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기법에 따른 현대 유기(鍮器)의 금속학적 특성 분석
The Metallurgical Characteristics of Modern Brassware by Manufacturing Techniqu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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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이번 연구에서는 현대 유기의 제작기법에 따른 금속학적 특성을 확인함으로써 현대식 주조유기와 전통 방짜유기를 구별할 수 있는 객관적인 근거자료를 마련하였다.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현대 유기 시료 16점을 대상으로 X선 투과 촬영을 통해 제작기법에 따른 결함과 메질흔 등의 차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미세조직 분석을 통해 주조유기를 포함한 모든 유기에서 담금질 공정이 수행되었으며, 일부 주조유기에서는 Cu-Sn-Zn 3원계 합금임을 알 수 있어 출토 전통유기와의 구별되는 특성을 확인하였다. 단조유기에서는 프레스, 스피닝, 에어 해머를 이용한 공정이 적용되었음을 유추하여 미세조직상에서 그 특성 차이를 확인하였다. 다만, 이번 연구에서 분석한 사례만으로는 시료의 개수가 한정되어 있어 현대 유기의 제작기법에 따른 금속학적 특성에 대한 경향성을 파악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향후 현대 유기의 제작공정 전반에 걸친 단계별 심층 연구가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Trans Abstract
In this study, objective evidence was prepared to distinguish between the modern casting brassware and the traditional forged brassware by confirming the metallographic characteristics according to the production method of the modern brassware. Through the irradiation of 16 modern brassware samples distributed in the market, it was possible to confirm the difference of defects and forging according to the manufacturing technique. In addition, the quenching process was performed on all brassware including cast brassware through microstructure analysis, and some cast brassware was found to be Cu-Sn-Zn ternary alloys, confirming their distinctive characteristics from excavated traditional brassware. In the forged brassware, it was inferred that the process using press, spinning, and air hammer was applied, and the characteristic difference was confirmed on the microstructure. However, the number of samples analyzed in this study is limited, so there is a limit to understanding the tendency of metallurgical characteristics according to the manufacturing techniques of modern brassware. Therefore, in-depth research on the production process of modern brassware should be carried out in the future.
1. 서 론
1.1. 연구배경
유기(鍮器)란 구리에 주석 또는 기타 비철금속을 합금한 기물을 통칭하는 말로 놋그릇이라고 일컬으며, 삼국시대부터 여러 가지 형태로 제작되기 시작하여 현재까지도 일상생활 용기로 사용되고 있다(Lee, 1992). 국보 백제 금동대향로(百濟 金銅大香爐)를 통해 수준 높은 청동 합금 기술을 확인할 수 있으며, 신라에서는 8세기경 철유전(鐵鍮典)을 중앙에서 설치하여 합금 기술을 다루도록 관리하기도 하였고, 품질이 좋아 당시 중국에 ‘신라동(新羅銅)’이라 하여 널리 알려졌다. 합금 기술이 더욱 발전하여 고려와 조선시대에는 금속 활자, 화폐, 각종 악기뿐만 아니라 생활 용기로 제작되는 등 전 세계적으로 독특한 비철 합금 기술을 이용한 유기가 완성되었다. 고려시대로 넘어오면서 유기의 사용은 급격하게 증가하는데 관청과 사찰뿐만 아니라 민간에서도 일상적인 생활용품이 되었으며(Lee, 2006), <정조실록(正祖實錄)>에서는 시골구석의 상천들도 모두 유기를 쓰고 있다고 묘사하고 있다. 이러한 문헌기록과 함께 국내에서는 발굴조사를 통해 다양한 유적에서 많은 유기가 출토되었으며, 금속학적 분석을 통해 제작기술을 밝혀내고자 했다. 국립경주박물관 부지에서 출토된 청동접시의 분석 결과를 살펴보면 주석함량을 높여 제작완료 시점에 담금질을 시도한 방짜유기 제작기술이 출현하기 시작한 것을 알 수 있다. 고려시대 사찰터인 사뇌사지(思惱寺址)에서 출토된 향완, 대접 등의 분석 결과 구리와 주석 78:22의 비율의 합금으로 고온에서 두드림 공정을 거쳐 담금질 처리된 전형적인 방짜유기가 사용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조선시대에 들어 유기의 수요가 늘어나자 대량생산이 가능한 주조유기가 주로 보급되었으며, 이 당시의 풍속도를 통해 유기의 제작 과정의 차이를 공예사적 시각으로 연구한 것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Kim, 2016).
현재까지도 이러한 전통기법을 적용한 유기는 계속해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지만 전통적 유기 제작의 단점(생산성 저하, 공정단계 다분화, 숙련된 전문가 참여)을 극복하여 근래에는 일부 공정에서 기계를 이용하여 제작공정 전반의 효율성을 증대시켜 제품을 대량생산해 내고 있다. 공정 면에서 효율성이 증대되는 부분은 단조 공정에서의 열간가공 공정으로 기존 전통적인 방식인 수차례에 걸친 단조작업이 압연기를 이용한 열간압연과 다양한 기계 단조 공정으로 인해 획기적으로 그 과정이 단축되었다.
주조와 방짜기법을 적용한 유기는 한국의 전통 금속 산업으로 문화적 가치가 매우 높다. 또한 항균 특성 및 식문화의 고급화 등으로 인해 그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지만, 유기 제작에 대한 기초지식이나 정보 없이 외형만을 보고 제작 공정을 파악하기란 쉽지 않을뿐더러 판매 정보의 진위 여부 또한 확인하기가 어렵다. 이러한 필요성을 인지하여 이번 연구에서는 전통기법을 기반으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현대식 기법이 적용되어 생산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유기 시료 16점을 확보하여 성분 조성과 금속학적 특성 및 물성 분석을 실시한 후 출토 전통유기와의 비교분석을 통해 현대 유기의 제작공정과 특성을 규명하고자 하였다.
1.2. 현대 유기의 제작 방법
현대 유기는 전통 기법의 이해를 바탕으로 개량된 방법을 적용하여 유기의 품질을 높이고, 생산성을 증대시켜 오고 있다. 제작공정은 크게 용해와 주조 공정, 열간가공(열처리 및 성형) 공정, 표면가공 공정으로 나눠 볼 수 있다.
현대의 용해와 주조 공정에서는 화력 조절의 용이성 및 사용의 편의성을 위해 전통 방식의 연료인 화목이나 숯 대신 석유나 경유, 전기로, 가스로를 사용하며, 쇳물을 부어 일정한 크기의 ‘바둑’이라는 모재를 제작한다. 제작된 바둑을 로(爐)에 넣고 붉게 달아오를 때까지 가열시켜 열간가공 과정을 거친다. 1차적인 단조에 해당하는 열간 압연은 금속의 소성(塑性)을 이용하여 고온 또는 상온의 금속재료를 회전하는 2개의 롤 사이로 통과시켜서 여러가지 형태로 만드는 공정으로, 현대식 방짜유기 공장에서는 수치제어 정밀 압연기를 사용하여 소재의 두께가 일정한 판재를 대량으로 생산해 기공을 줄인 치밀한 조직을 가진 유기를 생산하고 있다.
이렇게 주조된 모재를 압연시킨 다음, 제작에 용이한 크기와 형태로 판재를 재단하여 성형 과정을 거치게 된다. 현대의 유기 제작소에는 단조 유기 성형에 적용하는 방법을 크게 3가지(에어 해머, 스피닝, 프레스)로 구분할 수 있다. 에어 해머(공압식 해머)는 압축 공기를 이용하여 피스톤과 일체로 되어 있는 망치를 상하로 움직여 가열한 재료를 단조(鍛造)하는 기계이며, 압력조절이 가능해 다양한 크기와 깊이를 갖는 기물들을 쉽게 우김질할 수 있다. 유기 제작소에서는 해머 머리 부분에 공이와 바닥 부분에 모루로 교체하여 활용하고 있다. 스피닝 기계는 판금을 머리 목(맨드릴)에 대고 밀어 봉 또는 롤러로 기물을 회전시켜 원통 혹은 원뿔 모양 등으로 성형하는 기계이다. 재료의 연성(연신율)을 최대로 살려 조금씩 변형을 가하는 방법으로, 소재의 판을 완성품 형태의 틀에 대고 고정시킨 후 불(유류나 LPG)에 달구어 압착시켜 만들고자 하는 형태를 간단히 완성시킬 수가 있다. 프레스 기계는 판재를 가열하여 완성하고자 하는 그릇 형태의 크기에 맞게 절단하거나 원하는 디자인의 금형을 끼운 후 압축하중을 주어 그릇, 접시 등의 완제품 형태로 제작하기도 하며, 각인을 새길 때도 사용된다.
열간가공을 거쳐 형태를 갖춘 유기는 마무리 과정인 표면가공 공정을 통해 작업을 마무리하게 된다. 기물을 알맞은 머리 목에 고정시킨 후 회전시키면서 가질 칼로 표면을 깎고, 광을 내어 다듬는 공정을 거쳐 완성한다.
2. 연구대상 및 방법
2.1. 연구대상
연구대상은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제작소 및 형태와 크기가 다른 현대 유기를 대상으로 선정하였으며, 원형의 둥근 형태를 가진 식기류 및 악기류로 확보하였다(Table 1).
2.2. 연구방법
2.2.1. X선 투과 촬영(비파괴 분석)
시료의 내부 구조를 확인하기 위하여 국립부여박물관의 Hard X-ray기(Smart EVO 300DS, Yxlon, DNK)를 사용하였으며, 식기에 해당하는 시료는 130 kV, 4 mA, 5 min 조건에서 촬영, 악기류는 110 kV, 4 mA, 5 min 조건에서 다르게 촬영하였다.
2.2.2. 미세조직 관찰 및 성분 분석
시료의 구연부에서 극미량의 시편을 채취하여 Epoxy Resin을 이용해 Mounting한 뒤, 연마기(Rotopol-11, Struers, DNK)와 연마지(800∼4,000 mesh)와 연마제(DP-spray 3 μm, 1 μm, Struers)를 사용하여 Polishing하였다. 연마된 시편은 에칭액(FeCl3+HCl+H2O)을 사용하여 Etching한 후 증류수로 세척하였다. 금속현미경(Epiphoto200, Nikon, JPN)과 주사전자현미경(SEM:Scanning Electron Microscope, Model: SU3800, Hitachi, JPN)을 이용하여 미세조직을 관찰하였다. 합금조성비 및 비금속 개재물의 성분분석은 에너지 분산형 X선 분광기(X-stream 2 SDD, Oxford Instrument, GBR)를 이용하여 분석하였으며, 분석조건은 가속전압 20∼30 kv, 작동 거리(working distance) 9.2∼10.4 mm, 분석 시간은 60 s로 설정하였다.
3. 연구결과
3.1. X선 투과 촬영 결과(비파괴 분석)
X선 투과 촬영 결과 제작공정에 따라 다른 특징을 나타내었다. 크게 주조기법과 단조기법(두드림, 기계소성)의 3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었다. 주조기법이 적용된 시료에서는 주물결함으로 확인되는 기공과 균열이 확인되었으며, 특히 바닥 부분에 균열이 집중적으로 관찰되었다(E2). 균열은 주로 결정립계를 따라 발생하고 있으며, 일부 입계 부근에서는 많은 기공이 관찰된다. 단조기법이 적용된 시료에서는 매끄럽지 못한 표면 및 메질흔이 관찰되는 악기류(B3)와 기계소성가공으로 균일한 두께와 치밀한 밀도를 보이는 식기류(C2)에 적용되는 공정상의 차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Figure 1).
3.2. 미세조직 관찰 및 성분 분석 결과
현대 유기시료 16점에 대한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제작공정에 따라 A, B, C, D Group으로 분류하였다(Table 2). A Group은 주조로 제작된 시료이며, B, C, D Group은 단조로 제작되었으나 각기 다른 제작방법이 적용되었음을 확인하였다. B Group에 해당하는 B3, D5는 악기류로 육안상으로도 확인 가능한 메질흔이 관찰되었고, C Group은 스피닝 공정, D Group은 금형에 판재를 가압하여 생산하는 프레스 공정으로 제작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Modern brassware manufacturing process by manufacturing techniques according to the analysis results
3.2.1. 주조유기(A Group)
E2 시료의 바탕조직에서는 γ상과 마르텐사이트(β)상이 혼재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586℃ 상한에 근접한 온도에서 급랭 처리가 수행되었음을 알 수 있다(Figure 3(A)). 구리-주석 합금은 액상에서 주석 함량이 낮은 α상이 먼저 응고되고 수지 간 영역에 남아있던 액상은 799℃ 이하에서 α+β상 또는 γ상으로 응고된다(Figure 2). 응고 완료 이후 온도가 내려감에 따라 지렛대 법칙에 의해 점차 α상의 분율이 증가하게 되며 586℃ 이하에서 β상은 α+γ상으로 변태한다(Lee, 2010). 수지상 조직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으며 주조 후 담금질 처리를 통해 제작된 것으로 판단된다.
SEM-EDS 성분분석 결과 구리(Cu), 주석(Sn), 아연(Zn)이 주성분으로 검출되었다(#1)(Table 3, Figure 3(B)). 아연 첨가 시, 융점은 낮아지고 유동성이 좋아져 주조에 유리하게 되므로 의도적으로 첨가한 것으로 판단된다.
주조 공정으로 제작된 것으로 확인되는 시료별 미세조직의 사진이다(Figure 4). 전체적으로 수지상의 α상과 주조결함인 기공이 관찰되고 있으며, 급랭 처리 시 생성되는 침상의 마르텐사이트(β상) 또는 γ상이 관찰되는 것으로 보아 담금질하여 제작한 것으로 판단된다. 주조 후 담금질을 하기 위한 가열로 인해 수지상 끝모양이 둥글고 그 연결이 끊겨 배열만 유지한 형태를 보인다.
3.2.2. 단조유기
단조유기는 X선 투과 촬영 및 미세조직의 차이에 의해 크게 3가지 공정이 적용된 것으로 유추해 분류하였다.
에어 해머(B Group)를 이용하여 제작되었을 것으로 보이는 B3의 미세조직에서는 길게 늘어진 띠 모양의 α상의 형태와 α상 내의 직선경계가 확인되는 쌍정으로 보아 고온에서 단조작업이 수행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Figure 5(A)). 담금질을 통하여 취성의 원인이 되는 δ상의 출현을 억제하게 되면 마르텐사이트 조직(β)이 출현하거나 γ상이 잔류하게 됨으로써 기계적 성능이 크게 향상될 수 있는데, B3의 바탕조직에서 선명한 마르텐사이트 조직이 형성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SEM-EDS 분석 결과, 구리 76.32 wt.%와 주석 23.68 wt.%로 구성된 2원계 합금으로 구성되어 있다(#1)(Table 4, Figure 5(B)). 쌍정이 확인되는 α상(#2)은 주석의 함량이 낮으며, #3은 침상의 마르텐사이트 기지로 주석의 함량이 다소 높다. 개재물로 확인되는 #4는 철(Fe)과 황(S)이 검출되었으며, 이는 황화물 계열의 개재물로 추정된다.

Microstructure of body from B3(×500)(A). SEM image(BSE mode)(B), D5(×500)(C). SEM image(BSE mode)(D).
D5의 미세조직 관찰 결과 α상이 구상으로 광범위하게 분산되어 있고, α상 내에는 재결정된 것으로 확인되는 쌍정이 관찰되고 있어 B3와 마찬가지로 두드림에 의한 가공공정을 거친 것으로 보인다(Figure 5(C)). 기지조직의 γ상과 마르텐사이트(β)조직은 열처리 과정으로 인해 취성이 강한 δ상에서 600℃ 부근에서 담금질할 경우 출현하는 연성이 높은 조직으로, 담금질 작업도 수행되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표면에는 수많은 기공과 개재물이 관찰된다. 이어 SEM-EDS 분석을 통한 합금조성비 분석 결과(#1)은 구리 78 wt.%와 주석 22 wt.%로 전형적인 방짜유기 조성을 가지고 있다(Table 4, Figure 5(D)). 그러나 불순 개재물로 판단되는 #4의 분석 결과, 알칼리금속인 나트륨(Na)과 칼륨(K)을 포함한 황, 규소(Si), 철과 같은 다량의 불순물이 검출되었다.
스피닝(C Group) 소성가공 방법이 적용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C2의 바탕조직은 미세한 바늘 형상의 마르텐사이트(β상)조직 바탕에 다각형 형태의 α상이 미세하고 균일하게 분산되어 있다(Figure 6(A)). 재결정된 α상이 다각형의 형태로 비교적 많이 남아있는 것으로 보아 압연량이 다소 적었거나 비교적 낮은 온도에서 풀림 처리를 통해 가공작업을 거쳐 담금질 되어 완성되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합금조성비 및 성분분석에서는 구리 77.07 wt.%와 주석 22.93 wt.% 조성을 가진 전형적인 방짜유기 합금 비율을 보이며, 불순물(#4)로 판단되는 철이 소량 검출되었다(Table 5, Figure 6(B)).
C2와 같은 공정이 적용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시료들의 미세조직 사진으로, 구상의 조대한 α상이 전체적으로 일정한 방향성을 가지고 배열된 모습이 관찰된다(Figure 7). 단조기법이 적용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는 기공이 관찰되고 있는데, 이는 모재의 용해 과정에서 액체 상태의 용융 금속과 고체 상태로 응고된 금속의 기체 용해도 차이에 의한 가스발생으로 생성된 기공 결함으로 보이며, 이러한 결함을 억제할 수 있는 탈가스 작업이나 압연량이 충분히 실행되지 않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600℃ 근방에서 담금질을 수행했음을 알 수 있는 침상의 마르텐사이트(β상)과 저온 마르텐사이트(γ상)이 관찰되며, 재결정된 쌍정의 α상이 확인된다.

Microstructure of forging brassware(C Group, Spinning) (×500) (A)B1, (B)B2, (C)C3, (D),D1, (E)D3, (F)D4.
프레스(D Group) 공정이 적용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A1의 미세조직에서는 담금질 조직인 γ상이 확인되며, γ상은 구리-주석 합금에서 β상이 존재할 수 있는 온도 구간(799∼586℃)보다 낮은 온도 구간(586∼520℃)에 존재하는 상이다(Figure 8(A)). 이를 통해 586∼520℃ 구간에서 담금질 처리가 수행되었음을 알 수 있다. 전체적으로 조밀하고 밀도가 높은 조직의 형태를 가지고 있으며, 조대한 α상이 자리 잡고 있다. 여러 개의 α상들이 뭉개지거나 변형되어 넓게 늘어진 모양을 확인할 수 있으며, 이러한 α상의 형태로 보아 전체적으로 균일하게 일정한 압력을 받았음을 유추해 볼 수 있으며, 가공에 의해 재결정된 α상이 관찰된다. 합금 조성비 및 성분 분석 결과, 구리 79.77 wt.%, 주석 20.23 wt.%로 구성되어 있는 이원합금 소재로 제작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1)(Figure 8(B), Table 6). 비금속 개재물로 추정되는 #4, 5, 6에 대한 성분 분석 결과 모두 규소가 검출되었다.
4. 고 찰
4.1. 제작공정 요소에 따른 현대 유기의 특성
4.1.1. 합금원소
고대부터 청동유물은 주석과 납 함량이 높은 청동 합금을 사용한 주조기술을 사용해 왔다. 이 초기 기술은 후대에도 꾸준히 실행되어 조선 말기에 이르기까지 이어졌다(Jung et al., 2005). 건물지 등의 생활공간에서 출토되어 실제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전통 주조유기에서는 주조성 향상 및 원가절감 등의 이유로 납(Pb)이나 비소(As)가 합금되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Choi and Kim, 1983; Chung et al., 1992; Park, 2011; Kang, 2013, Jung and Park, 2004; Park and Yoo, 2004; Kwon et al., 2000). 그러나 현대 유기 시료의 분석 결과 16점의 시료 중 14개의 시료에서는 방짜유기 합금에 해당하는 구리-주석 78:22의 합금 조성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주조 유기 2점(E1, E2)에서는 구리-주석-아연의 3원계 합금으로 확인되었다. 구리-주석 합금에서는 아연 및 인(P)의 첨가에 의해 용탕이 탈산되면 탕류가 향상하고, 점성도 저하되어 주형의 충진능이 높게 되므로(Nihon Kinzoku Gakkai et al., 1996) 주조시 유동성을 높여 가공성을 향상시킬 목적으로 아연이 의도적으로 첨가되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번 연구의 현대 유기 시료 분석 결과를 통해 전통유기에 사용되었던 납이나 비소 성분 대신 고유한 유기 색상은 보완하되, 주조성을 높이고 원가절감에 용이한 아연이 사용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나트륨, 철, 황과 같은 미량원소 검출로 보아 일부 제작소에서는 순도가 높지 않은 원료를 사용하거나 재생재료를 이용하여 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4.1.2. 열처리
열처리 부분에 있어서 금속학적 특징을 두드러지게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주조유기의 제작공정이다. 신라 왕경 출토 청동용기를 비롯한 대다수의 유물은 단순 주조 후 서냉하여 제작된 유물이 출토되고 있다(Jung et al., 2004). 서냉으로 인하여 조대한 수지상의 초정 α상과 δ상의 공석 조직이 혼재되어 있고, 납 첨가 여부에 따라 편석이 관찰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번 연구 대상 모든 시료에서는 공통적으로 담금질 과정이 수행되었음을 알 수 있는 γ상과 마르텐사이트(β상) 조직이 확인되었다. 이를 통해 단조유기뿐만 아니라 주조유기에서도 최종 성형 단계에서 담금질 작업이 일반화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출토 주조 유물이 주조 후 서냉하는 방식이 주방식인 점과 비교해 볼 때 현대 유기에서는 담금질 과정을 통해 주조유기의 취성을 극복하고 강도를 향상시켜 기술적으로 발전해 정착되었다는 점을 증명하고 있다.
4.1.3. 소성가공
분석 결과를 토대로 소성가공에 의한 제작기법은 크게 에어 해머, 스피닝, 프레스로 유추해 볼 수 있다. 에어 해머(B Group)로 제작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B3, D5는 꽹과리라는 악기의 특성상 소리를 잡는 재울음 과정인 벼름질을 거치므로 담금질 이후 고르지 못한 표면을 고르게 벼름질하여 완전한 형태를 잡아간다. 또한 해머를 이용하여 기물을 돌려가며 충격을 주는 제작방식으로 인해 표면 가공 공정인 가질 공정과 연마 과정을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표면에는 메질흔이 관찰되었다.
스피닝 공정(C Group)은 소성 변형 시 롤러와 소재가 만나는 부분에서 국부적인 변형이 발생한다. 스피닝은 재료의 흐름 방향으로 결정립이 배열되어 피로수명이 개선되고 항복점, 인장강도, 경도 등 기계적 성질이 개선되는 특징이 있다(Lee, 2002). 압연과정을 통해 길게 연신된 α상들은 스피닝 공정을 통한 고온 노출 및 회전 압력에 의해 가공방향(수직 또는 원주방향)에 따라 잘게 분산되거나 방향성이 가중되는 것으로 본다.
프레스 성형(D Group)은 평판 소재를 펀치가 다이 속으로 유입시키면서 펀치 모양대로 기물을 성형하는 드로잉 가공법으로, 정밀도가 높고 대량생산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프레스 공정을 통해 변형이 가해지면 이로 인해 동적 재결정이 발생하고, 단조 후 공랭에 의해 재결정된 입자가 성장하게 되어 뭉개짐 또는 파괴 현상이 발생한다. 이러한 제작공정의 차이는 저배율의 미세조직 사진을 통해서 그 특징이 상이하게 나타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Figure 9).

Microstructure of sample forged brassware microstructure low magnification(Top) and Microstructure of excavated forged brassware(Bottom), (C: Casting, F: Forging, Q: Quenching).
일반적으로 출토 방짜유기에서의 열간 소성가공은 두드림 작업에 의해 생성되는 α상 내 직선경계의 쌍정을 미세조직을 통해 관찰할 수 있다(Jang, 2021). 또한, 식기류의 대접이나 숟가락과 같은 비교적 크기가 작은 기물은 작은 도구를 사용해 형태를 완성하기까지 수회에 걸쳐 국부적인 소성가공이 반복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제작 과정으로 인해 출토 단조 유물의 미세조직상에서는 α상의 형태 변화와 함께 비금속 개재물이 길게 연신되는 특징을 관찰되기도 한다(Kang, 2013). 이를 통해 출토 단조 유물에서는 현대의 소성가공 방법보다 국부적 충격이 밀집되어 나타났음을 확인해 볼 수 있으며, 현대의 단조 유기에서는 단조 공정의 간소화 및 기계화로 인해 결정립의 분산효과가 전통 방짜유기에 비해 다소 떨어지고 있음을 유추해 볼 수 있다.
5. 결 론
지금까지의 대다수의 선행연구는 출토 주조유기 및 방짜유기에 치중된 연구로 이루어져 과학적 기법을 적용한 현대 유기의 연구의 필요성이 요구되었으며, 현대 유기의 과학적 분석을 통한 신뢰도 향상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자 하였다.
이번 연구에서는 현대 유기시료 16점을 대상으로 비파괴 분석 결과와 합금 조성비 및 미세조직의 특성 분석을 통해 유기 시료의 제작기법에 따른 특성 비교분석을 통해 출토 전통유기와의 금속학적 특성 차이를 종합고찰하였다.
분석된 시료는 X선 투과 촬영 결과 주조 공정을 거친 유기에서는 기공, 균열이 확인되는 반면, 단조 공정을 거친 식기류의 유기의 경우 대체로 균일한 밀도와 두께를 보이며, 악기류의 시료에서는 메질흔이 관찰되어 X선 투과 촬영을 통해 비파괴적인 방법으로 유기의 제작공정을 구분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하였다. 미세조직 관찰을 통해서 주조 공정으로 제작된 유기는 주조 후 담금질이 적용된 것을 확인하였으며, 단조 공정의 유기에서는 각기 다른 열간가공이 적용된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를 금속학적 특징에 따라 3가지 유형으로 구분해보면 첫째, 에어 해머를 이용한 가공 시 표면부에서 메질흔이 관찰되며, 반복적인 국부 충격으로 인해 다양한 크기의 결정이 형성된다. 둘째, 스피닝 가공 시 조직배열 방향과 성형 공정 방향에 따라 결정이 분산 또는 연신 되는 형태가 관찰된다. 셋째, 프레스 가공 시 고온압축하중으로 인해 균일한 조직이 뭉쳐 넓게 늘어진 형태를 보인다. 이를 통해 단조 소성가공 방식에 따라 미세조직 형태에 일부 차이가 나타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연구 대상인 16점의 유기 시료에서는 단조와 주조 공정에서 전체 조성이 구리-주석 78:22에 근접한 비율로 확인되었다. 이는 유기를 생산해 내는 제작소에서 재료학적으로 연성과 경도가 뛰어난 방짜유기의 황금비율이 78:22라는 것이 보편화되었을 뿐만 아니라, 이 비율이 대중화되어 소비자들의 구매 요구에 부합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아울러 일부 유기 제작소에서는 주조, 단조 기법을 병행하여 기물을 제작하고 있기 때문에 통일된 합금 배합 비율을 적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현대 유기에서도 비금속 개재물이 관찰되었는데, 현대의 원재료에서도 잔존 불순물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으며, 이는 용해 및 주조 과정에서 혼입 또는 재생(Recycle) 재료의 사용 등의 이유로 검출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연구에서는 현대 유기의 금속학적 특성 분석을 통해 전통 방짜유기와의 비교되는 현대 유기 제작기술에 대한 과학적 근거자료를 확보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해당 연구에서 분석한 시료만으로는 현대 유기의 제작기법에 대한 경향성 전반을 대변하기에 한계가 있다. 따라서 향후 시장에 유통되고 있는 다양한 시료를 대상으로 제작기법의 단계별 금속학적 차이와 특성의 상관성을 심도있게 해석하는 종합적인 연구가 진행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