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적 분석에 의한 은해사 괘불탱의 상태 및 재료 해석
Scientific Study of Characteristics and Material Properties of Hanging Painting of Eunhaesa Tem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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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본 연구는 은해사에 소장되어 있는 보물 제1270호 은해사 괘불탱에 대한 과학적 조사와 분석을 실시하여 보존 상태, 재질 및 채색 안료 등에 대한 성격과 특징을 해석하고자 하였다. 대상의 미술사적 배경을 짚어보고 보존적 측면의 상태조사 및 안료 색상별 재료적 특성을 알기 위한 분석을 실시하였다. 그 결과 연백, 연단, 활석, 진사, 석황, 금, 녹염동광, 공작석, 회청 등의 무기안료와 먹 등의 유기염료를 사용하여 다채로운 색을 구현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바탕화면은 조선시대 불화의 재료로 흔치 않은 초(綃)를 사용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또한 백색 채색층은 여러 종류의 백색계열의 안료를 사용한 형태로 이는 괘불탱 백색 채색으로는 드문 사례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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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s study aimed to analyze the nature and characteristics of the preserved state, materials, and colored pigments of a Buddhist painting of Eunhaesa temple(gwaebultaeng), which is Treasure No. 1270 of Korea, through scientific investigation and analysis. Based on the historical background of the subject, the study investigated the aspects of conservation and analyzed the material characteristics of each pigment in the painting. Results indicate that various colors were created using inorganic pigments such as white lead, minium, cinnabar, orpiment, gold, atacamite, malachite, and smalt and using organic pigments such as black and indigo. The Eunhaesa painting used “cho” as a material for wallpaper, which was unusual during the Joseon period. In addition, a white layer was formed using various white pigments, which was also rare during this period.
1. 서 론
괘불탱은 조선시대에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거치면서 야외의식을 행하기 위하여 조성된 의식용 불화이다. 우리나라에서 언제부터 괘불탱이 제작되었는지는 정확한 기록이 없어 그 시기를 추정하기 어렵다(Jeong, 2004). 다만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작품이 나주 죽림사 괘불탱(1622)이라는 점에서 17세기 이후부터 등장하였음을 유추할 수 있다.
괘불탱은 평소에는 괘불궤 속에 말려진 상태로 보관되다가 사찰의 행사나 전시 등의 특정한 목적이 있을 때만 현괘되는 사용상의 특징과 반출 및 접근성 제약 등의 영향으로 체계적인 관리 및 연구가 미흡한 실정이다(Lee et al., 2017). 괘불탱에 대한 선행 연구는 미술사적 연구가 대부분이며, 미술사와 보존과학의 각 분야에서 개별적으로 연구가 진행됨으로써 제작배경이나 화사의 특성, 안료와 제작 기법 등 전체적인 맥락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Lee et al., 2019).
우리나라에서 불화에 사용한 안료의 분석 연구는 고성 옥천사와 하동 쌍계사의 불화 안료 분석(Han and Hong, 2003; National Research Institute of Cultural Heritage, 2004)과 부석사 괘불탱 안료 분석 연구(National Museum of Korea, 2007), 초상화와 기록화 등 회화문화재에 사용한 안료 분석 연구(Moon, 2010), 봉정사 영산회괘불도의 화기에 기록된 안료 규명(Song and Kim, 2014), 양산 통도사 괘불탱의 안료 분석(Lee et al., 2017), 고흥 금탑사와 화순 만연사 괘불탱의 안료 특성 비교(Lee et al., 2019) 등이 진행되어왔다. 최근에는 문화재청(국립문화재연구소)과 (사)성보 문화재연구원이 괘불탱의 체계적인 보존관리와 원형 기록을 위한 대형불화 정밀조사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향후 우리나라 대형 불화의 체계적 보존 관리를 위한 근거와 당시의 사회, 문화, 경제적 측면에서 괘불탱을 재해석 할 수 있는 정보를 확보할 수 있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본 연구는 경상북도 영천시 은해사에 소장되어 있는 보물 제1270호 은해사 괘불탱(銀海寺 掛佛幀)에 대한 과학적 조사와 분석을 실시하여 보존 상태, 재질 및 채색 안료 등에 대한 성격과 특징을 해석하고자 하였다. 나아가 연구결과를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17세기 괘불탱 제작 기법과 재료 분석 데이터를 확보하고 향후 조선시대 채색 기법 연구의 기초자료를 제공하고자 한다.
2. 연구 대상 및 분석 방법
2.1. 연구 대상
2.1.1. 은해사 괘불탱
은해사 괘불탱은 화면 중앙에 입상의 여래를 단독으로 배치한 독존형식의 괘불이다. 이 작품은 1750년에 보총(普總)과 처일(處一)에 의해 조성되었으며, 가로 554.8 cm, 세로 1,165.4 cm로, 약 60 cm 내외 크기의 비단 9매를 이어 제작하였다. 화기에는 제작연대와 제작자만이 적혀있기 때문에 두 기록 이외에 다른 정보를 확인할 수 없다. 그러나 1750년 은해사에서 4점(괘불, 아미타설법도, 염불왕생첩경도, 백흥암 아미타설법)의 불화가 조성된 점으로 보아, 은해사본은 은해사 불사(佛事)의 일환으로 조성된 것으로 생각된다.
은해사본은 독존형식이지만 장식으로 화면을 가득 채웠는데, 본존 좌⋅우에는 6마리의 극락조와 산화(散華)하는 모란꽃과 연꽃을 대칭으로 장엄하였다. 또한 상부에는 천개(天蓋)를, 하부에는 연꽃이 피어오르는 연지(蓮池)를 배치하여 독존이지만 화면의 공백을 최소화 시켰다.
본존은 녹색으로 채색된 두광만을 갖추고 있으며, 수인은 왼손을 가슴 높이까지 올려 엄지와 중지를 맞대고, 오른손은 아래로 길게 내려트린 형태를 취하고 있다. 상호는 둥근 방형이며, 눈은 큼직하게, 코와 입은 작게 묘사하였다. 눈은 수평으로 긴 편이고, 눈썹은 둥근 활(弧)형이다. 녹색으로 칠한 눈썹은 먹으로 여러 선을 세필로 묘사했는데, 이러한 표현은 눈썹과 팔(八)자로 뻗은 발제선에서만 확인된다. 눈썹 사이에는 백호도 그려 넣었으나, 박락되어 그 흔적만 남아있다. 적색으로 채색한 입술은 먹선으로 위⋅아래를 구분하고, 먹선 주변을 적색으로 바림하여 약간의 입체감을 살렸다.
육계는 둥근 머리 형태에 비해 삼각형으로 높게 그렸으며, 적색으로 채색한 정상계주를 그려 넣었다. 또한 나발은 청색으로 채색하였으며, 나발과 상호의 경계에는 녹색의 띠를 표현하였다. 이러한 표현은 처일이 제작한 불화에서 확인되는 기법이다.
착의는 대의, 복견의, 승각기, 군의 등으로 표현하였고, 적색 대의에는 원(圓) 안에 다양한 문양을 시문하였다. 문양은 총 92개가 확인되며, 크기는 약 10 cm 내외이다. 서로 겹치는 문양은 거의 없으나, 몇 개는 같은 문양을 반복하여 사용하였다. 특히 산수(山水)와 전각(殿閣) 등을 표현한 회화적인 요소가 눈에 띈다.
원(圓) 문양 외에도 대의에는 조(條)를 표현하고 국화문을 그려 넣었으며, 그 위에 금박으로 추정되는 재료를 직사각형 형태로 오려 붙여 화려함을 부각시켰다. 이러한 국화문은 18세기 초반에 제작된 괘불탱에서 주로 나타나며 은해사본도 이러한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Gyeong, 2019). 또한 은해사본 이후에는 확인되지 않는 표현이기 때문에 팔공산 화파(八公山 畵派)를 통해 계승된 표현 기법으로 생각된다(Gyeong, 2019). 복견의는 대의와는 다른 문양이 시문되었는데, 연봉오리와 연밥이 드러난 연꽃을 빼곡히 표현하였고, 연꽃 사이에는 칠보문(七寶紋)을 시문하였다. 이 칠보문은 복견의에서 전반적으로 확인되기 때문에 계획 하에 그린 문양으로 생각된다. 옅은 녹색으로 채색된 군의에는 연꽃 문양을 도장으로 찍은 듯 반복적으로 그려 넣었다(Table 1).
화면 상부에 표현된 극락조는 부리에 지물을 물고 있는데, 5마리는 연꽃 줄기를, 1마리는 복숭아 줄기를 물고있다. 이 극락조는 머리와 몸, 깃털, 꽁지 등을 통하여 종류가 다른 새임을 알 수 있다. 머리로 구분하자면 두 종류이며, 몸과 깃털, 꽁지로는 네 종류로 분리된다. 머리를 보면, 하나는 벼슬이 있는 닭과 같은 모습이며, 다른 하나는 공작새와 같은 생김새를 하고 있다. 그러나 극락조 중 한 마리는 머리가 박락되어 흔적만 남아있고, 한 마리는 몸과 날개의 박락이 심한 상태이다. 이처럼 화면에 극락조를 표현한 괘불탱으로는 은해사 괘불탱과 더불어 청량사 괘불탱(1725)이 현존한다(Table 2). 청량사 괘불탱은 현재 화기가 박락되어 제작자를 알 수 없으나 화사가 팔공산 화파의 일원으로 추정되므로, 처일이 도상을 수용하였을 가능성이 높다(Gyeong, 2019).
본존 좌⋅우에는 대칭으로 산화하는 연꽃 두 송이와 모란꽃 네 송이를 그려 넣었다. 모란꽃은 가지까지 사실적으로 그렸으며, 연꽃은 연잎을 도식화시켜 표현했다. 화면 하단 연지에는 산화한 연꽃을 가득 그려 넣었으나 모란꽃은 표현하지 않았다.
변아는 백색, 녹색, 적색 순으로 선을 구획하여 화면과 구분하였으며, 옅은 주황색 바탕으로 채색하였다. 그 위에는 백색의 연화당초문을 연속적으로 가득 채웠다. 또한 회장에는 4엽의 꽃잎을 격자문 안에 그려 장엄하였으며, 원(圓) 안에 범자를 넣어 총 81자를 배치하였다.
은해사본은 1750년에 처일이 일괄로 제작한 은해사 아미타설법도, 백흥암 아미타설법도와 도상이 유사한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장엄한 천개, 화면에 표현한 극락조, 본존의 수인, 상호표현, 착의법 등이 유사하다(Table 3). 또한 세 작품은 실상사 刊 관무량수경(1611), 삼각산 내원암 刊 아미타경요해(1753), 동화사 刊 아미타경(1753) 등의 판본(板本)과 일치한다(Seong, 2018). 이러한 내용으로 미루어 은해사 괘불탱은 당시 유행한 아미타불과 관련된 판본을 수용하여 제작된 중요한 괘불탱임을 알 수 있다.
2.1.2. 보존 상태
은해사 괘불탱의 과학조사에 앞서 괘불탱의 전체적인 상태와 손상 정도의 파악이 선행되었다. 향후의 보존관리에 중요한 과정으로서 육안으로 관찰되는 손상의 유형을 분류하고 이에 대한 손상도면을 작성하였으며 일부 미시적인 부분에 대한 현미경 관찰을 실시하였다(Table 3).
전체적인 손상 양상은 화면 꺾임, 결실 및 안료 박락 등이 대부분이며 주로 괘불탱 상단에서 중앙부에 집중되어 있는 상태이다. 기존 부재에 새로운 나무로 보강한 상축 등 보존처리를 거쳐 현재는 안정한 상태이다.
화면은 변색과 직물 박락으로 인한 손상이 넓게 관찰되며 상단 좌측의 경우 습해에 의한 손상도 확인된다. 부분적으로 결실이 발생하였으며 특히 밝은색 바탕화면 부분에 화면 견직물의 열화와 마모로 인한 결실된 부위가 넓게 나타난다. 결실 부분은 현재 비슷한 밀도의 견직물로 보강처리 되어있는 상태로 대부분 도상과 유사한 색으로 색 맞춤 되어있다. 화면 바탕도 짙은 갈색의 표면 오염물이나 기름 성분으로 추정되는 얼룩과 곰팡이 발생으로 인한 손상이 확인된다. 장황은 원본 형태는 유지되어 있으나 상단 장황의 결실부와 가장자리에 갈색으로 변색된 부분들이 있으며, 하단 장황은 꺾임, 화면 결실, 안료 박락 등이 관찰된다.
안료는 판상 박락의 경우 상단에 가까워질수록 두드러지는 양상을 보이며 적색은 연잎이나 모란, 본존 등에서 점상형과 판상형의 형태로 박락되었다. 본존의 육색 부분은 과거 꺾임 발생 부분, 청색은 나발 부분에서 안료가 박락된 것으로 확인된다.
2.2. 연구 방법
분석 대상과 범위의 선정을 위해 우선 육안으로 전체적인 상태와 구성을 확인한 후 고성능멀티디지털현미경(DG-3x, Scala, JPN)을 이용하여 바탕 화면 직물과 안료의 입자 특성을 관찰하였다. 또한 표면에서 박락된 시료를 수습하여 광학현미경(Axiotech 100HD/Progress3012, Carl Zeiss, DEU) 관찰을 통해 색상별 안료의 분리 후 입자의 형태 및 혼합 양상 등을 정밀 관찰하였다.
바탕화면의 직물은 밀도, 섬유의 굵기 및 단면관찰을 실시하였다. 밀도의 경우 현장에서 촬영한 현미경 이미지를 이용, 1 cm2 범위 안의 경사와 위사의 수를 계산하여 측정하였다. 각 섬유의 굵기는 디지털 이미지 측정 프로그램(Scalar imaging program)을 이용하여 3올씩 측정한 값의 평균치를 구하였다. 또한 바탕직물 노출 부분에서 채취한 섬유를 마운팅하여 측면과 단면을 실체현미경(Zeiss Axio Imager A2m, Carl Zeiss, DEU)으로 관찰하여 섬유의 종류를 식별하였다.
안료의 성분은 휴대용 X-선 형광분석기(Portable X-ray Fluorescence Analyzer, P-XRF)(Olympus, Delta, USA)로 분석하였다. 이때 분석 조건은 10∼40 kV에 80∼200 μA, Rh Target, 디텍터는 Silicon Drift Detector, Geochem 모드와 Soil 모드에서 80초를 측정하였다. 분석 대상 위치는 색에 따라 적, 황(금), 녹, 청 등으로 구분하여 총 73지점을 우선 선정하였으며 분석결과가 중복된 시료를 제외한 백 1지점, 흑 1지점, 적 4지점, 황 3지점(금속 1), 녹 3지점, 청 4지점으로 정리하였다.
또한 일부 채취된 안료의 경우 광물조성의 해석을 위해 X-선 회절분석(X-ray diffraction, XRD)(Empyrean, Malvern Panalytical, NLD)으로 분석하였다. 분석 조건은 High resolution Pixel 3D-256ch Detector와 Cu Target을 이용하여 40 kV, 40 mA, 5∼80°의 조건으로 설정하였다. 시료의 양이 적어 XRD분석이 어려운 경우 라만 분광분석(XperRam F2.8, NanoBase, KOR)으로 구조를 분석하였다. 라만 분광 분석의 광원은 830 nm에 20배율 렌즈(Olympus)를 사용하였다. 청색 채색층의 경우 안료의 혼합양상을 확인하기 위해 주사전자현미경(Scanning electron microscope, SEM) (JSM-IT300, Jeol, JPN)과 에너지분산형X선분광분석기(Energy dispersive spectrometer, EDS)(X-MAXN, Oxford, GBR) 을 이용하여 추가 분석을 실시하였다.
P-XRF나 XRD로 분석이 어려운 청색과 흑색의 경우는 자외선-가시광선 분광 광도계(UV-Visible Spectrophotometer, UV-Vis)(Ocean Optics, USA)를 이용하여 총 9지점에 대해 추가 분석을 실시하였다. 광원은 DH-2000-BAL를 사용하였으며 백색 교정하여 200 ~ 850 nm 영역을 측정하였다. 채색 안료에 대한 반사 스펙트럼은 청색의 경우 쪽(藍), 흑색의 경우 먹을 채색한 직물의 표준 반사 스펙트럼과 비교하여 채색 안료의 종류를 확인하였다.
3. 연구 결과
3.1. 바탕화면 직물
은해사 괘불탱 바탕화면에 사용된 직물은 총 9폭을 연결한 하나의 폭을 상⋅하축까지 이어 제작한 형태로서 전반적으로 바탕 직물 올의 결실과 끊어져 있는 상태이다. 바탕 직물은 경사(經絲) 2올 사이를 위사(緯絲) 한 올이 교차하는 변화평직으로 제직되었다. 섬유의 측⋅단면 형태를 관찰한 결과, 꼬임이 없는 매끄러운 형태의 측면과 끝이 둥근 삼각형 모양의 단면을 갖는 견섬유의 특징이 관찰되었다. 바탕직물의 평균 밀도는 1 cm2당 경사 13(26), 위사 16로 13(26)올 × 16올/ cm2이며, 경위사 평균 섬유 굵기는 경사 0.079 mm, 위사 0.090 mm로 측정되었다(Table 4). 섬유 단면은 대부분 세리신이 제거된 상태의 견사로서 특히 변화평직에 실이 가늘고 경⋅위사 간 공간이 넓은 특징으로 보아 견직물 중에서도 초(綃)의 한 종류라고 볼 수 있다.
3.2. 채색 안료 분석
은해사 괘불탱의 채색 안료를 백, 흑, 적, 황(금), 청색 계열로 분류하고 현미경으로 관찰하여 안료의 채색 상태를 확인하였다(Table 5). 각 위치에 대한 성분분석 결과는 Table 6과 같다.
3.2.1. 백색 안료
백색 계열의 안료는 얼굴, 문양, 아미타불 군의 띠, 연잎 윤관선, 극락조의 날개와 몸통의 깃털 표현에서 바림으로 사용되었다. 이 중 아미타불 군의 띠에 대한 분석 결과 납(Pb)이 주성분으로 검출되고(Table 5A, 6A), 수습한 시료의 XRD 분석 결과에서 염기성 탄산납인 수백연광[Hydrocerussite, Pb2(OH)2CO3)]이 동정되어(Figure 1) 연백(Lead white, 2PbCO3⋅Pb(OH)2)을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기존 연구 결과에서 통도사 괘불탱과 금탑사 괘불탱, 만연사 괘불탱의 백색 안료는 연백과 함께 활석[Talc, 3MgO4SiO⋅H2O]을 혼합하여 사용한 것으로 보고된 바있다(Lee et al., 2017; 2019).
그러나 연백에 활석을 혼합하는 이유로 백색 안료의 양을 증가시키기 위해 연백보다 값이 저렴한 활석을 증량제로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당시 안료의 수급이나 경제적 사정이 안료의 선택에 영향을 미쳤음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Lee et al., 2019). 분석 결과 은해사 괘불탱의 경우 왕실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법주사 괘불탱과 같이 연백을 단독으로 사용한 것으로 확인된다.
3.2.2. 흑색 안료
흑색 계열은 아미타불의 눈동자 및 눈자위, 극락조의 날개, 윤곽선 등에 사용되었다. 이 중 극락조의 날개의 성분 분석 결과 바탕 성분의 납(Pb)과 섬유의 칼슘(Ca) 이외에 별도의 흑색을 지시하는 성분은 검출되지 않고 현미경 상에서도 특정 입자가 관찰되지 않는 것으로 보아 탄소(C)를 주성분으로 하는 먹(墨)이 사용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Table 5B, 6B). 흑색 안료의 경우 비파괴 분석으로는 정확한 원료 물질의 확인이 어렵고, 정밀 분석을 위해서는 다량의 시료가 필요한 한계가 있다. 이에 색상 특징과 입자의 유무나 니람의 제조 과정에서 잔존한 석회가루의 칼슘(Ca) 성분의 유무에 따라 먹과 니람을 구분하는 해석 방법이 주로 사용되었다. 최근에는 먹과 쪽의 표준 시편에 대한 UV-Vis 분광 광도계 분석 라이브러리를 비교하여 먹과 니람을 확인하기도 한다(Lee et al., 2019).
UV-Vis 분광 광도 분석 결과(Figure 2) 흑색으로 채색된 극락조, 눈동자, 눈동자는 모두 약 200 nm대에서 반사도가 증가 후 감소하며, 400 nm대 이후 일직선에 가까운 반사 스펙트럼을 보인다. 이는 먹의 반사 스펙트럼 패턴과 유사한 형태로 먹의 사용을 추정해 볼 수 있다. 또한 약 200 nm대의 반사도 증가 및 감소 형태는 현미경 사진에서도 나타나듯 바탕 재질 및 다른 안료가 섞인 영향으로 추정된다. 700 nm에 변곡점이 나타나지 않으므로 니람은 아닌 것으로 보이며 Ca가 높게 검출된 것은 바탕이나 염료 등 안료가 아닌 주변 물질의 영향으로 여겨진다.
3.2.3. 적색 안료 및 염료
적색 계열은 아미타불 입술 및 여래 대의의 적색과 연지 연잎의 주황색과 분홍색 등이 관찰된다. 은해사 괘불탱도 아미타불 입술의 적색은 다른 부위보다 짙은 적색을 띠고 있으며, 현미경상에서 불규칙적인 입자 형태와 투명한 입자가 관찰된다(Table 5C). 또한 성분 분석 결과에서 수은(Hg)과 납(Pb), 황(S)이 주성분으로 검출된다(Table 6C). 이때의 납은 아미타불 얼굴 바탕 육색의 연백에서 검출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의 검증을 위해 아미타불 얼굴 근처에서 수습한 시료의 경우 라만 분석결과 254 cm-1과 284 cm-1 343 cm-1에서 특정 피크를 보이는데 이는 진사의 피크와 일치하는 결과이다(Figure 3C). 이상의 분석결과로 은해사 괘불탱의 입술의 적색은 진사(辰砂, Cinnabar, HgS)만 사용한 단일색일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된다. 이러한 결과는 통도사 괘불탱(Lee et al., 2017)과 법주사 괘불탱(Lee et al., 2019) 존상의 입술이 혼색보다는 단일색의 진사를 사용했다는 결과와 일치한다. 반면 연지 연잎의 적색에서 납(Pb)과 수은(Hg), 황(S)이 주성분으로 검출되고, 수습한 시료의 XRD 분석에서 연단과 진사가 동정되어 연단에 진사를 혼합하여 사용한 것으로 판단된다(Figure 3A-D).
연지 연잎의 적색(Table 5D)과 대의의 적색(Table 5E)은 현미경 사진에서 적색 입자가 관찰되며 주성분으로 납(Pb), 수은(Hg), 황(S)이 검출되어 연단과 진사를 함께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Table 6D, E). 반면 또 다른 연지 연잎은 분홍색으로서 현미경 사진에서 백색의 안료층에 소량의 적색 입자가 혼재되어 있는 상태로 나타나며 주성분은 납(Pb), 수은(Hg), 황(S)이 검출되었다(Table 5F, 6F). 이를 통해 백색 안료인 연백에 적색 안료인 진사와 연단 (鉛丹, Minium, Pb3O4)을 혼합하여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3.2.4. 황색 안료
황색 계열은 아미타불 대의 문양의 진한 황색과 회장 범자의 옅은 황색, 아미타불 군의 끝단의 금색으로 구분된다. 아미타불 대의 문양에 사용된 황색에서 비소(As), 황(S)이 주성분으로 검출되었다(Table 5G, 6G). 수습한 황색 시료의 라만 분석결과 122 cm-1과 155 cm-1, 203 cm-1, 293 cm-1, 310 cm-1, 355 cm-1에서 특정 피크가 확인되는데 이는 석황의 피크와 일치하는 결과이다(Figure 4). 따라서 아미타불 대의 문양의 황색은 석황(Orpiment, As2S3)으로 추정된다.
회장 범자에 사용된 황색에서 납(Pb)이 주성분으로 검출되었으며, 색상과 관련된 특정 발색 원소는 확인되지 않았다(Table 5H, 6H). 현미경상에서 바탕층의 백색과 황색층이 단차를 두고 확인이 되는 것으로 보아 유기염료의 발색을 높이기 위해 바탕층에 연백을 채색하고 유기염료를 중첩 채색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황색 원료를 정확히 확인하기 위해서, 회장 범자의 황색의 현미경 사진과 최대한 비슷한 박락된 황색 시편을 선택하여 라만분광 분석을 실시하였다. 분석 데이터를 국내에서 시판되고 있는 등황(謄黃, Gamboge)의 분석 결과와 비교한 결과 황색 시료와 등황 표준 시료에서 1590 cm-1 부근에서 동일한 피크가 동정되어 황색의 원료는 유기 염료의 일종인 등황으로 확인되었다(Lee et al., 2019).
금색은 현미경 사진에서도 금박임이 분명하게 확인되며 주성분도 금(Au)으로 검출된다(Table 5I, 6I).
등황은 범자에서 관찰되는 것처럼 중첩 채색으로 사용했지만, 육색에서는 연백과 혼색해 황색의 육색으로도 사용했다. 은해사 괘불탱의 아미타불도 등황과 연백 혼색의 육색을 사용했는데, 하부에 있는 발과 상부 얼굴의 육색에서 색상 차이가 발생했다. 발에서 보이는 육색이 황색을 띠고 있다면 얼굴의 육색은 거의 백색에 가까운 색상을 보여준다. 이런 차이는 등황의 색 변화 현상이 박락에 의한 것 일수도 있지만 탈색에 의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3.2.5. 녹색 안료
녹색 계열은 아미타불 복견의의 진한 녹색과 아미타불 승각기와 연지 연잎의 옅은 녹색으로 구분된다. 복견의의 진한 녹색은 구리(Cu)와 염소(Cl)가 주성분이며(Table 5J, 6J), 아타카마이트[Atacamite, Cu2Cl(OH)3]가 동정된다(Figure 5). 수습한 안료 시료의 주사전자현미경 분석 결과 원형 및 타원형 형태의 입자들이 관찰되며 구리와 염소가 주성분으로 검출된다(Figure 6). 따라서 진한 녹색은 녹염동광(염화동)을 단독으로 사용한 것으로 확인된다. 옅은 녹색의 승각기는 구리만 검출되어 공작석(Malachite, 2CuO⋅CO2⋅H2O)을 사용하여 채색한 것으로 보인다(Table 5K, 6K). 연잎의 옅은 녹색에서는 구리(Cu)와 염소(Cl)외에도 납(Pb)이 검출되므로 연백의 혼합을 추정할 수 있다(Table 5L, 6L).
석록(石碌)은 공작석(孔雀石)을 원석으로 하는 안료로 인식되어 왔지만, 문헌에서 보면 일반적으로 우리가 알고있는 ‘석록’에 대한 기록은 많지 않다. 이보다 하엽의 기록이 더 많이 남아 있는데 그 원료에 대해서는 많은 연구자들의 의견 차이가 있다. 하엽의 원료를 유추할 수 있는 몇 가지 사례를 보면, 첫째, 하엽록을 처음 만들었다는 태종실록의 기록과 세종실록의 산지에 대한 내용으로 채굴하거나 제조가 가능한 재료로 추정된다. 둘째, 곡성 도림사 괘불탱(1683) 화기의 시주 목록 중 하엽(荷葉)이 기록되어 있는데, 이 때의 녹색 안료는 녹염동광으로 추정되었다(Lee et al., 2019). 이러한 내용에서 하엽은 녹염동광(염화동)이나 동록(銅綠)으로 추정 할 수 있다.
대형불화 정밀조사에서 녹색 안료의 분석 결과를 보면 녹염동광(염화동)이 주로 광범위하게 사용되었으며, 공작석은 국부적인 곳에 사용되었다. 이는 녹염동광(염화동)이 입도의 크기에 따라 농담 조절이 가능하지만 공작석은 굵은 입자와 먹을 혼합하여 사용하더라도 녹염동광처럼 진한 녹색을 조채하기 어렵기 때문에 녹염동광(염화동)을 선호 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중국에서 수입에 의존했던 공작석보다 국내에서 채굴하거나 제조 가능했던 녹염동광(염화동)이나 동록이 안료 수급이나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유리했을 것으로 보인다(Lee et al., 2019).
3.2.6. 청색 안료
청색 계열은 옅은 청색, 남색, 청색으로 구분된다. 나발의 청색은 진한 청색 입자와 투명한 청색 입자들이 관찰 되었으며 주성분이 규소(Si), 납(Pb), 칼슘(Ca), 칼륨(K), 구리(Cu), 코발트(Co) 등이 검출되어(Table 5M, 6M) 유기염료, 회청(Smalt), 석청 등 다양한 청색 안료를 혼합하여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나발의 청색은 대의의 청색보다 어둡고, 칼슘이 검출되는 것으로 보아 바탕층에 니람을 채색하고 그 위에 석청과 회청을 혼합 채색한 것으로 추정된다.
연잎의 옅은 청색(Table 5N)은 납(Pb)이 주성분으로 검출되었고, 남색(Table 5O)은 주성분이 칼슘(Ca)으로 확인되었다. 현미경 상에서 옅은 청색은 백색 안료인 연백에 남색의 염료를 혼합, 남색은 청색의 입자가 관찰되지 않는 것으로 보아 유기안료인 니람을 사용하여 채색하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대의에 사용된 청색은 백색과 남색, 투명한 청색 입자들이 관찰되었으며 주성분이 규소(Si), 납(Pb), 칼슘(Ca), 칼륨(K), 구리(Cu), 코발트(Co) 등이 검출되어(Table 5P, 6P) 연백, 유기염료, 회청(Smalt), 석청 등 다양한 청색 안료를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청색 안료층의 분포 양상을 확인하기 위해 표면에서 탈락된 안료층의 단면에 대해 SEM-EDS 분석을 실시한 결과 하층의 밝은 입자는 납(Pb)성분이 높게 검출되므로 연백으로 확인되며 상층의 깨진 유리형태의 입자는 포타슘(K), 코발트(Co), 비소(As), 바륨(Ba) 등의 성분이 검출되는 것으로 보아 바륨-포타슘 유리계의 회청임을 알 수 있다(Table 7). 이를 통해 청색 안료층의 경우 발색을 높이기 위해 바탕층에 연백을 중심으로 한 백색 층을 구성하고 그 위에 회청 중심으로 청색을 채색하는 중첩 채색법을 사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Figure 7은 청색 부분 6지점(나발(위), 나발(좌), 대의 끝단, 연잎(외부, 중간, 내부))의 반사 스펙트럼이다. 나발(위), 나발(좌), 대의 끝단의 경우 약 400 nm대 초반에서 반사도가 증가하였다가 감소하며, 약 690 nm에서 높아지는 특징을 보인다. 쪽과 유사한 반사 스펙트럼 패턴이지만 약 200 nm대 중반에서 나타나는 반사도 상승은 다른 안료 및 바탕재질의 영향으로 추정된다.
4. 고찰 및 결론
보물 제1270호로 지정된 은해사 괘불탱은 당시 유행한 아미타불과 관련된 판본을 수용한 괘불탱으로서 연구 및 보존적 가치가 높다. 본 연구에서는 은해사 괘불탱에 대한 과학적 분석을 실시하여 괘불탱의 상태, 제작에 사용된 직물과 안료의 성격을 확인하였다.
상태조사 결과 기존의 보존처리 흔적과 습해, 화면 꺾임, 직물 및 안료의 박락이나 변색, 반점 등이 발생하였으며 특히 상단부분이 하단부분에 비해 손상 정도가 심한 상태로 나타났다. 2009년에 보존처리가 이루어진 결과(Youngcheon-si et al., 2011) 본 연구의 조사에서 일부 보존처리 된 부분이 관찰되었다.
바탕화면에 사용된 직물은 견섬유의 특징을 보였으며, 경사 2올이 한 조로 위사 1올이 경사 사이로 교차하는 변화평직으로 된 제직 특성과 밀도가 성글며, 경위사의 굵기가 가는 특징을 통해 평견직물 중 고급직물이었던 초(綃)를 사용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초(綃)는 고대부터 알려진 평견직물로서 설문(設文), 광운(廣韻), 옥편(玉篇)등의 중국 문헌에서 생사로 짠 견직물로 언급되었으며 우리나라의 삼국유사(三國遺事)와 고려사에서는 복식류와 함께 교역품, 하사품, 회화류 등에 사용된(Sim, 2002) 고급 직물로 보고 있다. 조선시대에는 마직물이나 면직물 등 회화류에 사용된 직물의 종류가 다양해진 결과 사용량이 감소한 부분이 있으나(Park, 2013). 초(綃)의 한 종류가 은해사 괘불탱에 사용된 것은 여전히 초(綃)가 사용되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색별 채색 안료의 분석 결과 공통적으로 사용되는 안료와 특정 부위에 제한적으로 사용한 안료의 양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우선 백색 계열의 경우를 보면 공통적으로 납을 주성분으로 하는 연백이 사용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또한 연한 녹색, 연한 청색, 연한 황색의 분석결과에서 납성분이 검출되었는데 이는 다양한 색조와 농도를 표현하는 기본 안료로 연백을 주로 사용하는 형태로서 봉정사 영산회괘불도에서 확인된 기법(Song and Kim, 2014)과 유사한 채색 특성으로 판단된다. 한편 왕실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법주사 괘불탱과 같이 연백을 단독으로 사용하여 백색을 채색한 것은 당시 연백 안료의 수급이 원활했음을 알 수 있다.
흑색은 탄소를 주성분으로 하는 먹이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며 니람은 사용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Ca가 높게 검출된 것은 바탕 재료 및 바닥, 염료 성분 등 분석대상이 아닌 주변 물질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적색의 경우 입술이 진사의 단일색으로 채색된 특징이 있으며 통도사 및 법주사 괘불탱의 경우와 일치하는 사례이다. 연지 연잎 등 다른 적색 부위에서는 연단에 진사를 혼합한 채색기법이 주를 이루고 있다. 분홍색 역시 연백에 진사를 혼합하여 사용했는데 안료의 비율 조정을 통해 밝은색을 구현한 것으로 확인된다. 황색은 아미타불 대의 문양의 경우 석황을 사용하였으며 회장 범자는 바탕층에 연백을 채색하고 그 위에 유기염료를 사용하여 색을 낸 중첩채색으로 추정된다. 녹색은 염화동과 공작석을 사용하였으며 연백을 혼합한 결과도 보인다. 채색 부위에 따라 염화동을 단독으로 사용하거나 연백을 혼합한 경우가 대부분이나 승각기의 경우 아주 적은 부위에 국한해 공작석을 사용하기도 하였다. 이는 국내 채굴이나 생산이 가능했던 녹염동광(염화동)이나 동록의 수급이 유리했던 당시의 상황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청색은 연백, 니람, 회청, 석청 등을 다양하게 사용한 것으로 확인된다. 단면층에 대한 분석결과 분말상으로 분포한 연백을 중심으로 한 안료 층이 바탕을 구성하고 그 위로 바륨-포타슘 유리계의 회청이 채색된 형태로 확인된다. 이는 발색을 높이기 위해 바탕층에 백색을 채색하고 그 위에 청색을 채색한 형태로 중첩 채색법의 특징으로 볼 수 있다.
이상의 연구 결과로 은해사 괘불탱의 의미, 보존상태 및 재료적 특성에 대해 확인할 수 있었다. 은해사 괘불탱의 보존관리를 위한 자료의 제공과 함께 다른 괘불탱과의 비교 연구로 조선시대 회화연구의 기초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