidoryangchambeopjiphae from a personal collection and Cheongju Early Printing Museum for image comparisons: page 3 of vol. 1 (top left), page 86 of vol. 2 (top right), page 1 of vol. 2 (bottom left) and page 88 of vol. 2 (bottom right). The vertical shrinkage of printed areas are shown in percentage for easy recognition.
작은 이미지에서 비교하면 두 판본 간에 어느 정도의 차이가 있는지, 어느 정도의 정확도록 측정하였는지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으므로 Figure 4에 각 인쇄 면에서 첫 3행의 이미지만을 모아서 비교하였다. 두 판본 간의 차이점을 한눈에 인식할 수 있다.

A combined image of two different prints of partial four pages containing the first three lines from the two volumes of two books of Jabidoryangchambeopjiphae in a personal collection and Cheongju Early Printing Museum for image comparisons: page 3 of vol. 1, page 86 of vol. 2, page 1 of vol. 2 and page 88 of vol. 2, from left to right. The vertical shrinkage of printed areas of the woodblock printed book (designated as one of the Korean Treasure) from the personal collection are shown in percentage for easy recognition.
Table 1에는 두 판본 간의 인쇄영역의 세로방향 길이의 차이를 길이가 긴 개인 소장본을 기준으로 보물 목판본에서 줄어든 길이를 백분율로 정리하여 표시하였다. 본 연구에서 조사된 목판 인쇄본의 길이 방향 수축률은 2.1%∼5.6%로 4쪽 평균 수축률은 4.2%로 조사되었다. 『자비도량참법집해』 상하권은 목판 87장(권상 43장, 권하 44장)으로 인쇄된 것으로 전체 인쇄 면은 174쪽으로 4쪽의 이미지 비교는 전체의 2.3%에 해당한다.
3.2. 개인 소장본의 인쇄 방법 추정
개인 소장본 인쇄영역의 높이 방향의 길이가 번각 목판본인 보물로 지정된 『자비도량참법집해』에 비해서 긴 원인은 개인 소장본이 금속활자본으로 번각 목판본의 저본으로 사용된 금속활자본과 동일한 판본이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현상은 금속활자본을 저본으로 사용하여 목판을 번각하여 인쇄할 경우에 나타나는 일반적인 현상으로 목판을 판각할 당시보다 목판으로 인쇄할 때의 시간 차이로 목판이 건조되면서 발생하는 것이다. 비슷한 사례는 1777년에 인쇄된 『명의록(明義錄)』과 1778년에 인쇄된 『속명의록(續明義錄)』 금속활자본과 번각 목판인 쇄본의 비교에서도 확인되었다(Yoo, 2022e; Shin, 2021). 1239년에 금속활자로 인쇄된 『남명천화상송증도가』와 고려말과 조선시대에 번각 목판으로 인쇄된 목판본에서도 같은 현상이 확인된다 (Yoo, 2023a).
나무는 채취되기 직전까지는 수분 함유율, 즉 함수율(含水率, moisture content)이 100%로 유지되다가 베어지면서 수분이 증발하기 시작한다. 목재에서 수분이 빠져나가면 무게가 줄어들기 시작한다. 함수율이 30%까지 낮아질 때까지는 무게만 줄어들다가 함수율이 30% 이하로 내려가면 급격하게 목재의 수축이 발생하게 된다. 수종에 따라서 최종적인 수축률은 달라지지만 수축하는 방향과 비율은 모든 수종에서 비슷하게 나타난다. 일방적으로는 길이 방향의 수축을 1로 잡았을 때 나이테의 중심 방향으로 100배, 나이테를 따른 원주 방향으로는 200배 정도의 수축이 발생한다. 길이 방향(성장 방향) : 직경 방향 : 원주 방향 = 1 : 10 : 20 정도이다. 수종에 따라서는 원주 방향으로 10∼12% 정도 줄어드는 것도 있지만 대부분의 목재에서는 원주 방향을 기준으로 약 8% 정도까지 수축한다(Canadian Woodwoking & Home Improvement, 2024; Forest Products Laboratory, 2010). Figure 5 (A)에 목재의 제재 위치에 따라 건조 후에 외경이 축소되고 판재의 변형이 일 어나는 현상을 예시하였다. Figure 5 (B)와 (C)에는 목재의 수축 세 가지 방향과 목재의 제재 위치에 따라서 건조 후에 발생하는 변형을 소개하였다. Figure 5 (D)는 실제 2쪽 면을 인쇄하기 위한 판심이 있는 목판에서 목판의 수축이 일어나는 방향과 양이 목재의 제재 방향에 따라서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모식적으로 예시하였다.

(A) Illustrations of directional shrinkage and distortion of sliced wood after complete drying, (B) Average wood shrinkage in three major directions, (C) Schematic illustration of wood shrinkage and deformation of cored wood bars in different locations relative to the pith or medulla, and (D) Impact of woodblock shrinkage by moisture content loss after carving.
목판은 길이가 긴 방향을 나무의 성장 방향에 맞추어 만들지 않으면 목판 제작에 사용할 수 있는 나무의 지름이 80 cm 이상으로 커지기 때문에 많은 제약이 따른다. 따라서 전통적으로 암묵적으로 나무의 길이 방향으로 2쪽 면을 인쇄할 수 있도록 만들게 되었다. 이렇게 하면 목판 인쇄용 목재로 사용할 수 있는 나무 지름이 약 40 cm 정도로 반으로 줄어들게 되어 목재의 수급이 비교적 쉬워진다. 이러한 이유로 Figure 3과 Figure 4에서 확인된 것처럼 목판의 수축이 거의 없으므로 수평 방향 인쇄영역의 폭은 모든 판본에서 변화가 거의 없다. 반대로 수직 방향 인쇄영역의 길이는 같은 나무로 목판을 만들더라도 제재 위치에 따라서 최대 4∼8% 정도의 수축이 발생하게 된다. 길이 방향 인쇄영역의 폭에 큰 변동이 생기는 주된 원인이 된다.
금속활자 인쇄본을 저본으로 번각 목판본을 만들게 되면 금속활자본과 목판본 인쇄영역의 수평 방향의 폭에는 거의 차이가 없지만, 수직 방향의 길이는 목재의 수종과 제재 방향에 따라서 작게는 1% 또는 2%에서 크게는 8% 정도까지 목판인쇄본에서 수축이 생기게 된다. 수직 방향 인쇄영역 길이의 편차가 목판마다 Table 1에서 보는 것처럼 2.1%∼5.6%까지 편차가 발생하는 것도 충분히 설명된다. 목재수축률 측정에 관한 선행연구에 의하면, 잣나무, 낙엽송, 굴참나무, 신갈나무, 소나무, 상수리나무, 삼나무 등의 수축률은 나이테를 따르는 접선방향(Tangential direction)은 4.21%∼12.77%, 목재의 중심에서 바깥쪽으로 향하는 방사방향(Radial direction)은 2.09%∼4.98%, 나무의 성장 방향에 해당하는 섬유방향(Longitudinal direction)은 0.14%∼1.69%로 보고되고 있다(Lee et al., 2015; Forest Products Laboratory, 2010; Shin, 2021; Canadian Woodwoking & Home Improvement, 2024).
3.3. 인쇄에 사용된 금속활자
보물 『자비도량참법집해』 목판본을 바탕으로 인쇄에 사용된 활자 분류에 관한 선행 연구에서는 『직지』를 인쇄한 동일한 금속활자로 목판의 판각에 사용된 금속활자로 인쇄된 저본은 『직지』보다 먼저 인쇄되었거나 비슷한 시기에 청주에서 간행된 책으로 규정하고 있다(Lee, 2012). 그러나 이 연구는 금속활자본이 발견되기 전에 번각 목판본으로 금속활자본의 특징을 추정한 연구로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논리의 비약이 있다.
본 연구의 조사 대상으로 삼은 『자비도량참법집해』 이본이 금속활자본임이 밝혀졌으므로 금속활자본 『직지』의 이미지와 같은 축적의 이미지를 준비하여 직접 비교해 보았다. Figure 6에 『자비도량참법집해』 권하의 마지막 인쇄 면인 88쪽(제44장 후엽)의 이미지와 『직지』 권하의 3쪽(제2장 전엽)의 이미지를 비교하기 쉽게 정리하였다. 『자비도량참법집해』와 『직지』 모두 한쪽에 11행으로 이루어졌으며 인쇄영역의 폭은 14.7 cm와 14.8 cm로 측정오차 범위 내로 일치하였다. 특별하게 다른 점이 있다면 『자비도량참법집해』는 행과 행 사이에 계선이 없고 『직지』는 계선이 있다. 대부분의 조선시대 금속활자본에는 계선이 있다는 사실을 기준으로 판단하면 『자비도량참법집해』금속활자본에 계선이 없다는 것이 약간은 이질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다만 1239년에 금속활자로 인쇄된 『남명천화상송증도가』 금속활자본과 이후에 번각 목판으로 인쇄한 모든 판본에서도 계선이 없는 것을 보면 금속활자 개발 초기 단계에서는 계선이 인쇄되지 않는 조판방식을 사용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Images of page 88 of Jabidoryangchambeopjiphae volume 2 (left) and page 3 of Jikji volume 2 (right) for comparisons of metal type characters used for printing. Average number of characters per line was the same in the two different books. Character density in unit length in the vertical direction is 11.2% higher in Jikji.
각 행의 길이는 『자비도량참법집해』는 22.9 cm이고 『직지』는 20.8 cm로 『직지』가 11.2% 짧으므로 단위 길이 당 글자 밀도는 직지가 11.2% 높은 셈이다. 따라서 『직지』의 인쇄에 사용된 활자의 높이가 『자비도량참법집해』의 인쇄에 사용된 금속활자의 높이보다 평균 11.2% 낮다는 의미로 활자의 폭이 같다고 하더라도 높이가 상당히 낮다는 의미로 선행 연구에서 추정한 ‘흥덕사자’로 인쇄했을 것이라는 결과와 배치된다. 세로방향으로 수축된 보물 『자비도량참법집해』 번각 목판본을 기준으로 판단할 경우, 단위 길이당 글자 밀도가 낮아지므로 그렇게 판단할 수 있는 소지는 있어 보인다.
실제로 『자비도량참법집해』와 『직지』를 인쇄할 때 사용한 활자가 동일한 ‘흥덕사자’일 개연성이 있는지를 글자의 모양으로 확인해보았다. Figure 7에 『자비도량참법집해』 권하 88쪽(제 44장 후엽)과 『직지』 권하 3쪽(제2장 전엽)에 사용된 활자 중에서 공통적으로 사용된 글자의 이미지를 동일한 축척으로 모아서 비교해 보았다. 글자의 모양을 자세히 보면 『자비도량참법집해』의 인쇄에 사용된 활자의 크기가 높이 방향으로 약 11.2% 길다.

Common characters used in page 88 of Jabidoryangchambepjiphae volume 2 and page 3 of Jikji volume 2. Technical maturity of craftsmanship in metal type casting and printing can be compared.
또한, 『자비도량참법집해』의 경우 眞, 如, 世, 覺자는 같은 글자라도 글자 간의 유사도가 『직지』에 비해 낮으며 글자체가 고르지 못하다. 예를 들어 참 진(眞)자의 경우 『자비도량참법집해』에서는 위쪽에 비수 비(匕)로 되어있으나 『직지』에서는 열 십(十)자가 인쇄되어 있다. 특히 如자의 경우, 변에 해당하는 계집 녀(女)의 모양이 글자마다 제각각이다. 여하(如何)도 『자비도량참법집해』에서는 여아(如阿)로 적혀 있다. 세상 세(世)자의 경우에도 이체자로 丗와 卋자가 인쇄되어 있다. 정각의 경우에도 正覺과 正覚이 함께 사용되고 있으며 글자의 크기나 모양이 매우 다르게 인쇄되어 있다. 금속활자 주조 및 인쇄 기술이 완성된 단계에서는 나타나기 어려운 일이다. 『직지』가 인쇄된 1377년에는 행과 행 사이에 계선이 나타나기 시작하였으며 글자의 모양도 미적으로도 수려한 필체의 활자가 사용된 점 등으로 미루어 금속활자 인쇄술의 발전과정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자료임이 틀림없다.
『자비도량참법집해』는 고려 말 조선 초에 활동한 천태종 승려 조구(祖丘, 1310년대 후반∼1395)가 저술한 불교서이다. 조선 태조(太祖) 원년(1392년)에 선교도총섭(禪敎都摠攝)에 올랐고, 태조 3년(1394년)에는 국사(國師)로 책봉되었고 다음 해인 1395년에 열반에 들었다. 『직지』가 인쇄된 1377년에 조구는 50대 후반에서 60대를 바라보는 나이로 『자비도량참법집해』를 이미 집필했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본 연구의 조사 대상인 개인 소장본 금속활자본의 활자 주조 기술의 완성도가 낮은 것으로 볼 때, 『직지』보다 이른 시기인 1377년 이전에 금속활자로 인쇄되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따라서 앞으로 문화유산으로 등록 절차를 밟아 올바른 보존환경에서 잘 관리되어 후대에 전해질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4. 결 론
본 연구에서는 청주 고인쇄박물관이 소장하는 금속활자본을 번각한 목판의 인본으로 2010년 6월 28일 대한민국의 보물로 지정된 『자비도량참법집해』와 최근에 공인 박물관에서 개인 소장자에게 소유권이 이전된 판본을 조사하였다. 선행 연구에서는 보물로 지정된 목판본의 조판 형식, 글자의 모양 및 크기 등을 1377년에 금속활자로 인쇄된 『직지』와의 비교를 통하여 번각 목판본의 저본은 금속활자본이었을 것으로 추정되었다. 아울러 저본은 『직지』를 인쇄하는 데 사용된 ‘흥덕사자’로 추정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이유로 『자비도량참법집해』는 고려 후기에 『직지』 외에 또 다른 금속활자본이 존재했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나마 확인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로 평가되었다.
최근에 소유권이 개인 소장자로 넘어간 인쇄방법 미상의 판본은 청주 고인쇄박물관 소장 번각 목판본을 제외하면 유일하게 남아있는 판본으로 알려져 있다. 개인 소장본과 청주 고인쇄박물관 소장본의 이미지를 면밀하게 비교⋅분석하여 새롭게 조사한 개인 소장본의 광곽이 번각 목판본에 비해서 판식과 인쇄영역의 폭은 같으나 길이(높이) 방향으로 2.1∼5.6% 긴 것으로 측정되었다. 이러한 현상은 금속활자본과 금속활자본을 저본으로 번각한 목판을 사용한 인본에서 나타나는 것으로 『자비도량참법집해』 개인 소장본이 금속활자로 인쇄된 판본임이 명확해졌다. 고려말에 금속활자로 인쇄된 금속활자본이 추가되었다. 목판본의 광곽의 세로방향의 길이가 금속활자본에 비해서 짧아진 것은 목판을 판각할 때보다 목판인쇄를 실시할 당시에 목판의 건조가 진행된 결과 목판이 세로방향으로 수축하였기 때문이다.
또한 면밀한 이미지 비교⋅분석의 결과, 선행 연구에서 추정된 것과는 다르게 『직지』를 인쇄하는 데 사용되었다는 ‘흥덕사자’와는 다른 세로방향으로 평균 10% 이상 긴 활자로 인쇄된 것임이 밝혀졌다. 『자비도량참법집해』를 인쇄하는 데 사용된 활자의 완성도가 『직지』를 인쇄하는 데 사용된 활자보다 완성도가 낮은 점, 저자인 천태종(天台宗) 승려 조구(祖丘, 1310년대 후반-1395)가 고려 말기부터 조선 초기까지 활약했으며 조선 태조 원년(1392)에 선교도총섭(禪敎都摠攝), 태조 3년(1394)에 국사(國師)로 책봉되었던 점으로 미루어 『직지』가 인쇄된 1377년보다 이른 시기에 인쇄되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이번에 조사한 『자비도량참법집해』 개인 소장본은 고려시대 금속활자 인쇄술의 개발, 보급, 기술적 완성도를 높여가는 시기와 과정을 이해하는데 역사적으로나 학술적으로 가치가 높은 매우 중요한 자료이다. 새롭게 발견된 개인 소장본의 문화유산지정을 서둘러 보존에 적합한 환경을 마련하고 관련 분야의 연구에 활용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