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 론
초기 동에 관한 과학적인 연구는 야금기술사적 분석 자료를 대입하여 한국 고대국가의 발전단계를 밝히려는 시도로 이루어졌다. 초기철기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청동기의 성분조성, 합금 비율, 비금속 개재물의 종류와 함량을 통한 제작기법의 특성, 원산지 분석을 중심으로 연구가 진행되었고 이후 청동유물의 열처리 공정 및 제작기법 연구까지 활성화되었다. 동 제련 연구는 경주 황남동 376번지 유적에서 국내 최초로 동 슬래그가 부착된 동 도가니와 동덩이가 출토되며 시작되었다. 이후 신라권역에는 경주 동천동 유적, 경주 노서동 유적 등에서 백제권역에는 부여 쌍북리 유적, 부여 능산리사지, 익산 왕궁리 유적 등에서 노 재료, 동 도가니, 동 슬래그 등이 확인되어 분석학적 연구를 시행하였다(Lee, 2019). 이를 통해 고대 동 제련 재료, 정련 및 합금의 실체에 대해 확인하였으며, 각각의 단일 유적에서 시행된 동 생산을 추정할 수 있었다. 그러나 고대의 동 생산기법에 대한 문헌자료 및 연구가 제한적이고 동 생산 유적이나 유구가 발견된 사례가 부족하여 상세한 고대 제동 공정체계와 각 단계의 특성을 규명하기에 무리가 있었다. 동 생산 유적을 고찰하기 위해서는 전체 동 생산 공정의 규명이 필수적이며, 제련 과정에서 생성되는 슬래그의 금속학적 특징을 연구하여 당시의 제련과정 및 환경에 대한 정보를 획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동의 제련과정 및 방법은 동광석의 종류에 따라 다르며, 제련 시 생성되는 슬래그의 특징도 구별된다. 동광석은 대표적으로 자연동, 산화동광, 황화동광으로 분류되며, 자연동은 매장량이 적어 한계가 있으므로 산화동이나 황화동이 동을 생산하는 주요 광석이 된다. 산화동광은 황화동광이 풍화되어 공작석, 남동석 등으로 형성된 것으로 이를 숯과 함께 태워 쉽게 환원할 수 있으나, 황화동광은 황을 산화시켜 제거해주는 배소의 단계를 거치는 등 여러 과정을 거친다(Bachmann, 1982; No, 2000). 한반도에서 가장 많이 출토되는 동광석은 황화동광이며, 동 제련이 시작된 시기부터 지금까지 가장 많이 사용되는 동광석도 황화동광이다. 때문에 황화동광의 동 생산 기법과 생산단계를 파악하고자 국내·외 연구를 참고하여 동 생산 과정을 도식화하여 참고하였다(No, 2000; Kwon, 2001; Lee, 2006; Lee, 2019)(Figure 1).
본 연구에서는 백제 사비기의 왕궁 후보지인 부여 관북리 유적의 ‘나’지구, ‘라’지구에서 출토된 동 슬래그 및 동 도가니 11점을 대상으로 과학적 분석을 시행하였다. 이를 통해 부여 관북리 유적에서 시행된 동 생산과정을 살펴보고 유구의 성격을 밝히고자 하였다.
2. 연구대상 현황
2.1. 부여 관북리 유적 현황
부여 관북리 유적(사적 428호)은 1982∼1997년 충남대학교, 2001년∼2008년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에 의하여 발굴조사가 시행되었다. 관북리 유적에서는 백제 사비기 연지, 대형 전각 건물지, 대형 석축, 대단위 곳간 시설, 상수도 시설, 공방 시설 등이 발굴되었으며, 규모와 성격적인 면에서 격이 다른 유구가 유적 내부에 복합적으로 존재하여 백제 사비기 왕궁의 중심구역으로 주목받는다. 이와 같은 이유로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에서는 부여 사비 도성 왕궁지의 위치를 확인하고 주요시설 및 분포양상을 파악하기 위하여 2018년 11월 관북리 일대 시굴을 새로이 착수하였고, 중장기 발굴 계획 아래 2019년 2월 발굴을 시행하여 현재까지 진행 중이다.
2.2. ‘나’지구
‘나’지구는 백제시대의 공방 유구가 집중되어 있는 곳으로 각종 공방 관련 유구, 움막 공방과 소형구덩이, 가마와 폐기 구덩이, 동서 석렬과 동서방향 백이기둥자리, 기와기단 건물터, 동서 소로와 배수로 등의 유구가 확인된다. 유물은 목탄, 슬래그, 도가니편, 철, 청동, 금, 금동, 유리제품 등이 출토되었다(Buyeo National Research Institute of Cultural Heritage, 2009). ‘나’지구의 백제시대 유구는 풍화암반이나 구석기시대의 고토양, 또는 청동기시대 형성된 지반 위에 놓여 있으며 모두 근대 이후의 퇴적층 바로 아래에서 노출되었다. 백제 건물지는 공방지가 폐기된 이후에 들어서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이유로 ‘나’지구의 공방지와 확인된 동 생산 부산물은 백제시대 것으로 상정한다(Lee, 2019).
3. 연구대상 및 방법
3.1. 분석대상
부여 관북리 유적 ‘나’지구 지표 및 교란층에서 출토된 동 슬래그 및 동 도가니 10점, ‘라’지구 5호 대형 구덩이에서 출토된 동 슬래그 1점이다. 분석 슬래그의 특징은 Table 1과 같다.
Table 1.
3.2. 분석방법
3.2.1. 주성분 분석 및 화합물 분석
파장분산형 X-선 형광분석(Wavelength Dispersive X-ray Fluorescence Spectrometer: WD-XRF, S4 Pioneer, Bruker, DEU)을 시행하였다. 건조한 시료를 분말화한 후, 분석 전 전처리를 통해 Pellet화 하였으며 분석 결과는 준정량 분석으로 나타내었다. X-선 회절 분석(X-ray Diffrac-tometer: XRD, EMPYPEAN, PANalyrical co., NLD)를 실시하였다. 조건은 2 theta는 5∼60 deg, Scan speed는 1 sec/ step, Step size는 0.03 deg, 전압 40 kV, 전류는 40 mA이다. 분석 시 Target으로 Copper를 사용하였다.
3.2.2. 미세조직 분석
금속 현미경(Metallugical Microscope, DM2500M, Leica, DEU)을 사용하여 미세조직을 관찰하였다. 주사전자현미경(Scanning Electron Microscope: SEM, JSM-IT300/ JSM-7000F, JEOL, JPN)으로 세부 미세조직을 관찰하고, 미소부위의 화학조성은 에너지 분산형 X-선분석기(Energy Dispersive Spectrometer: EDS, X-MAXN, GBR)를 이용하여 분석하였다. 심층분석이 필요한 시료 3점(CS5, CS9, CS10)의 미세조직의 원소별 분포를 살펴보기 위하여 전계방출 전자탐침미량분석기(Field Emission Electron Probe Microanalyzer: FE-EPMA, JXA-8530F, JEOL Ltd, JPN)를 이용하여 정량 분석 및 Mapping을 실시하였다.
4. 연구결과
4.1. 주성분 및 화합물 분석
4.1.1. 주성분 분석
Table 2는 부여 관북리 출토 동 슬래그와 동 도가니를 XRF로 분석한 결과이다. 슬래그의 주요 구성성분은 SiO2, FeO으로 구성되어 있고, 그 밖에 CuO, Al2O3, CaO, MgO, K2 O, SnO2, ZnO, PbO 등의 성분이 소량 검출되었다. CS1∼ CS7, CS9은 SiO2의 함량이 FeO보다 높았으나 CS8는 SiO2보다 FeO의 조성 함량이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CS8, CS9를 제외한 모든 슬래그에서 ZnO은 0.05∼2.66 wt%, PbO는 0.02∼0.04 wt% 함량을 갖는 것으로 보아 비철금속제련 슬래그로 판단된다. ZnO과 PbO는 국내의 야철지 및 철산지 등에서 발굴 또는 채집된 철 슬래그에서 함유된 사례를 찾기 어려우며, 철광석에는 미량성분(Pb 0.2∼23.5 ppm, Zn 2.9∼295.0 ppm)으로 검출된다(Jung-won National Research Institute of Cultural Heritage, 2014; Lee, 2019 recited). CS8는 다른 슬래그보다 FeO값이 높고 CuO의 함량이 적었고, CS9는 덩어리의 형태의 슬래그로 두 시료 모두 ZnO과 PbO의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으므로 XRD와 미세조직 분석을 통하여 동 제련 슬래그의 가능성을 더 살펴보았다. CS1, CS3, CS6, CS7의 CaO의 함량은 10.90∼13.10 wt% 조성을 갖으며 모두 10 wt%를 초과하나 도가니에 부착된 슬래그인 CS5, CS8 슬래그의 함량은 각각 1.15 wt%, 3.23 wt%의 조성을 갖는다. 이것으로 보아 도가니 슬래그는 일반 슬래그에 비하여 CaO 함량이 월등히 낮으며 도가니의 CaO 함량은 도가니 슬래그의 CaO 함량보다 낮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CaO는 제련 시 Al2 O3와 SiO2의 점도를 낮추고 유동성을 좋게 하여 슬래그와 금속철이 원활하게 분리될 수 있는 조재제 역할을 한다. 고대에는 조재제로서 조개껍질, 뼈와 같은 석회질 물질을 넣었다고 알려져 있으나 그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Cho, 2015). 슬래그는 일반적으로 35∼45% SiO2 집합체로 단순한 함량 비교로 조재제 첨가 유무를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Kim, 2017). 슬래그는 여러 성분의 연료로 장입한 목탄으로부터 Ca 성분이 슬래그에 혼입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조재제의 첨가유무를 명확히 판단하기 위해서는 추가 동 제련 재현실험 연구의 필요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Table 2.
4.1.2. 화합물 분석
Figure 4는 부여 관북리 출토 동 슬래그의 XRD 분석결과이다. CS1은 검은색의 비정질 슬래그로 Copper 단일 물질이 검출되었고, CS2의 주요 화합물은 Quartz와 Copper 로 Cristobalite가 함께 검출되었다. CS3는 검녹색의 치밀한 슬래그가 백색, 회색의 과립형 석재를 둘러싸고 있는 형태로 CS3의 외부는 Magnetite와 Copper, 내부는 Quartz 와 Mullite가 주요 화합물로 검출되었다. CS4와 CS5는 주요 화합물로 동 산화물 Malachite와 철 산화물 Magnetite, 주석 산화물 Cassiterite이 검출되었다. CS5는 추가적으로 Copper가 검출되었으나, CS4의 미세조직에서도 Cu prill 를 확인할 수 있다. CS6과 CS7는 Augite와 Diopside가 주요 화합물로 검출되었고 CS7에서는 Copper가 추가 검출되었다. Augite, Diopside는 휘석(Pyroxenes)계열의 광물로서 같은 군을 이룬다. Diopside는 Mg을 Hedenbergite는 Fe 를 함유한다. Augite는 Diopside와 Hedenvergite에서 칼슘이 비교적 적을 때 나타는 광물로 Al, Ti, Na 등을 함유하고 있고, Ca > Fe이거나 Ca < Fe일 때 모두 같은 광물이다(Morimoto et al., 1988). 이 세 광물은 슬래그에서 주로 볼 수 있는 CaO-FeO-Al2 O3-SiO2계통의 철이 다량으로 함유된 규산염 광물로서 단사휘석(Clinopyroxenes)계열이다(Haupmann, 2007). CS8의 주요 화합물은 Magnetite로 Fayalite, Wustite가 함께 검출되었다. Fayalite는 제련 슬래그에서 주요상으로 나타나는 특징이 있으나, 철이 많이 함유된 규산염 유리질 바탕에서도 생성 가능하여 제련의 전이 과정 및 도가니 슬래그에서도 발견이 가능하다(Yoon. 1986; Haupmann, 2007). CS9는 부식 화합물로 이루어진 청동덩어리로 Malachite가 주요 화합물로 검출되었다.
4.2. 미세조직 분석
4.2.1. 금속현미경 및 SEM-EDS 분석 결과
Figure 5는 CS1∼ CS7, Figure 6은 CS8∼ CS11의 금속현미경 사진이다. 이를 통해 유리질 바탕 기지를 갖는 슬래그(CS1, CS2, CS4)와 유리질 바탕 기지에 회색의 미세한 수지상 금속조직을 갖는 슬래그(CS3), 바탕 기지에 규산염 광물 조직이 산재되어 있는 슬래그(CS6, CS7)를 확인할 수 있다. 이 시료들은 모두 바탕 기지에 다양한 크기의 밝은색 원형 입자 Cu prill가 분포되어 있다. 특히 규산염 광물 조직은 금속현미경으로 분별하기 어려우나 바탕 기지에 초점을 맞추고 관찰 시, 일반적인 유리질 바탕 기지와 다른 양상이 보인다(Figure 5, 7). 결정질, 유리질(비정질)조직이 맥석성분과 혼재되어 나타나는 슬래그(CS5)는 침상 조직과 Cu prill 입자들이 관찰되며 내부에 크고 작은 공극들과 용융되지 못한 석영, 비정형의 광물입자를 확인할 수 있다. 바탕 기지 위에 장주상의 회색조직과 다각형 백색조직이 관찰되는 결정질슬래그(CS8)는 도가니와 슬래그 경계부위 공극에 동 입자와 불순물이 보인다. 유동성 슬래그에서 분리되어 나온 동덩이 형태의 슬래그(CS9)와 도가니에 부착되어 있는 슬래그(CS10)는 모두 청 동 부식 화합물로 전체가 이루어져 있고 푸른색, 붉은색, 백색의 금속입자들과 광물조직이 관찰된다.
(1) 유리질 바탕 기지 +Cu prill
Figure 7, 8과 Table 3은 CS1, CS2, CS3, CS4와 CS7를 SEM-EDS 분석한 결과이다. CS1, CS2, CS4는 모두 유리질 바탕 기지에 크고 작은 Cu prill과 비정형의 광물입자가 고르게 분포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Cu prill은 금속현미경으로 붉은색, 백색, 회색 등의 입자로 관찰되는데 이는 불순물의 종류와 함량에 따라 달라진다(Figure 5). 분석위치 1–1, 1–2는 철이 미량으로 함유되어 있는 Cu prill 로서 배소과정에서 황 성분이 완전히 배출되지 못하고 원형 입자 외곽에 잔재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Figure 7, Table 3).
Table 3.
(2) 유리질 바탕 기지 +Cu prill +Magnetite
CS3은 밝은색의 석영질 암석을 검은색 치밀한 슬래그로 둘러싼 외형을 하고 있다. 암석을 둘러싼 외부 슬래그의 SEM사진 관찰 시, 유리질 바탕 기지 위에 다양한 크기의 Cu prill이 존재하고 불순물이 비교적 많이 혼입된 수지상의 Magnetite조직이 산재하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Figure 7, Table 3).
(3) 규산염 광물 바탕 기지 +Cu prill
CS6과 CS7은 바탕 기지에 규산염 광물이 미세하게 산재되어 있고 다양한 크기의 Cu prill이 분포되어 있다(Figure 7, 8). 바탕 기지는 미세한 회색 수지상 조직이 분포되어 있으며 MaO, FeO의 함량이 높고 Na2 O를 소량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Pyroxene군 광물인 Augite, Diopside로 이루어져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유리질 바탕 기지는 Al2 O3가 높고 MgO와 CaO가 낮은 함량으로 검출되어 미세한 차이를 보인다(Figure 7, 8, Table 3).
(4) 결정질(Delafossite, Magnetite) /
유리질(비정질) 바탕 기지 +Cu prill
Figure 9와 Table 4는 CS5를 SEM-EDS 분석한 결과이다. 불순물이 미량 포함되어있는 Magnetite는 침상 조직인 Delafossite(CuFeO2)의 내외부에 혼입되어 나타난다. Dela-fossite는 많은 양의 산화물을 포함하는 구리-철 합금조직으로 도가니 슬래그에서 나타나는 주요 특징이다(Haupmann, 2007). 슬래그 내부에 또 다른 유형으로 유리질 바탕 기지에 맥석 성분인 석영, 광물입자들과 함께 Cu prill를 가두고 있는 조직 양상이 보인다. 특히 불순물이 거의 함유하지 않은 Cu prill은 금속현미경상으로 붉은색 입자로 보이나, FeO가 미량 함유된 Cu prill은 백색을 띄고 있다(Figure 5).
Table 4.
(5) Magnetite+Fayalite
Figure 10과 Table 5는 CS8를 SEM-EDS 분석한 결과이다. CS8의 슬래그 내부는 SiO2와 FeO의 함량이 1:2인 장주상의 회색 Fayalite 조직 위에 백색 다각형 모양의 Magnetite 조직이 분포되어 있으며, Magnetite와 Fayalite가 주상으로 형성되어 있다. 철 산화물 내부에 밝게 빛나는 지점인 분석위치 8–3은 철이 다량 함유된 규산염 광물로 불순물인 ZnO가 포함되어 있다.
Table 5.
Position |
Composition(wt%) |
||||||||||
---|---|---|---|---|---|---|---|---|---|---|---|
C | Na2O | MgO | Al2O3 | SiO2 | SO4 | K2O | CaO | TiO2 | FeO | ZnO | |
8–1 | 8.16 | 1.97 | 5.99 | 29.24 | 3.28 | 2.39 | 48.97 | ||||
8–2 | 6.34 | 7.73 | 85.93 | ||||||||
8–3 | 24.07 | 3.45 | 1.82 | 8.53 | 13.58 | 2.29 | 2.29 | 7.94 | 19.78 | 6.08 |
(6) 청동합금 슬래그
Figure 11와 Table 6은 CS9, CS10을 SEM-EDS 분석한 결과이다. CS9의 금속현미경 관찰에서 볼 수 있는 푸른색 동입자와 붉은색 동입자는 각각 SO4와 P2 O5을 포함하고 있으며 공통으로 Ag2 O가 함유되어 있다. 슬래그 내부에 제거되지 못한 불순물이 상당량 잔재해 있는 것으로 보인다. CS10은 P2 O5와 PbO 등의 불순물을 포함하고 있는 동 부식 화합물로써 편석된 철 산화물과 부식 화합물이 혼재되어 있는 양상이 관찰된다. CS9, CS10의 금속현미경 관찰 시, 밝은색과 검은색으로 보이는 부분은 모두 동 산화물로 판단되며 탈황을 시도한 것이 확인된다.
Table 6.
Figure 12와 Table 7은 CS11을 SEM-EDS 분석한 결과이다. CS11은 동 산화물에 둘러싸인 내부 금속심이 관찰된다. 금속조직의 양상은 미세한 냉각속도 차이와 Cu-Sn 의 조성함량 차이로 결정립이 조대한 조직과 수지상 조직으로 두 가지 양상이 확인된다. 황성분이 잔류한 납 편석물이 동 산화물에 둘러 쌓여있으며, α상 내부에 불순물을 상당히 포함하고 있다. α상의 결정립계 분석위치 11–3은 70.38 wt% SnO2, 18.43 wt% CuO의 조성을 갖는 δ상으로 판단된다. 분석위치 11–6, 11–7, 11–8은 조대한 α상의 결정립계를 형성하고 있으며 동, 주석, 납의 함량이 상이하다. 이는 용융상태의 금속이 매우 천천히 냉각되며 동, 주석, 납의 밀도차이로 α상의 결정립계를 형성하게 된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분석 결과로 보아 CS11은 불순물이 포함되어 있는 동-주석-납 합금의 생성물로 판단하며, 완제품 제작을 위한 중간소재로 보인다. 황성분이 상당량 검출되는 것으로 보아 정련되지 않은 동과 주석, 납을 합금한 것으로 판단된다.
Table 7.
4.2.2. FE-EPMA 분석
Figure 13∼15는 CS5, CS9, CS10를 FE-EPMA를 이용하여 Mapping한 결과이다. CS5는 Cu와 Sn이 유사한 분포영역을 보이며, Fe는 오른편에 집중되어 분포한다. 특히 Cu-Sn 분포영역에 Ca의 함량이 집중되어 있으며, Si, Al를 상당량 포함하고 있다. Cu-Sn에 철을 첨가하여 맥석 성분을 제거하려고 시도한 흔적이 보인다. Fe 분포영역에 황개재물이 불순물로 관찰되나, Cu 분포영역에는 황의 성분이 거의 잔류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 CS5는 불순물이 제거된 동과 주석의 합금 슬래그로 판단한다.
CS9는 Cu가 미세조직 전체에 분포되어 있으며, 좌측 하단부부터 우측 상단부까지의 굵은 띠에서는 주석이 거의 검출되지 않고 황 성분과 맥석 성분이 다량 함유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주석 분포영역은 동이 함께 검출되는 합금 부분으로 Si, Al과 같은 맥석성분과 Ca, S 의 불순물의 함량이 동 부식 산화물과 비교 시 현저히 적다. 슬래그 내부는 부식 화합물과 불순물을 상당량 포함한 동입자, 불순물로 편석된 산화은과 주석 산화물 등이 분포되어 있다. CS9는 맥석성분과 황이 상당히 잔재한 정련되지 않은 동 중간생성물과 주석의 합금으로 합금 및 정련이 완전히 이루어지지 않은 채 슬래그에서 분리된 것으로 추정한다. CS10는 도가니에 부착된 슬래그에 Cu가 전체적으로 분포되어 있고 Sn과 Pb는 유사한 분포영역을 보이며 도가니와 근접한 부분에 밀집되어 있다. Pb는 매우 미량 존재하는 것으로 보아 Sn이 함유하고 있는 불순물로 보이며 이는 냉각 과정에서 Cu와 Cu-Sn 간의 밀도 차이에 의해 형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슬래그 윗면은 Si 와 Al과 같은 맥석 성분이 동 부식 산화물에 집중되어 분 포한다. CS10은 동과 주석의 합금과정에서 생성된 합금슬래그로 판단된다.
4.2.3. 라만 마이크로분광 분석
Figure 16∼17은 CS5와 CS7을 라만마이크로 분광 분석한 결과이다. 주성분 분석, 화합물 분석, 미세조직 분석결과를 기초하여 관찰된 미세조직을 정확하게 동정하기 위하여 분석을 시행하였다. 분석결과로 얻은 라만스펙트럼은 참고문헌의 데이터와 비교하여 확인하였다(Buzatu et al., 2010; Muralha et al., 2011). 슬래그 CS5의 라만 마이크로분광 분석결과 바탕 기지에 분포하고 있는 회색 수지상 조직은 229, 352, 526, 695 cm-1의 Raman shift가 검출되었으며 Delafossite로 확인되었다. 슬래그 CS7의 분석결과 바탕조직에 고르게 분포하고 있는 회색조직은 246, 320, 355, 391, 508, 556, 664, 861, 1012 cm-1의 Raman shift가 검출되었으며, 이는 Diopside로 확인된다. 이 조직은 XRD 분석에서 검출되었으며 현미경을 통해서는 확인하기 어려운 조직으로 라만 마이크로분광분석을 통해서 정확히 조직을 동정할 수 있었다. Augite과 Diopside의 라만 스펙트럼은 비슷한 shift의 값과 피크의 형태로 나타나므로 동정이 다소 어려우나 Raman Shift 600∼950 cm-1사이의 피크로 구분할 수 있다(Buzatu et al., 2010). 분석지점의 결과는 Diopside의 스펙트럼 형태와 피크가 Augite의 스펙트럼보다 정확하게 일치하는 것으로 보이나, XRD 분석결과를 참고하여 보았을 때 회색 조직 내부에 Ca가 적은 위치는 Augite가 함께 존재할 것으로 추정한다.
5. 고 찰
부여 관북리 유적에서 출토된 동 슬래그의 주성분은 SiO2, FeO로 동 슬래그의 CuO의 함량은 0.68∼23.10 wt% ZnO 함량은 0.01∼2.66 wt%, PbO 함량은 0.04∼0.29 wt% 범위로 나타났다. 국내의 철 슬래그들에서는 PbO, ZnO의 성분이 거의 나타나지 않으므로 이는 비철금속인 동 생산 부산물임을 알려준다. 동 슬래그 중 도가니 슬래그 CS8는 주성분 분석에서 FeO가 다른 슬래그에 비하여 매우 높은 함량을 갖으며, ZnO와 PbO는 검출되지 않았다. 그러나 슬래그 표면에서 녹색부식물을 확인되었으며 소량의 CuO가 검출되었으므로 동 슬래그로 판단하고 추가적인 분석을 실시하였다. 그 결과 산화된 동입자와 ZnO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었다. 청동 슬래그의 경우 철이 다량 포함되어 있으며 철 슬래그와 같은 외향과 자성을 갖는 경우가 있어 철 슬래그와의 혼동이 매우 쉽다. 그러나 동 슬래그는 외관상 푸른색의 청동 부식물이 보이는 경우가 있으며 철 슬래그에 비하여 비중이 낮고 기공 많은 회색 다공질 슬래그나 흑요석과 비슷한 검은색, 갈색 등 여러 가지 색의 비정질 슬래그가 많은 것이 특징이다. (Bachman, 1982). 특히 동 제련 공정에서는 원광석의 맥석성분을 제거하기 위해 철을 첨가하고 슬래그를 만들어 동을 추출하므로 슬래그에 따라 철의 함량의 차이가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한편, 슬래그의 CaO 함량은 조재제의 첨가 유무를 알 수 있는 지표가 되는데, 제련과정 중 석회질 물질을 첨가하면 융점을 낮게 하고 점성을 적게 하여 탈황, 탈인 작용에 효과적이다(Yoon, 1986: Lee 2018 recited). 부여 관북리 유적 출토 슬래그의 CaO 함량은 1.15 wt%∼13.04 wt%의 범위로 타 유적 출토 동 슬래그(완주 운교유적 동 슬래그 1.62 wt%∼15.69 wt% CaO(Lee, 2018)와 비슷한 함량을 갖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완주 운교유적 출토 슬래그는 제련 슬래그이나 관북리 유적 출토 슬래그는 정련 슬래그 및 합금정련 슬래그라는 차이가 있다. 도가니의 CaO와 도가니 부착 슬래그의 CaO를 비교해보면 도가니보다 슬래그에서 다소 높은 함량의 CaO가 검출되었으며, 일반슬래그가 도가니 슬래그에 비하여 CaO함량이 월등히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슬래그는 여러 성분의 집합체로 단순한 함량 비교로 조재제 첨가 유무를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으며 연료로 장입한 목탄으로부터 Ca 성분이 슬래그에 혼입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때문에 조재제의 첨가유무를 명확히 판단하기 위해서는 추가 동 제련 재현실험 연구의 필요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슬래그의 화합물을 분석하고 미세조직 내부를 관찰한 결과 슬래그 CS1∼ CS7은 모두 원형의 Cu prill를 확인할 수 있었으며 슬래그 내부에 유리질 바탕 기지를 형성하거나, 규소 산화물 중 철을 함유하는 Augite, Diopside가 바탕 기지를 형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리질 바탕 기지와 Magnetite, 칼슘이 많은 규산염 광물의 존재는 정련 슬래그와 도가니 슬래그의 대표적인 특징으로 볼 수 있으며, 이것들은 부여 관북리 출토 슬래그들은 동광석에서 1차적으로 동을 제련할 때 생산된 슬래그가 아닌 정련 슬래그일 가능성이 매우 높을 것으로 보인다.
CS1은 외관상 흑요석과 비슷한 모양으로 검은색 비정질 물질로 이루어져 있었으며 Copper 단일 물질만 검출되었고, 미세조직 관찰 시 완전한 유리질 바탕 기지에 원형의 Cu prill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전형적인 비정질 동 슬래그로서 흑요석과 닮은 외형으로 혼동이 있으나 미세조직을 보면 쉽게 구분이 가능하다. CS3은 특이하게도 검은색의 슬래그가 밝은색의 과립형 석재를 둘러쌓고 있는 형태로 검은색 슬래그의 주요 화합물으로 SiO2, FeO이 검출되었으며, 미세조직에서는 유리질 바탕 기지에 Magne-tite와 Cu prill을 확인할 수 있었다. CS2, CS4, CS5는 모두 도가니 슬래그로 CS2는 유리질 바탕 기지에 Cu prill을 확인할 수 있으며, 주요화합물은 Copper이다. CS4와 CS5는 도가니 슬래그로 외관이 매우 비슷하며, 화합물 분석 결과 Quartz, Magnetite, Malachite가 함께 검출되었으나, 미세조직 양상은 다소 다른 형태를 띤다. CS4는 유리질 바탕 기지에 Cu prill과 비정형 광물입자가 관찰되는 반면, CS5 슬래그의 내부 미세조직은 전체적으로 기공이 매우 많고 유리질 바탕 기지를 갖고 있으며 일부분 Magnetite가 밀집되어 있는 부분과 침상의 Delafossite이 나타나는 부분이 구분되어 나타난다. CS5의 유리질 바탕 기지에 크고 작은 hole은 불순물인 황이 빠져나갔거나 동이 정출되어 나온 흔적으로 판단된다. 용융 슬래그는 큰 가스 기포를 갖고 결정화가 쉽게 이루어지고, 도가니 슬래그는 대부분 유리질이며 다공성이고 Delafossite를 함유한다(Haupt-mann, 2007). CS5와 같은 경우 이와 같은 특징을 모두 지니고 있다. CS6과 CS7에서 Augite((Ca x Mg y Fe z)(Mg y1 Fe z1) Si2 O6)), Diopside(CaMgSi2 O6)가 다량 검출되었는데 주성분 분석 결과를 보면 CS6와 CS7은 CaO가 13.10 wt%, 11.8 wt%, MgO가 4.88∼4.63 wt%를 포함하고 있어 다른 슬래그와 비교하였을 때 가장 높은 함량을 갖는 것을 알 수 있다. Augtie, Diopside, Hedenbergite는 칼슘이 많은 휘석군-Clinopyroxenes계열의 광물로 한 계통을 이룬다. Diop-side는 Mg을 Hedenbergite는 Fe를 함유한다. Augite는 Diop-side와 Hedenbergite에서 칼슘이 비교적 적을 때 나타나는 광물로 Mg와 Fe를 모두 함유할 수 있으며 Al, Ti, Na을 추가로 함유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Morimoto et al., 1988). 이 광물들은 철이 풍부한 슬래그에서 칼슘이 많을 때 나타나는 규산염 광물로 주로 도가니 슬래그에서 나타나는 특징을 갖는다(Hauptmann, 2007). 또한 제련 시 Ca의 첨가량이 많고 노 내 환경이 산화 환경일 때 주로 생성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Eliyahu-Behar el al. 2012: Lee 2018 recited). CS9는 직경 1.5∼2 cm의 작은 덩어리 형태로 발견되었으며 밝은 녹색과 검은색 부식 화합물로 이루어져 있었다. 화합물 분석 시 Malachite와 Cuprite의 청동 부식 화합물과 Cassiterite 주석 화합물이 검출되었고, 미세조직 관찰 시 동 산화물과 불순물이 다량 함유된 주석 산화물, 편석된 은 산화물을 확인하였다. Cu prill에 SO4가 38.24 wt%, 36.66 wt% 검출되었고 P2 O5가 40.74 wt% 검출된 것으로 보아 불순물이 상당히 잔류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불순물이 아직 정련되지 않은 동-주석을 합금 정련할 때 배출된 것으로 추정한다. CS10은 도가니와 도가니에 부착된 동 슬래그로 도가니에 부착된 슬래그로 미세조직 분석을 통해 44.94 wt%의 SO4성분이 잔재한 동 입자를 확인할 수 있었다. FE-EPMA 관찰 시, 도가니 바로 위에 포진해있는 동 산화물 사이에 철 산화물과 주석 산화물이 물결무늬의 흐르는 형태로 혼입되어 있는 점, 슬래그 상단부분 SiO2, CaO, P2 O5가 상당량 포함되어있는 철 산화물이 존재하는 점, 동 산화물 내부에 SO4, Ag2 O, Sb2 O3 등의 불순물이 함유되어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것으로 보아 CS10은 불순물이 상당히 포함되어 있는 동과 주석을 합금하고, 철을 첨가하여 잔류해있는 맥석성분 및 불순물을 제거하는 정련 과정에서 사용된 도가니로 판단한다. CS11은 α상과 δ으로 이루어져 있는 금속 조직과 납편석물이 관찰되며, 상당량의 SO4를 함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동-주석-납의 합금 중간 생성물로 판단된다.
이상으로 부여 관북리 유적 출토 동 생산 부산물의 금속학적 특성을 밝히고 동 생산과정을 추론하여 부여 관북리 유적에서 시행된 제동 성격을 살펴보았다. 고대 동 생산 기술체계를 규명하기 위해서는 동 생산 부산물의 정확한 출토 위치와 충분한 고고학적 정보를 취득하고, 이를 과학적 분석과 취합하여 종합적으로 해석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현재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제철실험과 같이 제동실험도 진행하여 각 제련⋅정련 과정에서 배출되는 슬래그의 특성을 분류하고 과학적으로 분석 연구한다면 동 생산 단계의 실체를 명확히 파악하는 것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에도 동 생산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져 고대 동 생산 기술체계를 밝히는 것에 초석이 되고 당시의 사회체계 및 기술 발전을 규명하는데 이바지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